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GNB_ 백종환
유럽 건축상과 시장
백종환(백): 처음에 냈던 것은 2006년에 독일에서 하는 reddot이었고 생각보다는 상을 받기가 어렵지는 않았는데, 상에 대한 인증서를 보내주는 대신 비용을 내라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한동안 안 냈어요. 저는 한국에 건축, 제품 등 디자이너들이 많은데 유럽에서는 왜 몰라주지? 그런데 언뜻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우는 아이 떡 하나 더 준다고 울지 않으면 떡이 갈 수 없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러면서 한국의 디자인을 좀 알리고 싶었죠. 그러다 운 좋게 3년 전에 독일 IF award에서 골드를 받았어요. IF award는 시상식을 할 때 골드만 트로피가 있고 상을 현지로 받으러 가요. 아마 직접 가서 상을 받은 것은 공간 디자이너 중에서 처음일 거예요. 제가 일부러 가서 인스타에 영상도 올리고 했었어요. 그리고 그 뒤로 공간 디자이너들한테는 약간 자극이 되고 영향을 준 것 같아요. 누군가는 해야 될 일이라고 생각했고요. 한국에도 잘 하고 있는 디자이너들이 너무 많거든요. 그 뒤로는 많이 내더라고요. 그걸 계기로 그 다음에 iconic AWARD에서 올해의 디자이너로 선정이 됐어요.
백: 아니요. 전혀 몰랐었는데, 지원 없이 상을 받는 거더라고요. 독일 디자인 재단에서 각 회사의 홈페이지나 수상 여부, 여러 유명 웹에 올라오는 것들을 기반으로 10개 회사를 선택해요. 건축 1팀, 공간디자인 1팀에게 최고상을 주고, 그리고 나머지는 입상인데, 처음에 저희는 iconic AWARD에 내지도 않았는데 상 받았다고 계속 연락이 와서 저는 reddot 같은 건 줄 알고, 우린 낸 적도 없고 괜찮다고 했는데, “너희가 iconic AWARD에서 이런 상을 받았는데 상금도 있어.” 그래서 그럼 어떻게 하면 되냐 했더니 “시상식 날 비행기 표와 체재비용 줄 테니 와주면 돼.” 그러면서 비행기 표랑 다 보내주셨어요. 상금도 그 때 1400만 원 정도를 받았어요. 그리고 그 다음에 또 가게 되죠. 그래서 또 다른 사람들에게 자극이 됐었죠. 아직까지 저도 제가 왜 받았는지 모르겠어요.
백: 있었죠. 그 때 골드를 받았으니까 영향이 있었고 그 다음에 해외 사이트에 많이 올라와 있으니까 그 영향도 받았을 것 같아요. 그 때 건축으로 같이 올해의 디자이너 받은 팀이 평창에 현대자동차 파빌리온 디자인한 ‘아시프 칸’이었어요. 그리고 그 다음해에 아시프 칸과 심사를 하게 되었어요. 그러다 보니 계속 인연이 된 거예요. 그리고 그 해에 운이 좋았던 게 FRAME AWARD에서 또 상을 한 번 받았고요. 어쨌든 심사를 해보니까 제가 어떻게 상을 받았는지 알겠더라고요.
백: 차이가 있어요. 일단 iconic AWARD은 약간 IF award랑 비슷한 것 같아요. 심사위원들이 전체 패널을 강당에 놓고 파트별로 심사를 해요. 거르고 걸러서 심사를 하는 방식이고, 그 심사가 끝나면 마지막에 심사위원들끼리 둘러앉아서 올해의 건축, 올해의 공간디자인을 뽑아요. 거기엔 미리 그들이 선정한 10개 정도의 후보가 있어요. 작년 건축 후보에는 이시가미 준야 등이 있었고, 최종 수상은 데이비드 치퍼필드가 받았어요.
백: 아니요. 저희도 안했었으니까. 그리고 공간디자인도 10개정도 있었는데, 그 때는 미국의 Snarchitecture라는 곳이 받았었어요. 어쨌든 그렇게 해서 해외경험을 조금씩 쌓아 나갔고, 그리고 올해 FRAME AWARD도 갔었죠.
백: 올해의 디자이너가 두 부분밖에 없으니까 건축을 먼저 뽑고, 그 다음에 공간디자인을 뽑아요. 건축은 치퍼필드, 이시가미 준야 등 여러 팀이 있었는데, 그 팀의 대표작을 10개정도를 계속 PPT로 보면서 회의를 하죠. 그런데 심사위원들이 다 유럽 건축가들이다보니 계속 저기 가봤고 여기는 어떻고 이런 얘기들을 해요. 저기 가봤는데 저기는 생각보다 뭐 어떻더라. 이런 이야기들. 이시가미 준야는 너무 환경적이지 않아? 아직 건축 상을 주기에는 환경적 디자인이 많은 것 같은데 좀 그렇지 않나? 이런 얘기들을 하면서 결국에는 치퍼필드가 받았어요. 공간디자인 쪽도 그렇게 대화하다가 ‘그림은 이쪽이 더 좋은데 이쪽이 좀 더 유명해. 그럼 우리의 벨류로 봐서 이 팀에게 주는 게 맞지 않나?’ 이런 식으로도 얘기를 하고, 이번엔 이 팀이 받아야 되지 않나? 이런 얘기들도 하는 게 있었어요. 이 팀의 작업은 추상적이고, 어떻고, 그런 작업에 대한 얘기를 아주 많이 해요.
백: 최근 이슈가 되는 어떤 공간이나 건축, 이런 것들이 있으면 조금 더 많이 유리한 것 같아요. 사람들에게 많이 회자되는 건축이 분명히 있어야 좀 더 유리한 편이죠. 그런데 만약 갑자기 봤는데, 좋긴 좋은데 처음 보는 작업이면 이야기가 좀 없어지긴 하더라고요. 그런데 익숙해진 것은 나름대로 상상을 하게 되죠.
백: 내가 도대체 이 상을 왜 받았지 라는 생각을 많이 했거든요. 그런데 아마 그들의 입장에서는 유럽의 공간디자인에 이미지들에 비해 저는 동양에서 작업들을 해왔고 그래서 유럽의 이미지보다는 동양적인, 못 보던 이미지인데? 이런 느낌을 심사위원들이 받으셨던 것 같아요.
박: 그들의 입장에서
예를 들면 유럽이나 아시아를 비교해서 보면 중국이나 일본은 굉장히 많이 유럽의 상에 제출도 하고, 접점도
훨씬 많아서 문화적인 흐름과 전달이 한국에 비해서 많잖아요. 그들이 봤을 때 아시아의 문화를 어떻게
보는지 궁금하네요.
백: iconic AWARD 같은 경우에는 회사로만 보는 것 같아요. 아시아 정도로만 묶어서 보는 것 같아요. 그들은 사실 아시아문화에 대해 구체적으로 잘 몰라요. 저희가 필리핀, 태국 이런 데도 분명 멋진 건축가들이 있을 텐데 정확히 잘 모르는 것처럼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들이 우리를 바라봤을 때 오로지 작업만 가지고 보는 것 같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런데 그들이 봐왔던 것과 다른 새로운 것들이 있어서 더 임팩트가 있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죠.
박: 그래서 저희도
유럽의 상에 실제로 가서 본 것은 처음인데 가서 보니 많이 자극이 되긴 하더라고요. 일본, 중국 디자이너들은 유럽에서 활동을 하고 있는데 한국은 아무도 없다고 생각하던 참에 그 날 전시장에서 우연히
소장님을 보고 반가웠죠.
백: 한국도 많이 제출했어요. LongList까지 많이 올라왔는데 마지막에서 많이 떨어졌어요.
박: 그 다음으로
올라가면 현장에서 발표를 하는 건가요?
백: 그렇죠. ShotList 올라가면 발표를 하죠. 거기에 올해 많이 없었어요.
백: FRAME AWARD에서 올해의 디자이너는 5년 정도의 프로젝트를 내는 거예요.
박: 그것은 제출하신
건가요?
백: 네. 프레임은 제출해요. 대신에 올해의 디자이너는 프레젠테이션 없이 심사위원들만 보는 방식으로 진행돼요.
백: 제가 작년과 올해 주요 분야에 발표를 보면 유럽이랑 아시아, 한국이라고 이야기하면 사고자체가 아주 다르다는 생각을 했어요. 한국에서는 모든 게 왜 저렇게 진지하지? 왜 어렵게 설명을 하려고 하지? 예를 들어서 이 건축은 현상학적으로 어떻고 이런 것들이 유럽에서는 관심이 없는 거예요. 그들은 굉장히 심플하고 명확하게 설명을 하는데, 우리는 둘러서 차경이 어떻고 이러면, 그들은 못 알아듣더라고요. 이해도가 많이 다르다는 것을 느꼈어요. 아무래도 동양과 서양의 바라보는 관점이 달라서 그런 것 같아요. 건축뿐 아니라 동양은 모든 상황을 바라볼 때 관계에서 시작하죠. 서양은 주변 것과의 관계에서 시작하지 않고 각 개체들을 독립적으로 분석해서 바라보지요.
콘셉트의 우연과 필연
백: 저는 건축할 때와 인테리어 할 때가 다른 것 같아요. 인테리어는 아무래도 상업 쪽이 많다 보니 매출과 연계해 고객들이 와서 물건을 사거나 체험을 해야지 공간이 살아있을 수 있거든요. 건축과는 달리 그렇지 않으면 금방 사라질 수 있잖아요. 브랜드와 작업을 많이 하다 보니 스토리를 많이 넣는데 그 스토리를 보통 일상에서 찾는 편이에요. 그래서 스스로는 크리에이티브라는 것이 기존에 존재하는 것들을 연결시켜 새로운 관점으로 바라본다고 생각하고 있거든요. 일상에서 봐왔던 어떤 요소들을 잘 엮어서 아이디어로 뽑아내면 그게 하나의 스토리가 되고 그것을 쭉 풀어나가는 방식이에요. 예를 하나 보여드리면, 전봇대를 시공하는 회사의 사옥이에요. 처음에 클라이언트가 저에게 전화를 주셨을 때 본인은 디자인에 관심이 많고 첫 사옥이니 손님들이 왔을 때 일반 전봇대 시공하는 사무실과는 다른 로비 공간이었으면 좋겠다고 하시더라고요. 그 회사가 만드는 전봇대, 전선줄과 애자 같은 것들이 있는 창고를 보여주셨는데 우리가 일상에서 보는 전봇대에 있는 것들이 다 있는 거예요. 그럼 이 사무실이 전깃줄을 연결시키는 작업을 하는 공간인데 어떻게 하면 임팩트 있게 보여줄까 많이 고민을 했어요. 제가 노트에 선을 딱 하나 그었는데 이게 어떻게 해야 전선줄로 보이지 라는 고민을 하기 시작했어요. 아무리 생각해도 전봇대를 그리면 전깃줄 같은데 전봇대 없이 선만 그었을 때 전깃줄이라고 얘기하는 사람이 아무도 없을 것 같은 거예요. 그거에 대해서 고민을 하다가 전깃줄에 참새가 앉아 있었어요. 갑자기 그 때 이런 일상에서 아이디어가 떠오른 거죠. 제가 여기에 새를 한 마리 그리니까 모두가 어, 이거 전깃줄이네? 하고 얘기를 하는 거예요. 그 아이디어로 공간을 풀었어요.
백: 그렇죠.
백: 모든 일상의 상황이나 물건 이런 것들을 어떻게 바라보는가에 따라서 창의적으로 바뀔 수 있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어요. 구본창 선생님 사진 중에 보석 시리즈가 있는데 비누인데 보석처럼 보이거든요. 보석으로 바라본 거죠. 일반 사람들 눈에는 그냥 비누인데 이것을 다른 관점으로 바라봐서 구본창 선생님은 보석으로 보고 작업을 하신 거죠. 똑같은 사물인 데도 불구하고 어떻게 바라보는가에 따라서 보석이 되기도 하고 비누에서 그치기도 하고 그렇게 되는 것 같아요. 그래서 제가 같은 것을 보고 다른 것을 생각하는 습관을 놓치지 않으려고 하는 편입니다.
백: 건축은 제가 좀 영향을 많이 받았던 것이 정기용 선생님 책 중간 즈음에 보면 노무현 대통령 사저 스케치가 있어요. 그 스케치를 보면 조그맣게 적혀져 있는 게 있어요. 주인이 요청하는 집, 땅이 요청하는 집, 시대가 요청하는 집, 내가 제안하는 집. 이 네 가지를 적어 놓은 게 인상적이었어요. 결국 건축이라는 것이 땅에 놓이는 것이기 때문에 건물이 어디 앞에 뭐가 있고 주위에 뭐가 있는 지부터 시작을 하는 것 같아요. 그렇게 하다 보니 법적으로 지켜야 할 것들도 따지게 되어 건축이 가지고 있어야 할 기능들을 두 번째로 생각하는 것 같아요. ‘준지’와 새롭게 시작한 프로젝트 경우 같은 도산공원 주위에 있지만 약간의 차이로 다른 사이트라고 생각하거든요. 새 프로젝트는 도산공원이 바로 앞에 보이는 건축이고, ‘준지’는 앞에 ‘퀸마마’가 도산공원을 막고 있으며 좁은 6m 도로 앞에 있는 건축이고요. 새 프로젝트인 ‘한스타일 도산’ 역시 커머셜 건축이긴 하지만 하나의 브랜드 이미지가 강력하게 보여야 되는 클라이언트의 요청이 있어 여러 가지 복합적인 사항에 놓여있는 것 같아요. ‘준지’ 같은 경우엔 제가 생각하고 느끼는 브랜드 이미지를 건축에 녹이려고 했었죠. 그래서 가까운 거리에 있는 프로젝트라도 아주 다르죠.
프로젝트와 프로세스
백: 그렇게 생각할 것 같아요. 어떻게 보면 주변 건물이랑은 전혀 상관없이 검게 있으니까요. 제 나름대로는 이것이 커머셜 건축이어서 가능하다고 생각했어요. 왜냐하면 이 건물의 가장 중요한 목표이고 가져야 할 목표가 그것이라고 생각했거든요. ‘준지’ 프로젝트가 해외에서 저도 놀랄 만큼 큰 관심을 받았어요...... 지금 생각해보면 서양에서 바라보는 관점의 차이 때문일까? 라는 생각도 들었어요. 주변 건물과의 관계성 이전에 이 건축만을 바라봤을 때 얼마나 매력적인 건축인가를 먼저 보는 것 같아요.
백: 차별성. 다른 건축과의 차별성이죠. 같이 어울리는 건축을 할 것인지, 아니면 이것이 하나의 브랜드 건축으로써 힘을 더 실어줄 것인지에 대한 고민을 많이 했고, 그래서 더 과감하게 접근을 했었던 것 같아요.
백: 어떻게 보면 개인적인 욕심도 좀 있는 것 같아요. 도산공원 지역을 보다 보면 자주 돌아다니는 지역의 건물들이 눈에 익잖아요. 그런데 큰 도로가가 아닌 이상, 그 주변 건물들이 건축이기보다 옛날 건물을 리모델링해서 정말 다 커머셜로 바꿔버리는 것들이 특히 많거든요. 그런 건물들 속에서 어떻게 맥락을 같이 가져가야 될까? 제가 사실 신경을 썼던 건물은 앞에 ‘퀸마마’, 또 그 옆에 ‘현대카드 라이브러리’, 그 두 건물이 신경이 쓰였어요. 그 두 건물이 최근에 새로 지어진 건축이고 심지어 바로 옆인데 ‘준지’를 어떻게 지어야 되지? 라는 고민을 많이 했었어요. 의식을 많이 한 것 같아요. 그런데 반대로 클라이언트 측에서 요구하는 것들은 우리만의 독보적인 사람들이 지나가다 기억할 수 있는 어떤 시그니처 같은 공간을 하고 싶다고 했고 건축을 하나의 오브제로 보는 듯한 느낌을 많이 받았어요. 클라이언트 요구사항이 하나의 ‘준지 건축’, 이런 느낌이었어요. ‘준지’는 패션 디자이너잖아요. 옷을 대변해 줄 수 있는 건축이었으면 좋겠다는 점을 많이 동의를 한 것 같아요. 저는 그 좁은 6m 도로 폭 안에서 건축이 한 눈에 읽히면 좋겠다고 바랐는데, 뭔가 좀 막혀 있으면 그것이 한 눈에 안 읽히는 건축이 되는 거예요. 그래서 막힌 것들을 다 걷어내고 읽히도록 단순하게 정리를 하자. 그래서 패션이나 모든 디자인의 시작은 기하학이라는 생각 하에 시작을 했어요. 거기에 삼각형, 원, 사각형의 형태를 뿌리고, 그것을 시작으로 설득을 시키고, 진행을 했었죠.
백: 모형들을 많이 만들어 봤는데 모형을 놓고 봤을 때, 내가 클라이언트라면 이것을 선택하겠다는 기준으로 결정을 하였고 그 부분이 맞아 떨어져서 선택이 된 것 같아요. 그리고 여기는 무조건 이렇게 해야 한다고 처음 그렸던 것에서 많이 벗어나지 않는 경향이 좀 있는 것 같아요. 그래서 처음의 것을 좀 고수하려고 노력을 많이 했었죠.
백: 선택된 안이 제일 처음 생각했던 매스고, 좀 다듬어 지긴 했어요. 원래 클라이언트가 처음 보고 바로 정하진 않잖아요. 그래서 다른 것들을 대안으로 만들어 놓고 아무리 만들어 봐도 저는 이것이 제일 나은 것 같아요 라며 설득을 시켰죠. 그래서 다른 모형도 많이 만들어 봤어요. 그리고 특히 상업 건축은 사람들이 들어와야 완성된다고 생각하고 동시에 매출이 일어나야지 건축의 기능을 한다고 생각했는데 그것에 대해서 설득을 많이 했어요. 그리고 브랜드에 따라서 접근 방법도 다른 것 같아요. 그러니까 클라이언트가 사람이 아니라 브랜드가 되는 거죠. 다시 말하면 브랜드는 눈에 보이지 않는 가치인데 눈에 보이지 않는 브랜드 이미지가 클라이언트가 되는 것이죠.
백: 준지를 하면서는 파사드에 대한 고민을 많이 안 한 것 같아요. 이 건축은 두 대로 면에 접하고 있어서 파사드를 의식하게 되면, 잘못하면 마스크를 쓰고 있는 건물 같아 보일까 봐요...그냥 하나의 전체 덩어리로 건축이 어떻게 보일지에 대해 고민을 했고, 재료도 정면을 어디라고 두고 고려하는 것들은 전혀 하지 않았던 것 같아요. 단지 입구의 방향만 고민을 많이 했어요. 입구의 위치는 사람들이 많이 다니는 동선을 기준으로 정했습니다. 건물이 코너에서 두 면을 끼고 있다 보니 처음에는 앞에 마당으로 열어줘서 개방감을 주자는 생각을 했는데, 이곳을 계속 왔다 갔다 하다 보니까 아무래도 삼각형의 인지도가 많이 떨어지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이걸 온전히 다 보여주려면 두 면이 노출되어 있는 쪽으로 가야 되고 나머지를 마당으로 열어줘야 되겠다는 생각을 했죠. 또한 카페를 처음부터 기획을 했는데 카페 위치가 사람들이 많이 왔다 갔다 하는 곳이어야 하며 뒤쪽의 ‘준지’와는 분리가 되면서 동선의 이동이 내부에서 생겨야 된다고 생각했어요. 이런 고민들을 함께 하다 보니까 입구 위치는 카페 쪽으로 좀 더 붙여서 들어가게 되고 그리고 앞에 빛을 끌어들이는 작은 중정을 하나 만들면서 시작을 하게 되었어요.
백: 원래는 주차되어 있는 대지의 앞이 약간 튀어나와 있거든요. 원래 건물 앞까지 매스를 들어내고 바닥을 끄집어냈었는데, 그것들을 하지 않고 앉혀버린 이유는 역시 한 눈에 읽혔으면 하는 생각들이 있었고, 매스가 생기고 남는 바닥도 건축의 일부분이라고 생각을 했어요. 어떻게 보면 하늘에서 본 파사드라고 생각을 했거든요. 그래서 남는 부분도 블랙으로 처리를 했죠. 외부부분까지 건축의 영역이라는 생각에서 바닥까지 같은 톤으로 정리를 했던 거죠.
백: 네. 카페 안쪽에서 바라볼 때 손님들이 나와 앉아있는 외부 공간들과 눈을 맞추기 위해서 올렸어요. 그 기능이고, 그걸 올림으로써 생긴 중정 공간에 화산석을 올리게 되었습니다.
백: 그리고 막연하게 생각했던 것이 기단 같은 것이 있고 계단을 통해서 올라가게 되면 삼각형이 있는데 그 안에서 레벨이 서로 다르잖아요. 그래서 시점에 대한 고민도 했던 것 같아요. 저는 공간 안을 다룰 때도 시점을 중요하게 생각하는데 제가 생각하는 시점은 예를 들어서 자전거를 타고 한강을 가는데 자전거를 타면서 보는 저 곳의 나무, 내 시점의 나무, 제가 나무 밑으로 자전거를 가져가서 보는 시점의 나무는 완전 다른 나무라고 생각이라고 생각이 들거든요. 그건 어떻게 보면 같은 나무지만 배경이 달라졌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그러한 관점에서 생각하면 시점을 좀 더 다양하게 만들어 주고 그 안에서는 중앙에 떠있는 나무에 모든 시점이 맞춰지는데, 그것조차도 좀 다른 높이에서 볼 수 있는 공간들을 만들어 주고 싶은 거죠. 이것 역시 굉장히 동양적 사고에서 온다고 봐요. 유럽, 미국인들은 중심 사물을 볼 때 배경은 신경 쓰지 않는 경향이 있어요. 반대로 동양에서는 주변 환경의 영향을 굉장히 많이 받아요...
백: 그것은 카페의 좌석 배치하고 관련이 있는데 카페 안에서는 사람들이 외부를 바라보고 있거든요. 그런데 이 계단에는 큰 의미를 두지 말고 최대한 빨리 위로 올라오게 하고 싶은 생각을 했고, 그 이유는 사람들이 걸어갈 때 마치 패션쇼 할 때 런웨이의 느낌을 꼭 주고 싶다는 생각 때문이었어요. 그래서 실제로 사람들이 의식하고 가면 내가 런웨이를 걷는 듯한 느낌이 있을 거예요. 그리고 또 안에서 반대로 봤을 때 옷을 잘 입은 사람이 지나가면 모델 같은 느낌도 들게 하려는 의도도 좀 있었어요. 왜냐하면 이건 어쩔 수 없이 생겨야 하는 동선인데 이 사람들에게 다 나무를 바라볼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만들어줬고 이왕이면 여유 있게 사람들이 지나가면 좋을 것 같아서 계단을 짧게 하고 최대한 길이를 길게 해 오랫동안 걸어가게 했죠.
박: 저도 입구에서
들어갈 때 약간 의식이 됐던 것 같아요. 그래서 안으로 들어올 때 어쨌든 반 정도 개방되거나 가려진
원형의 틀이 있고, 그 다음에 나무가 떠 있습니다. 이 부분
이야기하면서 그늘에 대한 이야기도 했어요. 저는 그 부분이 재미있기도 했고 궁금하기도 했는데, 사실은 그 두 가지 이야기가 그 안에서 너무 동등한 강도로 이야기가 되고 있는 것은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어요. 이야기하고 싶은 것들은 사실 그림자와 색과 관련된 내용이었었는데 이미지로 보면 그 옆에 있던 나무의 존재감이
강하잖아요. 그래서 이야기하고 싶었던 부분이 그 강한 이미지 때문에 조금 손해 보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도 좀 들었거든요.
백: 사실 나무를 플로팅을 했을 때 그렇게 이미지가 강할 거라는 상상을 못했었어요. 그리고 거기에 사람들이 그렇게 관심을 가질지 생각도 못했어요. 그래서 되게 의외였고 클라이언트 측과 우리들의 수많은 방향들의 논의 끝에 결정된 것은 일반적인 방식으로 심어져 있는 나무보다는 나무를 올려서 화분 밑에 온전한 나무의 그림자를 만들기 위해 살짝 띄웠는데, 생각지도 못하게 이슈가 되어버려서 힘이 쏠린 느낌이 있어요. 하나의 현상을 이야기했던 것 같아요. 들어 올려진 나무는 나무의 집인 화분까지 포함되며, 이들이 만들어 내는 그림자들은 바람을 볼 수 있게 하고, 비에 반응하는 나뭇잎들, 그림자의 움직임들. 이 모든 것들이 자연이 만들어내는 현상들이지요.
백: 처음 이 삼각형을 만들면 이 공간 안이 상상되어지는 공간감이잖아요. 왜냐하면 밖에 매스로 드러나 있으니까. 그래서 안에 들어가면 내가 이런 공간에 들어가게 될 거라고 상상하게 되는데, 그 안에서의 빛이 밝음과 어두움이 편안했으면 좋겠고 한옥에서 느끼는 처마 아래의 어두움정도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래서 여기서도 처마를 내밀게 된 거죠. 한 번 마당으로 들어오는 빛은 한옥의 처마 아래의 어두움과 비슷하다고 생각했거든요. 어두움이 0에서부터 100까지 있다면 정말 다양한 어두움이 있는데 그 어두움을 삼각형 공간 안에서 다 보여주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래서 천정을 열어 아주 밝은 빛이 들어오기도 하고 어떤 아래는 좀 어둡고 창가 쪽에서는 편안한 빛이 들어오게 했죠.
백: 저는 딱 일본건축이라고 생각하지 않았고 그렇다면 한국 전통가옥은 어떨까 라는 생각을 했었습니다. 한국 건축과 크게 다르지 않지만 서양이랑은 완벽하게 다르다는 것을 느꼈어요.
백: 지붕인데 서양은 지붕이 단지 빛을 가리기 보다는 비나, 눈이나 이슬을 막기 위한 하나의 장치로써 파사드를 온전히 드러내 주는 지붕이라고 보면, 그 책을 읽고 한국 전통 가옥구조에서는 기와나 초가를 얹힌 큰 지붕이 만들어 내는 어두움 안으로 전체 구조를 넣어버리는 그런 구조 더라고요. 어떻게 보면 큰 의미에서 서양은 모자고, 동양은 우산이 되는 그런 차이인 거죠. 한국의 옛날 한옥에서 느낄 수 있는 빛, 마당에서 튕겨져 나오는 그 빛 정도를 느끼게 하고 싶다는 생각이었어요. 일본은 전혀 신경을 안 쓰고 오히려 배제를 했던 것 같고요. 단어만 그렇게 연결이 됐던 거죠.
백: 카페를 앞에 놓은 첫 번째 이유는 카페라는 기능, 그리고 패션매장이라는 기능 중에서 사람들이 많이 모여서 오래 머무는 공간과 지나가는 사람들이 쉽게 들어오게 하는 공간은 카페라고 생각해서 앞에 배치하게 됐고, ‘준지’ 같은 경우는 옷을 판매하는 공간이면서 마니아층이 있는 곳이기 때문에 목적성을 갖고 사람들이 오는 공간이기도 해서 굳이 밖에 쇼윈도를 안 만들고 오히려 후방에 배치해 사람들이 카페 쪽에서 많이 머물면서 궁금하게 만드는 구조를 만들었던 것 같아요.
백: 처음에 걱정했던 것은 옷과 음식이 섞이니 냄새에 대한 것을 많이 걱정했는데 다행히 한 번 꺾여서 생각보다 영향은 없더라고요. 만약에 냄새가 났을 때 카페 쪽은 닫아야 해서 숨겨놓은 문을 두었죠.
백: 블랙이라는 것은 특히 기능에 있어서 다 사용하고 싶었어요. 제가 생각하는 카페의 분위기는 블랙임에도 불구하고 따뜻한 느낌이 있어야 된다는 생각이 있었어요. 그래서 목재를 블랙으로 염색했고 ‘준지’ 매장 내부는 남성 여성으로 나눠지는데 같은 블랙이지만 거기에도 재료를 다르게 쓰는 방식을 취했습니다. 그래서 콘크리트, 돌, 도장, 아크릴, 목재 등 다양하게 쓰였습니다. 카페는 따뜻한 느낌을 줘야 되는 분위기가 질감에 의해서 나타나는 게 좋을 것 같다 해서 목재가 많이 쓰였고, 나머지는 남성 쪽은 콘크리트나 돌, 여성 쪽은 오히려 미래지향적인 느낌을 주고 싶다는 의견이 있어서 좀 쨍한 블랙과 오브제도 소재가 블랙인데, 그것도 일반소재는 아니라 보양재로 쓰이는 뽕뽕이를 불에 녹이는 등 테스트를 해서 쓰기도 했습니다. 그것들이 질감은 다 다른데 어떻게 하면 하나처럼 조화롭게 보일까 라는 고민을 많이 했던 것 같아요. 질감이 공간에 맞는 분위기를 좌우한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래서 같은 블랙임에도 카페 같고, 남성 매장 같고, 저는 무의식적으로 만일 색이 하나라면 질감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역차경의 풍경
백: 1월에 처음 시작했고, 대학교 동창 부부가 운영하는 BB architects와 함께 작업하고 있어요. 너무 바빠서 이 프로젝트를 도저히 자체적으로는 할 수 없는 상황이었어요. 그런데 사이트를 알게 되고 나서 이건 무조건 해야 되는 프로젝트이다 싶었죠. 뭔 지 모를 자신감이었나 싶은데 비딩 에서도 이길 자신이 있었어요. 다행히 BB architects 친구들이 흔쾌히 함께 하자고 해줬고, 개인적으로는 많이 배우면서 시너지를 얻고 있어요. 지금 디자인은 마무리 단계에 있고, 초안에서 많이 바뀌었습니다. ‘준지’ 대각선 옆 위치예요. 도산공원 옆에 붙어 있는 패션 매장 플래그쉽 스토어에요. 지하와 1, 2층, 3층은 오피스, 그리고 루프 탑으로 구성됩니다. 지금은 두 개로 나눠서 테라스가 생기게 되면서 많이 바뀌었어요.
백: 이 프로젝트는 상업 건물이예요. 그래서 접근방법이 달랐어요. 이 건물은 집도 아니고 또 그렇다고 어떤 목적성을 가진 것도 아닌 상업 건물로 브랜드가 들어오는 공간이잖아요. 그래서 거기에 초점을 맞췄던 것 같아요. 그러면서 ‘역차경’을 이야기했던 이유는 도산공원이 바로 앞에 있으니까 분명히 여기서 차경이라는 말을 많이 쓸 것 같은데 그래서 자연을 어떻게 끌어 들여야 되나 이런 생각을 했고 그래서 저는 2차원으로 봤습니다. 왜냐하면 이 건축의 첫 번째 기능은 자연을 바라보는 것도 중요하지만 상업 건물이기 때문에 사람들을 내부로 끌어들여야 되는 공간이고 길에 있는 사람들에게 건축 안의 모습이 어떻게 보이게 할 것인가도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내부를 어떻게 열어줘서 보여주는가도 중요한데 저는 인테리어까지 같이 하니까 내부를 보여주는 것에 대한 자신감이 좀 있었던 것 같아요. 인테리어에서 어떻게 가려주고 만들어주면서 건축과 같이 엮여 ‘역차경’ 같이 느끼게 끌어내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건축에서는 골조만 노출시켜서 그냥 건강한 골조를 보여주고 그 안에서 ‘역차 경’을 다시 만들어 내겠다는 이런 생각을 가지고 있었어요. 개인적으로 역차경이라는 말을 만들기 위해 한국전통 가옥구조에서 볼 수 있는 차경, 장경, 자경..이러한 씬 들에 대해 공부를 많이 했었어요. 그리고 이 건축 안에 이러한 씬 들이 모두 녹아 있으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면서 고민하고 있고, 역차경 또한 마찬가지 제가 끝까지 고민해야 될 부분이죠.
백: 네. 있었어요. 아마 초기에 BB architects와 가장 많이 고민했던 부분이에요. 이것도 상업 건물이다 보니 주변 건물들을 마찬가지로 봤거든요. 옆에 ‘준지’도 있고 ‘퀸마마’도 있는데 이 근처에 골조만 명확하게 드러나 있는 건축이 없더라고요. 그러면 그냥 둘러싸인 것들을 다 걷어내고 오히려 딱 골조와 유리만으로 더 돋보이게 하려고 했죠. ‘준지’하고 완전 반대 개념일 수도 있을 거 같아요. 제가 ‘역차경’ 이야기 한 것이 이 건물은 ‘준지’랑 다르게 열려야 되는 건축이고 길에서 다 보이는 어떤 건축이어야 되는데 커튼월로 유리가 전체로 가면 이 건물의 아이덴티티를 줄 수 있을까 라는 고민을 많이 했어요. 그러면 외장을 걷어내고 골조를 사용해 오히려 구조미를 보여주자! 그래서 보를 역보와 일반 보를 사용하고 그것들을 섞어 층을 올렸어요. 그래서 구조들이 온전히 보이는 건강한 건축을 하려고 했죠.
백: 말씀 주셨던 것들이 정확한 것 같아요. 가로 구조와 가로를 지탱하고 있는 보가 밑에 보이고 밑의 보를 없애 역보를 써서 위로 만들어서 난간으로 쓰고 있거든요. 이런 구조를 메인으로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원래 자리에 기둥이 오니까 제가 보여주고 싶었던 가로의 구조를 깨는 것 같아서 최대한 얇게 하려고 했었어요. 그래서 전부 금속으로 해서 최대한 얇게 갔으면 좋겠다고 구조와 이야기를 하면서 대신에 보는 콘크리트로 덩어리로 보이게 하면서 구조 역할과 파사드의 힘을 동시에 가져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있었죠.
백: 네 맞습니다. 많아 봤자 1층 2층 정도까지 밖에 눈에 안 들어오니까 그럴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이쪽 공간 안에서 걸러주는 역할을 하는 면들을 만들어줘야 되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안쪽을 온전히 다 열어서 차경처럼 온전히 다 보여줄 건지 아니면 안을 보여주고 싶은 부분과 가려주고 싶은 부분을 둘 건지라고 생각했어요. 제 생각에도 도로가 좁기 때문에 1, 2층에 한정된다고 생각이 들거든요. 하지만 도산공원 안쪽이 좀 위에 있어서 거기서는 2, 3층이 보입니다. 도산공원 앞쪽과 레벨차이가 많이 나서 올라서서 보면 또 완전히 다른 건물이 될 수 있죠.
백: 도로 쪽에서는 1층이 주가 될 것 같아요. 그래서 사실 도산공원의 레벨, 도로의 레벨 등에서 높이가 어느 정도 되는지를 체크하면서 많이 스터디 해가면서 조율했습니다.
변화와 대응
백: 그래서 제가 고민하고 있는 것 중에 하나는 스타 건축가들을 보면 그 건축가만의 언어와 색깔이 있잖아요. 풀어내는 방식과 어휘, 언어들이 다들 있는데 저는 일을 하다 보니까 연관성이 별로 없는 건축들이 계속 생겨나거든요. 아까도 말씀 주셨지만 같은 사람이 디자인한 결과인지 헷갈리는 경우처럼 이렇게 작업해 나가는 것이 맞는 것인지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하고 있어요. 분명히 클라이언트가 다르고 브랜드가 들어오는 목적이 다른데 같은 언어로 풀어 비슷해야 하는가, 완벽히 남남처럼 여기에 맞는 결과물 저기에 맞는 결과물을 하는 것이 내가 해야 하는 일인가 라는 생각도 하고 있어요. 거기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세요?
백: 완전히 다른 건축을 짓겠죠.
백: 탄력적으로 뭔가 다양한 색깔을 내는 것을 말씀하시는 건가요.
백: 그래서 저는 만약 그런 것이 있다면 그게 뭐지? 라는 생각도 해봤어요. 색깔이 없는 것 같다는 생각도 했고. 일단은 주어진 사이트나 클라이언트 등 주어진 상황에 맞춰서 열심히 하자라는 생각을 우선 가지고 있죠.
백: 건축만 하시는 분들도 있을 거고, 인테리어만 하시는 분들도 있고, 같이 하시는 분들도 있을 텐데 각각 접근 방식이나 사고가 좀 다를 수도 있겠다고 생각 하게 된 계기가 있어요. 제가 작년에 삼성전자 제품 디자이너들과 이틀 동안 워크샵을 진행을 한 적이 있었어요. 그 분들은 제품만 디자인하시는 분들이었는데 제가 공간에 대한 얘기를 하면서 그들이 원하는 공간을 그리고 모형으로 만들고 하는 시간에 그분들이 스케치를 하는 걸 보고 저는 되게 놀랐거든요. 접근 방법에서 저는 내부 공간을 그릴 때 스케치를 하면 내부 투시도로 그리거든요. 그런데 그분들은 3차원 큐브로 그려요. 그래서 이걸 보고 이렇게 관점이 다르구나! 하는 생각에 되게 놀랐어 요. 그러면서 건축과 인테리어도 접근방법이 조금 다를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고요.
백: 공간은 어쨌든 들어오는 사람만이 경험할 수 있는 거잖아요. 건축은 들어오지 않아도 무조건 봐야 하고, 그게 완전히 다른 것 같아요.
백: 일단 예를 들면 사람들이 점점 개인화되고 도시의 전체 기능이 집 안으로 들어온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내가 나가서 쇼핑을 하고, 사람을 만나고 수업을 듣는 등 다양한 외부 활동 집안에서 해결해야 하는 환경이 구축되다 보니까 스마트 홈과 같은 단어들도 생겨나는 상황입니다. 그럼 이제 어떻게 하면 이 사람들을 밖으로 끄집어낼까 라는 점입니다. 그런데 최근 흐르고 있는 방향이 사람들이 집 안에서 해결 가능하고 밖으로 나가는 이유는 안에서 할 수 없는 것들을 위해 밖에 나가는 거죠. 예를 들어 구매 행위를 보면 일반적인 백화점에 패션 브랜드들이 있잖아요? 이 브랜드들이 코로나 때문에 매출이 너무 떨어지는 거예요. 왜냐하면 대부분 다 인터넷으로 살 수 있는 옷들이니까. 그런데 인터넷으로 못사는 옷들은 명품들과 브랜드 안에서 프리미엄으로 팝업 브랜드나 콜라보한 옷들은 밖에서 팔리거든요. 그래서 기업들은 점점 일반 매장들을 없애가는 추세이고 인터넷에 없는 것들을 판매하는 공간을 비롯해 플래그쉽이나 팝업 스토어로 늘려가는 쪽으로 흘러가고 있어요. 그래서 인터넷으로 못사는 물건들이 밖으로 나오는 식으로 계속 바뀔 것 같아요.
백: 이런 것도 있는 것 같아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또 바뀌고 있는 것이, 온라인에서 sns 등으로 계속 자기 존재를 드러내려고 하고, 그러다 보니 내부에서 모든 걸 할 수 있지만, 그 환경은 어쨌든 변하지 않잖아요. 그런데 밖에서 다양한 환경들이 있다면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밖으로 나온다는 생각을 하고 있어요. 왜냐하면 그만큼 폐쇄됐으니까 본인을 더 드러내고 싶어 하는 심리가 더 있을 것 같아요. 인스타그램의 사진같이 사람들은 그런 것들을 찾는 움직임이 생길 것 같아요. 재밌는 사실 하나는 눈으로 보는 시점이 없어졌어요. 제 생각에는 지금 시대에 모든 사물을 사람들이 카메라 시점에서 보기 시작했어요. 그러니까 예를 들어 나는 이걸 인스타그램에 올려서 지금 나의 상황을 공유해서 알리고 싶고, 그러려면 사진이 잘 나와야 되는데, 내가 보는 피사체의 환경이랑 카메라가 보는 환경이 다르니까 자꾸 내가 카메라를 통해서 보는 시점으로 보게 되는 것 같아요. 클라이언트는 결국 카메라의 눈으로 봤을 때 사진이 잘 찍히는 뭔가를 만들어달라는 거더라고요. 그래서 공간 전체가 어떤 아이덴티티가 있고 엄청난 힘이 있는 그래서 내가 직접 가서 경험하지 않으면 안 되는 건축들이 계속 생겨나야 될 거라는 생각을 하고 있어요.
일의 성격
백: 제가 디자인을 하면서 신경 쓰이는 게 누구인가를 생각을 해봤는데 저는 클라이언트 일을 하고 있지만 제가 디자인을 하면서 제일 신경 쓰는 것은 제 주변 디자이너들이에요. 전문가들이 이걸 어떻게 봐줄까 라는 생각이죠. 그래서 오히려 더 하고 싶은 것은 잘 앉혀진 건축이든, 공간이든, 그것이 기능적으로 잘 맞으면서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구나! 라는 정도의 어떤 인정을 받는 건축을 했으면 좋겠다는 바램을 어느 정도 갖고 있어요. 그리고 저 개인적으로는 건축가라는 타이틀보다 디자이너라는 타이틀이 좋아요. 제가 하고 있는 일도 그렇고, 제가 건축도 하지만 지금 이 유리잔도 디자인하고 있거든요. 그러니까 눈에 보이는 것들, 사람 빼고는 다 디자인할 수 있는 디자이너라고 생각해요. 기획자라고 생각을 하는데, 그런 그림을 생각 하고 있고 내가 걸어가는 길에 묵묵히 건축들이 있고, 이것들이 쌓이다 보면 말씀 주신 것처럼 색깔이나 특징들이 생길 수도 있고, 그게 결국에는 제품까지 다 묻어있다고 생각을 하거든요. 그래서 저는 토털 디자이너로써 좀 자리매김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어요.
백: 저는 철저하게 예술과 다르다고 생각하는 주의예요. 예술이 아니라 디자인이죠.
백: 이게 되게 옛날 사고이긴 한데요, 저는 클라이언트가 있기 때문에 디자이너고, 아티스트들은 본인의 철학대로 내가 그리고 싶은 그림을 그리거나 만들고 싶은 게 있으면 만들 수 있다는 점에서는 다르다고 생각해요. 이전 시대의 예술가와 디자이너를 비교해보면 우리는 철저하게 클라이언트에 의해서 움직여지는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건축주가 없으면 없어지는 직업이라고 생각이 들어요. 예술가는 다르죠. 아무리 굶어도 고흐처럼 그림을 그리는 사람이 예술가라고 생각을 하고. 그게 가장 큰 차이점이죠.
백: 저는 그림 그릴 때 예술가들은 자기가 하고 싶은 대로 완벽하게 할 수 있다고 생각이 들어요. 건축이나 디자인은 어떻던 클라이언트 요구사항도 맞춰줘야 되고, 여기서 내가 하고 싶은 것도 해야 되고 여기서 과연 작업이 나올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을 늘 하고 있었어요. 그래서 저는 작업이라고 얘기하지, 작품이라고 얘기하는 걸 별로 안 좋아합니다.
백: 비아비주노는 사실 건축가라면 관심을 가지고 있을 수밖에 없잖아요. 피터 줌터나 치퍼필드 등 그들의 공간에 비아비주노 조명이 들어가서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었어요. 그리고 비아비주노는 아직 한국 디자이너랑 만든 적은 없고 오히려 중국 네리&후랑 작업을 했었죠. 그런 와중에 운이 정말 좋았던 것이 FRAME AWARD하고 좀 연관이 되어 있어요. 작년 FRAME AWARD에서 제가 color of the year에서 상을 받았는데, 그 때 비아비주노와 함께 상을 받았었어요. 그런데 수상자들이 앞에 나가서 사진 찍을 때 비아비주노 회장이 마침 제가 그 옆에서 서게 된 거죠. 저는 그 분이 누구인지 몰랐어요. 저는 비아비주노 한국지사랑은 알고는 있었어요. 기회가 되면 함께 조명을 만들자 하고 있었는데 또 비아비주노 본사에서도 저를 알게 된 거죠. 그래서 진행이 되었고 시작한지 1년 정도 진행을 했었어요.
백: 유리 타입은 두 가지이고, 어플리케이션이 다양해요. 천장에도 되고 등 기구에도 되고, 스탠드에도 되는 등 비아비주노가 만들어 놓은 타입에 전부 적용이 될 수 있어서 다양하게 쓰일 수 있죠.
백: 네. 딱 그 이유인 것 같아요. 유럽에서는 일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아주 드물어요. 잘하는 디자이너들이 많기 때문에 어떻게 하면 이걸 뚫을 수 있을지 고민했던 거죠. 바람개비가 있는데 바람개비는 바람이 있어야 돌잖아요. 그런데 한국에 있으면 바람이 안부는 거예요. 그럼 이걸 어떻게 하면 돌리지? 그렇다면 내가 들고 뛰어야겠다. 내가 가자. 이렇게 해서 시작했던 것 같아요.
박: 어쨌든 인터뷰
준비하면서 궁금했던 것들이 이해도 되고 연결도 되는 것 같아요. 처음에 인터뷰 시작하면서 수상 축하한다고
이야기했는데 다시 한 번 축하 드려야 할 것 같아요. 앞으로도 더 다양한 프로젝트로 해외에서도 볼 수
있기를 응원하겠습니다. 긴 시간 즐거웠습니다.
유럽 건축상과 시장
박창현(박): 저희가 처음 만난 곳이 네덜란드였고, 갔던 목적도 같았잖아요. 이야기를 시작하기 전에 우선, 수상을 축하합니다. 독일의 iconic AWARD와 네덜란드의 FRAME AWARD 외에 다른 상 지원 한 적이 있으셨나요?
백종환(백): 처음에 냈던 것은 2006년에 독일에서 하는 reddot이었고 생각보다는 상을 받기가 어렵지는 않았는데, 상에 대한 인증서를 보내주는 대신 비용을 내라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한동안 안 냈어요. 저는 한국에 건축, 제품 등 디자이너들이 많은데 유럽에서는 왜 몰라주지? 그런데 언뜻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우는 아이 떡 하나 더 준다고 울지 않으면 떡이 갈 수 없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러면서 한국의 디자인을 좀 알리고 싶었죠. 그러다 운 좋게 3년 전에 독일 IF award에서 골드를 받았어요. IF award는 시상식을 할 때 골드만 트로피가 있고 상을 현지로 받으러 가요. 아마 직접 가서 상을 받은 것은 공간 디자이너 중에서 처음일 거예요. 제가 일부러 가서 인스타에 영상도 올리고 했었어요. 그리고 그 뒤로 공간 디자이너들한테는 약간 자극이 되고 영향을 준 것 같아요. 누군가는 해야 될 일이라고 생각했고요. 한국에도 잘 하고 있는 디자이너들이 너무 많거든요. 그 뒤로는 많이 내더라고요. 그걸 계기로 그 다음에 iconic AWARD에서 올해의 디자이너로 선정이 됐어요.
박: 그것도 마찬가지로 지원을 하신 건가요?
백: 아니요. 전혀 몰랐었는데, 지원 없이 상을 받는 거더라고요. 독일 디자인 재단에서 각 회사의 홈페이지나 수상 여부, 여러 유명 웹에 올라오는 것들을 기반으로 10개 회사를 선택해요. 건축 1팀, 공간디자인 1팀에게 최고상을 주고, 그리고 나머지는 입상인데, 처음에 저희는 iconic AWARD에 내지도 않았는데 상 받았다고 계속 연락이 와서 저는 reddot 같은 건 줄 알고, 우린 낸 적도 없고 괜찮다고 했는데, “너희가 iconic AWARD에서 이런 상을 받았는데 상금도 있어.” 그래서 그럼 어떻게 하면 되냐 했더니 “시상식 날 비행기 표와 체재비용 줄 테니 와주면 돼.” 그러면서 비행기 표랑 다 보내주셨어요. 상금도 그 때 1400만 원 정도를 받았어요. 그리고 그 다음에 또 가게 되죠. 그래서 또 다른 사람들에게 자극이 됐었죠. 아직까지 저도 제가 왜 받았는지 모르겠어요.
박: IF award의 영향이 있었나요?
백: 있었죠. 그 때 골드를 받았으니까 영향이 있었고 그 다음에 해외 사이트에 많이 올라와 있으니까 그 영향도 받았을 것 같아요. 그 때 건축으로 같이 올해의 디자이너 받은 팀이 평창에 현대자동차 파빌리온 디자인한 ‘아시프 칸’이었어요. 그리고 그 다음해에 아시프 칸과 심사를 하게 되었어요. 그러다 보니 계속 인연이 된 거예요. 그리고 그 해에 운이 좋았던 게 FRAME AWARD에서 또 상을 한 번 받았고요. 어쨌든 심사를 해보니까 제가 어떻게 상을 받았는지 알겠더라고요.
박: 그러면 iconic AWARD와 FRAME AWARD를 심사하는 과정에서 차이가 있나요?
백: 차이가 있어요. 일단 iconic AWARD은 약간 IF award랑 비슷한 것 같아요. 심사위원들이 전체 패널을 강당에 놓고 파트별로 심사를 해요. 거르고 걸러서 심사를 하는 방식이고, 그 심사가 끝나면 마지막에 심사위원들끼리 둘러앉아서 올해의 건축, 올해의 공간디자인을 뽑아요. 거기엔 미리 그들이 선정한 10개 정도의 후보가 있어요. 작년 건축 후보에는 이시가미 준야 등이 있었고, 최종 수상은 데이비드 치퍼필드가 받았어요.
박: 그럼 그 회사들은 어워드 신청을 한 것인가요?
백: 아니요. 저희도 안했었으니까. 그리고 공간디자인도 10개정도 있었는데, 그 때는 미국의 Snarchitecture라는 곳이 받았었어요. 어쨌든 그렇게 해서 해외경험을 조금씩 쌓아 나갔고, 그리고 올해 FRAME AWARD도 갔었죠.
박: 그러면 작년에 심사를 하면서 10팀 정도 후보작들이 올라오고, 심사위원들이 모여서 뽑을 때 어떤 주제와 기준을 가지고 선정을 하나요?
백: 올해의 디자이너가 두 부분밖에 없으니까 건축을 먼저 뽑고, 그 다음에 공간디자인을 뽑아요. 건축은 치퍼필드, 이시가미 준야 등 여러 팀이 있었는데, 그 팀의 대표작을 10개정도를 계속 PPT로 보면서 회의를 하죠. 그런데 심사위원들이 다 유럽 건축가들이다보니 계속 저기 가봤고 여기는 어떻고 이런 얘기들을 해요. 저기 가봤는데 저기는 생각보다 뭐 어떻더라. 이런 이야기들. 이시가미 준야는 너무 환경적이지 않아? 아직 건축 상을 주기에는 환경적 디자인이 많은 것 같은데 좀 그렇지 않나? 이런 얘기들을 하면서 결국에는 치퍼필드가 받았어요. 공간디자인 쪽도 그렇게 대화하다가 ‘그림은 이쪽이 더 좋은데 이쪽이 좀 더 유명해. 그럼 우리의 벨류로 봐서 이 팀에게 주는 게 맞지 않나?’ 이런 식으로도 얘기를 하고, 이번엔 이 팀이 받아야 되지 않나? 이런 얘기들도 하는 게 있었어요. 이 팀의 작업은 추상적이고, 어떻고, 그런 작업에 대한 얘기를 아주 많이 해요.
박: 그럼 각각의 후보작들에서 흐름들이 보이던가요?
백: 최근 이슈가 되는 어떤 공간이나 건축, 이런 것들이 있으면 조금 더 많이 유리한 것 같아요. 사람들에게 많이 회자되는 건축이 분명히 있어야 좀 더 유리한 편이죠. 그런데 만약 갑자기 봤는데, 좋긴 좋은데 처음 보는 작업이면 이야기가 좀 없어지긴 하더라고요. 그런데 익숙해진 것은 나름대로 상상을 하게 되죠.
박: 그런 면에서 보면 유럽 사람도 아닌데 한국 디자이너가 상을 받는다는 것이 어려운 상황이겠네요.
백: 내가 도대체 이 상을 왜 받았지 라는 생각을 많이 했거든요. 그런데 아마 그들의 입장에서는 유럽의 공간디자인에 이미지들에 비해 저는 동양에서 작업들을 해왔고 그래서 유럽의 이미지보다는 동양적인, 못 보던 이미지인데? 이런 느낌을 심사위원들이 받으셨던 것 같아요.
박: 그들의 입장에서
예를 들면 유럽이나 아시아를 비교해서 보면 중국이나 일본은 굉장히 많이 유럽의 상에 제출도 하고, 접점도
훨씬 많아서 문화적인 흐름과 전달이 한국에 비해서 많잖아요. 그들이 봤을 때 아시아의 문화를 어떻게
보는지 궁금하네요.
백: iconic AWARD 같은 경우에는 회사로만 보는 것 같아요. 아시아 정도로만 묶어서 보는 것 같아요. 그들은 사실 아시아문화에 대해 구체적으로 잘 몰라요. 저희가 필리핀, 태국 이런 데도 분명 멋진 건축가들이 있을 텐데 정확히 잘 모르는 것처럼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들이 우리를 바라봤을 때 오로지 작업만 가지고 보는 것 같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런데 그들이 봐왔던 것과 다른 새로운 것들이 있어서 더 임팩트가 있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죠.
박: 그래서 저희도
유럽의 상에 실제로 가서 본 것은 처음인데 가서 보니 많이 자극이 되긴 하더라고요. 일본, 중국 디자이너들은 유럽에서 활동을 하고 있는데 한국은 아무도 없다고 생각하던 참에 그 날 전시장에서 우연히
소장님을 보고 반가웠죠.
백: 한국도 많이 제출했어요. LongList까지 많이 올라왔는데 마지막에서 많이 떨어졌어요.
박: 그 다음으로
올라가면 현장에서 발표를 하는 건가요?
백: 그렇죠. ShotList 올라가면 발표를 하죠. 거기에 올해 많이 없었어요.
박: 백소장님은 FRAME AWARD에서 올해의 디자이너로 받았잖아요. 그것도 마찬가지로 프로젝트가 아니라 회사로 받은 건가요?
백: FRAME AWARD에서 올해의 디자이너는 5년 정도의 프로젝트를 내는 거예요.
박: 그것은 제출하신
건가요?
백: 네. 프레임은 제출해요. 대신에 올해의 디자이너는 프레젠테이션 없이 심사위원들만 보는 방식으로 진행돼요.
박: 현장에서 프로젝트 발표를 하면서 저도 느꼈던 부분들이 상이란 것 자체가 그들이 벌린 판이고 심사위원들도 그들이 하다 보니까 아무래도 익숙한 팀이 유리하지 않을까 라는 생각도 들었고 제출을 하지 않으면 그들과의 접점은 점점 더 멀어져 기회가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일본이나 중국팀들 발표하는 것을 보니까 프로젝트와 문화를 각자의 어휘로 유럽에 잘 전달을 하는 구나라는 것을 느꼈어요. 사실은 동양에서는 보편적인 단어와 개념(내용)들임에도 불구하고 훨씬 더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 설명하다 보니 그런 개념이 그 나라의 고유의 단어와 상황인 걸로 오해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백: 제가 작년과 올해 주요 분야에 발표를 보면 유럽이랑 아시아, 한국이라고 이야기하면 사고자체가 아주 다르다는 생각을 했어요. 한국에서는 모든 게 왜 저렇게 진지하지? 왜 어렵게 설명을 하려고 하지? 예를 들어서 이 건축은 현상학적으로 어떻고 이런 것들이 유럽에서는 관심이 없는 거예요. 그들은 굉장히 심플하고 명확하게 설명을 하는데, 우리는 둘러서 차경이 어떻고 이러면, 그들은 못 알아듣더라고요. 이해도가 많이 다르다는 것을 느꼈어요. 아무래도 동양과 서양의 바라보는 관점이 달라서 그런 것 같아요. 건축뿐 아니라 동양은 모든 상황을 바라볼 때 관계에서 시작하죠. 서양은 주변 것과의 관계에서 시작하지 않고 각 개체들을 독립적으로 분석해서 바라보지요.
박: 문화적인 내용이나 프로젝트 안에 있는 내용들을 풀어낼 때 그런 것들은 그렇게 많지는 않군요.
콘셉트의 우연과 필연
박: 좀 전에 백소장님께 왜 상을 받았었던 것 같은가 라는 질문과 연결되는 부분이기도 한데, 처음에 프로젝트를 시작을 할 때의 출발점, 그 씨앗은 어떻게 시작되나요?
백: 저는 건축할 때와 인테리어 할 때가 다른 것 같아요. 인테리어는 아무래도 상업 쪽이 많다 보니 매출과 연계해 고객들이 와서 물건을 사거나 체험을 해야지 공간이 살아있을 수 있거든요. 건축과는 달리 그렇지 않으면 금방 사라질 수 있잖아요. 브랜드와 작업을 많이 하다 보니 스토리를 많이 넣는데 그 스토리를 보통 일상에서 찾는 편이에요. 그래서 스스로는 크리에이티브라는 것이 기존에 존재하는 것들을 연결시켜 새로운 관점으로 바라본다고 생각하고 있거든요. 일상에서 봐왔던 어떤 요소들을 잘 엮어서 아이디어로 뽑아내면 그게 하나의 스토리가 되고 그것을 쭉 풀어나가는 방식이에요. 예를 하나 보여드리면, 전봇대를 시공하는 회사의 사옥이에요. 처음에 클라이언트가 저에게 전화를 주셨을 때 본인은 디자인에 관심이 많고 첫 사옥이니 손님들이 왔을 때 일반 전봇대 시공하는 사무실과는 다른 로비 공간이었으면 좋겠다고 하시더라고요. 그 회사가 만드는 전봇대, 전선줄과 애자 같은 것들이 있는 창고를 보여주셨는데 우리가 일상에서 보는 전봇대에 있는 것들이 다 있는 거예요. 그럼 이 사무실이 전깃줄을 연결시키는 작업을 하는 공간인데 어떻게 하면 임팩트 있게 보여줄까 많이 고민을 했어요. 제가 노트에 선을 딱 하나 그었는데 이게 어떻게 해야 전선줄로 보이지 라는 고민을 하기 시작했어요. 아무리 생각해도 전봇대를 그리면 전깃줄 같은데 전봇대 없이 선만 그었을 때 전깃줄이라고 얘기하는 사람이 아무도 없을 것 같은 거예요. 그거에 대해서 고민을 하다가 전깃줄에 참새가 앉아 있었어요. 갑자기 그 때 이런 일상에서 아이디어가 떠오른 거죠. 제가 여기에 새를 한 마리 그리니까 모두가 어, 이거 전깃줄이네? 하고 얘기를 하는 거예요. 그 아이디어로 공간을 풀었어요.
박: 공간을 다루실 때는 기본적으로 일상에서 나오는 내용들을 가지고 출발한다는 이야기인데 그러게 나온 아이디어를 결정하는 순간에 우연과 필연 사이의 생각을 받아들이는 편이군요.
백: 그렇죠.
박: 논리적 접근은
리서치를 통한 통계를 만들어 필연적으로 될 수밖에 없는 구조를 만들어내는 프로세스라면, 반대로 창의적이고
유연한 쪽이라면 우연이 결정에 개입될 수 있도록 많이 열어 놓고 작업을 하는 것이 다르다고 생각하거든요.
백: 모든 일상의 상황이나 물건 이런 것들을 어떻게 바라보는가에 따라서 창의적으로 바뀔 수 있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어요. 구본창 선생님 사진 중에 보석 시리즈가 있는데 비누인데 보석처럼 보이거든요. 보석으로 바라본 거죠. 일반 사람들 눈에는 그냥 비누인데 이것을 다른 관점으로 바라봐서 구본창 선생님은 보석으로 보고 작업을 하신 거죠. 똑같은 사물인 데도 불구하고 어떻게 바라보는가에 따라서 보석이 되기도 하고 비누에서 그치기도 하고 그렇게 되는 것 같아요. 그래서 제가 같은 것을 보고 다른 것을 생각하는 습관을 놓치지 않으려고 하는 편입니다.
박: 그러면 반대로
건축은 좀 다르게 접근한다고 했잖아요. 건축은 어떻게 프로세스와 내용들이 달라지나요?
백: 건축은 제가 좀 영향을 많이 받았던 것이 정기용 선생님 책 중간 즈음에 보면 노무현 대통령 사저 스케치가 있어요. 그 스케치를 보면 조그맣게 적혀져 있는 게 있어요. 주인이 요청하는 집, 땅이 요청하는 집, 시대가 요청하는 집, 내가 제안하는 집. 이 네 가지를 적어 놓은 게 인상적이었어요. 결국 건축이라는 것이 땅에 놓이는 것이기 때문에 건물이 어디 앞에 뭐가 있고 주위에 뭐가 있는 지부터 시작을 하는 것 같아요. 그렇게 하다 보니 법적으로 지켜야 할 것들도 따지게 되어 건축이 가지고 있어야 할 기능들을 두 번째로 생각하는 것 같아요. ‘준지’와 새롭게 시작한 프로젝트 경우 같은 도산공원 주위에 있지만 약간의 차이로 다른 사이트라고 생각하거든요. 새 프로젝트는 도산공원이 바로 앞에 보이는 건축이고, ‘준지’는 앞에 ‘퀸마마’가 도산공원을 막고 있으며 좁은 6m 도로 앞에 있는 건축이고요. 새 프로젝트인 ‘한스타일 도산’ 역시 커머셜 건축이긴 하지만 하나의 브랜드 이미지가 강력하게 보여야 되는 클라이언트의 요청이 있어 여러 가지 복합적인 사항에 놓여있는 것 같아요. ‘준지’ 같은 경우엔 제가 생각하고 느끼는 브랜드 이미지를 건축에 녹이려고 했었죠. 그래서 가까운 거리에 있는 프로젝트라도 아주 다르죠.
프로젝트와 프로세스
박: 지금 ‘준지’ 이야기를 하셨으니까 ‘준지’와 관련된 질문을 조금 더 하고 싶은데, 사실 도산공원 앞에 있는 현재 진행하고 있는 빌딩과 ‘준지’는 같은 사람이 했나 싶을 정도로 접근 방법이 다르게 느껴졌었거든요. 그 중에 건축이 공간을 디자인할 때와 다르게 땅에 놓이고, 땅 주변에 있는 상황과 내용이 관계를 맺기 시작하면서 만들어지는 프로세스라고 이야기를 하셨는데, 사실 ‘준지’에서는 그런 부분들이 어떤 관계를 맺으면서 주변과 엮여져 있나 라는 궁금함이 있었어요. 왜 그랬냐 하면 이전 작업들 중 ‘레이크하우스’, ‘조안’, ‘준지’의 이 세 프로젝트를 봤을 때 조형적이고 형태적인 접근이 가장 강했거든요. 특히 ‘준지’는 형태와 이미지가 굉장히 강렬하게 다가왔어요. 클라이언트의 요구가 있었는지 모르겠지만 주변의 건물들 간의 관계나 맥락에서 보면 주변과 관계를 맺고 있나? 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백: 그렇게 생각할 것 같아요. 어떻게 보면 주변 건물이랑은 전혀 상관없이 검게 있으니까요. 제 나름대로는 이것이 커머셜 건축이어서 가능하다고 생각했어요. 왜냐하면 이 건물의 가장 중요한 목표이고 가져야 할 목표가 그것이라고 생각했거든요. ‘준지’ 프로젝트가 해외에서 저도 놀랄 만큼 큰 관심을 받았어요...... 지금 생각해보면 서양에서 바라보는 관점의 차이 때문일까? 라는 생각도 들었어요. 주변 건물과의 관계성 이전에 이 건축만을 바라봤을 때 얼마나 매력적인 건축인가를 먼저 보는 것 같아요.
박: 중요한 목표의 그것이라는 것은 어떤 건가요?
백: 차별성. 다른 건축과의 차별성이죠. 같이 어울리는 건축을 할 것인지, 아니면 이것이 하나의 브랜드 건축으로써 힘을 더 실어줄 것인지에 대한 고민을 많이 했고, 그래서 더 과감하게 접근을 했었던 것 같아요.
박: 조금 더 이야기를 하자면, 최근 청담대로 주변도 마찬가지지만 저는 해외 스타 건축가들이 주변의 맥락이나 상황이랑 전혀 상관없이 자기의 이미지만 심어 놓고 가는 것이 많다 보니까 그것들이 각각의 관계성이 전혀 고려 없이, 나쁘게 얘기하자면 무질서한 상황들이 벌어지고 있다고 생각이 들어요.
백: 어떻게 보면 개인적인 욕심도 좀 있는 것 같아요. 도산공원 지역을 보다 보면 자주 돌아다니는 지역의 건물들이 눈에 익잖아요. 그런데 큰 도로가가 아닌 이상, 그 주변 건물들이 건축이기보다 옛날 건물을 리모델링해서 정말 다 커머셜로 바꿔버리는 것들이 특히 많거든요. 그런 건물들 속에서 어떻게 맥락을 같이 가져가야 될까? 제가 사실 신경을 썼던 건물은 앞에 ‘퀸마마’, 또 그 옆에 ‘현대카드 라이브러리’, 그 두 건물이 신경이 쓰였어요. 그 두 건물이 최근에 새로 지어진 건축이고 심지어 바로 옆인데 ‘준지’를 어떻게 지어야 되지? 라는 고민을 많이 했었어요. 의식을 많이 한 것 같아요. 그런데 반대로 클라이언트 측에서 요구하는 것들은 우리만의 독보적인 사람들이 지나가다 기억할 수 있는 어떤 시그니처 같은 공간을 하고 싶다고 했고 건축을 하나의 오브제로 보는 듯한 느낌을 많이 받았어요. 클라이언트 요구사항이 하나의 ‘준지 건축’, 이런 느낌이었어요. ‘준지’는 패션 디자이너잖아요. 옷을 대변해 줄 수 있는 건축이었으면 좋겠다는 점을 많이 동의를 한 것 같아요. 저는 그 좁은 6m 도로 폭 안에서 건축이 한 눈에 읽히면 좋겠다고 바랐는데, 뭔가 좀 막혀 있으면 그것이 한 눈에 안 읽히는 건축이 되는 거예요. 그래서 막힌 것들을 다 걷어내고 읽히도록 단순하게 정리를 하자. 그래서 패션이나 모든 디자인의 시작은 기하학이라는 생각 하에 시작을 했어요. 거기에 삼각형, 원, 사각형의 형태를 뿌리고, 그것을 시작으로 설득을 시키고, 진행을 했었죠.
박: 기하학적인 형태인 삼각형, 사각형, 원과 같이 여러 입체의 조합을 스터디 한 사진을 보았는데 그 중 어느 순간에 어떤 하나에 쏠리게 되고 결정하게 되는 순간이 생기는데 그 시점을 잡는 것이 어려운 것 같아요. 스터디 과정에서 어느 시점에서 그만두어야 하는지를 ‘준지’의 경우에는 어떻게 결정되었나요?
백: 모형들을 많이 만들어 봤는데 모형을 놓고 봤을 때, 내가 클라이언트라면 이것을 선택하겠다는 기준으로 결정을 하였고 그 부분이 맞아 떨어져서 선택이 된 것 같아요. 그리고 여기는 무조건 이렇게 해야 한다고 처음 그렸던 것에서 많이 벗어나지 않는 경향이 좀 있는 것 같아요. 그래서 처음의 것을 좀 고수하려고 노력을 많이 했었죠.
박: 그럼 사진에 나와 있던 여러 개의 다양한 대안들도 다 머릿속에 있었던 게 아니라 이 중에서 지어진 안이 이미 머릿속에 있었던 건가요?
백: 선택된 안이 제일 처음 생각했던 매스고, 좀 다듬어 지긴 했어요. 원래 클라이언트가 처음 보고 바로 정하진 않잖아요. 그래서 다른 것들을 대안으로 만들어 놓고 아무리 만들어 봐도 저는 이것이 제일 나은 것 같아요 라며 설득을 시켰죠. 그래서 다른 모형도 많이 만들어 봤어요. 그리고 특히 상업 건축은 사람들이 들어와야 완성된다고 생각하고 동시에 매출이 일어나야지 건축의 기능을 한다고 생각했는데 그것에 대해서 설득을 많이 했어요. 그리고 브랜드에 따라서 접근 방법도 다른 것 같아요. 그러니까 클라이언트가 사람이 아니라 브랜드가 되는 거죠. 다시 말하면 브랜드는 눈에 보이지 않는 가치인데 눈에 보이지 않는 브랜드 이미지가 클라이언트가 되는 것이죠.
박: 그 관점은 설득력을 가질 수가 있겠네요. 일단 준지에서 제가 가서 봤던 첫 인상 중에 하나는 두 면이 도로에 접해져 있고 멀리서 봐도 의도했던 것처럼 존재감이 뿜어져 나오는 것들, 건물에 들어가기 전에 도로 쪽에서 봤을 때 그런 인상이 있었고요. 조형적으로 봤을 때 주변의 상황보다는 훨씬 더 사이즈는 작지만 규모가 작아서 한 눈에 보이고 조형적으로 형태가 더 강렬하게 차별화가 되다 보니까, 건물에서 클라이언트가 원하는 조건들은 갖춰졌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러면서 한편으로는 도로가 두 면이다 보니 보통은 도로를 중심으로 건물의 얼굴이 생기잖아요. 입구나 파사드라고 이야기를 하는 것일텐데 그것이 정면성인 거죠. 정면성이 생김과 동시에 건물 조형에서 위계가 생긴다고 봤거든요. 얼굴을 제외한 나머지는 이제 뒤로 가거나 안 보여줘도 되고, 드러낼 것들과 숨겨야 될 부분들이 결국은 생기면서 건물의 위계가 생긴다고 생각했는데, 반대로 준지 같은 경우는 조형적인 어휘와 도로가 두 면에서 접하다 보니, 얼굴이 없는, 정면성이 없는, 위계가 없는 건물이라는 느낌을 받았어요. 조형의 형태도 제가 봤을 때는 어떤 것이 더 세고 어떤 게 더 약하다는 느낌이 없었거든요. 한편으로는 형태에서 서로 조화롭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백: 준지를 하면서는 파사드에 대한 고민을 많이 안 한 것 같아요. 이 건축은 두 대로 면에 접하고 있어서 파사드를 의식하게 되면, 잘못하면 마스크를 쓰고 있는 건물 같아 보일까 봐요...그냥 하나의 전체 덩어리로 건축이 어떻게 보일지에 대해 고민을 했고, 재료도 정면을 어디라고 두고 고려하는 것들은 전혀 하지 않았던 것 같아요. 단지 입구의 방향만 고민을 많이 했어요. 입구의 위치는 사람들이 많이 다니는 동선을 기준으로 정했습니다. 건물이 코너에서 두 면을 끼고 있다 보니 처음에는 앞에 마당으로 열어줘서 개방감을 주자는 생각을 했는데, 이곳을 계속 왔다 갔다 하다 보니까 아무래도 삼각형의 인지도가 많이 떨어지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이걸 온전히 다 보여주려면 두 면이 노출되어 있는 쪽으로 가야 되고 나머지를 마당으로 열어줘야 되겠다는 생각을 했죠. 또한 카페를 처음부터 기획을 했는데 카페 위치가 사람들이 많이 왔다 갔다 하는 곳이어야 하며 뒤쪽의 ‘준지’와는 분리가 되면서 동선의 이동이 내부에서 생겨야 된다고 생각했어요. 이런 고민들을 함께 하다 보니까 입구 위치는 카페 쪽으로 좀 더 붙여서 들어가게 되고 그리고 앞에 빛을 끌어들이는 작은 중정을 하나 만들면서 시작을 하게 되었어요.
박: 그 다음에 제가 궁금했던 것은 대지의 경계가 경계석으로 형태가 생기고 건물로 들어서면서 이 경계가 바닥과 동떨어진 재료와 형태에 의해 구분되는데 그 경계에 대한 고민들은 어떤 것들이 있었는지요?
백: 원래는 주차되어 있는 대지의 앞이 약간 튀어나와 있거든요. 원래 건물 앞까지 매스를 들어내고 바닥을 끄집어냈었는데, 그것들을 하지 않고 앉혀버린 이유는 역시 한 눈에 읽혔으면 하는 생각들이 있었고, 매스가 생기고 남는 바닥도 건축의 일부분이라고 생각을 했어요. 어떻게 보면 하늘에서 본 파사드라고 생각을 했거든요. 그래서 남는 부분도 블랙으로 처리를 했죠. 외부부분까지 건축의 영역이라는 생각에서 바닥까지 같은 톤으로 정리를 했던 거죠.
박: 도로와 같은 레벨의 바닥과 분리한 기단의 역할을 하는 것들은 처음부터 있었나요?
백: 네. 카페 안쪽에서 바라볼 때 손님들이 나와 앉아있는 외부 공간들과 눈을 맞추기 위해서 올렸어요. 그 기능이고, 그걸 올림으로써 생긴 중정 공간에 화산석을 올리게 되었습니다.
박: 저는 계속 이야기하셨던 삼각형에 대한 조형적인 형태도 강해 보였지만 그것만큼 높이를 높여 땅과 같은 레벨이 아닌 기단으로 인해 베이스처럼 보여서 이것도 하나의 덩어리로 읽히기 시작하더라고요. 그래서 그런 부분들이 실제로 조형적인 느낌을 주기에 훨씬 더 강렬하게 와 닿아 있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죠.
백: 그리고 막연하게 생각했던 것이 기단 같은 것이 있고 계단을 통해서 올라가게 되면 삼각형이 있는데 그 안에서 레벨이 서로 다르잖아요. 그래서 시점에 대한 고민도 했던 것 같아요. 저는 공간 안을 다룰 때도 시점을 중요하게 생각하는데 제가 생각하는 시점은 예를 들어서 자전거를 타고 한강을 가는데 자전거를 타면서 보는 저 곳의 나무, 내 시점의 나무, 제가 나무 밑으로 자전거를 가져가서 보는 시점의 나무는 완전 다른 나무라고 생각이라고 생각이 들거든요. 그건 어떻게 보면 같은 나무지만 배경이 달라졌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그러한 관점에서 생각하면 시점을 좀 더 다양하게 만들어 주고 그 안에서는 중앙에 떠있는 나무에 모든 시점이 맞춰지는데, 그것조차도 좀 다른 높이에서 볼 수 있는 공간들을 만들어 주고 싶은 거죠. 이것 역시 굉장히 동양적 사고에서 온다고 봐요. 유럽, 미국인들은 중심 사물을 볼 때 배경은 신경 쓰지 않는 경향이 있어요. 반대로 동양에서는 주변 환경의 영향을 굉장히 많이 받아요...
박: 계단들은 단 올라오는 곳부터 살짝 들어가서 시작되고, 일반적인 계단의 폭과 높이를 통해 쭉 들어가는 방식을 썼더라고요. 전체 건물의 어휘와 형태, 그리고 접근 길이에 비해서 계단이 너무 좀 급하게 끝난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백: 그것은 카페의 좌석 배치하고 관련이 있는데 카페 안에서는 사람들이 외부를 바라보고 있거든요. 그런데 이 계단에는 큰 의미를 두지 말고 최대한 빨리 위로 올라오게 하고 싶은 생각을 했고, 그 이유는 사람들이 걸어갈 때 마치 패션쇼 할 때 런웨이의 느낌을 꼭 주고 싶다는 생각 때문이었어요. 그래서 실제로 사람들이 의식하고 가면 내가 런웨이를 걷는 듯한 느낌이 있을 거예요. 그리고 또 안에서 반대로 봤을 때 옷을 잘 입은 사람이 지나가면 모델 같은 느낌도 들게 하려는 의도도 좀 있었어요. 왜냐하면 이건 어쩔 수 없이 생겨야 하는 동선인데 이 사람들에게 다 나무를 바라볼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만들어줬고 이왕이면 여유 있게 사람들이 지나가면 좋을 것 같아서 계단을 짧게 하고 최대한 길이를 길게 해 오랫동안 걸어가게 했죠.
박: 저도 입구에서
들어갈 때 약간 의식이 됐던 것 같아요. 그래서 안으로 들어올 때 어쨌든 반 정도 개방되거나 가려진
원형의 틀이 있고, 그 다음에 나무가 떠 있습니다. 이 부분
이야기하면서 그늘에 대한 이야기도 했어요. 저는 그 부분이 재미있기도 했고 궁금하기도 했는데, 사실은 그 두 가지 이야기가 그 안에서 너무 동등한 강도로 이야기가 되고 있는 것은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어요. 이야기하고 싶은 것들은 사실 그림자와 색과 관련된 내용이었었는데 이미지로 보면 그 옆에 있던 나무의 존재감이
강하잖아요. 그래서 이야기하고 싶었던 부분이 그 강한 이미지 때문에 조금 손해 보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도 좀 들었거든요.
백: 사실 나무를 플로팅을 했을 때 그렇게 이미지가 강할 거라는 상상을 못했었어요. 그리고 거기에 사람들이 그렇게 관심을 가질지 생각도 못했어요. 그래서 되게 의외였고 클라이언트 측과 우리들의 수많은 방향들의 논의 끝에 결정된 것은 일반적인 방식으로 심어져 있는 나무보다는 나무를 올려서 화분 밑에 온전한 나무의 그림자를 만들기 위해 살짝 띄웠는데, 생각지도 못하게 이슈가 되어버려서 힘이 쏠린 느낌이 있어요. 하나의 현상을 이야기했던 것 같아요. 들어 올려진 나무는 나무의 집인 화분까지 포함되며, 이들이 만들어 내는 그림자들은 바람을 볼 수 있게 하고, 비에 반응하는 나뭇잎들, 그림자의 움직임들. 이 모든 것들이 자연이 만들어내는 현상들이지요.
박: 그늘에 대한 부분은 그 영역에서 어떻게 계획하셨어요?
백: 처음 이 삼각형을 만들면 이 공간 안이 상상되어지는 공간감이잖아요. 왜냐하면 밖에 매스로 드러나 있으니까. 그래서 안에 들어가면 내가 이런 공간에 들어가게 될 거라고 상상하게 되는데, 그 안에서의 빛이 밝음과 어두움이 편안했으면 좋겠고 한옥에서 느끼는 처마 아래의 어두움정도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래서 여기서도 처마를 내밀게 된 거죠. 한 번 마당으로 들어오는 빛은 한옥의 처마 아래의 어두움과 비슷하다고 생각했거든요. 어두움이 0에서부터 100까지 있다면 정말 다양한 어두움이 있는데 그 어두움을 삼각형 공간 안에서 다 보여주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래서 천정을 열어 아주 밝은 빛이 들어오기도 하고 어떤 아래는 좀 어둡고 창가 쪽에서는 편안한 빛이 들어오게 했죠.
박: 소장님이 책에서 언급한 다니자키 준이치로가 말하는 그늘, 그 부분은 사실 개인마다 다 다르지만 준이치로가 말하는 그늘에 대한 이미지는 굉장히 가라앉고 축축하고 뭔가 곰팡이가 있을 듯 한 그런 습한 이미지로 다가와서 아주 강했거든요. 그런데 지금 이야기하는 처마 밑에 있는 그림자는 마당을 통해서 빛이 들어오는 방식이다 보니 습하지 않은 공간인데 준이치로가 이야기하는 그늘이랑 백소장님이 이야기하는 그늘이랑 좀 다르다고 느꼈어요.
백: 저는 딱 일본건축이라고 생각하지 않았고 그렇다면 한국 전통가옥은 어떨까 라는 생각을 했었습니다. 한국 건축과 크게 다르지 않지만 서양이랑은 완벽하게 다르다는 것을 느꼈어요.
박: 어떻게 다르다는 건가요?
백: 지붕인데 서양은 지붕이 단지 빛을 가리기 보다는 비나, 눈이나 이슬을 막기 위한 하나의 장치로써 파사드를 온전히 드러내 주는 지붕이라고 보면, 그 책을 읽고 한국 전통 가옥구조에서는 기와나 초가를 얹힌 큰 지붕이 만들어 내는 어두움 안으로 전체 구조를 넣어버리는 그런 구조 더라고요. 어떻게 보면 큰 의미에서 서양은 모자고, 동양은 우산이 되는 그런 차이인 거죠. 한국의 옛날 한옥에서 느낄 수 있는 빛, 마당에서 튕겨져 나오는 그 빛 정도를 느끼게 하고 싶다는 생각이었어요. 일본은 전혀 신경을 안 쓰고 오히려 배제를 했던 것 같고요. 단어만 그렇게 연결이 됐던 거죠.
박: 런웨이를 걸어서 존재감이 있는 나무를 보고 주변에 사람들이 앉아있기도 하는 그런 공간이 반외부 공간, 반내부 공간이라고 하는 약한 경계가 있는 부분이라서 기분 좋은 공간이라고 느껴졌어요. 반대로 도로 쪽에서 보면 매쉬로 면을 만들어서 시각적 차폐의 방식도 좋았고, 또 저녁때 되면 빛을 타고 떨어지니 도로와 건물을 분리시켜주는 힘은 더 만들어져 있구나 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고요. 안으로 들어갈 때 건물 자체의 용도인 카페와 준지 그리고 바깥쪽 나무가 있는 곳, 그 세 영역이 조형과 기능에서 각각 자리 잡고 있다는 생각도 들었어요. 이런 세 영역에서 ‘준지’의 무게감이 더 강조되어야 할 텐데 동선으로 보면 카페가 더 부각되어 보였어요.
백: 카페를 앞에 놓은 첫 번째 이유는 카페라는 기능, 그리고 패션매장이라는 기능 중에서 사람들이 많이 모여서 오래 머무는 공간과 지나가는 사람들이 쉽게 들어오게 하는 공간은 카페라고 생각해서 앞에 배치하게 됐고, ‘준지’ 같은 경우는 옷을 판매하는 공간이면서 마니아층이 있는 곳이기 때문에 목적성을 갖고 사람들이 오는 공간이기도 해서 굳이 밖에 쇼윈도를 안 만들고 오히려 후방에 배치해 사람들이 카페 쪽에서 많이 머물면서 궁금하게 만드는 구조를 만들었던 것 같아요.
박: 그 두 개가 이렇게 생각과는 다르게 공간의 성격이 부딪히지는 않았나요?
백: 처음에 걱정했던 것은 옷과 음식이 섞이니 냄새에 대한 것을 많이 걱정했는데 다행히 한 번 꺾여서 생각보다 영향은 없더라고요. 만약에 냄새가 났을 때 카페 쪽은 닫아야 해서 숨겨놓은 문을 두었죠.
박: ‘준지’ 안쪽으로 들어가 보니 재료에 대한 부분들이 하나씩 보이더라고요. 외부에 하나의 컬러로 통일을 하다 보니까 조형적인 부분들이 의도하는 대로 드러났고 내부로 들어가도 외부처럼 무채색으로 마감이 되어 있는데, 한 가지 궁금했던 것 중에 서로 다른 재료들을 한 색으로 만들어 놓았던 게 보였거든요. 재료에 대한 이야기들을 조금 해 주실 수 있나요?
백: 블랙이라는 것은 특히 기능에 있어서 다 사용하고 싶었어요. 제가 생각하는 카페의 분위기는 블랙임에도 불구하고 따뜻한 느낌이 있어야 된다는 생각이 있었어요. 그래서 목재를 블랙으로 염색했고 ‘준지’ 매장 내부는 남성 여성으로 나눠지는데 같은 블랙이지만 거기에도 재료를 다르게 쓰는 방식을 취했습니다. 그래서 콘크리트, 돌, 도장, 아크릴, 목재 등 다양하게 쓰였습니다. 카페는 따뜻한 느낌을 줘야 되는 분위기가 질감에 의해서 나타나는 게 좋을 것 같다 해서 목재가 많이 쓰였고, 나머지는 남성 쪽은 콘크리트나 돌, 여성 쪽은 오히려 미래지향적인 느낌을 주고 싶다는 의견이 있어서 좀 쨍한 블랙과 오브제도 소재가 블랙인데, 그것도 일반소재는 아니라 보양재로 쓰이는 뽕뽕이를 불에 녹이는 등 테스트를 해서 쓰기도 했습니다. 그것들이 질감은 다 다른데 어떻게 하면 하나처럼 조화롭게 보일까 라는 고민을 많이 했던 것 같아요. 질감이 공간에 맞는 분위기를 좌우한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래서 같은 블랙임에도 카페 같고, 남성 매장 같고, 저는 무의식적으로 만일 색이 하나라면 질감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박: 반대로 색을 통일하면 거기서 재료의 질감이 내부의 분위기를 만들어 낼 수 있다는 거군요.
역차경의 풍경
박: 현재 도산공원 옆에 진행하는 ‘한스타일 도산’에 대해 이야기 나누고 싶습니다.
백: 1월에 처음 시작했고, 대학교 동창 부부가 운영하는 BB architects와 함께 작업하고 있어요. 너무 바빠서 이 프로젝트를 도저히 자체적으로는 할 수 없는 상황이었어요. 그런데 사이트를 알게 되고 나서 이건 무조건 해야 되는 프로젝트이다 싶었죠. 뭔 지 모를 자신감이었나 싶은데 비딩 에서도 이길 자신이 있었어요. 다행히 BB architects 친구들이 흔쾌히 함께 하자고 해줬고, 개인적으로는 많이 배우면서 시너지를 얻고 있어요. 지금 디자인은 마무리 단계에 있고, 초안에서 많이 바뀌었습니다. ‘준지’ 대각선 옆 위치예요. 도산공원 옆에 붙어 있는 패션 매장 플래그쉽 스토어에요. 지하와 1, 2층, 3층은 오피스, 그리고 루프 탑으로 구성됩니다. 지금은 두 개로 나눠서 테라스가 생기게 되면서 많이 바뀌었어요.
박: 앞쪽에 도산공원이 있는 것을 많이 의식하게 되었나요?
백: 이 프로젝트는 상업 건물이예요. 그래서 접근방법이 달랐어요. 이 건물은 집도 아니고 또 그렇다고 어떤 목적성을 가진 것도 아닌 상업 건물로 브랜드가 들어오는 공간이잖아요. 그래서 거기에 초점을 맞췄던 것 같아요. 그러면서 ‘역차경’을 이야기했던 이유는 도산공원이 바로 앞에 있으니까 분명히 여기서 차경이라는 말을 많이 쓸 것 같은데 그래서 자연을 어떻게 끌어 들여야 되나 이런 생각을 했고 그래서 저는 2차원으로 봤습니다. 왜냐하면 이 건축의 첫 번째 기능은 자연을 바라보는 것도 중요하지만 상업 건물이기 때문에 사람들을 내부로 끌어들여야 되는 공간이고 길에 있는 사람들에게 건축 안의 모습이 어떻게 보이게 할 것인가도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내부를 어떻게 열어줘서 보여주는가도 중요한데 저는 인테리어까지 같이 하니까 내부를 보여주는 것에 대한 자신감이 좀 있었던 것 같아요. 인테리어에서 어떻게 가려주고 만들어주면서 건축과 같이 엮여 ‘역차경’ 같이 느끼게 끌어내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건축에서는 골조만 노출시켜서 그냥 건강한 골조를 보여주고 그 안에서 ‘역차 경’을 다시 만들어 내겠다는 이런 생각을 가지고 있었어요. 개인적으로 역차경이라는 말을 만들기 위해 한국전통 가옥구조에서 볼 수 있는 차경, 장경, 자경..이러한 씬 들에 대해 공부를 많이 했었어요. 그리고 이 건축 안에 이러한 씬 들이 모두 녹아 있으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면서 고민하고 있고, 역차경 또한 마찬가지 제가 끝까지 고민해야 될 부분이죠.
박: 사실 ‘준지’에서 제가 느꼈던 주변과의 관계나 건물이 가지고 있는 조형적인 접근이 어떤 출발점에서 나왔나 궁금했는데, 이 건물 같은 경우에는 도산공원을 중심으로 아주 가까이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반대의 접근으로 보였거든요. 그 중에서도 느껴졌던 것 중에 하나는 물리적 구조의 접근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백: 네. 있었어요. 아마 초기에 BB architects와 가장 많이 고민했던 부분이에요. 이것도 상업 건물이다 보니 주변 건물들을 마찬가지로 봤거든요. 옆에 ‘준지’도 있고 ‘퀸마마’도 있는데 이 근처에 골조만 명확하게 드러나 있는 건축이 없더라고요. 그러면 그냥 둘러싸인 것들을 다 걷어내고 오히려 딱 골조와 유리만으로 더 돋보이게 하려고 했죠. ‘준지’하고 완전 반대 개념일 수도 있을 거 같아요. 제가 ‘역차경’ 이야기 한 것이 이 건물은 ‘준지’랑 다르게 열려야 되는 건축이고 길에서 다 보이는 어떤 건축이어야 되는데 커튼월로 유리가 전체로 가면 이 건물의 아이덴티티를 줄 수 있을까 라는 고민을 많이 했어요. 그러면 외장을 걷어내고 골조를 사용해 오히려 구조미를 보여주자! 그래서 보를 역보와 일반 보를 사용하고 그것들을 섞어 층을 올렸어요. 그래서 구조들이 온전히 보이는 건강한 건축을 하려고 했죠.
박: 강렬한 구조미가 일단은 보이고 그 다음에 입면에서 봤을 때 더 눈에 보이는 것이 앞쪽에 위치한 원형 기둥이었습니다. 기둥의 세장함이 밑에 있는 슬래브와 슬래브 앞쪽에 있는 역보의 두께와 비교되어 시각적으로 얇고 안쪽으로 물러나서 자리잡다 보니 기둥을 좀 더 분리시켜주는 부분들이 보이기도 했습니다.
백: 말씀 주셨던 것들이 정확한 것 같아요. 가로 구조와 가로를 지탱하고 있는 보가 밑에 보이고 밑의 보를 없애 역보를 써서 위로 만들어서 난간으로 쓰고 있거든요. 이런 구조를 메인으로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원래 자리에 기둥이 오니까 제가 보여주고 싶었던 가로의 구조를 깨는 것 같아서 최대한 얇게 하려고 했었어요. 그래서 전부 금속으로 해서 최대한 얇게 갔으면 좋겠다고 구조와 이야기를 하면서 대신에 보는 콘크리트로 덩어리로 보이게 하면서 구조 역할과 파사드의 힘을 동시에 가져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있었죠.
박: 콘셉트로 이야기하셨던 ‘역차경’이라는 것 자체가 결국엔 도로에서 건물 안쪽을 바라보는 뷰를 이야기하신 거잖아요. 예를 들면 차경 같은 경우는 바깥쪽에 있는 자연을 안쪽으로 들여오는 개념이다 보니까 내부에서의 다양한 레벨에서 외부 풍경을 누릴 수 있잖아요. 이 건물은 여러 층이지만 바깥쪽에 있는 사람들 시점은 도로레벨에 한정되어 건물 내부를 보는 시점도 한계가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거든요.
백: 네 맞습니다. 많아 봤자 1층 2층 정도까지 밖에 눈에 안 들어오니까 그럴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이쪽 공간 안에서 걸러주는 역할을 하는 면들을 만들어줘야 되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안쪽을 온전히 다 열어서 차경처럼 온전히 다 보여줄 건지 아니면 안을 보여주고 싶은 부분과 가려주고 싶은 부분을 둘 건지라고 생각했어요. 제 생각에도 도로가 좁기 때문에 1, 2층에 한정된다고 생각이 들거든요. 하지만 도산공원 안쪽이 좀 위에 있어서 거기서는 2, 3층이 보입니다. 도산공원 앞쪽과 레벨차이가 많이 나서 올라서서 보면 또 완전히 다른 건물이 될 수 있죠.
박: 건물 안쪽을 바라보는 상황들이 1층을 대면하는 상황과 2층, 3층에서 대면하는 상황이 각각 다르고, 보는 레벨에 따라서 각층의 내부의 구성도 달라지겠군요.
백: 도로 쪽에서는 1층이 주가 될 것 같아요. 그래서 사실 도산공원의 레벨, 도로의 레벨 등에서 높이가 어느 정도 되는지를 체크하면서 많이 스터디 해가면서 조율했습니다.
박: ‘준지’의 상황과는 모든 면에서 많이 다르군요. 사실 ‘준지’에서는 형태는 보이지만 구조는 보이지 않잖아요. 여기에서는 반대로 형태는 잘 보이지 않는데 오히려 구조가 돋보이고, 정면성에 대한 부분들도 상황과 대응하는 태도도 많이 다른 것 같고요.
변화와 대응
백: 그래서 제가 고민하고 있는 것 중에 하나는 스타 건축가들을 보면 그 건축가만의 언어와 색깔이 있잖아요. 풀어내는 방식과 어휘, 언어들이 다들 있는데 저는 일을 하다 보니까 연관성이 별로 없는 건축들이 계속 생겨나거든요. 아까도 말씀 주셨지만 같은 사람이 디자인한 결과인지 헷갈리는 경우처럼 이렇게 작업해 나가는 것이 맞는 것인지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하고 있어요. 분명히 클라이언트가 다르고 브랜드가 들어오는 목적이 다른데 같은 언어로 풀어 비슷해야 하는가, 완벽히 남남처럼 여기에 맞는 결과물 저기에 맞는 결과물을 하는 것이 내가 해야 하는 일인가 라는 생각도 하고 있어요. 거기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세요?
박: 만약에 ‘준지’의 땅에 준지의 클라이언트가 아닌 다른 클라이언트가 왔다고 하면 어떨 것 같으세요?
백: 완전히 다른 건축을 짓겠죠.
박: 그런 부분들이 처음에 제가 청담대로에서의 상황을 어떻게 보는지에 대한 질문과 연결되는 것 같아요. 다양한 결과물들이 굳어지고 더 시간이 가면 그 사무실의 또는 그 사람의 철학이 자리 잡게 되겠죠. 그러다 보면 어떤 일관성으로 연결이 될 수도 있죠. 왜냐하면 난 이런 쪽이 맞는 것 같아, 이게 좋은 것 같아, 이러면 계속 그런 쪽으로 가게 되니까요. 그래서 제가 청담대로의 흐름도 물어봤던 것이고 도산에서 두 건물에서 풀어나가는 방식에 대한 질문들도 그것 때문에 드렸던 거거든요. 저희 사무실에서 계속 고민하는 내용 중에 어떻게 하면 더 유연하게 할 수 있을까입니다.
백: 탄력적으로 뭔가 다양한 색깔을 내는 것을 말씀하시는 건가요.
박: 계속 그 시대의 흐름을 읽고 대응하고 받아들이고, 그것에 대한 결과가 나온다면 조금씩 다르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들어요. 아무리 본인이 안 한 것처럼 해도 이거 너희가 한 거 아냐? 라는 물음을 받는 순간이 무서운 거죠.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자신만의 DNA나 타입이 생겨 건물마다 다 들어가 있는.
백: 그래서 저는 만약 그런 것이 있다면 그게 뭐지? 라는 생각도 해봤어요. 색깔이 없는 것 같다는 생각도 했고. 일단은 주어진 사이트나 클라이언트 등 주어진 상황에 맞춰서 열심히 하자라는 생각을 우선 가지고 있죠.
박: 그래서 제 질문 중의 하나였는데, 인테리어 경험 없이 건축만 하는 사람들과 아닌 사람들이 결과를 드러내는 방식과 태도들이 다른 것 같아요. 왜냐하면 공간디자인 같은 경우에는 상대적으로 기간도 짧고 일의 밀도도 높고 또 존치하는 기간들도 차이가 있다 보니까 그런 부분을 의식하고 작업이 진행되다 보면, 더 근원적인 질문들을 하게 되겠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고 그래서 건축과 인테리어의 작업 방식을 하다 보면 다르겠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백: 건축만 하시는 분들도 있을 거고, 인테리어만 하시는 분들도 있고, 같이 하시는 분들도 있을 텐데 각각 접근 방식이나 사고가 좀 다를 수도 있겠다고 생각 하게 된 계기가 있어요. 제가 작년에 삼성전자 제품 디자이너들과 이틀 동안 워크샵을 진행을 한 적이 있었어요. 그 분들은 제품만 디자인하시는 분들이었는데 제가 공간에 대한 얘기를 하면서 그들이 원하는 공간을 그리고 모형으로 만들고 하는 시간에 그분들이 스케치를 하는 걸 보고 저는 되게 놀랐거든요. 접근 방법에서 저는 내부 공간을 그릴 때 스케치를 하면 내부 투시도로 그리거든요. 그런데 그분들은 3차원 큐브로 그려요. 그래서 이걸 보고 이렇게 관점이 다르구나! 하는 생각에 되게 놀랐어 요. 그러면서 건축과 인테리어도 접근방법이 조금 다를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고요.
박: 사실 저희 사무실에서 계속 고민하는 내용 중에 하나가 사실 인테리어, 공간디자인 같은 경우에는 내부의 내용들이 얼마든지 숨겨질 수 있는데, 건축은 도로에 면하고 있어 어쩔 수 없이 사회성을 가질 수밖에 없는, 공공적 성격을 가질 수밖에 없다는 차이를 어떻게 접근해야 하나라는 질문이 있어요. 보고 싶지 않다고 보지 않을 수도 없고 못 보게 하기도 어렵죠. 상업공간의 건물 같은 경우에는 다수의 사람들이 올 수밖에 없는 건물이기에 외부뿐 아니라 내부도 그런 경험들이 사실 매우 직접적이기도 하고, 무게감에서 차이가 있을 거라고 생각이 들어요. 그러다 보면 결과도 접근이나 프로세스도 뭔가 다를 수밖에 없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백: 공간은 어쨌든 들어오는 사람만이 경험할 수 있는 거잖아요. 건축은 들어오지 않아도 무조건 봐야 하고, 그게 완전히 다른 것 같아요.
박: 그런 것들이 일을 하면서 의식이 되는 거죠. 게다가 지금 사회가 변하는 상황들을 보면, 점점 개인화가 되고 접점에 대한 부분들이나 대면의 기회가 점점 줄어들고 있는 상황이잖아요. 그 안에서 건물이 가지는 사회성, 건물이 실제로 어떻게 쓰이게 되는지에 대한 방법이나 방향도 고민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죠. 최근 코로나19로 인해 그 변화가 가속화되고 있는데 앞으로 어떻게 바뀔 거라고 생각하나요?
백: 일단 예를 들면 사람들이 점점 개인화되고 도시의 전체 기능이 집 안으로 들어온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내가 나가서 쇼핑을 하고, 사람을 만나고 수업을 듣는 등 다양한 외부 활동 집안에서 해결해야 하는 환경이 구축되다 보니까 스마트 홈과 같은 단어들도 생겨나는 상황입니다. 그럼 이제 어떻게 하면 이 사람들을 밖으로 끄집어낼까 라는 점입니다. 그런데 최근 흐르고 있는 방향이 사람들이 집 안에서 해결 가능하고 밖으로 나가는 이유는 안에서 할 수 없는 것들을 위해 밖에 나가는 거죠. 예를 들어 구매 행위를 보면 일반적인 백화점에 패션 브랜드들이 있잖아요? 이 브랜드들이 코로나 때문에 매출이 너무 떨어지는 거예요. 왜냐하면 대부분 다 인터넷으로 살 수 있는 옷들이니까. 그런데 인터넷으로 못사는 옷들은 명품들과 브랜드 안에서 프리미엄으로 팝업 브랜드나 콜라보한 옷들은 밖에서 팔리거든요. 그래서 기업들은 점점 일반 매장들을 없애가는 추세이고 인터넷에 없는 것들을 판매하는 공간을 비롯해 플래그쉽이나 팝업 스토어로 늘려가는 쪽으로 흘러가고 있어요. 그래서 인터넷으로 못사는 물건들이 밖으로 나오는 식으로 계속 바뀔 것 같아요.
박: 방금 이야기했던 것처럼 어떻게 하면 밖으로 나올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도 공감됩니다. 이전부터 개인화가 진행되면서 공동주택이 아주 폐쇄성을 갖고 있다고 생각이 들거든요. 건물도 건물 안의 집들도 집과 집들의 어떤 교류나 관계가 점점 사라지는데 반대로 프라이버시, 내부에서 모든 걸 다할 수 있게끔 하는 구조로 바뀌면서 더 폐쇄적으로 변한다고 보입니다. 그러면 반대로 그런 폐쇄적 구조에서 살면서 그만큼 잃어버린 것도 있지 않을까? 하고 스스로에게 질문하게 됩니다.
백: 이런 것도 있는 것 같아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또 바뀌고 있는 것이, 온라인에서 sns 등으로 계속 자기 존재를 드러내려고 하고, 그러다 보니 내부에서 모든 걸 할 수 있지만, 그 환경은 어쨌든 변하지 않잖아요. 그런데 밖에서 다양한 환경들이 있다면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밖으로 나온다는 생각을 하고 있어요. 왜냐하면 그만큼 폐쇄됐으니까 본인을 더 드러내고 싶어 하는 심리가 더 있을 것 같아요. 인스타그램의 사진같이 사람들은 그런 것들을 찾는 움직임이 생길 것 같아요. 재밌는 사실 하나는 눈으로 보는 시점이 없어졌어요. 제 생각에는 지금 시대에 모든 사물을 사람들이 카메라 시점에서 보기 시작했어요. 그러니까 예를 들어 나는 이걸 인스타그램에 올려서 지금 나의 상황을 공유해서 알리고 싶고, 그러려면 사진이 잘 나와야 되는데, 내가 보는 피사체의 환경이랑 카메라가 보는 환경이 다르니까 자꾸 내가 카메라를 통해서 보는 시점으로 보게 되는 것 같아요. 클라이언트는 결국 카메라의 눈으로 봤을 때 사진이 잘 찍히는 뭔가를 만들어달라는 거더라고요. 그래서 공간 전체가 어떤 아이덴티티가 있고 엄청난 힘이 있는 그래서 내가 직접 가서 경험하지 않으면 안 되는 건축들이 계속 생겨나야 될 거라는 생각을 하고 있어요.
박: 앞으로 건축이든 공간이든 나아가야 될 중요한 이슈 중에 하나라고 보이긴 해요. 2d로 계속 보거나 아니면 핸드폰을 통해서 뭔가를 보는 게 결국엔 도구의 신체화가 되는 현상인 거죠. 계속 핸드폰 속만 보고 있는, 그걸로 충분히 담지 못하는 상황이 분명히 있을 거라고 보고 그 부분을 어떻게 잘 끌어내느냐가 중요한 부분 중에 하나가 아닐까 싶네요.
일의 성격
박: 내용을 좀 바꿔 제가 느끼기에 ‘레이크하우스’, ‘조안’ 프로젝트를 할 때와 달리 최근 프로젝트의 방향과 내용들이 훨씬 더 백소장님답다는 생각이 좀 들거든요. 특히 ‘준지’는 더욱이 그렇죠. 어쨌든 앞으로 다양한 일들이 점점 많이 늘어나실 건데 어떻게 작업이 발전될지 궁금합니다.
백: 제가 디자인을 하면서 신경 쓰이는 게 누구인가를 생각을 해봤는데 저는 클라이언트 일을 하고 있지만 제가 디자인을 하면서 제일 신경 쓰는 것은 제 주변 디자이너들이에요. 전문가들이 이걸 어떻게 봐줄까 라는 생각이죠. 그래서 오히려 더 하고 싶은 것은 잘 앉혀진 건축이든, 공간이든, 그것이 기능적으로 잘 맞으면서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구나! 라는 정도의 어떤 인정을 받는 건축을 했으면 좋겠다는 바램을 어느 정도 갖고 있어요. 그리고 저 개인적으로는 건축가라는 타이틀보다 디자이너라는 타이틀이 좋아요. 제가 하고 있는 일도 그렇고, 제가 건축도 하지만 지금 이 유리잔도 디자인하고 있거든요. 그러니까 눈에 보이는 것들, 사람 빼고는 다 디자인할 수 있는 디자이너라고 생각해요. 기획자라고 생각을 하는데, 그런 그림을 생각 하고 있고 내가 걸어가는 길에 묵묵히 건축들이 있고, 이것들이 쌓이다 보면 말씀 주신 것처럼 색깔이나 특징들이 생길 수도 있고, 그게 결국에는 제품까지 다 묻어있다고 생각을 하거든요. 그래서 저는 토털 디자이너로써 좀 자리매김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어요.
박: 지금 작업하고 있는 것들이 예술의 영역 안에 포함된다고 보세요?
백: 저는 철저하게 예술과 다르다고 생각하는 주의예요. 예술이 아니라 디자인이죠.
박: 디자인이랑 예술이 어떻게 다르다고 생각이 드세요?
백: 이게 되게 옛날 사고이긴 한데요, 저는 클라이언트가 있기 때문에 디자이너고, 아티스트들은 본인의 철학대로 내가 그리고 싶은 그림을 그리거나 만들고 싶은 게 있으면 만들 수 있다는 점에서는 다르다고 생각해요. 이전 시대의 예술가와 디자이너를 비교해보면 우리는 철저하게 클라이언트에 의해서 움직여지는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건축주가 없으면 없어지는 직업이라고 생각이 들어요. 예술가는 다르죠. 아무리 굶어도 고흐처럼 그림을 그리는 사람이 예술가라고 생각을 하고. 그게 가장 큰 차이점이죠.
박: 클라이언트와의 관계, 조율의 폭에 따라서 본인이 이야기하고 싶은 것과 클라이언트의 요구와의 괴리가 있다면 어떤 가요?
백: 저는 그림 그릴 때 예술가들은 자기가 하고 싶은 대로 완벽하게 할 수 있다고 생각이 들어요. 건축이나 디자인은 어떻던 클라이언트 요구사항도 맞춰줘야 되고, 여기서 내가 하고 싶은 것도 해야 되고 여기서 과연 작업이 나올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을 늘 하고 있었어요. 그래서 저는 작업이라고 얘기하지, 작품이라고 얘기하는 걸 별로 안 좋아합니다.
박: 다른 디자이너하고는 다르게 업역도 점점 늘어나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가구도 그렇고 조명도 그렇고, 특히 조명이 예쁘던 데요. 그 일들은 어떻게 해서 시작되었나요?
백: 비아비주노는 사실 건축가라면 관심을 가지고 있을 수밖에 없잖아요. 피터 줌터나 치퍼필드 등 그들의 공간에 비아비주노 조명이 들어가서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었어요. 그리고 비아비주노는 아직 한국 디자이너랑 만든 적은 없고 오히려 중국 네리&후랑 작업을 했었죠. 그런 와중에 운이 정말 좋았던 것이 FRAME AWARD하고 좀 연관이 되어 있어요. 작년 FRAME AWARD에서 제가 color of the year에서 상을 받았는데, 그 때 비아비주노와 함께 상을 받았었어요. 그런데 수상자들이 앞에 나가서 사진 찍을 때 비아비주노 회장이 마침 제가 그 옆에서 서게 된 거죠. 저는 그 분이 누구인지 몰랐어요. 저는 비아비주노 한국지사랑은 알고는 있었어요. 기회가 되면 함께 조명을 만들자 하고 있었는데 또 비아비주노 본사에서도 저를 알게 된 거죠. 그래서 진행이 되었고 시작한지 1년 정도 진행을 했었어요.
박: 판매되기 시작한 거죠? 여러 타입이 있던데 종류가 몇 가지인가요?
백: 유리 타입은 두 가지이고, 어플리케이션이 다양해요. 천장에도 되고 등 기구에도 되고, 스탠드에도 되는 등 비아비주노가 만들어 놓은 타입에 전부 적용이 될 수 있어서 다양하게 쓰일 수 있죠.
박: 어쨌든 상을 받으러 간 기회로 또 이렇게 연결이 되네요. 일본친구들도 일본 내에 상이 있는데, 굳이 여기 오는 이유 중 하나가 유럽에 디자인 기회 때문에 온대요. 본인들이 유럽, 또는 미국이든 큰 시장의 프로젝트를 하고 싶은데, 외부에서 상을 받게 되면 연결이 돼서 유럽의 일들이 생기기 시작한다고 하더라고요. 백소장님 상황과 비슷한 것 같네요.
백: 네. 딱 그 이유인 것 같아요. 유럽에서는 일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아주 드물어요. 잘하는 디자이너들이 많기 때문에 어떻게 하면 이걸 뚫을 수 있을지 고민했던 거죠. 바람개비가 있는데 바람개비는 바람이 있어야 돌잖아요. 그런데 한국에 있으면 바람이 안부는 거예요. 그럼 이걸 어떻게 하면 돌리지? 그렇다면 내가 들고 뛰어야겠다. 내가 가자. 이렇게 해서 시작했던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