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rch
공동체 복원을 위해 집이 할 수 있는 일



서울 주택가를 가득 채운 붉은 벽돌의 다세대주택은 1980년대 ‘집 장사’의 상징이다. 주거 경험의 질보다 시세 차익이 중요할 때 집은 이분법적 프레임에 갇힌다. ‘내 재산인가, 내 재산이 아닌가.’ 이런 사고 안에서 이웃과 마주칠 수 있는 공용 공간은 무가치하다. 많은 다세대주택의 공동출입구, 계단, 복도가 햇빛이 들지 않는 북쪽에 허름하게 자리하는 이유다.

공동주택 브랜드 ‘써드플레이스’를 이끄는 박창현 소장은 사유와 공유, 프라이버시와 공동체 연결이라는 두 축 사이에서 다양한 건축적 실험을 한다. 2년여 전 입주를 마친 ‘써드플레이스 홍은2’가 대표적 사례인데, 다섯 가구 이웃이 자연스럽게 마주치고 연결될 수 있도록 공용 공간의 매력을 극대화시켰다. 1층에는 공용 라운지와 근린생활시설을 두고, 층마다 공용 화단이나 외부 거실을 마련했다. 공용 공간이 좋아지자 주거 경험의 질이 올라갔고, 결국 ‘내 집’에 대한 만족도가 올라갔다. 최대 전용 면적이 최대 수익을 가져다준다는 업계의 선입견에 균열을 낸 것이다.

삶의 거의 모든 영역에서 개인화된 취향이 반영되는 시대에 왜 유독 집은 어느 도시를 가도 똑같은 모습일까. 공급자 중심의 대량 생산이 언제까지 유효할까. 메타버스 시대임에도 우리가 이웃집 혹은 동네 상점들과 연결되어야 하는 이유는 뭘까. 더불어 행복한 집의 미래를 그려보기 위해 박창현 소장과 긴 대화를 나누었다.



Q 에이라운드건축을 운영하면서 공동 주택 실험을 위한 브랜드 ‘써드플레이스’를 별도로 만드셨습니다. 그 이유와 이름의 의미부터 여쭙고 싶어요.

박창현 ㅣ ‘제3의 공간’이라는 개념은 미국 사회학자 레이 올덴버그(Ray Oldenburg)가 주창한 것입니다. 집이 제1의 장소라면 노동의 공간인 직장은 제2의 장소인데, 삶의 만족도를 위해선 이 둘 외에도 건전한 공동체 공간인 제3의 공간이 꼭 필요하다고 주장했어요. 의무적 관계로부터는 벗어나서 자연스럽게 타인의 존재를 느낄 수 있는 공간, 예를 들어 카페, 교회, 도서관, 공원, 양로원 등이지요. 써드플레이스 브랜드를 통해 집합주택 안에서 집과 집 사이의 공용 공간의 가능성을 실험하고 싶어서 이런 이름을 짓게 되었어요.



Q 홍은동 안에서만 반경 400미터 안에 총 8채의 써드플레이스를 짓거나 지을 계획이라고 알고 있어요. ‘직주근접’, ‘식재’, ‘반려동물’ 등 건물마다 각기 다른 컨셉의 공동 주택 실험을 하신다고요.

박창현 ㅣ 써드플레이스 홍은2는 입주민끼리 한 달에 한 번 식사하는 ‘일월일식’과 식자재를 함께 키우는 ‘텃밭이룸’ 프로그램을 운영해요. 먹는 행위를 통해 공동체 복원을 할 수 있을지 실험하기 위해 1층에 식음료 근린생활시설 공간을 배치했고요. 써드플레이스 홍은3은 ‘수작업’이 매개가 돼요. 손으로 뭔가 만드는 입주민들이 모여 살고, 1층 공동 라운지는 리페어 숍 기능을 넣어 주변 이웃도 이용할 수 있게 할 예정이에요. 써드플레이스 홍은5는 ‘직주근접’을 실험했어요. 아이디어는 시골 재래시장 상점에서 얻었죠. 옛상점을 보면 길이 있고, 길가에 상점이 있고, 상점 안쪽에 가게 주인이 사는 방이 있잖아요. 길-상점-집이 연결되는 방식을 홍은5에 반영해서 입주민들이 개인 공간 일부를 쇼룸이나 디스플레이 공간으로 쓸 수 있도록 설계했어요. 써드플레이스 홍은6은 ‘식물’이 매개예요. 홍은동이 오래 전부터 감나무가 많았고, 이웃끼리 감을 나누는 정이 지금도 남아있는 동네거든요. 그런 동네 아이덴티티를 살려서 1층 전체 면적을 필로티 주차장 대신 조경 공간으로 만들어서 주변 이웃도 향유할 수 있게 할 예정이에요. 써드플레이스 신림은 ‘고양이’가 매개예요. 그 동네가 유독 길고양이가 많거든요. 더불어 사는 이웃의 범위를 확장해보고 싶었어요. 써드플레이스 신림은 고양이 집사만 입주할 거고, 1층 공용 공간은 동물병원 같은 근린생활시설이 들어갈 거예요. 집과 집 사이 사람 동선과 고양이 동선을 입체적으로 분리시켜서 고양이끼리 집을 오갈 수 있는 방법도 계획했어요. 사적 공간인 집을 이웃과 나누는 것이 뭐가 좋을까 싶겠지만, 그간 에이라운드건축을 운영하면서 경험한 건축주 반응은 달랐어요. 타인과 같이 나눌 때 집에 대한 만족감도 높아지고, 집을 더 가꾸고 싶어진다고 이야기하는 건축주들이 있었죠.



Q 써드플레이스 홍은2의 특징은 공용 공간에서 사적 공간으로 진입하는 과정과 내용이 여러 레이어로 이루어져 있다는 점이에요.

박창현 ㅣ 보통의 다세대주택은 도로에 붙은 자동문이 있고, 비밀번호를 노출시키지 않기 위해 애쓰면서 공동현관으로 들어가요. 불안감을 품고 컴컴한 계단을 올라 집으로 들어가죠. 이 과정이 너무 단순하고, 심리적 안정감이 없어요. 공적 공간에서 사적 공간으로 이동하는 전이 공간에서의 경험을 풍성하게 설계하면 안정감이 올라가거든요. 도로에 난 작은 게이트, 게이트를 지나 안뜰로 걸어오는 시간, 그때 눈에 들어오는 1층 근린생활시설의 포근한 조명, 공동현관을 지나 이웃집 앞으로 난 쾌적한 복도와 계단을 돌아 자기 집 대문 앞에 서는 경험은 전자의 경험과 다르지요. 1층의 근린생활시설이 그런 심리적 안정감을 준다는 것은 실제 입주자들이 말해주어서 알게 되었어요.



Q 그렇게 레이어가 풍성하면 ‘여기에서부터 내 집이야’라고 감지하는 기준이 개인마다 다를 것 같아요.

박창현 ㅣ 개인마다 다르죠. 저희는 사적 공간과 공용 공간 사이에 정확한 물리적 구분을 두지 않는다는 지향점이 있어요. 그러면 입주자가 자기 삶에 꼭 맞게 공간 활용을 하기 위해 창의적으로 생각할 수밖에 없거든요. 일례로 공사 예정인 써드플레이스 홍은8은 전용과 공용을 교집합으로 만들어서 상황에 따라 이웃끼리 소통해서 오늘은 우리집이 어디에서부터 어디까지 향유할지 정할 수 있게 했어요. 공간의 기능이 상황에 맞게 늘었다가 줄어들게끔 설계한 거죠. 주택 공급자가 3LDK라는 식으로 공간의 기능을 규정하는 방식이 동시대 라이프스타일과 과연 맞나 싶어요.



Q 실제로 주거 안정기에 접어든 이후 가장 잘 작동하는 공용 공간은 어디였나요?

박창현 ㅣ 의외로 1층 라운지에 있는 건조기가 가장 잘 쓰이더라고요. 매일 거의 쉬지 않고 돌아갔어요. 세탁물을 넣어 놓고 자리를 비운 이웃에게 카톡으로 연락을 하거나 자기 집으로 올라가는 길에 이웃 세탁물을 가져다 주면서 자연스럽게 스킨십이 생기더라고요. 반면 외부 거실에 둔 테이블과 의자는 딱 그 용도로만 쓸 뿐 개인 맞춤으로 응용을 하지는 않아서 다소 아쉬웠어요.



Q 공용 공간을 위한 가전을 기획한다면 어떤 방향으로 디자인되어야 할까요?

박창현 ㅣ 공용 공간은 보통 그리 넓지 않기 때문에 하이브리드 가전이 맞지 않을까 싶어요. 여러 기능이 합쳐졌을 때 시너지를 만들어낼 수 있는 가전이요.



Q 써드플레이스는 내부 사적 공간 평면도 모두 제각각이라는 점에서 보통의 집합주택과 차별점이 있어요.

박창현 ㅣ 모두가 비슷한 삶을 추구하는 전체주의 문화가 유효했던 때가 있었지요. 이제는 그런 시대가 아닌데, 이상하게도 주거는 전체주의 문화에서 아직 벗어나지 못하고 있어요. 아파트를 보면 브랜드만 다를 뿐 평면도는 똑같잖아요. 하물며 지리적 조건과 로컬 아이덴티티가 완전히 다른 부산, 여주, 전주의 집도 평면이 다 똑같아요. 참 이상하지 않나요? 자기 아이덴티티를 각인시키고자 하는 욕구가 강한 MZ세대가 획일화된 집을 좋아할 리 없어요.



Q 모든 집의 평면이 다르고, 사적 공간-공용 공간 기준도 유연한 집에서 살아보는 경험이 사람들의 행동이나 인식에는 어떤 영향을 줄까요?

박창현 ㅣ 좋은 집을 정의하는 가치 판단 기준이 다양해지죠. 면적이 크다고 무조건 좋은 집이 아닌 거예요. 공간적인 특징이 자기 삶과 잘 어울리는 집이라면 조금 좁아도 가치를 알아보고 비용을 지불할 거예요. 저는 단순하고 미니멀한 공간이 꼭 좋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어딘가 튀어나오거나 들어가거나 뻥 뚫려 있거나 하는 식으로 ‘공간적인 주름’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입주해서 살 때 추억을 만들어내는 중요한 도구이자 창구가 되거든요. 그런 기억이 쌓이면 집이 자기화되는 거예요. 자기와 점점 연결되면 애착이 생기죠. 공간에 애착이 생기면 가꾸기 시작해요. 가꾸는 사람들이 모여 살면 건물도 훨씬 더 오래 잘 쓰일 거고요.



Q 집의 평면이 다이내믹해지면 덩달아 가전도 모습을 바꾸게 될 것 같아요. 써드플레이스 프로젝트를 해오시면서 느낀 가전의 한계나 아쉬움이 없었는지 궁금해요.

박창현 ㅣ 기술력, 편리성 다음의 무언가를 고민해야 한다고 봐요. 귀찮을 수도 있지만 개인의 다양성에 맞춰 변형 또는 변경 가능한 감성을 전달할 수 있어야 하는데, 아직은 가전이 그냥 기계로 끝나버리는 것 같아요. 편리함이 중요할 때도 있었지만, ‘내용이 있는 불편함’을 원하는 소비자도 있거든요. 예를 들어 앞서 설명한 써드플레이스의 공동출입구 경험은 재빨리 집안으로 쏙 들어가고 싶은 사람에게는 번거롭게 느껴질 거예요. 기능만 생각하면 최단 진입로를 만드는 게 맞죠. 편한 것이 1순위가 아닌 시대가 오고 있다고 생각해요.



Q 한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1990년대~2000년대 태어난 아이들에게는 옆집 사람과 소통하는 기회조차 사라진 거예요. 관계를 맺는 본능조차 사라져버리는 게 아닌가 걱정이 될 정도입니다.” 공감이 되면서도 한편으로는 ‘물리적인 이웃과의 관계성이 가져다 줄 수 있는 좋은 점이 정확히 무엇이지?’라는 질문이 들기도 했어요. 젊은 세대는 전화로 주문하는 것조차 부담스러워서 배달 앱을 선호하고, SNS와 메타버스 등 온라인 공간에서 다양한 관계를 맺고 있기도 하거든요. 굳이 이웃집이나 동네 상점과 연결되어야 하는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는지요?

박창현 ㅣ 써드플레이스 홍은2의 여성 입주자들이 이야기 해줬어요. 1인 가구 여성의 치안 불안은 결코 작지 않거든요. 만약 자신이 위험에 노출되어도 알고 지내는 윗집, 아랫집 사람이 있다면 언제든 도움을 요청할 수 있어서 심리적 안정감이 든대요. 건물의 질은 삶의 질과 연결돼요. 비싼 자재를 쓴다고 좋은 집이 아니거든요. 얼마나 심리적 안정감을 주는지가 결국 삶의 퀄리티와 연결돼요. ‘개인 혼자서 할 수 없는 일이 많다’는 자각을 하면 공동체의 중요성을 깨닫는 것 같아요. 일본이 예가 될 수 있어요. 동일본대지진을 비롯한 커다란 자연재해를 겪으며 일반 시민들도 개인의 나약함을 크게 경험했지요. 건축가들 역시 공감대를 가지고 위기 상황에 대처하는 집과 마을의 모습을 제시했고요. 한국은 아직 그 정도로 큰 자연재해를 겪진 않았지만, 고령화 이슈가 있어요. 혼자 살 수 없는 사람들을 위한 주거 모델은 앞으로 계속 필요할 거예요.



Q “1인 가구는 4~10명 정도인 커뮤니티에서의 유대가 적당하고, 3인 가족끼리라면 25인을 넘지 말라”는 말씀을 하신 적이 있어요. 공동체 복원을 위해 하드웨어적인 설계만 하신 게 아니라 프로그램을 기획하시기 때문에 여쭙고 싶어요. 좋은 커뮤니티 프로그램을 기획하는 사람들이 꼭 염두에 두어야 할 점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박창현 ㅣ 고층 아파트에서는 익명성을 유지할 수 있지만, 예를들면 다섯 가구가 사는 써드플레이스에서 익명성을 유지할 수 있을까요? 그런 이유에서 고층 아파트보다 저층 다세대주택이 공동주거 형태로 더 적합하다고 생각해요. 익명성을 유지할 수 없으면서 자연스럽게 스킨십이 일어나는 규모인 거죠. 대규모로 사람을 모아놓고 사업자 주도로 프로그램을 돌린다고 커뮤니티 유대감이 생기는 게 아니에요. 시간과 비용을 들이면 잠깐은 반짝 되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겠죠. 하지만 커뮤니티는 억지로 만들 수 없고, 생활 안에서 자연스럽게 만들어야 해요.



Q 이제 동네 이야기를 해보려고 해요. 건물을 짓기 전에 건물이 들어설 각 동네의 특징과 이야기를 열심히 살피시는 것도 기억을 재료로 삼아 획일화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이겠죠?

박창현 ㅣ 구청홈페이지에 가면 아무도 안 읽는 동네 역사가 쓰여있거든요. (웃음) 그런 것이 다 스토리텔링의 재료가 돼요. 저는 동네가 가진 기억을 지키고 보완하고 연결하는 건물을 짓고 싶어요. 어느 동네나 볼 수 있는 스타벅스, 올리브영 등의 프랜차이즈 매장으로 채워지는 순간 그 동네에 가야하는 이유가 사라져요. 각 동네 이야기에서 끄집어낼 수 있는 내용, 그와 연결시킬 수 있는 상점이 생긴다면 로컬의 색깔과 아이덴티티가 잡히겠죠. 그러면 젠트리피케이션도 덜할 거고요.



Q 팬데믹 이후 5도2촌, 세컨하우스, 워케이션 열풍 등으로 자연 가까이에서 살고자 하는 경향이 감지되는데요. 도심과밀 현상이 앞으로 어떨 것이라 예상하시나요? 공동주거 형태가 서울 이외의 대도시나, 혹은 로컬에도 확산될 것이라고 생각하시나요?

박창현 ㅣ 도심과밀 현상은 줄어들지 않을 거예요. 일본, 유럽 등 해외 사례를 봐도 동일해요. 젊은층이 다시 구도심으로 돌아와서 리노베이션을 열심히 하는 흐름이 있어요. 노후화된 위성도시 아파트에 살고자 하는 이들이 점점 줄어서 공동화 되는 현상도 있고요. 지역 아이덴티티를 발굴해서 끄집어내지 않고 여느 도시에서 볼 수 있는 상점이나 문화를 그대로 받아들인 로컬의 경우는 인구 소멸을 막기 어려울 거예요. 이미 고령화와 인구 소멸을 겪고 있는 일본은 로컬의 관공서나 문화 공간을 이용할 인구가 없어서 애물단지가 되었어요.



Q 비가역적인 변화는 또 무엇이 있을까요?

박창현 ㅣ 개인의 아이덴티티에 맞는 공간을 찾으려는 욕구는 연령 불문하고 계속될 거예요. 다양성에 대한 요구는 결코 줄어들지 않을 거란 뜻이죠. 인구가 줄면서 사회 계층 간의 분리 현상은 조금 덜하는 쪽으로 바뀌지 않을까 싶어요. 또한 가부장제에 동의하지 않는 여성들이 늘 거라는 점도 비가역적 변화이죠. 사람은 누구나 자기랑 케미가 잘 맞는 사람을 곁에 두고 싶어하거든요. 비혼을 선택한 여성들이나 비거니즘을 실천하는 사람들 등 가치관이 잘 맞는 사람들끼리 공동체를 이루고 살고자 하는 욕망도 강해질 거예요. 자기만의 프라이버시를 지키는 공간과 타인과 유연하게 어울릴 수 있는 공간을 함께 두는 삶에 대해 미리 준비할 필요가 있어요. 예를 들어 시골에 있는 경로당을 보세요. 각자 자기 집이 있지만, 눈만 뜨면 다 모이고, 음식 하는 것도 귀찮으니 저마다 조금씩 들어와서 함께 나눠 먹고, 하루종일 실컷 함께 놀고, 잠은 각자 집으로 돌아가 잔단 말이죠. 이런 경험이 앞으로는 도시 안에 사는 모든 연령에게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해요.




“편리함이 중요할 때도 있었지만, ‘내용이 있는 불편함’을 원하는 소비자도 있어요.”


"단순하고 미니멀한 공간이 꼭 좋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어딘가 튀어나오거나 들어가거나 뻥 뚫려 있거나 하는 식으로 ‘공간적인 주름’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입주해서 살 때 추억을 만들어내는 중요한 도구이자 창구가 되거든요. 그런 기억이 쌓이면 집이 자기화되는 거예요.”


“건물의 질은 삶의 질과 연결돼요. 비싼 자재를 쓴다고 좋은 집이 아니거든요. 얼마나 심리적 안정감을 주는지가 결국 삶의 퀄리티와 연결돼요. ‘개인 혼자서 할 수 없는 일이 많다’는 자각을 하면 공동체의 중요성을 깨닫는 것 같아요.”


"사람은 누구나 자기랑 케미가 잘 맞는 사람을 곁에 두고 싶어하거든요. 비혼을 선택한 여성들이나 비거니즘을 실천하는 사람들 등 가치관이 잘 맞는 사람들끼리 공동체를 이루고 살고자 하는 욕망도 강해질 거예요. 자기만의 프라이버시를 지키는 공간과 타인과 유연하게 어울릴 수 있는 공간을 함께 두는 삶에 대해 미리 준비할 필요가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