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과 그림자 사이 : 하늘사이 집
저출산과 인구 감소 그리고 도시의 인구집중은 지방도시나 마을이 자립 할 수 있는 가능성이 낮아지고 이런 변화는 계속 증가 되고 있다. 어쩌다 작은 마을에 생기는 집들은 값싼 재료와 무계획적으로 지어지다 보니 마을의 풍경은 어디를 가나 비슷하게 되어 변별력이 없는 풍경이다. 규모가 작은 집들이 모여 있는 동네에서 가장 크게 변하지 않는 풍경은 자연 풍광과 지형이라는 것에 동의 한다. 그래서 보통 지형이나 자연의 풍광에 기대어 주택 설계를 하다보면 주변 건물들과는 너무 다른 결과물이 나오게 될까봐 조심스럽게 접근하기도 한다.
‘하늘사이집’은 근처 도시에서 출퇴근하기 위해 그리 멀지 않은 장소에 대지를 잡았다. 건축주는 지금까지 아파트에서 생활해 오다 아파트와는 다른 주거환경을 위해 거처를 옮기기로 결정했다. 마당은 넓지만 관리가 용이해야 하고, 천장의 높이와 형태가 자유로워야 한다는 접근도 있지만 이곳 가족을 위한 장치가 또 어떤 것이 있는지 궁금해 졌다.
대지는 경사지의 시작 부분에 위치하고 작은 도로에서 진입하면서 살짝 올려다보는 위치이다. 그리고 주변에 높은 건물이 없기 때문에 멀리서도 잘 보이는 곳이다. 이러한 조건이기에 주변에 있는 건물에 비해 높지 않은 단층으로 설계되었고 주택의 외장 재료 또한 탄화적삼목을 선택해 주택이 두드러져 보이지 않도록 의도 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낮에는 풍광 속에서 비어 있는 역할을 할 것이며, 밤이면 어둠속에 숨어 버리는 그림자와 같은 효과가 된다. 그러기에 이 주택은 해가 뜨는 시간과 지는 시간에만 그 존재감을 드러내며 주변에 스며들어 자리 잡고 있다.
대지는 도로 입구로부터 길게 형성되어 있는데 동쪽으로 아미산 풍광이 펼쳐져 있다. 대지가 길기 때문에 도로 쪽 대문으로부터 주차장까지 긴 거리를 이동해 도착한다. 그 사이에는 조경과 전면에 보이는 담 그리고 주차장으로 주택은 보이지 않게 숨겼다. 처음부터 드러내지 않고 집으로 진입하는 시간을 거리로 조정해 주는 장치이다. 정원과 풍경을 보며 주차장으로 진입하는 시간은 짧지만 내 집으로 들오기 전까지의 전이 공간으로 느껴지기에 충분하다. 이런 공간은 아마도 아파트에서는 없을 것이다. 주차장에 주차를 하고 주차장과 주택을 가리기 위한 벽 사이의 좁은 틈은 넓은 공간에서 순식간에 공간을 조여 공간적 변이를 만들어 준다. 차에서 내려 집으로 걸어가기 위해 이 공간을 통과해야 하는데 공간의 조임은 주택을 바라보는 주위 환기와 함께 주택이 더 커 보이게 되는 효과가 있었다. 좁은 사이공간 사이로 트여있는 뷰는 소나무 숲과 주택의 전면을 측면에서 바라보게 되는데 이곳에서의 주택의 모습은 창이 거의 없어 메시브한 추상적 오브제로 주택을 대상화 하는 효과가 있다. 그리고 큰 창과 주택 중간에 살짝 들어간 파인 공간이 어떤 공간인지 궁금증을 유발시키는 장면도 인상적인 표현이다.
주차장 메스와 지붕이 있는 벽 그리고 주택의 배치는 자유롭게 이어지고 있어 주택 입구를 맞이하는 공간이 조형적 성격이 강하게 드러났다. 그 중 특별한 기능이 없는 지붕이 있는 벽은 오브제의 성격이 강한데 이 벽이 없다면 현관 앞 공간이 흘러나가게 되어 구성력이 약해질 것이라는 것이 느껴졌다. 집에 거주하는 사람들은 구성력이 강한 이 장소를 항상 집을 드나들면서 만나는 여유 공간이 될 것이다.
주택 가까이 가면서 측면에 위치한 현관문은 덤덤한 표정이다. 단지 개구부 이외 다른 감정을 불러일으키지 않는 것은 내부에서의 반전을 기대하게 한다. 현관과 함께 전면에 세면대가 있는데 이 위치에 세면대는 아마도 외부 활동인 텃밭이나 조경을 가꾸고 들어올 때 꼭 필요한 기능일 것이다.
내부를 들어서면 주거에서 흔히 접하기 어려운 높이의 천장이 먼저 느껴진다. 곡선의 형태와 기울어진 천장은 내부로 빛을 머금을 수 있는 넉넉한 공간이다. 확연하게 아파트와는 다른 공간감이다. 오히려 주거로써의 안정감으로 본다면 상업공간과 같은 공간감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인지 거실에서 나오는 음악 소리가 공간 전체를 휘감고 있어 하나의 울림통처럼 느껴진다. 시대에 따라 주거의 공간도 많이 바뀌어 왔다. 단지 50년 전의 주택과 비교해 본다면 주택이라고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많은 변화가 있었는데 LDK와 같은 집의 구성 보다는 공간의 스케일은 큰 차이가 있다. 기술이 좋아지고 재료 선택의 폭이 넓어지면서 그 변화의 속도를 끌어올렸을 것이다.
주방, 식탁 영역과 거실은 직선과 곡선이 만나는 평면에서 자연스럽게 분리되어 있는데 식당에서 거실 쪽으로 공간은 연결되어 있지만 시각은 분리된다. 두 기능의 관계를 보여주는 방식인데 거실 앞에 있는 열린 중정의 효과가 돋보인다. 중정은 미러 스텐으로 마감된 곡면으로부터 내부까지 외부의 풍광과 빛을 연결시켜주는 역할을 한다. 외부의 직선과 내부의 둥근 중정, 그리고 외부에서 사용된 빛을 흡수하는 탄화목과 내부 중정에 사용한 빛을 반사하는 미러스텐 재료는 상반된 재료와 어휘가 교묘하게 연결되어 그 효과를 극대화 한다. 그런 방식이 이곳 마을에서 ‘하늘사이집’이 자리 잡는 방식과 흡사해 보였다.
외부에서 볼 때 건물을 너무 드러내지 않고, 내부에서는 공간의 조율을 통해 다양한 자연 풍광을 보여주는 방식이야 말로 건축가가 의도한 주변에 대한 배려이자 드러내는 방식이다. 건축주가 이사 와 내부에 식물들이 자리를 잡았다. 딱딱하게 보일수도 있는 텅 빈 공간을 식물로 생기를 불러 들여 공간의 완성도는 더 올라갔다. 앞으로 봄이 되면 외부 조경과 함께 앞으로 진행될 증축 별동이 어떻게 연결되어 나갈지 기대 된다.
최근 젊은 건축가들이 다양한 작업을 펼쳐나가고 있는데 그 중 좋은 결과물을 만들어 내기 위해 얼마나 노력하고 시간을 쏟았는지 엿보이는 좋은 작업이다. 한번 좋은 작업을 내기도 어렵지만 좋은 작업을 계속 유지하는 것은 더욱 어렵다. 앞으로 더 좋은 작업을 만날 수 있기를 기대하고 응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