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의 단면



저층형 다세대 주택에 대한 관심

Q 저층형 다세대 주택 작업이 기회가 많지는 않은데 이런 작업들을 하게 된 계기나 이유?

박창현 ㅣ 우리가 이제껏 살아왔던 주거의 형식들이 예전에는 단독 주택이 많았다가, 점점 아파트의 비율이 늘어났잖아요. 그러다 보니 어느 순간 주택과 아파트로 양립되고, 양립되는 사이에 아파트에 대한 비중은 점점 커지게 됐죠. 사실 단독주택보다는 저층형 집합 주택의 비중이 훨씬 높거든요. 물론 아파트에 비해서는 낮지만. 아파트에 대한 일반 대중들의 관심이나 거주하는 비율은 늘어나고 있는 반면에, 저층형 집합 주택에 대한 관심은 상대적으로 소홀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이 주택에 대한 새로운 제안들이 필요하지 않을까? 요구되고 있는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는 주거의 유형으로 저층형 집합 주택도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으로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습니다.



Q 다세대 다가구 주택들은 대부분 임대가 많고 사용자가 특정되기보다는 그 사용자가 계속 변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아무래도 건축가들에게는 더 어려울 수 있는데..

박창현 ㅣ 단독주택은 사용자가 어느 정도 결정되어 있는 상태에서 진행을 하다 보니까, 그들의 요구나 필요에 의해서 설계되는 방향성을 가지고 있죠. 반대로 저층형 집합주택 같은 경우에는 아직 대상이 정해지지 않는 상태에서 진행하다 보니까, 약간은 일반적인 유형들을 따를 수밖에 없는 한계가 있었거든요. 그런데 저희가 보는 장점 또는 비슷한 점은, 주택에서 개인이 가지고 있는 성격들을 드러낼 수 있는 기회가 어느 순간부터 임대주택이라고 할 수 있는 저층형 집합 주택에서도 조금씩 늘어나고 있다는 점입니다.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아파트보다는 상대적으로 평면을 구성하기 유연하기 때문에, 그런 제안을 하기에 훨씬 더 가능성이 있겠다는 생각도 함께 들었죠.



Q 공동주택, 다른 기타 용도 설계와  어떤 차이가

박창현 ㅣ 공동주택에서 더 미세하게 고민해야 되는 부분들이 있는 것 같아요. 공공의 영역에서 개인의 영역으로 넘어가는 과정에서 레이어를 많이 만들어서 얼만큼 부드럽게 연결하는지에 대한 것, 세대와 세대를 연결하는 복도와 계단들을 어떻게 만드는지에 대한 것, 주변 건물하고의 관계. 이런 내용들 하나하나가 굉장히 중요하다 보니까 고민하는 양이 훨씬 많다고 생각돼요.
단독주택 같은 경우에는 대상이 있다 보니까, 그들로부터 바로 피드백이나 확인을 받아가면서 결정하기가 조금더 수월해요. 그런데 공동주택은 누가 들어올지 모르는 거잖아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인의 요구나 특성을 보여줄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낸다는 게 훨씬 더 어려운 것 같아요. 익명의 공간들을 만들어내는 것과 동시에 공간의 특성을 살릴 수 있는 쪽으로 고민을 하다 보니까, 아파트처럼 위아래가 똑같이 올라가는 게 아니라 한 집 한 집의 성격, 형태, 크기가 다 달라지거든요. 다 다른 것들을 입체적으로 만들었을 때, 그것들이 온전하게 건물로 기능할 수 있도록 계획한다는 게 쉽지는 않아요. 저층형 집합주택임에도 불구하고 똑같은 평면으로 쭉 올라가는 게 일반적이기도 한데, 그러면 아파트랑 뭐가 다르겠어요. 아파트와도 다르고 주택과도 다른, 그 두 개의 단점들을 합쳐서 장점화 시킬 수 있는 결과를 만들어내는 것, 그게 저층형 집합 주택의 최대 메리트이기도 하죠.



Q 주택을 상품으로 바라보고 발전시키기는 지금, 그 부분에 대한 경계나 고민이 있다면?

박창현 ㅣ 그걸 조금 다르게 해석하자면, 그렇기 때문에 주택의 유형들이 풍부하게 발전되어 왔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저층형 집합주택 같은 경우에는 평면이 발전할 수 있었던 계기나 기회가 상대적으로 훨씬 적었던 거죠. 지금까지 우리가 익숙해있던 틀에 박힌 다가구, 다세대라고 하는 그 유형에서 조금 다른 시도들이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 듭니다. 모든 다가구, 다세대가 개인의 요구를 반영하고 상품화 가능성이 있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지금 시대의 큰 흐름으로 보면 이 많은 젊은 세대들은 그런 것들을 요구하고 있는 것 같아요. 그래서 다가구, 다세대 시장도 조금 더 다양하고 풍부한 접근이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이 듭니다.



Q 일반적인 상품에 반하는 공간을 계획할 때 어려움이 많았을것 같은데..

박창현 ㅣ 사람과 사람의 관계를 어떤 조건에 의해서 얼만큼 조절할 것인지를 많이 고민해야 합니다. 더 긴밀하게 할 것인가, 훨씬 더 느슨하게 할 것인가, 얼만큼 개입해서 조절할 것인가. 그 부분이 현재 제일 큰 숙제이고요. 같이 살고 있는 사람들끼리의 유대나 관계에 관심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모인다고 하면, 훨씬 더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생각하고, 결국은 입주자가 완성시켜나갈 것 같아요.



Q 작업을 진행할 수록 어려워지는지 수월해지는지?

박창현 ㅣ 새롭게 들어올 사람들이 어떤 집을 요구하고 있는지 빨리빨리 캐치하면서 개선해 나가고 있습니다. 꾸준한 리서치가 필요하고 어떤 점이 모자랐는지 깨닫는 과정을 거쳐서 계속 발전시켜 나가고 있죠. 앞으로 어떤 집이 더 요구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은 저희의 큰 숙제이기도 하고 과정이기도 합니다.




저층형 집합 주택의 가능성

Q 공동체 주택에 참여하게된 배경이나 프로젝트의 설명을 더 해달라

박창현 ㅣ 이런 작업을 하기 위해서 맨 처음에 시작했던 것은 동네에 대한 리서치였어요. 저희가 그 동네에 대해서 잘 모르다 보니까, 도로는 어떤 상태이고, 역사적으로는 어떠했으며, 그 역사적인 상황에 의해서 지금 동네를 이루고 있는 구성원들의 특성과 연령대는 어떤지, 거주 기간들은 어느 정도인지, 어떤 변화를 겪으면서 동네가 바뀌고 있는지 하는 부분을 면밀히 조사했습니다. 그렇게 원래부터 동네에 있던 성격들을 끄집어내는 작업부터 시작하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여기는 다른 동네에 비해서 어떤 특징이 있는지 알게 되고, 그런 특징들을 조금더 발전시켜 나갈 수 있는 프로그램들이 각각의 건물과 함께 들어오게 되죠. 그런 프로그램들에 의해서 주변의 건물과 연결될 수 있는 가능성을 보고 있습니다. 건물들이 몇 개 완성되고 난 다음에 어떤 변화들이 있는지도 조사할 생각입니다.



Q  구체적으로 물리적인 모습을 그려본다고 하면 어떤 모습일까요?

박창현 ㅣ 건물을 설계하다 보면 결국, 도로랑 건물 사이에 남는 사유 공간들이 필수적으로 생길 수밖에 없거든요. 공공의 영역과 전용 공간이었던 건물 사이의 영역을 저희가 어떻게 풀어내는지에 따라서 작은 공공의 영역으로써 역할을 해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예를 들면 어반 퍼니처의 개념으로 식재들이 들어온다든지, 연로하신 분들이 걷다가 잠깐 쉴 수 있는 의자가 있다든지, 그늘이 있다든지 하는 것만 있더라도, 충분히 도로에서 접근할 수 있는 매개 역할을 할 수 있거든요. 1층에는 주차장이 있기도 하지만 상가들도 있어요. 프로그램 마다 다르긴 하겠지만, 상가는 누구나 접근할 수 있는 공간이기도 하잖아요. 길을 걷다가 뭔가를 사러 들어간다든지 하면서 건물이랑 연결될 수 있는 가능성도 있는 거죠.



Q 중요하게 생각하면서 놓치지 않고 싶은게 있다면?

박창현 ㅣ 예전에 주택을 바라봤던 관점은 용도는 무엇이고, 방이 몇 개고, 몇 평이냐에 대한 것이었다면, 앞으로의 시대는 양적인 걸로 평가되지 않고 질적인 부분으로 넘어가는 것 같아요. 그런 면에서 건물 내부에서의 공간적인 퀄리티도 있어야 하고, 거기서 사는 사람의 삶의 질도 같이 올릴 수 있는 내용들이 포함되어야 한다고 봅니다. 그런 부분이 1층에서의 라운지라든지, 공용 공간의 복도와 계단에서의 상황이라든지, 개인 영역의 구성 또는 공간적인 퀄리티를 포함해서 다양하게 접근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또 한편으로는 다가구, 다세대라고 생각하는 저층형 집합 주택의 평당 공사비도 지금보다 높아진다고 하면, 그에 대한 장점은 당연히 가져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Q 저층 주거지의 다루면서 미래 비전이나 기대하는 모습

박창현 ㅣ 동네의 관점으로 보면, 개인의 필지뿐만 아니라 공공의 필지들도 있거든요. 그런 공공의 필지들을 어떻게 재배치하고 동네에 필요한 구성 또는 프로그램을 마련하느냐에 따라서, 동네에서 공공의 역할이 훨씬 더 많아질 수 있고, 또 그래야 한다고 생각이 들어요. 동네 구석구석에 놀이터들은 있거든요. 그런데 그 동네에는 어린이가 별로 없어요. 오히려 나이 든 분들이 많다고 하면 그들을 위한 쉼터를 만들어주는 게 훨씬 맞는 거죠. 동네는 계속 바뀌거든요. 바뀌는 것에 대해서 대응할 수 있도록 공공이 관심을 계속 가져야 하는데, 그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것 같아요.
또 하나는, 개인의 영역에서 공공의 영역으로 나갈 수 있는 접점에서 어떤 제스처를 취해주는지에 따라서 동네가 훨씬 더 빨리 바뀌어질 수 있지 않을까 해요. 사실 건물 안에서의 변화들은 그 안으로 들어가 보지 않으면 알기 어렵잖아요. 반대로 접점 영역의 변화들은 바로 바로 눈에 보이거든요. 그러면 동네의 구성원들은 그 영역들을 보면서 변화를 경험하기 시작하고, ‘우리 동네가 어떤 새로운 시도에 의해서 바뀌고 있구나’ 생각하면서 같이 즐길 수 있는 준비가 되고, 어떤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로 이어질 수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그리고 1인 거주자들을 위한 아파트는 아직까지는 많지 않거든요. 그런 면에서 다가구, 다세대가 해야 하는 역할들이 분명히 있죠. 지금은 개인이 원하는 주택의 유형이 다양한 시대라는 점을 보면, 저층형 집합 주택에서 그것들을 제안할 수 있는 기회가 훨씬 더 많다고 생각합니다.





주거에서 관계 나 - 이웃


우리가 살아왔던 주택의 유형 중에 아파트와 다가구, 다세대가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고 이야기를 드렸지만, 그 속에 살아왔던 우리 자신들을 되돌아보면 우리한테 이웃이 있었나, 옆집 사람이 있었나 싶기도 해요. 공동주택임에도 불구하고 다 분리되어 있거나, 프라이버시라는 이름으로 전부 다 떨어져 있었거든요. 물론 아파트 같은 경우에는 훨씬 더 대규모이다 보니까 인원 수가 많아지면 그만큼 익명성이 드러날 수밖에 없는 한계가 있잖아요. 반대로 다가구, 다세대 저층형 집합 주택 같은 경우는 서로 모르고 지내기에도 힘든 정도의 인원수인데, 아파트에서의 단점들을 계속 가지고 설계하는 점이 아쉬운거죠.
전용률이라고 이야기하는 개인의 영역들도 물론 중요하지만, 한편으로는 공용부에 대해 너무 소홀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지금은 1,2인 주거로 많이 바뀌어 왔잖아요. 그러다 보니까 개인이 가지고 있는 외로움이라든지, 여러 사회적인 문제들이 하나씩 하나씩 드러나고 있거든요. 그래서 한 명이 살고 있는 이 집들을 계속 분리시키는 것이 맞는가 하는 생각이 들어서 그 한 명, 한 명의 집들을 조금 느슨하게 연결하자는 의미에서, 예전과 똑같은 이웃의 개념은 아니지만 좀더 유연한 관계들을 만들어내는 집이 필요하다는 생각입니다.



Q 작업 과정에서 바라는 점이나 아쉬움이 있다면?

박창현 ㅣ 저층형 집합 주택은 1세대 정도로 구성된 하나의 건물이기 때문에 세대수 제한이 있고, 조합을 연결시킬 수 있는 가능성이나 밀도가 적절하다고 생각이 들어요. 반면에 밀도가 높은 고층 아파트에서 이런 종류의 커뮤니티와 느슨한 관계를 유지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한 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10세대 이하 주택에서 사람들의 관계는 어떤 것이 좋다는 결과를 얻고, 그런 건물들이 모여서 동네가 어떻게 바뀔 수 있는지를 얻었다고 하면,  훨씬 더 많은 양의 주거 유형인 아파트에서는 또 어떤 방식으로 그것들을 보여줄 수 있을까 또는 가능성이 있을까 궁금하기도 합니다. 어떤 중심 역할을 할 수 있는 공간이 있고, 그 공간과 공용 공간은 어떻게 구분할 것인지, 세대와의 연결은 어떻게 할 것인지에 따라서 가능성이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Q 프라이버시와 ???

박창현 ㅣ 이전까지 인지하고 있던 프라이버시라는 단어와 지금 밀레니엄 세대가 느끼고 있는 프라이버시는 성격이 다른 것 같아요. 언제든 자기의 시간과 영역을 가질 수 있고, 자기가 원하는 시점에는 그것들을 열어서 외부의 사람들이나 공간으로 연결해서 유연하게 만들어낼 수 있는 게 현재 젊은 친구들이 느끼고 있는 프라이버시라고 생각합니다. 프라이버시의 개념이 바뀐 것에 대해 공간의 변화도 필요하죠.



Q 사소한 부분이라도 혹시 그런 변화된 프라이버시를 적용한 집에서의 변화가 있다면?

박창현 ㅣ 개인의 공간과 공용 공간인 복도가 있으면, 그 사이에 항상 문과 벽이 있었잖아요. 그런데 저희는 아주 큰 창으로 그것에 대응하기도 하고, 벽을 열어서 공용 공간과 개인 공간의 경계를 없애고 확장된 공간을 만들기도 합니다. 나 혼자의 시간을 원한다면 그 부분을 닫으면 되고, 외부에 있는 사람과 연결을 원한다고 하면 그 부분을 살짝 열면 확장되는 거죠.



Q 꼭 찍어서 아파트 보다 좋은 점?

박창현 ㅣ 저희가 경험한 바로는 외롭지 않다는게 제일 큰 내용이었어요. 외롭지 않다는 게 단순히 옆집 사람이랑 적극적인 유대가 있어서가 아니라, 내가 필요로 할 때 그 사람이 달려와줄 수 있고, 그 사람이 원한다고 하면 내가 시간이 허락하는 한 도와주거나 뭔가 같이 할 수 있는 심리적 연결인 거예요. 1,2인 세대가 늘면서 외로움은 따라올 수밖에 없거든요. 어쨌든 사회적 동물이기 때문에 누군가와 연결되고 싶은 습성은 지울 수가 없는 건데, 어쩔 수 없이 혼자 살아야 할 때, 집이라는 공간이 약간의 위로와 위안을 받을 수 있는 공간이어야 한다고 생각하거든요. 사실 아파트에서는 그런 부분에서 한계가 있죠. 논문에 의하면 어느 정도의 관계가 유지되는 인원수가 8명에서 12명 사이라고 해요. 딱 저층형 집합주택 규모에 맞는 상황이거든요. 그 정도의 규모가 가지고 있는 심리적 안정성과 편안한 관계가 큰 강점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Q  저층형 주택에 대한 관심이 왜 소홀했을까

박창현 ㅣ 일반적으로 다가구, 다세대, 저층형 집합 주택에 대해 가지고 있는 이미지라는 게 있잖아요. 그 안 좋은 이미지로부터 빨리 해방될 수 있는 상황이 됐으면 좋겠고, 그렇게 하기 위해서 좀더 노력해야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죠.



Q 안 좋은 인식이 무엇에서 왔을까?

박창현 ㅣ 서울의 인구가 폭발적으로 늘어났던 8,90년대에, 다가구와 다세대라고 하는 유형들이 법제화되면서 새로 생기게 됐거든요. 그러면서 동네에 있던 단독주택들이 일시에 많은 변화가 생겼죠. 그 짧은 시기에 너무나 많은 다가구, 다세대들이 한꺼번에 지어지다 보니까 정말 천편일률적인, 재료도 똑같고 형태도 똑같고 사용하는 용도도 똑같은 건물들이 생겨났어요. 그리고 시공자의 퀄리티가 높지 않다 보니까 주택의 품질이 떨어질 수밖에 없었던 상황도 있죠. 그런 시대적인 상황에 의해서 생긴 다가구, 세대가 가지고 있는 한계와 나쁜 인식이 있는데, 이제 그 부분이 조금 달라질 수 있다고 생각이 들어요. 현재 단독주택이 다시 다가구, 다세대로 바뀌고 있는 것도 있지만, 오래되고 품질이 좋지 않은 주택들도 서서히 바뀌고 있는 추세이기도 하거든요. 전환기를 맞이하게 됐는데, 이 시점에서 어떤 다가구, 다세대를 제안하고 짓느냐에 따라서 앞으로는 그 인식이 바뀔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Q 저층 주거지의 미래에 대해서.. 어떤 모습이 될까요?

박창현 ㅣ 아마 아파트로 대체하기는 어려울 거라고 생각이 들고, 아파트가 가지고 있는 장점과 단독주택이 가지고 있는 장점을 적절하게 모아서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저층형 집합 주택이 가지고 있던 안 좋은 이미지들이 새롭고 좋은 제안들에 의해서 바뀌기 시작하면, ‘이런 집에서 이런 관계로 살고 싶어’라고 하는 사람들이 점점 늘어날 거라고 보고 있습니다. 저층형 집합 주택의 장점을 잘 모은 결과가 있으면 아주 좋은 대안 중에 하나가 될 수 있을 거예요.



나와 집의 관계

Q 집에서 경험하는 관계가 중요해지는 것 왜 그렇게 변화되고 있을까

박창현 ㅣ 예전 사람들은 노동시간이 길어서 집에서는 거의 잠만 잤다고 하면, 지금은 일을 하는 공간이랑 거주하는 공간이 많이 붙었죠. 내가 생활하는 공간에서 일을 하기도 하고, 누군가를 만나기도 하면서 다양한 역할을 갖는 통합된 공간으로 점점 바뀌고 있거든요. 그러니까 집에 대한 개념도 그에 따라서 계속 바뀌는 거죠. 예전에는 집 안에서의 다양한 기능들을 공간별로 구분했다고 하면, 지금은 하나의 큰 공간 안에 다양한 기능들이나 용도가 실제로 가능할 수 있는 변화들이 주거에서 보이고 있죠. 그러다 보니까 공간 따로, 가구 따로가 아니라, 공간과 가구와 가전이 모호하게 하나로 묶여지는 상황들이 계속 보여지고 있죠. 그렇게 되면 훨씬 더 특성이 살아 있는 영역이 되지 않을까 생각이 듭니다. 저희가 지금 여덟 집의 특성을 다 다르게 구성하고 있는 작업도 있는데요, 완성되면 어떤 반응들이 있을지 궁금하기도 합니다.



Q 8개의 집이 있으면 8개의 집을 다르게 만든다…그럼 100개의 집이 있다고 하면..?

박창현 ㅣ 서로 다른 유형들을 어떻게 조합하고 어떻게 그루핑하는지에 따라서 결과가 달라지지 않을까 생각해요. 600세대를 10개로 나눈다고 하면, 그 안에서 어떻게 조합하느냐에 따라서 결과가 달라질 것이고, 한 그룹 안에서 뭔가를 할 수 있는 구심점이 되는 공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런 구심점 역할을 하는 공간들이 지금보다 더 많이 만들어지고 잘 연결된다면 훨씬 더 다양한 유형의 주택과 관계들이 만들어질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Q 이러한 변화 관점에서 최근 가장 주목하고 있는 것과

박창현 ㅣ 요즘 ‘공간의 자기화’ 라는 말에 대해서 많이 생각하고 있어요. 하나의 똑같은 공간이라 하더라도 개인이 들어가면 그 사람에 의해서 공간이 변하듯이, 자기의 성향과 잘 맞아 떨어져서 자신을 표현할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고 보거든요. 그렇게 선택할 수 있는 공간들이 앞으로는 더 많이 나왔으면 좋겠어요. 예전에는 자기의 취향을 보여주기 위한 것들이 가방이나 자동차였다고 하면, 앞으로는 자기가 살고 있는 주거 또는 공간이 자기를 보여줄 수 있는 중요한 부분으로 이야기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Q 무언갈 돌보는 시간이 늘어났다는게 큰 변화로 느껴진다.

박창현 ㅣ 저희가 건물에 반려식물을 계속 연결하는 이유는, 자연이 자기 공간 안으로 들어오는 순간 식물들을 케어하는 그 과정이 자기 삶의 질을 올려주는 큰 요소라고 생각하기 때문이에요. 자연이 내 근처로 가까이 옴과 동시에 삶의 퀄리티는 같이 올라가니까요.
자기의 영역이 시간이랑 합쳐져서 건물과 자기가 연결되는 시점이 만들어진다고 하면, 그 집이나 건물에 대해서 애정을 가지고 무언가를 했을 때 그 공간과 훨씬 더 가까워질 수 있죠. 그런 시간들이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그 공간은 자기화되거든요. 공간의 자기화가 되는 과정이 중요하기도 하고, 그런 공간에 자기가 머무는 순간 위안을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게 공간이 주는 큰 매력 중에 하나인 것 같고, 단독 주택이나 저층형 집합 주택의 장점이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