The Korean Housing Association
각국 전통건축
주거양식의 계승과 현대적 변용
전통의 관심
몇 년전 한국 건축의 전통성에 대한 이슈와 함께 한국성이 관심사에 올랐던 적이 있다. 그만큼 건축에서의 근원에 대한 고민들이 있을 수밖에 없고, 출발점과 현재의 지점을 연결하고자 하는 열망이 드러나는 것이기도 하다.
한국의 상황에서 전통을 계승한 관심이나 건축의 근대성의 출발점을 어디서부터 어떤 방식으로 자리매김하느냐에 따라 답은 달라질 것이다. 과거의 정치적 식민지배가 현대로 넘어오며 문화적 식민지배의 형태로 이어지고 있다. 이러한 과정은 문화가 전이되는 것이 아니라 이식되는 것이기에 이식은 이질의 문화가 고유의 것은 지배하게 되어 문화적 공존은 어렵고 일방적인 강요에 의한 근대화가 되는 경험을 가지고 있다.
세계관의 주도로 하는 논리가 서구의 것으로 보편화 되어 있다 하더라도 자신의 고유한 가치에 대한 평가는 우선 자체의 관점에서 정리되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내 것을 자신의 가치관으로 보지 않고 타자의 관점에 의지하는 것은 사대주의까지는 아닐지언정 자신감 부족이나 내적 열등을 인정하는 상황이라 느껴진다.
동남아시아 건축가 인터뷰
십 여년전부터 건축가들의 인터뷰를 이어 왔다. 내가 생각하는 지점들이나 고민의 방향에 대해 서로 묻고 답하는 과정이 필요하다는 생각에서 시작되었고 선배 건축가들이 가졌던 고민을 좀 더 직접적으로 듣고 싶다는 생각이었다. 한국 동년배의 건축가들의 이야기를 듣다 우연한 기회에 일본 건축가들 15명 정도의 인터뷰를 진행했다. 한참 한국에서의 전통이나 한국성에 대한 관심이 있어 그들에게도 그런 출발점이나 내제적 관심사를 물었을 때에 답은 ‘의식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개인의 관점이 더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전해 들었을 때 다른 나라의 건축가들은 또 어떠한가? 궁금해 졌다. 그래서 진행된 동남아시아 건축가 인터뷰였다. 지리적으로 가깝고 열강에 의한 식민 경험과 근대화의 과정, 그리고 지금 경제발전의 상황에 놓인 국가들이 생각하는 건축적 토대는 어떤 단서로부터 시작되고 있는지 궁금해 졌다. 모두 같은 상황은 아니지만 인터뷰 했던 건축가들은 인도네시아, 베트남, 태국, 대만, 말레이시아 5개국 13명의 건축가를 인터뷰 하였다. 그중 몇 명으로부터 전통 건축의 계승과 변화를 관심 있게 인터뷰를 진행하였고 그중 가장 인상에 남는 인도네시아의 리얼리치 샤리프(RAW Architecture) 1)의 인터뷰 내용을 전달하고자 한다.
Q 아시아 각국은 빠른 속도로 변화하고 있습니다. 그 속에서 각국의 건축가들은 정체성에 대한 고민을 하고 있는데 인도네시아에서의 변화는 어떤 상황인가요?
리얼리치 샤리프 ㅣ 인도네시아는 여전히 ‘아름다운 수공예와 장인정신’과 같이 풍부한 전통에서 오는 막대한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인도네시아의 현대 건축의 트렌드에는 이를 주도하는 헤게모니가 존재하며, 문제는 우리가 이것에 어떻게 적응하며 또 얼마나 대담해질지에 대해서 예상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주목해야 할 몇 가지 사건 중 하나로 1993년 인도네시아 젊은건축가협회 (AMI)가 주최한 Cross Flow Exhibition 전시가 그 운동의 시작이며 인도네시아 건축의 교착상태를 타개하는데 큰 역할을 했습니다. 이 운동을 보고 역사학자 아비딘 쿠스노Abidin Kusno는 자본주의의 흐름에 일련의 이념으로 대응하기 위해 '모더니스트 세대의 뉴에이지'라는 제목의 건축 저서에서 이 현상을 논하기도 했습니다. AMI는 또한 인도네시아 건축이 정체성을 잃었음에 대해 통감하고 있는데, 이는 건축계에서 사용되는 언어들이 진부하게 쓰여지는 기득권자들의 언어를 따르는 경향이 있기 때문입니다. 기본적으로 AMI는 정체성에 대한 충돌의 시대이지만 나는 정체성만이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하며, 지금의 상황 속에서 더욱 비판적으로 생각하려고 합니다. 나는 이로 인해 포스트 모더니즘과 함께 전통적인 것과 새로운 것의 필요성 그 사이에서 생각을 해보게 되었습니다. 문제를 기반으로 무언가를 해결하고 있는가? 아니면 오히려 우리가 이 시대에 나타나고 있는 정체성과의 충돌로 야기되는 문제들에 기여를 하고 있는가에 대한 것들 말입니다.
Q 건축은 혼자만으로 설 수 없고 그 나라가 쌓아온 문화적 토양과 긴밀하게 엮여 있어 짧은 시간에 그 성격을 만들어 내는 것은 쉽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건축 자체는 문화와 건물의 결합이라고 보는 관점에서 본다면 문화적 가치를 부여하는 방식으로 당신의 건축에서는 어떤 시도들이 일어 나고 있다고 보십니까?
리얼리치 샤리프 ㅣ 우리의 문화적 자산에 대해 정의하는 것은 여전히 중요한 사안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가진 문화적 풍요로움에 관련하여, 어떻게 하면 많은 것들을 다룰 수 있는 건축적 언어와 문법을 정의할 수 있을까에 대한 것들 말입니다. 나는 예를 들어 우리의 DNA를 찾기 위해 텍토닉, 수공예, 방법론을 연구하며 이해하려 했고, 이를 프로젝트에도 적용해보았습니다. ‘내어줌’의 정신을 가르친 수부Subud와 수마라Sumarah(일종의 종교적, 영적 철학, 운동)의 파구유반Paguyuban(커뮤니티)처럼 무위, 무소유는 세상에 대한 자기 반성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것입니다. 우리는 자연과 조화를 이루어야 하며, 그 원리가 바로 라하유Rahayu입니다. 우리는 아직도 우리 고유의 정착지에 대한 문화 철학을 많이 가지고 있는데, 예컨대 라하유Rahayu의 정신을 함양한다는 것은 우리 자신이나, 타인들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을 위해 어떻게 조화를 이룰 것인가에 관한 것입니다.
Q 구체적으로 당신의 프로젝트에 전통적 가치를 가진 방식에 대해 설명 들을수 있을까요?
리얼리치 샤리프 ㅣ 우리 프로젝트 중 몇 가지는 나의 배경과 관련이 있는데, 그것은 서부 자바 수메당 출신의 장인들과 함께 시공한 것으로 이들은 전통 수공예품을 잘 만드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우리는 장인들과 함께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자바의 여러 부족과 협업의 결과물을 만들어 냈습니다. 나무와 대나무는 서쪽에서, 건축 구조는 동쪽에서, 마감은 자바 중앙에서 왔으며 이는 문화, 건축 기술, 그리고 지역 재료의 통합적 결과물이라고 생각합니다. 종합적으로 나는 식민지 건축과 자바의 풍부한 전통이 어우러진 부유한 문화 도시 ‘수라바야’에서 받은 영향이 컸습니다.
Q 프로젝트 중 창의 형태라든지 빛을 위한 천창의 형태는 어디에서 보지 못한 독특한 구조로 보입니다.
리얼리치 샤리프 ㅣ 중요한 부분 잘 지적해주셨습니다. 그 결과의 근본적인 형태들은 카라왕Kerawang에 있는 바투자야Batujaya사원2)과 보로부두르Borobudur사원3)같은 오래된 석재 구조에서 영감을 얻었습니다. 이 구조물들은 아주 매혹적인데 그 이유는 첫째, 그것들은 지속적이고 창의적인 기술의 결과에서 나온 일종의 건축 작품이기 때문입니다. 둘째로 작품의 구조가 정체성을 찾기 위한 대담한 표현의 결과이며 세 번째로 이 작품들은 역설적으로 스스로를 주변과 조화롭게 하는 다중해석적 담론을 제기하며 그 경계를 확장하는 특징이 있습니다. 이런 특징을 프로젝트에 넣는 과정에서 현실적으로 우리의 상황에 맞게 형태를 변형하여 적용한 많은 반복적인 형태들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건물 내부로 자연광을 들이고 바람 길을 만들자는 구상이었습니다. 또한 더위 때문에 서쪽 파사드를 차단할 생각도 가지고 있었습니다. 디자인에서는 원시적 형태의 요소들이 실험적인 시도뿐 아니라 스튜디오를 대중과 연결시켜 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원 모양의 창을 비롯한 모든 형태들이 단순하고 원형적인 형태이기 때문인데 그것은 텍토닉적 문법, 물질을 다루는 것, 내가 느끼는 것을 만들고, 그리고 내가 만든 것을 느끼는 것은 이곳의 전통 문화와 기후에서 시작됩니다.
Q 주거의 형식은 기후4)조건이나 문화에 의해 그 상황에 맞게 변화되어 왔습니다. 지금까지 인도네시아에서의 주거의 변화는 어떤 흐름이 있었고 앞으로 어떤 특징으로 변할 것 같은가요?
리얼리치 샤리프 ㅣ 우리는 침략 이전의 시대, 식민지 시대를 거쳐 지금은 식민지 시대 이후의 시대입니다. 여러 부족의 풍요로움과 현대적인 삶이 조화를 이룬, 실로 다양한 나라이죠. 건축물이 지어지는 과정에 관해서, 아주 먼 미래의 인도네시아 건축은 아마도 새로운 기술과 전통적 기술을 연결하는 것이 덜 중요하다고 생각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우리는 때때로 산업 자체를 믿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우리는 우리의 문화 자체를 형성하는 인간이라는 존재에 대해 생각합니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들은 기존의 문화나 건축가들 사이에서 독특한 무언가를 만들어 낼 것입니다. 따라서, 우리는 우리의 방향을 공예 그리고 우리의 영감이 되는 실험들 사이의 가교로서 재정의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인도네시아는 특유의 방대한 다양성에서 기인한 독특한 배경을 가지고 있으며, 어떻게 하면 기존의 사고 방식에서 벗어나 더 많은 생각을 하는 동시에 전통을 잃어버리지 않고 혁신을 할 것인가가 과제이며, 기후와 문화가 그 기본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미래는 보다 다원적인 접근에 기반할 것이다. 우리는 기술과 건축을 어떻게 통합할 것인가에 있어서 다음에는 어떤 접근법을 사용하게 될 것인가에 대해 지금도 고민하고 있습니다.
리얼리치 샤리프는 2011년 리얼리치 아키텍처 워크숍을 설립하여 지역성과 수공예를 강조하는 건축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인도네시아 반둥 공과대학교를 졸업하고, 호주 뉴사우스웨일스 대학교에서 건축학석사 학위를 받았다, 이후 영국 포스터 앤드 파트너스와 싱가포르 디피아키텍츠에서 실무경력을 쌓았다, 2017년인도네시아 건축가협회 자카르타 어워드를 수상했으며, 직접 설립한 오마도서관을 통해 작가와 교육자로서 건축의 사회적 가치 실현에도 힘쓰고 있다.
바투자야는 인도네시아 서자바의 카라왕 바투자야 마을에 위치한 고고학 유적지. 고고학자들은 바투자야 사원들이 자바섬에 남아있는 가장 오래된 사원 구조물일 수도 있다고 제안하며, 기원후 5세기에서 6세기경 타루마네가라 왕국 시대에 지어진 것으로 추정. 이 유적지는 면적이 5평방 킬로미터이고 후누르(유물로 이루어진 높은 흙무덤)라고 불리는 최소 30개의 구조물을 포함하고 있다.
보로부두르는 인도네시아 중부 자바의 마젤랑 리젠시에 있는 9세기 대승 불교 사원. 이 사원은 세계에서 가장 큰 불교 사원. 이 사원은 9개의 겹겹이 쌓인 플랫폼, 6개의 정사각형과 3개의 원형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그 위에 중앙 돔이 있다. 보로부두르는 2,672개의 부조 판과 504개의 불상으로 장식되어 있다. 중앙 돔은 72개의 불상으로 둘러싸여 있으며, 각 불상은 구멍이 뚫린 부도 안에 자리 잡고 있다.
90년대 아시아의 건축가들이 모여 진행된 아시아포럼에서 나왔던 주제 단어 중 하나가 기후이다. 탈서구적 가치를 모색하고자 시작된 이 포럼에서 말레이시아 켄양이 주창했던 동남아시아의 몬순기후에 의한 ‘열대주의’가 보편적 동의를 얻으며 기후로부터 설명하는 건축적 갈래에 대해 고유의 문화나 식생, 기후가 모두 영향을 미치고 있기 때문이다. 기후에 의해 계절에 따른 바람과 비의 영향을 받고 그에 따라 식생이 자라며 그런 기후에 적응 또는 극복하기 위해 안신처인 집이 영향을 받는다. 재료는 구법과 연결되고 그러한 접근은 각 국의 차이에 의해 조금씩 다른 색깔을 띄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