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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이든 문이 아니든





건축물은 다양한 요소로 구분되어 있고, 그 요소의 조합으로 이루어진 구성체이다. 여 러 요소들은 각각의 기능을 담당하며 그것들은 서로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건축물의 구성 요소 중 하나인 문은 다른 요소와 직접적으로 연결되며 다양한 기능을 수행한 다. 문은 외부와 내부를 분리하고, 공간과 공간을 분리하거나 또 연결한다. 문의 위치 와 기능, 용도에 따라 재료와 구조, 크기와 마감도 그에 맞춰 발전해 왔다. 문의 기능과 그 의미는 이렇듯 우리에게 구체화된 개념으로 자리 잡고 있다.

그렇다면 앞으로 문의 가능성은 어떨까? 문은 어떻게 변하고 발전하게 될까?

앞서 말한 바와 같이 문은 혼자서 그 기능을 이어 나가기 어려운 요소라는 한계점을 가 지고 있다. 문이 있으려면 문을 지지하는 벽이 있어야 하고, 벽은 공간을 만들어 내기 위한 요소이므로 결국 공간이 있어야 문이 성립한다. 하지만 문의 성격을 이전에 우리 가 알고 있던 개념으로만 좁게 여길 필요는 없다. 다른 요소와의 경계가 모호해지면 그 개념이 확장 또는 변화될 가능성이 있다. 다음의 몇 가지 가정과 질문으로 그 가능성을 가늠하며 문의 정의를 다양하게 변화시킬 수 있다.

- 문과 벽의 크기가 서로 바뀌었다고 가정해 보자. 커진 문은 움직이는 벽인지, 고정된 문인지 모호해진다. 문과 벽의 크기에 대한 우리의 인식이 고정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아마 커진 문은 움직이기 전까지는 벽으로 인지될 것이다. 그 다음 여기에 천장이 없다는 가정을 추가해 보자. 천장 없이 공간을 나누는 벽이라면 그 벽은 문으로 읽히지 않을까?

- 가구의 문과 공간 사이의 문이 뒤바뀐다면 어떤 결과가 일어날까?

- 공간과 공간 사이의 통로가 두 공간을 분리하기 위해 존재한다면 그 통로는 공간으로 읽힐 수도 있지만 결국 문으로써 기능을 하고 있는 게 아닐까?

- 우리가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문의 두께와 다른, 아주 두터운 문이라면 그것은 문으로 기능할까?

- 판이 움직이는 형상으로 이루어진 문이 아닌 지퍼를 열고 닫아 공간을 분리하거나 연결한다면 그것은 문이라 칭할 수 있을까?

이렇게 여러 상상을 하다 보면 우리가 그동안 인식하고 있던 문의 폭을 좀 더 유연하게 확장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앞으로 변화하는 상황에 맞는 다양한 제안들이 나온다면 문은 문이 아닌 다른 단어로 대체될 수도 있을 듯하다. 우리가 꿈을 꾸는 만큼 문의 가능성도 커지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