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sa Living 
우리는 미래에 삽니다



Q 1인 가구가 따로 또 모여 사는 시도는 그동안 꽤 있었는데요. 셰어하우스가 한때 화제였다가 최근에는 코리빙 하우스가 주목받고 있지요. ‘개인 공간은 보장하되 식당, 사무 공간 등은 함께 사용한다’라는 방식은 동일하지만 세대에 따라 원하는 요소가 달라지면서 조금씩 변화하는듯 합니다. 소장님께서는 현재 ‘1인 가구의 생활 방식’에 대해 어떻게 진단, 통찰하셨는지요?

박창현 ㅣ 셰어 하우스라는 개념은 2012년 서울에서 ‘한일 건축 교류전’에서 저희랑 같이 전시했던 나루세이노쿠마 건축사무소에서 처음으로 한국에서 셰어하우스를 소개 하면서 알려졌어요. 그 이후로 한국에서도 셰어하우스가 몇몇 회사에 의해 기획해서 진행되었는데 아주 잘 진행되진 않았죠. 한국에서는 여전히 함께 사는 것에 대한 부담이 있고 특히 화장실이나 샤워를 함께 사용한다는 점은 큰 허들이기도 했죠. 게다가 함께 산다는 것에 대한 준비도 안된 상태에서 월세도 비싸니 이름만 남고 그 이후로 다양한 방식으로 양태가 변화되고 있었습니다. 일본에서도 한참 셰어하우스가 인기를 끌다가 살아보니 불편한 부분도 있고 나오는 사람들도 많아지다 보니 다시 일반 원룸으로 가거나 약간 셰어의 영역을 가진 원룸도 나오게 되었습니다. 저희는 1인 가구의 장점과 단점을 보완할 수 있는 다양한 주거의 유형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보고 있고 1인 거주의 질을 높이고 함께 사는 사람들끼리의 편안한 연대를 위한 주거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코로나 이후의 주거의 방향과도 접점을 만들어 낸다면 더욱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Q ‘써드플레이스’를 구상하게 된 과정이 궁금합니다.

박창현 ㅣ 저희 사무실에서는 이전부터 많은 고급 주거와 저층형 집합주택을 설계해 왔습니다. 많은 분들이 저희가 설계한 건물의 창의적 접근과 퀄리티에 만족하는 모습을 보고선 앞으로 조금 더 적극적으로 일반인들을 위한 주거를 경험 할 수 있도록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과정에서 저층형 집합주택을 직접 기획하고 시행해보자는 생각과 함께 별도의 회사인 ‘써드플레이스’를 창업하게 되었습니다. 30집 미만의 주택이 모여 함께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제안하고 그것으로 연결되어 살아가는 집이 기존의 집과는 다른 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Q 써드플레이스는 홍은2 외에도 여러 곳에 지점이 있는데요. 누가, 어떤 방식으로 운영하고 있나요? 또 누군가가 써드플레이스에 입주하고 싶다면 어떻게 해야하나요? 혹시 특별한 절차가 필요한가요?

박창현 ㅣ 써드플레이스는 진행 중 인 곳은 현재로는 홍은에만 있습니다. 지금 써드플레이스 홍은 3,4,5가 동시에 설계 되면서 기존의 써드플레이스와의 연계 및 동네의 변화의 가능성을 꿈꾸고 있습니다. 각기 다른 활동 프로그램으로 각 집들이 연결 된다면 다양한 경험과 네트워크가 만들어 질 것으로 보고 있으며, 각 건물의 1층 근생의 상점들도 연계된다면 더 좋은 시너지가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써드플레이스는 서울시 공동체주택 인증을 받았기 때문에 입주자가 원한다면 10년 동안 살 수 있고 주변 시세의 95%의 월세 및 보증금, 그리고 보증금 대출도 저리로 진행되기 때문에 입주 경쟁률이 높은 편입니다. 입주는 써드플레이스 홈페이지(www.thirdplace.co.kr)나 서울시 공동체주택 홈페이지에 공지가 나가며 입주 신청을 공개적으로 받습니다. 입주 최소 조건은 서울 시민이어야만 합니다.



Q 사실 혼자 사는 사람들이라면 써드플레이스 같은 공간에서 너무나 살고 싶을텐데요.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사는 이의 마음이고, 원룸 주택을 짓는 보통 건축주들은 가능한 많은 세대수를 수용하기를 원하잖아요. 써드플레이스와 같이 1인 가구의 삶의 질을 고려한 건물이 가능할 수 있었던 요인은 무엇이었을까요?

박창현 ㅣ 사실 일반 건축주들이 생각하는 ‘최대 면적과 세대수가 최대의 수익’이라는 공식은 더 이상 앞으로 유효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미 그런 건물주를 위한 수익 목적으로 접근해 지어진 건물은 너무나 많기 때문에 공급이 많아지면 곧 공실률을 걱정해야 할 것입니다. 건물주 입장 보다는 1인 가구에 들어와 살 입주자(사용자) 입장에서 접근해서 공간의 질을 높인다면 만족도 높은 결과가 될 것이고, 이것은 공실률에 대한 걱정이 줄어 안정적인 상황이 될 것입니다. 서울시 공동체주택 인증을 받는다면 이자 지원이나 세제 혜택은 있기에 사업에는 도움은 됩니다만 취지에 맞게 시작한다면 즐겁게 진행될 수 있는 방법이기도 합니다.


Q 기존 원룸 주택에서 탈피하기 위해 고려하신 부분은 무엇인가요?

박창현 ㅣ 이 분은 각기 분리된 원룸이 아니라 공용 공간에서는 서로 연결되고, 개인의 영역은 각기 특징이 있어 개인주택이라는 감각으로 설계되었습니다. 복도의 폭을 넓혀 빛과 바람이 통하는 외부 공간도 좋지만 공용공간에서 자신의 집 현관은 공용 공간과 살짝 분리되어 개인의 영역을 만들어 줍니다. 게다가 자신의 집 앞 화단은 자신이 원하는 대로 가꾸기도 하고 외부 공용 공간을 적극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하였습니다. 그리고 복도나 계단에 의해 각 세대가 모두 분리되어 있어 소리나 시선에서 프라이버시가 확보됩니다. 각 5집은 모두 면적도 형태도 천장 높이도 달라 서로 다른 5세대로 구성되어 더욱 개인주택으로 각 집의 특징을 담고 있습니다. 집의 내부는 빛이나 환기, 단열에 신경 써서 설계되었기 때문에 입주자의 만족도가 아주 높은 편입니다. 



Q 코로나 이후 집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집’이라는 공간에 바라는 모습 또한 달라졌죠. ‘일은 회사, 휴식은 집’이라는 공식은 무너지고 집이 보육원, 학교, 카페, 회사, 독서실, 영화관 등등 여러 공공 공간을 대신하면서 다양한 역할을 해내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는데요. 앞으로 집은 어떤 공간이 될까요? 소장님께서 상상하시는 미래의 집은 어떤 모습일지 궁금합니다.

박창현 ㅣ 저희 생각하는 주거의 유형은 편안함을 느낄 수 있도록 배려하는 것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집이나 사무실이 아닌 제3의 공간(third place)인 카페 같은 공간을 생각해 이름도 ‘써드플레이스’라고 이름을 지었습니다. 그런 맥락에서 집이라는 공간이 한편으로는 프라이버시를 확보하면서 또 다른 한편으로는 옆집, 위 아래 집에 살고 있는 사람들과 연결해 나갈 수 있는 집을 생각하고 있습니다. 대규모 집합 건물에서는 익명성이 생겨 서로의 연대가 어렵다는 단점이 있다면, 저층형 집합주택의 경우 매일 만나고 함께 공유하고 연대하는 프로그램과 삶이 이곳의 미래적 가치 중에 하나라고 생각하고 가능하다고 보고 있습니다. 그러면 지금처럼 고독사나 자살율 등 우리가 처해 있는 사회 문제에 따른 부담들도 줄어들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건축가는 단지 건축주의 요구에 의해 설계하지 않고 사회적 관점에서의 역할까지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그렇게 집 하나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가까운 동네에 이러한 건물들이 몇 개 더 있다면 그 건물들이 연대하고, 건물을 매개로 동네의 성격을 만들어 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