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oul Made
Q 공동체 주택에 대해 처음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다세대 주택과 공동체 주택의 개념적 차이는 무엇인가요?
박창현 ㅣ 저는 2006년부터 건축 설계사무소를 운영해 왔고 초기에는 비싼 단독 주택 만을 주로 설계 했었습니다. 하지만 제가 학교에서 배웠던 건축에 대한 지식을 일부 자본가들에게만 나누는 것이 맞나 하는 생각이 들면서 당시 건축가들이 많이 설계하지 않던 저층형 집합주택을 꾸준하게 작업하게 되었습니다. 다만 기존에 공급되어 왔던 다가구, 다세대가 우리 주거 유형에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지만 과연 그곳에 사는 사람들을 고려한 결과가 얼마나 있었나 생각해 보면 잘 떠오르지 않습니다. 그래서 저층형 집합주택은 고층 아파트나 단독주택과 다른, 어떤 방향으로 지어져야 할지 고민하면서 발전시켜 왔습니다. 2014년 조은사랑채나 2019년 유일주택에서 공용공간에 대한 고민이었고 세대와 세대의 관계를 디자인 할 수 있겠다는 생각으로 몇 가지 시도는 저희가 기대했던 것보다 훨씬 반응이 좋았습니다. 그러다 보니 저층형 집합주택의 하나의 유형으로써 좀 더 발전시켜 나갈 수 있었습니다.
다세대 주택은 아파트나 연립주택과 함께 여러 세대가 함께 살고 개별 등기가 가능한 공동주택의 분류 중 하나입니다. 그리고 공동체주택은 서울시에서 인증하는 사업입니다. 지금 많이 발생하고 있는 이웃 간의 문제가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는데 이를 선제적으로 보완해 앞으로 들어갈 문제 해결 비용을 줄이고 이웃 간의 유대를 다시 만들어 보자는 좋은 취지로 시작되었습니다. 서울시에서 공동체주택으로써 요구하는 프로그램이나 그에 맞는 설계, 그리고 운영에 관한 구체적인 내용을 바탕으로 인증을 해 주는 프로그램입니다.
Q 홍은동은 어떤 곳인가요?
박창현 ㅣ 써드플레이스홍은2는 서울시 공동체주택 인증을 받은 5세대가 모여 사는 집입니다. 1층에 와인바로 운영되고 있는 근린생활시설과 입주자들이 사용할 수 있는 라운지가 있고, 2층 2세대, 3층 2세대, 4층 1세대와 텃밭이 있습니다. 이곳은 한 달에 한번 다 같이 모여 식사를 하는 것이 이곳 공동체주택의 프로그램입니다. 이번 달에는 모여서 무엇을 요리 할 것인가? 누가 장을 보고 음식을 만들고, 텃밭에서 무엇을 키워 재료로 쓸 것인가 등의 이야기를 하며 진행됩니다.
Q 써드플레이스 프로젝트를 세 개의 키워드로 소개한다면?
박창현 ㅣ
1. 삶의 질 – 건물에서의 물리적 공간의 질이 높은 것과 함께, 함께 사는 사람들의 심리적 유대에 의한 안정감이 삶의 질과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그런 연결을 시켜주는 것이 함께 하는 프로그램과 공용공간의 공간의 질입니다. 각자의 프라이버시를 유지하면서 느슨한 연대를 통해 언제든 도움을 줄 수도 받을 수도 있는 이웃이 있다는 것이 큰 장점이죠.
2. 삶의 영역(이웃) – 건물 내의 거주자들은 단지 건물 내에서 뿐 아니라 동네와의 연결도 특징이라고 생각해요. 1층 근린생활시설에 입점한 어라우즈는 동네사람들이 언제든 건물로 들어 올수 있고 반대로 입주자들은 홍은이음이라는 프로그램으로 문화 기획을 해 써드플레이스 홍은 3,4,5나 동네사람들이 이웃이 되는 과정이 중요한 내용이라고 생각해요. 우리가 잊었던 이웃이라는 개념과 울타리를 다시한번 지금의 상황에 맞게 만들어 나가고 싶은 생각이 있습니다.
3. 삶의 방향 – 우리는 항상 고정되어 있는 경험으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하루, 일주일, 한 달, 일 년의 삶의 방향이 정해져 있는 느낌입니다. 그런 삶에 대해 다시한번 물을 수 있는 기회가 필요하죠. 우리가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한 내용, 그리고 집이란 무엇인가와 함께 나는 어떤 집에서 어떤 삶을 살 것인지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야 합니다. 그런 면에서는 다양한 집의 구조와 관계성을 만드는 이런 다양한 제안의 집들이 필요하죠.
Q Third Place라는 이름에 담긴 뜻이 궁금합니다. First Place나 Second Place가 아닌 이유가 있을까요?
박창현 ㅣ 사전적 의미는 첫 번째 공간인 집, 두 번째 공간인 사무실이 아닌 제3의 공간을 뜻합니다. 집과 사무실에서 만나는 구성원은 한정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휴식을 취하거나 지역사회의 일부인 것처럼 느끼게 하는 공간은 앞의 집이나 사무실과는 전혀 다른 장소를 뜻합니다. 저희가 써드플레이스라는 이름을 정한 것도 사회적 관점과 접점을 고려한 특징을 내세우다 보니 그런 이름이 붙이게 되었어요.
Q 이런 공동체 주택이 비교적 최근 한국에서 시도되고 있는 건축인 것 같습니다. 해외의 경우는 어떤가요? 그 사례들과 한국에서 공동체 주택이 추진되는 배경이 궁금합니다.
박창현 ㅣ 공동체주택의 사례는 해외에서는 아주 오래전부터 다양한 방식의 사례들이 있습니다. 특히 유럽에서는 규모와 방식이 다양한데 산업혁명 이후 공영택지개발사업을 시작으로 토지임대부의 방식을 포함해 지금도 다양하게 발전하고 있어요. 암스텔담의 GWL Terrein, De Hallen이나 코펜하겐의 팅고튼 코하우징, 스웨덴의 말모의 학생을 위한 공동체주택도 유명해요. 일본의 사례는 LT 죠사이를 필두로 쉐어 하우스가 선풍적인 인기를 끌면서 한국에서도 몇몇 사례가 있었는데 한국의 상황에 맞지 않아 지금은 변화를 시도 하고 있기도 합니다. 이전에 있어왔던 다세대 공동주택에서 조금 변화되면서 동네로 이어가는 사례로 써드플레이스도 새롭게 시작되는 것 중 하나이죠.
Q <써드플레이스 홍은2>는 복도와 계단이 전체의 40%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공용 공간의 크기가 넓은데요, 건물주의 수익성을 극대화하는 기존의 건축과는 방향성이 많이 다른 것 같습니다. 이런 넓은 공용공간의 의도는 무엇인가요?
박창현 ㅣ 이전의 저층형 집합주택의 예를 보면 공용공간은 좁고 어둡고 지저분한 공간이었죠. 그래서 그 공간은 누구의 공간도 아닌 버려진 공간, 쓸모없는 공간으로 치부되어 왔었죠. 하지만 자신의 집이라고 생각하는 세대로 진입하려면 입구와 함께 복도, 계단을 통과해야만 합니다. 써드플레이스의 집들은 이러한 버려진 또는 나의 공간에서 제외되었던 공간을 좀 더 적극적으로 상 사용하기를 바랬어요. 공용공간이 겨우 법적 조건이나 전용영역에만 집중된 설계가 아닌 공용공간을 포함한 쾌적하고 다양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폭도 넓히고 빛도 들어오고 식물도 있는 외부 테라스 같은 경험이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그리고 공용공간에서의 활동을 위해 필요한 조명이나 가구 등을 배치하면 그 사용 빈도가 높아지고 전용공간인 자기 집의 영역성과 사용성이 확장된다고 보고 적극적으로 설계 반영했습니다. 결국 최대 전용면적이 최대의 수익을 얻는다는 공식이 깨지는 것을 보고 저희의 방향이 수익성 면에서도 좋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Q 이렇게 공용공간을 넓게 배치하는 것은 비용대비 수익성을 가장 우선시하는 기존의 도시건축에서는 실현하기 어려웠던 것 같은데요, 이런 배치가 실현될 수 있었던 배경이 무엇이었나요?
박창현 ㅣ 처음 의뢰했던 클라이언트에게는 적극적으로 제안하지 못했습니다. 그때만 하더라도 공용공간을 넓히는 것은 전용공간이 좁아지면서 수익이 떨어진다는 생각이 팽배해 있었죠. 하지만 의식 있는 클라이언트를 만나기 시작하면서 몇 가지 변화를 시도 했었는데 조은사랑채에서의 복도에서 빛과 풍경을 바라보는 틀에 대한 이야기를 하게 되었어요. 단지 복도에 다양한 창과 뷰를 만들기만 했는데 복도 공간이 너무나 풍부해지고 다양한 공간이 되었고 입주자들에게 많은 호응을 얻었어요. 그리고 그 이후 좀 더 업그레이드된 부분을 제안하면서 이전의 예시를 들며 설득 해왔고 유일주택의 공용공간이나 써드플레이스 홍은 1,2가 탄생하게 되었습니다. 사회는 변하고 요구는 다양해지는데 지금은 그런 요구를 담아낼 수 있는 집이 여전히 부재하다는 생각입니다. 우리의 삶을 담는 공간에 대한 다양한 제안이나 시도들이 엑티브 한 한국에서는 더 많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Q 저도 학교 앞에서 여러 원룸을 전전하며 오랫동안 자취생활을 해왔는데요, 건물의 벽이 가벽으로 되어 방음이 전혀 되지 않는다거나, 창을 열어도 바로 앞이 다른 건물로 막혀있거나 하는 등의 경우가 많았습니다. 이런 건축이 성행되었던 이유가 무엇인가요? 그 대안은 어떻게 마련될 수 있을까요?
박창현 ㅣ 도심지 안에서의 주택 밀도는 여전히 해결될 가능성은 희박합니다. 하지만 요즘 지어지는 건물들은 강화된 법적 조건에 의해 내진구조, 방음이나 층간 소음, 단열과 채광의 조건을 확보하고 있습니다. 80년대 90년대 인구가 급격하게 도시로 몰리면서 주택의 수가 모자라게 되니 짧은 시간에 대충 지어진 집들이 많이 지어지게 되었죠. 또 한 가지는 요즘 통용되는 공사비가 적은 편입니다. 좋은 집을 짓는 데는 그만큼의 공사비가 필요한데 누구는 얼마에 지었더라 라고 이야기 되는 공사비가 좋은 집을 짓는데 큰 걸림돌이 되겠지요. 좋은 집이 더 많이 생기려면 인식의 전환이 필요합니다. 집을 재화로 보고 관리자의 눈으로 건축을 지을 것인지 아니면 사는 사람들을 위한 집을 지을 것인지.
Q 높은 천장이나, 빛이 드는 큰 창, 텃밭 등의 요소도 이곳을 더 넓게 느낄 수 있는 설계인 것 같습니다. 고립감이나 고독감을 덜어줄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에 대한 조금 더 자세한 설명을 듣고 싶습니다.
박창현 ㅣ 인간은 사회적 동물입니다. 혼자서는 살수 없습니다. 지금까지 프라이버시가 우선순위가 되면서 밀실의 집들을 양산해 왔습니다. 그 결과는 참혹합니다. 고독사가 늘어나고 이웃 간의 분쟁은 감정을 소모하며 사건이나 사고로 이어지는 삶이 이어져 오고 있지요. 이런 상황들은 앞으로 더 늘어날 가능성이 높습니다. 함께 살아야 하는 우리들에게 지금 이웃이라는 개념이 남아 있는지 자문해 봐야 하는 시점입니다. 서로의 이해와 신뢰가 시작되면 심리적 연대나 안정감이 생기고 서로에 대한 이해와 감정의 버퍼가 생기겠지요. 그런 부분이 우리 삶에 얼마나 중요한지 더 실감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건축은 삶을 담는 그릇이라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그 말은 그릇을 어떻게 만드느냐에 따라 그 삶도 달라질 수 있다고 봅니다.
Q 작년 12월 처음으로 1인가구가 900만명이 넘어섰다는 기사를 보았습니다. 그러나 그 이면에 1인 주거의 질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합니다. 박창현 소장님이 생각하는 1인 주거의 최소(필수)조건은?
박창현 ㅣ 글쎄요. 1인주거가 늘어나는 것은 이제 가속화 될 것입니다. 그렇지만 주거에서는 그런 변화에 대한 준비는 아직 되어 있지 않다고 느낍니다. 물리적 공간의 크기나 요소도 중요하지만 그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심리적 안정감입니다. 서로 불편하지 않게 개인 생활은 보장하되 언제든 옆집 아랫집에 있는 이웃들이 나를 도와 줄 수 있고, 나도 그들의 위해 언제든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리고 그런 이웃들이 서로를 위해 자신들이 사는 동네를 위해 무엇을 할 수 있고 필요한지를 볼 여유가 있다면 더 좋겠지요.
Q 1층에 마련된 공용 라운지가 자연스럽게 이웃과 교류하게 되는 공동체 주택의 핵심역할을 할 것 같다는 인상을 받았어요. 이 공간에서는 어떤 활동을 하게 되나요?
박창현 ㅣ 써드플레이스 홍은2의 입주자들이 함께하는 공동체 프로그램은 한 달에 한번 식사 하는 것이기 때문에 주로 이곳 라운지에서 음식을 만들고 같이 식사를 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요즘 같이 재택이 늘어나게 되면서 이곳에서 재택근무를 하거나 줌 회의를 하기도 하지요. 그리고 가장 빈번하게 사용되는 것은 공용 건조기가 있는데 최애의 기능으로 잘 사용되고 있어요. 작년에는 이곳에서 입주자들과 함께 몇몇 세미나가 있었는데 외부 강사를 모셔서 도시정원과 텃밭에 대한 세미나나 천연발효종 빵 만들기 수업도 했습니다. 올해는 좀 더 다양한 프로그램을 가지고 이웃들과 함께 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보려고 합니다.
Q <써드플레이스 홍은2>는 이렇게 공용공간을 마련하는 동시에 다섯 가구가 전부 다른 공간으로 구성되어 독립성을 확보할 수 있게 되어있어요. 각 세대는 어떤 독립성을 가지고 있나요?
박창현 ㅣ 공동 주거에 있어서 독립성 보장에 대한 내용은 아주 중요합니다. 쉐어하우스에서는 이런 부분이 약하다 보니 서로 함께 하는 시간도 어려워지게 되었었던 것이 기억납니다. 하지만 독립성 보장에 대한 방식이 폐쇄적인 상황은 피해야 한다고 생각됩니다. 각 집은 공용공간에 의해 분리되어 있고 각층의 집의 문은 서로 다른 방향과 위치에 설계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또 중요한 것 중 하나는 적은 세대의 집들이 같은 면적, 같은 평면이어야 하는가에 대한 반문이 들었습니다. 각 세대는 서로 다른 사람들이 살게 될 것이고 각자의 성향이나 조건에 맞는 다양한 단독주택 같이 달라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것이 이곳에 사는 사람들이 그 공간을 더 자신과 연결성을 강화해주는 중요한 조건이라고 보았습니다. 그렇게 사는 집은 자신이 최장 10년 동안 살 수 있도록 보장해주기 때문에 이사에 대한 부담도 없어 집에 대한 애정이 더 커지고, 꾸미고 자신만의 집을 만들어 나가게 되는 것입니다.
Q 함께 하면서도 또 각각의 독립성을 부여하는 방식이 ‘공동체’에 대한 박창현 소장님의 본질적 사유와 맞닿아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소장님이 생각하는 공동체의 조건은 무엇인가요?
박창현 ㅣ 공동체의 조건이라고 이야기하기 어렵겠지만 일단 입주자들은 공동체에 대한 개념이나 관심이 있어야 겠지요.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살면서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고 자신이 모자라는 부분을 서로 보완해 나간다면 자연스럽게 공동체가 형성될 것이라 생각돼요.
Q 공동체를 위한 프로그램들도 주기적으로 열린다고 알고 있습니다. 어떤 프로그램이 있나요? (1월1식 등)
박창현 ㅣ 네. 맞습니다. 이름처럼 한 달에 한번 식사를 하는 ‘일월일식’이 가장 메인 프로그램입니다. 그리고 그 일월일식에 도움이 될 수 있는 ‘텃밭이룸’이 있는데 이는 식사를 위한 재로를 옥상에서 함께 가꿔 조달하자는 프로그램입니다. 그리고 ‘홍은이음’이라는 프로그램이 있는데 이는 이웃과의 관계를 위한 문화 기획 프로그램입니다. 1년에 몇 번 정도 이웃과 함께 할 수 있는 강좌나 마켓 등입니다. 작년 하반기에 입주하게 되었기 때문에 이 홍은이음은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될 예정입니다.
Q EBS 「건축 탐구 집」에서 이전 집을 철거할 때 나온 돌을 다음 집이 완공된 후에 다시 가져다 놓는 장면이 인상 깊었습니다. 어떤 의미를 담은 행동인가요?
박창현 ㅣ 글쎄요. 설명하기 좀 어려운 것 같은데 저는 물리적으로 대지 위에 건물을 설계하는 일을 하지만 그 이전에, 건물이 세워질 장소에 대한 관심이 많습니다. 또한 건물은 그 장소의 역사에 대한 서사가 되겠지요. 대지가 이전부터 이어져 왔고 그런 누적된 이야기가 어떤 방식으로든 연결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됩니다. 그것은 동네의 리서치로부터 시작될 수 있는데 그 장소는 이전에 어떤 역사가 있고 그 연결 매개는 무엇일까 생각하게 됩니다. 이곳 홍남 지역(홍은+남가좌)은 50년대부터 하천변에 몇몇 집들이 자연스럽게 모여 살게 되었고 70년대 초 토지 구획 정비 사업으로 도시화 되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필지가 작고 도로도 좁은 스케일의 동네가 되어 차 위주 보다 보행 위주의 동네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지금은 복개된 하천의 형상이 도로로 연결되어 유연한 도로의 형태도 갖추게 되었죠. 단독주택이 들어서면서 당시 유행처럼 감나무들과 돌(조경석)들로 구성된 정원이 많았는데 담장 허물기 사업이 되면서 그런 기물들이 공공의 영역(도로)으로 나오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동네를 걷다보면 나무도 많고 돌들도 많이 보이는데 써드플레이스 홍은을 짓기 위해 철거 할 집에 들어갔더니 나무들과 수석으로 쓰였던 돌들이 너무나 많았습니다. 그래서 나무는 옮기지 못했지만 그 장소에 오랫동안 있어 왔던 돌들을 전부 주워 두었다가 건물이 완공한 후 각층에 다시 두게 되었습니다. 그런 연결성은 사물이 사람과의 연결을 도모하고 공간의 힘을 변화시키는 중요한 인자가 된다고 생각합니다.
Q 소장님의 이력을 살펴보면 학부 때는 가구를, 대학원에서는 건축을 전공하셨는데요, 두 분야가 통하는 점이 있으면서도 또 한편, 분명하게 구별되는 분야 같아요. 가구제작으로부터 건축물 제작으로 전공을 바꾸게 된 계기가 있을까요?
박창현 ㅣ 두 분야는 아주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것을 시간이 지나면서 더 뚜렷하게 느낍니다. 일단 첫 번째는 시간입니다. 건물이든 가구든 재료에 의해 만들어 지는데 만들 때 재료에 따라 기다려야 하는 시간들이 있습니다. 콘크리트는 얼마나 기다려야 하고, 옻칠의 칠은 얼마 후에 다음 작업을 해야 하는 등 다양한 재료들은 각 물성에 따른 시간을 담보해야 그 특징으로 완성된다는 점이 공통점입니다. 두 번째는 다양한 재료의 집합물이라는 점이 같습니다. 재료와 재료가 만나고 연결시키는 방식을 고민하고 사용성에 대한 고민을 함께 해서 완성됩니다. 또 한 가지는 창작물을 만들어 낼 때 어느 시점에 마쳐야 하는지를 결정하는 어려움입니다. 이러한 공통점들이 있다 보니 이전의 가구 디자이너는 건축가들이 대부분이었죠. 가구를 전공하고 졸업할 무렵 그런 사실이 더 궁금해져 더 수준 높은 가구 디자인을 위해 건축을 전공했는데 여전히 가구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습니다.
Q 건축적인 요소 중 특히 관심을 가지는 세부 요소에는 무엇이 있나요?
박창현 ㅣ 좀 전에 장소의 역사성에 대한 이야기를 했었습니다만 건축에 있어서 감각의 연결성에 대한 부분도 중요하게 생각하며 설계를 합니다. 물리적이고 가시적인 결과물이 어떻게 사람과 직접적으로 연결될 수 있도록 할 것 인가에 대한 문제입니다. 건물에 가서 감동을 받은 기억이 있을까요? 종교 건축물이나 규모가 큰 경우에도 해당 되겠지만 규모가 작거나 일반적인 건물에서도 그런 경험을 할 수 있을까에 대한 질문입니다. 인간은 다양한 감각 기관을 가지고 몸 이외의 공간을 느끼고 연결시킵니다. 점점 시각에 의존하면서 사진 촬영에 유리한 장소가 인기를 끌고 있지만 시각에 의한 공간의 전달은 아주 짧거나 인상적이긴 쉽지 않습니다. 반대로 촉각이나 후각, 청각에 의한 안상은 훨씬 오래 합니다. 특히 후각은 가장 오랫동안 기억에 남는 매개이기도 하지요. 그런 다양한 감각들은 설계 단계에서 많이 반영됩니다. 그리고 촉각의 종류도 다양한데 빛의 질감을 느낀다거나 깊이감을 전달하기도 합니다. 그렇듯 다양한 감각은 그 공간과 감응하는 동시에 감동으로 연결될 가능성을 높여 줍니다. 마지막으로 디테일입니다. 형태에 의존하지 않고 여려 재료가 만나는 과정에서의 디테일은 그 건물의 다양한 색깔을 드러냅니다. 각 재료가 만나는 방식이 디테일에 의해 드러날 때에는 그 건물의 철학을 느끼게 해 줍니다.
Q 박창현 소장님에게 서울이란?
박창현 ㅣ 변화가 가속화되고 있는 도시이며 다양성의 집합체라고 설명해도 될까요? 어느 도시나 다 마찬가지겠지만 한국 그리고 서울이라는 도시는 그런 역사성과 현대성, 자연과 도시화를 내포하고 있는 도시 중 하나입니다. 그런 매력을 우리는 잘 유지 해 나가야겠지요.
Q 박창현 소장님에게 집이란?
박창현 ㅣ 조금씩 바뀌고 있지만 지금의 정의는 나 자신을 드러내며 표현하는 수단중 하나입니다. 우리는 다양한 방식으로 자신의 존재와 개성을 드러내고 있는데 앞으로는 자신의 가치관과 연결되어 있는 집이 수단이 될 것 같습니다. 옷, 가방, 자동차, 등 뿐 아니라 집도 그런 자신의 아이덴티티를 드러내는 매개가 되겠지요.
Q 최근 건축가로서(혹은 개인적인) 던지고 있는 화두는 무엇인가요?
박창현 ㅣ 지속성입니다. 우리의 삶은 변화의 과정 속에 던져져 있지만 그런 변화의 과정을 어떻게 지속하게 할 것 인가? 입니다. 우리의 삶을 지속 시킬 수 있는 동력과 무엇을 위해 지속성을 유지할 것인가가 각 부분에서 질문을 던지게 합니다.
Q 앞으로 진행된 써드플레이스 프로젝트에 대해 말씀해주세요.
박창현 지금 현재는 써드플레이스홍은2가 공동체주택의 유일한 모델입니다. 그렇지만 이전에 하지 못했던 기존의 동네에 집합으로써 변화의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홍은동에 써드플레이스 3,4,5가 근거리에 설계되고 있고, 각 써드플레이스는 각 장소에 거점 역할을 할 수 있는 서로 다른 프로그램으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그런 몇몇 써드플레이스가 동네에 어떤 역할을 하며 어떤 변화를 가져 올 것인가를 가지고 진행되고 있습니다.
Q 박창현 소장님이 제안하는 미래의 건축은?
박창현 ㅣ 미래라면 ‘근 미래’와 ‘원 미래’로 나뉠 수 있을 것 같은데요. 저의 건축에 대한 근 미래의 관심은 ‘건축의 사회적 역할’입니다. 건축은 어쩔 수 없이 공공재입니다. 대부분의 건물들은 누구나 볼 수 있고 보지 않을 수 없는데 그런 공공재로써 건축의 사회적 역할에 대한 관심입니다.
원 미래에 대한 관심은 건축의 ‘로컬리티 관점의 건축’입니다. 로컬리티 건축이라는 개념은 단지 동네나 지역에 국한된 것은 아닙니다. 각국, 아시아나 각 대륙에서 나타나는 세계화에 반해 지역의 문화나 기후와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는 로컬리티의 건축에 대한 관심이 많아지지 않을까 생각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