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시옷_ 김하나
건축업역의 확장
김하나(김): 짧게 답하면 프로세스, 과정에 관심이 많았던 것 같아요.
박: 어떤 부분에 대한 프로세스인가요?
김: 학교 다닐 때, 건축 산업, 즉 일의 형태와 성격에 대한 이해가 좀 부족했던 것 같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충분히 알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구조, 기계, 전기, 소방, 조경 등 많은 전문가들과 협업하는 일, 기획에서부터 시행, 시공, 감리까지
다양한 건축가의 역할, 이렇게 많은 이해관계자와 함께 일하는 업계의 특성에 대한 이해가 없었던 것 같아요. 그렇게 실무를 하면서 설계업이 클라이언트를 위해 일하는 것이라는 것을 깨닫고 스스로 일을 만들어야 되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쉽게 말씀드리면 그때는 ‘아, 나는 회장님 집만 설계해야 하는 구나, 그런데 나랑 아무 상관없는
회장님 집을 왜 내가 고민하고 있지, 왜 내가 남의 일을 하고 있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떻게 스스로 일을 만들 수 있을까 라는 궁리를 시작했던 것 같습니다. 뒤돌아보면 그런 고민은 같이 일을 시작했던 3명의 친구들 모두 했던
것 같습니다. 김민철 대표 같은 경우에는 ‘공간’에서 8년 넘게 일했는데 2008년
리먼브라더스 사태 이후 급변하던 시장환경 속에서 연동한 설계사무소의 변화와 어려움을 겪으면서, 당장
월급을 못 받는다고 해도 새로운 일을 시작할 수 있는 유연한 태도가 있었던 것 같아요. 창업이라고 할
것도 없고 단지 그때는 ‘스스로 일을 조직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하는
고민이 있었고 스스로 일을 만들어야겠다는 목표로 시작했어요. 마침 그때가 한참 벤처기업 창업경진대회
같은 스타트업을 지원해 주는 프로그램이 되게 많았거든요, 저희는 단순하게 집 근처 작업실을 제공하는
프로그램에 사업계획서를 제출을 했고 운 좋게 선정돼서 시작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학교 다닐 때 주어진
대지에 새로운 아이디어나 의도를 흔들림 없이 끝까지 구축하는 훈련을 했잖아요? 그런 훈련이 작은 아이디어를
구체적인 사업계획서로 작성하는 것에 많은 도움이 되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이런 구체적인 계획서의
내용을 적극적으로 실행했던 것 같습니다. 반면에 아주 사소한 의사결정도 의견이 잘 모이지 않고, 결정의 다각적인 문제점, 결정의 비판, 그 비판의 비판. 반대 의견이 끊임없어서 회의가 결론이 나지 않는
경우가 많은데, 이것이 구성원모두가 건축교육을 받아서 그런 것 같다는 이야기를 재미있게 나눈 적이 있습니다. 치열한 입시교육을 거쳐 대학에 와서 40명이 스튜디오 수업을 들으면 40개의 대안이 나옵니다. 어쩌면 주어진 대지에 적절한 대안은 한
두개 정도이지 40개의 서로 다른 대안은 아닐 것 같아요. 정량적인
평가로 학점을 받기 위해서는 그 대안 40개를 줄 세워야 하고, 나의
계획안이 다른 대안에 비해 좋은 점을 부각해야 하고, 때로는 저 친구의 결과가 의미 있어 보이지만 크리틱을
위해 단점을 찾아야 하는 훈련을 5년 또는 현상설계공모라는 작업으로
10년 가까이 한 친구들이 모이니까 작은 하나를 결정하는데도 이렇게 많은 가능성들에게 논의하는 것이 당연하다 라는 이야기를 했었어요.
김: 일에 대한 고민으로 시작하였지만, 수익이 나지
않은 현실이 지속되어 코너에 몰리니까 저희가 가진 재주, 쌓아 놓은 자산을 생각 할 수 밖에 없었어요. 그 때 포착했던 문제가 1인가구 주거 문제였어요. 같이 시작했던 성나연 대표는 네이버 재팬에서 일하다 동일본대지진으로 2012년
급하게 서울에 귀국해서 집을 찾는데, 1인가구가 점유할 수 있는 공간은 대부분 다세대·다가구 같은 빌라 건물들이었습니다. ‘아파트가 아닌 저층주거지의 집합
건물들은 왜 이렇게 품질도 낮고 가격도 비싸지?’ 라는 질문에 동경에서 경험한 ‘R부동산’을 보면서 ‘R부동산’처럼 건물을 중개하는 매체가 평수나 가격과 같은 정량적인 정보 보다 남향으로 난 큰 창, 작은 마당이 있는 집 등 중개하는 정보를 정상적인 가치로 재편하면 우리가 일상에서 만나는 평범한 건축물을 조금이나마
바꿀 수 있지 않을까? 라고 생각하며 진행했었습니다.
김: 네. 기본적으로 부동산 중개를 하는 일, 집과 동네를 소개하는 미디어의 역할을 하려고 했었죠. 당시 ‘R부동산’이 확장하는 시기였고
‘R부동산’ 대표에게 서울지사를 내보라는 제안을 했는데 대표는 서울지사 보다는 우리를 충분히
이해했으니까 너희 스스로 해보라고 해서 사회적 기업가 육성사업에 ‘부동산, 서울’ 이라는 사업계획서를 냈던 거였죠. 그런데 오래지 않아 서울에는 그런 비지니스 모델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했어요. 당시
일본은 버블시대를 거치며 넘치는 자본과 에너지를 투여해 만든 양질의 건물들이 많이 비어 있어서 조금만 손보고, 다른
시각으로 평가하면 또 누군가에게는 아주 좋은 환경이 되어 그런 정보가 부가가치를 만들 수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반면
서울은 전쟁 이후에 막 지은 건물들은 기능적으로도 심미적으로도 다시 고쳐 쓰기에 어려운 것이 대부분이었고, 그
중 괜찮은 물건들은 동네 부동산에서 저희에게 정보를 줄 리 없었어요. 즉 서울은 동경만큼 빈집이 많은
상황이 아니었기 때문에 오래된 주택을 다른 시각으로 중개하는 것 자체가 아직은 어렵다고 생각했었죠. 어쩌면
동경과 비슷한 저층주거지의 모습이지만 서울의 토대는 많이 다르다는 것을 깨닫고 프로젝트를 정리하고 사업을 마무리했죠.
김: 그때가 출발 인 거죠. 부동산이 뭔지도 모르고
시작을 한 것이죠. 그러면서 사회적 기업가 육성사업팀 중에서 후속으로 지원하는 사업이 있어 ‘통의동집’을 기획하게 되었어요. 그
때 저희를 인큐베이팅(중간지원)하였던 씨즈(https://www.theseeds.asia/)라는 곳에서 단지 중개나 소개만 하는 매체를 넘어서 ‘직접 지역에 들어가 주택을 짓고 운영하면서 1인 가구 주택의 다른
대안을 보여주면 어때?’ 라는 조언을 하였고, 부동산 임대료나
건축비 등 자산을 형성하는 것에 사용할 수 없는 대부분의 창업 지원금과 달리 때 마침 자유롭게 운용할 수 있는 후속지원사업이 마련되고 선발되어
주택임대관리업을 시작할 수 있었습니다.
김: 화장실을 같이 사용하는 쉐어하우스였죠.
김: 2013년이에요. 성나연 대표가 일본에서 쉐어하우스에서
거주한 경험이 있습니다. 그때 이미 일본에서는 개인 공간은 극소화 되고 공용 공간은 극대화된 주택이라던지, 화장실은 공유하더라도 주방이라던가 취미실 같은 다른 공간을 가지는 것, 또는
버려진 공용 공간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등 다양한 형태의 1인을 위한 주거 상품이 공급되고 있었습니다. 원룸에 모든 것이 다 구겨져 있는 것 말고도 다양한 방법들이 시도되고 있었죠.
제가 최근에 가슴 아팠던 것은 1인 가구 주거의 선택지는 원룸이 그 형태 그대로 크기만
커지는 것밖에 없다는 기사를 읽고 난 후였어요. 이제는 더 이상
4,5인 가족이 표준이 아닌 인구구성을 가지고 있는데, 한부모와 자녀만 살 수도 있고, 부부만 살 수도 있고, 다양한 형태의 식구(한 집에서 함께 살면서 끼니를 같이하는 사람의 뜻으로 가족과 다른 의미로 사용됨)가 있는데 이런 핵가족 이후의 인구구성에 대응하는 주택의 평면이 전혀 없다는 것에 가장 큰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1, 2인이 생활하는 다양한 공간이 어떻게 가능할지에 대한 심도 깊은 고민을 했던 것 같고, 그렇게 친구들을 초대할 수 있는 공적 공간을 공유하는 작은 시행을 시작했던 거죠. 처음에 화장실을 공유하는 주택을 만들어
보겠다고 이야기했을 때 부동산에서나 주택개발을 하는 업체에서는 그것이 거래가 될까 하는 걱정을 너무 많이 하셨습니다. 2~3년이 지나서도 임대가 될까? 아니 지금 당장 적어도 주변 시세랑
비슷한 가격은 받을 수 있을까? 동일한 면적을 제공할 때 화장실과 세탁기가 개별 세대 안에 들어가 있는
방식이 아니라 화장실도 같이 써야 되고 세탁기도 개실 밖에 있는데 돈을 더 받겠다 라고 얘기하니까 말이 안 되는 소리라 하셔서, 그럼 내가 책임지고 임차인을 구하겠다는 확약을 하였어요. 건축주에게
매입 확약을 해주면 되는 거죠. 그러면서 사소한 차이라도 새로운 것을 진행하려면 그 차이의 결과를 책임지는
것으로 가능하다는 것을 깨닫았어요.
김: 보통 책임 임차는 3~5년치 월세를 임대인에게
보장하는 계약서를 쓰는 거죠. 그런데 저희의 약속을 아무도 안 믿지요.
저희보다 그래도 규모가 큰 ‘셰어하우스 우주’ 가
임차확약서를 제공해도, 100명 이상의 규모에서 자금을 조달하기 어려웠습니다. 서울소셜스탠다드(삼시옷)의
명의로 개발한 첫 임대주택인 ‘청운광산’의 경우 땅의 소유자인 SH가 매입확약을 해주고, 그 매입확약으로 주택도시보증공사가 보증을
서는 순간 은행에서 대출 이자가 1%로 떨어지는 거예요. 지금
모든 시중은행에서 매입 확약서를 가지고 오면 거의 비슷하게 처리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어요. 이자가
문제가 아니라 사실 대출 자체가 안 되는 조건이지요. ‘삼시옷’은
자산도 없고 신용도도 낮고, 저도 제공할 담보가 없기 때문에 서울시가 공모한 사업에 당선되어 서울시가 SH를 통하여 매입확약을 해주는 것은 굉장히 중요한 것이었죠. 그리고
약정을 한다는 것은 입주자 입장에서도 장기로 점유할 수 있는 거주권을 보장받는 일이기 때문에 의미가 있어요. 지금 ‘청운광산’ 1층에는 홍대 카페 ‘수카라’의 자매점인 ‘큔: 菌’이 들어왔어요. ‘큔’은
전국의 농부님이 보내주시는 제철 재료를 발효하고 가공하는 작업실을 지하 1층에 함께 운영하고 있어요. 이런 시설 설비를 투자하고, 동네에서 뿌리를 내리고 단골을 만들며
관계를 맺는 장사를 시작할 때 10년 동안 월세가 오르고 내리는 문제가 아니라 10+10, 20년동안 여기를 점유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진다는 것 만으로 입주결정을 한 것이에요. 저희 같은 임대인 입장에서도 ‘수카라’처럼 크고 단단한 커뮤니티를 가지고 있는 단체가 들어오는 것이 너무 좋은 것이죠. 돈 빌려주는 사람 입장에서도 미분양이나 공실률 같은 불확실성을 줄이고 싶어하기 때문에 장기로 사용할 사람이
있는 것을 원하죠.
김: ‘통의동 집’은 작은 규모이지만 ①장기 저리 융자(전세금) ②상환의무가
없는 지원금(시설 설치비) ③운영수익을 배분하는 임팩트 투자(시설 설치비)등 세가지 형태의 재원 조달로 실행 가능하였어요. 무엇보다 기초가 되는 ‘정림건축문화재단’의 인내하는 자본으로서 전세보증금 출자가 있었기 때문에 시작할 수 있었죠. 당시에
은행 금리가 너무 낮으니까 비영리 재단들이 목적 사업을 진행하는 것에 한계가 있어 다른 방법을 모색하는 시기였어요. 자연스럽게 여러 비영리 재단과 부동산에 투자해서 임대주택과 재단의 활동공간을 운영하는 모델을 논의했어요. 특히 ‘정림건축문화재단’ 은
건축과 도시집합주거, 공동체를 고민하고 있었고, 통의동집과
같이 작은 실험이지만 직접 실행하는 것에 의미가 있다고 판단하여 빠르게 진행할 수 있는 전대방식으로 시작했습니다.
충신동, 이화동, 장충동 등 서울의 동쪽부터
알아보았는데, 마침 서촌에 건축가가 참여하여 사용승인을 앞 둔 다가구 건물을 찾아서 5년간 전대하는 조건으로 2층, 3층
두가구는 거실을 막고 주방을 세탁실과 샤워실로 변경하여 4명, 3명이
생활하는 셰어하우스 형태로 바꾸었죠. 각 층에 주방을 없애는 대신 지하 1층에 커뮤니티 부엌을 두었어요. 주말 같은 경우에는 1층 ‘정림건축문화재단’의
회의실 같은 공간을 입주자들이 자유롭게 공유하고, 평일 낮에는 재단이 지하 주방을 사용하고 관리를 돕게
되는 구조였어요. 이러한 공유 주거의 형식도 의미가 있겠지만, 저는 ‘통의동집’을 통해서 공공이나 민간이 아닌 다른 주체에 의해서 임대주택이
공급된 점에 의미를 두고 싶어요. 제3의 자본을 활용하고
특성을 이해한 경험이 많은 도움이 되었어요. 이런 인내하는 자본의 기본 특성은 장기간 저리로 신용이나
담보가 없는 기업이나 개인에게 여러 사회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시간과 기회를 제공하는 것에 있어요.
김: 저희는 주거 문제 보다는 일에 대한 고민이 많았어요. 어쩌면
그 점으로 쉐어하우스에 더 관심을 가졌던 것 같기도 합니다. 전문직,
평생직장과 같은 개념은 이미 부식되었고 일하는 장소와 시간에도 많은 변화가 있었습니다. 우선
일본에서 쉐어하우스가 인기가 있었던 것은 한국보다 유연한 노동시간에 있다는 점을 발견했습니다. 사적
공간을 공유하는 것이 충분히 가능하다고 믿었던 것은 성나연 대표가 바텐더, 간호사 그리고 작가 이렇게
네 명이 샤워실도 같이 있는 화장실을 아무 불편함 없이 사용했던 경험 때문입니다. 성나연은 나인투식스
직장인이었고, 바텐더는 저녁에 출근하고 새벽에 들어오고 간호사는 3교대로
근무하고 작가는 집에서 일을 해요. 그런 네 명이 사니까 화장실이 하나여도 불편하지 않았던 것입니다. 결국 노동 시간이 유연해지면서 공유 공간은 네 명이 나누어 쓰는 것이기 보다 각자 시간차로 혼자서는 부담하기
어려운 큰 공간이나 좋은 시설을 때로는 온전히 점유할 수 있는 것이죠. 다음으로 일본에서는 장기 불황으로
일자리 나누기를 했기 때문에 근무 시간이 짧아지고 수입이 줄어드는 단기 근로직이 많이 늘었습니다. 그렇다
보니 지출을 줄여야 하고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아져 쉐어하우스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습니다. 집에 있는
시간이 길어지니 공유 공간에서 글도 쓰고 요리도하고 식재료를 기르는 등의 더 본격적인 가사일을 할 수 있는 상황이 시작된 것이죠. 이런 배경에서 특히 공유 주방이 경우 굉장히 매력적인 요소인 것을 발견하였습니다. 회사일로 바쁠 때는 대부분 외식을 했는데 월급도 줄어들고 시간이 많으니까 슬슬 집에서 밥을 해먹으려 하면 원룸에서는
제대로 된 요리를 할 수 있는 공간이 부족한 불편함을 인식하게 되었지요. 제대로 된 가사 노동을 할
있는 공간이 집에 있는 것이 쉐어하우스의 본질이라 생각하고 커뮤니티 키친, 쉐어드 키친을 중요하게 계획했어요. 건조기가 있는 세탁실도 같은 맥락입니다.
경계와 집합에 대한 새로운 개념
김: 네! 맞아요. 그래서 계획 초기에는 현관을 지나 공용 복도를 통해서 가야 하는 공유주방의 위치가 너무 싫었죠. 만일 박소장님께서 설계했다면 복도와 계단이 그렇지 않았을 거예요. 냉난방도 안 되고, 최소의 비용으로 마감된 완전히 버려진 공간인 거예요. 피난계단을 통과하여 하나 밖에 없는 주방에 가야 하는 동선이 너무 싫어 다른 건물을 알아보자고도 했어요. 특히 지하에 있으면서 ‘신발을 신는 주방’ 이라는 형식에 많은 고민이 있었어요.
김: 2층에는 2층의 현관이 있고, 3층에는 3층의 현관이 있어 각층 현관에서 벗습니다. 그러니까 정확하게 층으로 분리된 다가구 주택인 거죠. 심지어 3층은 4층 주인집 현관도 마주하고 있어 복도를 집주인하고 같이 써요. 처음에는 다가구 주택의 일부를 변경하는 제약으로 아쉬움이 많았는데 지금은 지하에 신발을 신는 주방이 공유주택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공유주택을 계획한다는 것은 지극히 사적 영역인 집 안에 다양한 공적 공간을
만드는 일이라 할 수 있어요. 이와 동시에 공적 공간 내에 사적 영역을 만들어 거주의 경험을 풍요롭게
만드는 것이죠. 이런 사적-공적 관계를 가진 영역을 다양하게
구조화하고 프로그램을 연계하여 전이공간을 상품화 한 것이 공유 주택입니다. 간단하게 주거 안에 ‘제3의 공간’을 넣은
일이라 정의하고 있어요. 계획 단계에서 거실 평면을 보고 건축가에게 신발을 신는 공간인지, 신발을 벗는 공간인지를 많이 질문합니다. 저희는 타인을 편안하게
초대할 수 있는 신발 신는 공간을 최대한 주호 내에 많이 만드는 것이 좋은 주거 공간을 만드는 일이라 믿고 있어요. 일본 소형 주택 사례를 많이 분석했는데 ‘토간’이라고 확장된 현관이 유사한 개념입니다. 프라이빗-퍼블릭, 그리고 안-밖의
층위를 분리시키는 것이죠. 현관문을 열고 신발을 벗으며 실내로 들어오면서 프라이빗-하다고 느끼는데, 실내에서 신발을 신으면 내외부 경계 감각이 새롭게
느껴집니다. 그 경계들을 전이시키거나 모호하게 만드는 것이 풍요로운 분위기를 만들어요. 양분된 개념을 전이공간을 통해 세심하게 조율하는 일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김: 네. 2,3층 개인 생활공간에서는 지하까지
거리도 있어 불편할 것이라고 예상했는데, 오히려 다양한 만남과 관계가 형성될 수 있는 중간영역으로서
친구나, 이웃을 초대할 수 있는 사회화된 공간으로 작동했어요. 다양한
가전과 설비가 구비된 주방인데 처음에는 이용률이 낮아 망했다고 생각했죠. 하지만 입주자 만족도는 아주
높아 이유를 물어보니, 가끔 여유가 될 때, 도시락을 싸거나
건강한 식단을 챙길 수 있는 장점도 있었지만 무엇보다 약속도 없이 친구를 불러 짜파게티를 끓여 준 날이 너무 행복했다는 거예요. 그래서 사소할 수 있지만 친구나 타인을 돌볼 수 있는 공간이 이렇게 재미있는 일이라는 것을 확신하면서 신발을
신는 공간을 많이 만들어야겠다고 생각 한 거죠.
김: ’청운광산’은 사실 키친-리스(kitchenless)하우스예요. 주방이 없다고 생각하셔야 합니다. 공유주택 시설 기준이 있다고 말씀드렸잖아요. 열한 명이 쓰는 주방의 면적 말고도 수납함의 크기라던가, 작업대와
개수대의 개수와 크기 이런 기준이 있는데, 무엇보다 열한 명이 하나의 주방을 쓴다는 건 말이 안 돼요.
김: 그래도 이정도 규모는 부족해요. 한 번에 쓰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여기 정도의 면적은 대략 여섯 명 정도가 사용하는 크기로 적정해요. 사용인원수에 따른 공유시설기준을 가지고 있습니다. ‘청운광산’은 고시원과 별 다를 바 없는 주방이 없는 주거유형으로 이곳의 1인가구들은
저녁도 외식을 하는 것으로 상정하고 있어요. 대신에 마음을 두고 머무를 수 있는 제철 채소와 발효 음식을
전하는 ‘큔, Qyun’이라는 카페가 있어요. ‘통의동 집’ 같은 경우 바로 앞에 ‘스튜디오 잇’이라고 요리 스튜디오가 있었는데 이곳에서 요리 수업
같은 걸 하고 나면 저희 입주자들과 관계가 있어서 종종 음식을 나눠주고 그랬거든요. 또 하나의 신발을
신는 주방이었지요. 어쩌면 서촌이라는 동네였기 때문에 주거의 여러 기능이 지역으로 더 쉽게 확장될 수
있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청운광산’도 주방도 없고 개인실도 최소한의 크기이지만 서촌에 근무를 하며 서촌을 주거지로 생활하는 사람을 우선 모집할
예정이에요.
김: 네 맞습니다. 저희가 풀옵션으로 주택을 공급하는 것에 오해가 있을 수 있습니다. 이렇게 완벽한 셋팅을 한 공간을 공급해야 하나 하는 고민이 있었어요. 맨 처음에 시작할 때는 저희가 디자인의 가치를 재화적 가치로 팔아야 하기 때문에 이것도 상품으로 생각했고 모든 것을 잘 셋팅 하자. 그래서 전문가들이 디자인을 해서 제공을 하자고 생각을 했었어요. 처음엔요. 그런데 거의 7년 가까이 주거에 대해서 고민을 하다 보니까 입주자 스스로 영역을 만드는 것이 중요해졌어요. 주거 계획에서는 가장 중요한 것 같습니다. 고시원 이야기를 할 때 고시촌에는 10년을 살아도 아무도 식물을 기르지 않아요. 저희가 전수조사를 해봤기 때문에 아는 내용인데, 왜 식물을 기르지 않냐, 결국에는 거주 기간이 짧은 집이기 때문인 거죠. <물리적인 시간이 아니라 거주에 대한 태도가 중요하다.> 하루를 살아도 영역을 만들 수 있는가 아닌가의 문제 처음에는 유도도 많이 해보고 고민도 많이 해봤는데, 결국 적어도 10년 거주를 목적으로 하는 집이어야 한다는 결론을 얻었어요.
김: 지금까지 여성 전용으로 운영한 이유는 샤워실 같이 내밀한 공유시설의 규모가 언제나 넉넉하지
못하고 최소기준만을 충족했기 때문입니다. ‘통의동집’이나 ‘청운광산’의 경우 층별로 성별을 분리하면 가능합니다. 함께 쓰는 생활 공간은 5명을 넘지 않은 규모에서 작동하는 것 같아요. 더 큰 집합주택의 경우, 10명,
20명이 함께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5명 이하의 생활공간을 공유하는 단위가 모여 또 다른
공유공간을 만드는 형식으로 확장되는 것이 지속가능한 공유모델이라고 생각해요.
김: 네. 필요하죠. 이렇게 개인 공간과 공유 공간이 합쳐진 구성은 건강한 구조는 아니에요. 금요일
밤까지 야근하고 녹초가 되어 집에 도착했는데 바로 연결된 거실에서 동거인들이 축구 보면서 피자 파티를 하고 있으면 스트레스 좀 받겠지요. 사실 이렇게 연결된 구성은 같이 일을 시작하는 설계사무소에 전달하는 나쁜 평면의 전형입니다. 이 평면을 전달하며 항상 두가지 질문을 같이 드리는데요, 공유 거실과
개인 실 중 어디를 남쪽에 둘 것인지, 그리고 두 공간의 경계를 어떻게 만들 것인지, 비슷한 규모 검토를 정말 많이 하지만 아직도 내부적으로 논의를 하는 질문들이지요.
김: 저희가 최소면적 기준을 만들어보자 해서 1인실
방의 크기의 기준에 대해서 정확이 가지고 있어요. 침대와 수납장이 있는 개인 방은 센터 선 기준으로 9㎡(2.6x 3.5)이고요. 내측
마감 기준으로 하면 7.2㎡가 최소면적이에요.
김: 두 가지가 있는데, 9㎡ 같은 경우에는 러시아가
이런 공동주택을 지었을 때 기준 같은 것이 많이 있었어요. 17㎡,
14㎡가 왜 나왔냐 이런 미니멈 듀웰링에 대한 연구와 조사가 굉장히 많이 있어요. 그런
것들에 대해서 많이 조사하고 저희가 50개 정도의 기숙사 평면을 정해 연구했어요. 참조한 영역이 5개 정도의 그룹이 있는데 처음에는 일본의 쉐어하우스 100개의 사례를 다 분석을 했어요. 그리고 두번째는 기숙사예요. 알바 알토나 MIT 기숙사, 르꼬르뷔지에
기숙사 같은 기본적인 기숙사의 실의 평면과 크기를 분석하고, 그 다음이 북유럽의 학생주택이라고 해서
코하우징했던 여러 좋은 사례들을 보았어요. 그리고 최근에는 뉴욕에 임대 주택 시장으로 1인 주거로 많이 개발한 사례, 그리고 맨 마지막이 호스텔까지 해서
이 다섯 개 분야의 사례들을 분석했어요. 평면 사이즈를 하나하나 확인해 보고 실제로 지어보면서 처음엔 9㎡였는데 7.2㎡까지 줄어들어 결국에는 그렇게 정해졌어요.
김: 임대관리를 통하여 자연스럽게 사용자들의 생활을 관찰하면서 공간의 성격은 계획단계에서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사후에 판단되는 것이라는 점을 깨닫았어요. 당연히 사용자에 따라서
성격이 달라지기도 합니다. 또한 여러 사용자 간의 생활 습관 차이, 공적
영역을 사적으로 점유하는 등의 사유화 문제, 공유공간에는 언제나 예상치 못한 마찰이 발생합니다. 그러나 개인실의 경우는 1인이 거주하는 극소한의 물리적 크기에 관한
부분이라 오히려 명료했어요. 저희가 꿈꾸는 쉐어하우스의
원형은 ‘라뚜렛 수도원(La Tuorette)’입니다. 은둔처인 작은 침대와 묵상하는 테이블 하나가 개인실의 전부이고 나머지 기능은 다양한 공동시설로, 신성한 존경심마저 우러나는 예배당과 자연, 그 곳이야 말로 건축적인
형식이나 규모, 공간의 크기와 연출, 1960년에 준공하였지만 1인가구를 위한 집합주택으로 오늘 그대로 지어도 좋겠다고 생각해요.
김: 그런데 7.2㎡로 결정을 하면서 방에 가구와
조명을 조금 더 디자인을 하고, 창의 위치를 고민하면서 평생 살아도 되는 크기가 뭘까? 라는 고민도 했던 것 같습니다. 지금 저희는 이렇게 완벽하게 모든
게 갖춰져 있는 주거의 형태는 단기로 거주하는 1년 정도의 거주 기간에 적합한 주택이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희 주택에서 3년, 5년 살았던 분도 있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저는 사실은 지금 크기가
수도자가 평생 그 방에 사는 것처럼 작지만 평생을 살 수 있는 크기라고 생각했어요. 사실 아까 말한
것처럼 모든 것이 갖춰져 있는 상황에 들어오는 것에 대한 고민이 있다는 거죠. 이건 저희가 설계 사무소를
다닐 때부터 고민이었는데, 건축이 모든 걸 세팅 한 공간에 초대해서 그 사람이 사는 거라고 생각하고
있긴 하지만 그런 방식이 폭력적인 부분도 있는 것 같긴 해요. 그 사람도 완전히 나의 라이프스타일을
맞춰서 의뢰를 했겠지만, 건축가는 그걸 해석해서 던지는 것이 있으니 완벽하게 그 사람에 맞춰 공간을
만들 수 없다고 생각하고 그게 건축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저는 여지가 분명히 있어야지 공용공간에 가구를
놓거나 화초를 기르면서 영역성이 생기고 이게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그런데 저희는 굉장히 밀도가
높은 최소의 기준에 따른 주거이기 때문에 아쉬운 점이 있지만, 효율적으로 디자인을 해주는 방향이 옳다고
생각해서 제공하고 있어요.
도시 주거의 형태 변화
박: 아까 잠깐 얘기했던 같이 공유하는 기능과 관련돼서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공유하고 어디서부터 어디까지는 개인의 공간으로 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 중에 신발을 신는다, 벗는다도
있지만 한국에서 실내에 화장실과 샤워실을 같이 공유해서 사용할 수 있을까? 에 대한 의구심이 있었거든요
김: 저는 화장실을 같이 공유할 수 있는 사람이 있고, 공유하지 못하는 사람이 있다고 생각해요. 저는 화장실 절대 공유 못 하는 것을 이해하고요, 화장실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주호 내에 있는 게 맞는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방을 작게 계획하고 내부에 물 쓰는 공간을 주면 (화장실이 너무 작아서) 자칫 러브호텔이거나 교도소가 돼요. 이 둘을 뛰어넘는 공간의 계획이 있다면 당연히 주호 안에 있어야죠. 화장실 좋게 하려고 했을 때 주호 내에 물 쓰는 공간을 계획하는 것이 아니라 욕조라던가 혼자서는 소유하지 못하는 경험을 많이 공용공간에 계획하는 거죠. 조사한 바에 의하면 화장실을 공유하는 단위는 4~5명 이상이면 안 되고 화장실을 같이 쓰는 것은 굉장히 프라이빗 해야 돼요. 규모가 커지면 그런 그룹들을 클러스터링 해야 하고, 더 커지면 클러스터 여러 개가 만나서 지역과 연계하는 프로젝트 공간이 있어야 하는 거죠. 다양한 위계의 공간이 중첩되어 있어야 되는 거죠.
김: 건물에 매니저가 따로 상주하고 있지는 않고, 관리는
삼시옷에서 합니다. 내부 사용 규약도 있고 관리와 청소 서비스가 있습니다. 입주자들은 더 비용을 지불하더라도 청소 서비스를 가장 좋아해요.
김: ‘청운광산’도 노력하고 있지만 보증금 1500만원에 월39만원에서 47만원이에요. 그런데 보증금을 3000만원으로 하면 다 월30만원대로 맞출 수 있게 구조를 짰어요. 구조를 짜면서 다양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시작을 했는데 결국에는 저렴한 월세가 최고더라고요. 다양함의 기저에는 저렴함이 있고, 그 저렴함을 어떻게 획득할 수 있을까 했을 때는 건축적으로 획득하기 보다는 금융 구조를 잘 짜는 것이 저렴한
시공비보다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전통적으로는 임대주택을 공급하기 위해서는 저렴하게 집을 지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데, 좋은 주택 역시 보증 기간이 15년으로
길어지면서 공사비를 낮추지 않아도 월세가 낮아지는 것이 가능한 거예요. 지금의 사업 구조에서 8년 안에 갚아야 되면 건축비를 저희가 감당할 수 없기 때문에 낮춰야 돼요. 그런데
이걸 15년 동안 갚게 되면 시공비가 올라가는 것이 별 문제가 되지 않아요. 30년으로 장기 상환을 해주면 월세도 더 내려갈 수도 있어요. 결국
이게 다 금융 구조 계획으로 해결 가능한 거죠.
공유주택의 질적 향상에 대한 고민
박: ‘청운광산’에서 공유주택이지만
질 높은 건물을 짓기 위해 구조에 대한 새로운 시도를 했습니다. 기본적으로 콘크리트로만 지어진 건물보다는
목구조가 함께 들어간 하이브리드로 구조를 선택하게 되면서 공사비가 올라갈 수밖에 없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방식을 선택하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요?
김: 고백하자면 저는 ‘경영위치’에서 3년 일을 했었는데요. ‘경영위치’에 다닐 때는 미스를 좋아하니 철골구조를 하는구나 라고 생각했는데, 당시 ‘경영위치’는 전국의 보건소를 많이 지었고 보건소는 지역 건설사랑 일을 해야 해서 좋은 건축물을 생산해 내는 전략이 필요했죠. 그 방향이 도면을 엄청 꼼꼼하게 그려서 모든 것들을 대비 한 도면을 그리는 방식인데 철골조로 현장에서 수정 불가하게 만드는 전략이 있었다고 생각해요. ‘경영위치’에서 제가 배운 건축을 구축하는 방법이라는 것이 거의 공장에서 생산되는 것까지 다 하는, 그래서 그런 방식의 경험이 있기 때문에 작은 주택들을 시행을 하다 보니까 콘크리트로는 절대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좋은 현장 소장님 만나고 아무리 정성을 들이고 짓더라도 값싼 형틀 공이 와서 밀도 있는 결과를 좋게 끝내는 것에는 한계가 있었어요. 그리고 모든 설계사무소의 전략이 도면을 미친 듯이 그려서 현장을 관리하는 방식은 아니구나. 그래서 소규모에서 어떻게 해야 될까에 대한 고민은 아직도 하고 있어요.
김: 요즘 제가 하는 친구들과 하는 이야기 중에서 디자인 빌더가 있어요. 저는 젊은 건축가들이 조경이나 가구를 하는 인테리어 디자인한테 시장을 뺏겼다고 생각하고 있거든요. 지금 좀 잘 한다는 플레이어들은 건축하는 사람이 아니라 다 인테리어 하는 친구들이 필드에서 인정을 받고 있다고
생각하는데, 저는 그 이유가 ‘책임’이라고 생각해요. 인테리어 하는 친구들은 가구에서 잘 못 되면 자기
돈을 들여 다시 납품을 하잖아요. 그런데 건축 설계는 더 큰 범위의 일들을 하기도 하고 자기가 생산하지
않기 때문에 생산한 도면과 결과가 달랐을 때 책임을 질 수가 없어요. 그래서 뭔가 점점 자리가 없어지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좀 하거든요. 그래서 이 일이 지속 가능한가에 대해서는 답이 없습니다. 결국에는 주택임대관리업에서 규모를 키우거나 양을 만들어 내거나 아니면 IOT를
통해서 무인화를 하거나 셋 중에 하나를 해야 성공한다고 생각 하는데 저희는 다 실패를 한 거였고, 그래서
이런 소규모는 어떻게 지속할 수 있을지 아직까지는 답이 없어요. 그래서 시공 방식에서 조립식도 생각을
해 본 거고 품질이나 비용, 건설비를 투입해 좋은 공간을 만들자는 생각으로 시도하게 되었어요.
주택임대관리업
박: ‘주택임대관리업’이라는
것이 건축과 관련이 있는 일이기는 하지만 여전히 생소한 분야로 느껴집니다. 삼시옷에서 소규모로 기획과
운영을 하고 있지만 그 중 에서도 주택 관리에 대한 부분들을 특별하게 내세워서 진행을 시켜오고 있잖아요. 그것과
관련된 이야기를 조금 더 해주면 좋을 것 같아요.
김: 우선 첫 번째로는 전체 과정에 대한 프로세스를 잘 디자인해야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프로세스를 디자인하는 개념에서 일을 스스로 어떻게 만들 것이냐 하는 것도 들어갑니다. 주택은 사실 하는 일이 새롭지는 안잖아요. 그렇지만 과정이 새로움으로써 결과가 새로울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프로세스를 잘 디자인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 했거든요. 처음에는 우리가 그냥 설계사무소를 하면 되지 왜 설계사무소를 파트너로 해야 되는 건지 이런 고민도 많이 있었던 것 같아요. 2013년 당시에는 시행, 설계, 시공, 부동산 중개도 있었지만 주택임대를 하는 팀은 거의 없었어요. 주택임대분야에서는 논현동 부동산 아저씨가 관리해주는 것이 저희의 유일한 롤 모델이었어요. 그래서 그 아저씨한테 많은 노하우를 받았죠. 그렇게 주택임대를 하면서는 사용자를 관찰을 할 수 있었기 때문에 저희가 계획했던 내용이 실제로 어떻게 쓰고 있는지, 만족도라던가 이런 걸 관찰할 수 있었던 게 유효했습니다. 그 관찰 결과를 잘 정리를 해 놔서 저희 회사 입장에서는 더 이상 공유주거를 관찰할 필요가 없어요. ‘통의동 집’도 그렇고 다른 집들도 다들 실제 사용하는 사용자와 만나고 사용하는 것을 관찰할 수 있고, 이런 부분들을 잘 정리할 수 있었습니다. 또 그 결과를 잘 정리해서 건축가에게 전달하는 것이 큰 기쁨이었죠.
김: 당연하죠. 저도 주택임대관리업을 해보자고 생각했던
계기는 한 분이 문의가 오셨는데, 원룸 세입자끼리 싸웠던 거예요. 그래서
그 분이 너무 충격을 받아서 와 진짜 내 집에서 큰 사고가 생길 수도 있겠다는 공포가 생긴 거예요. 그래서
저희한테 임대관리를 맡기며 입주자 간 분쟁을 조절해 줄 수 있는 장치가 있다는 것을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하시더라고요. 조금 다른 이야기이지만 관리의 경우에 모든 것이 서비스로 제공되는 순간 진 게임이거든요. 입주자가 주체적으로 자기 공간이라고 생각하면 스스로 고치고 스스로 치우게 되는데 그런 방향이 적절하다고 봐요. ‘통의동 집’ 같은 경우에는 퍼블릭 한 공간과 프라이빗 한 공간이
함께 묶여 있다 보니 좀더 자기 공간으로 생각해 관리에 대한 부분이 많이 해결되는 예도 있었어요.
김: 이 집은 그래서 저희가 1층 식당에게 얘기를
충분히 했죠. 그래서 필요한 경우에 1층 홀 매니저가 그런
일들 좀 해주시는 거죠. 이전에 신림동에 10명이 하나의
현관을 사용하면서 폐쇄적인 분위기였을 때는 관리 측면에서 문제가 있었어요. ‘통의동 집’처럼 3,4명처럼 나눠 그들만의 현관 따로 있고 그들이 만나는 접점이
있는 겹이 있을 때는 관리가 좀 더 용이했는데 ‘청운광산’은
건축면적이 너무 작아 그런 접점을 만드는 게 어려웠어요.
공공의 역할
박: 한국 주거에서 가장 많이 차지하고 있는 형식이 아파트이지만 서민
주거로 보면 저층형 집합 주택이라고 할 수 있는 ‘다가구, 다세대
주택’이 전체 비율로 본다면 30%이상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건축가들이 저층형 집합 주거에 많이 비중을 두고 있지 않았습니다. 최근에는
서울시를 포함한 지자체에서 다양한 방식의 저층형 집합주택을 중심으로 도시재생을 시도하고 있고 그 중 최근에 ‘준공공임대주택’의 확산을 위해 다양한 방식으로 새로운 사업을 시작하고 있습니다.
김: 서울시에서 공급하는 공동체주택은 저층 주거지 재생을 위한 의미 있는 수단이라고 생각해요. 저층주거지에서 여러 문제를 가지고 있는데 첫 번째 주차부분에서 필로티 주차를 없애는 것. 필로티 주차장 때문에 주택 진입로가 지하 주차장을 걷는 것 같잖아요. 그것 때문에 사고도 많고, 더 안 좋으면 성범죄가 일어나거나 그걸 위해 셉티드나 보안관 이런 것도 생기니, 필로티를 일단 없애야 한다고 생각하고 무조건 차고지 증명으로 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두 번째는 주차 문제라거나 쓰레기 이슈라던가, 공동주택에서 우리가 이야기하는 그런 커뮤니티시설 없는 것과 함께 복도라던가 하는 여러 부분들에 대해 문제 의식을 가졌어요. 박소장님께서 2012년도에 서교동에 했던 ‘나무282’ 공동주택을 보면 복도 공간을 거실화 한다고 해서 우리 사무실에서는 그 복도를 ‘리빙 스트릿’ 이라고 명명을 하고 있어요. 공유부분을 공용의 기능과 설비를 더해 잘 활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저희는 생각하고 있어요. ‘나무 292’는 건축주의 의뢰로 지어진 주택이지만 복도의 폭의 변화를 제언한다든가 그걸 내부화 하기도 하고 거기 가구를 디자인하기도 하고 조명을 디자인하기도 하는 것이 너무 멋지다고 생각했었죠.
김: 네. 그래서 저는 그런 공용 복도나 그런 공간에
월마운트 된 소파나 그런 것을 해보려고, 여러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었어요. 그런데 그 프로젝트가 진행이 잘 안됐죠.
김: 맞습니다. 그래서 저는 이게 저층 주거지를
밀고 아파트를 짓는 방법이 문제가 된다는 것을 정확하게 안다면 지금 시에서 생각하는 공동체 주택도 대규모로 공급하는 기업형 임대주택으로 보겠다고
선언한 것 자체가 의심이 드는 거죠.
김: 왜 반대하세요?
김: 저는 사실은 그 부분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 했던 이유가 영역성에 대한 내용인데요. 전이 공간이나 사이 공간에서 그 공간이 뭔가 이곳이 내 영역이라고 생각하는 순간 이 사람이 그 경계감이 확장될
가능성이 있더라고요. 그래서 이런 집에서 사는 경험을 한 입주자 같은 경우에는 너무나 자연스럽게 집에
들어오는 길에 대한 변화를 요구하기도하고 집 앞에 집전단지가 너무 많이 쌓이니까 그걸 주워 오더라고요. 그러니까
그런 내용들이 많아지면 프라이빗과 퍼블릭, 내 집과 집 밖 이런 이분법적인 것이 아니라 그 경계가 풍요롭게
되는데, 이 부분이 별거 아닌 것 같지만 건축가가 이런 공간을 계획해주는 것이 결국에는 이런 공동체
주택에 요구된다고 생각해요. 사실은 ‘주택공급과’ 자체가 완전 통계학에 기반하고 그렇게 접근하다 보니 몇 만호가 너무 중요한 거예요. 그런 대형 공급을 통한 숫자가 중요하니까 별 필요 없는 파주나 별내 같은 곳에 몇 만호씩 공급해서 망했잖아요. 그러면 이제는 좀 정상적인 가치로 다르게 평가를 해줄 수 있는 뭔가를 좀 만들어줘야 되는데, 여전히 평가는 그래서 몇 호 공급했는지로 평가를 받으니까 이걸 무너트려야 된다고 생각해요. 예를 들면 ‘청운광산’을
할 때도 얘기했던 것 중에 하나는 상가가 잘 돼야 한다는 점이에요. 일본의 나카 토시하루가 지은 ‘식당이 딸린 집’ 같은 경우에는 근생이 설계사무소랑 요리사랑 지역이랑
엮는 문제가 중요했고, 이런 방향이 공동주택이 나아갈 방향이라 생각한 것 같아요. 주택뿐만 아니라 그 지역에서 일자리가 생기고, 주거가 직주 근접이
되고, 자동차 중심이 아니라 보행자 중심인 동네를 만들려고 하면 근생이 더 중요한 요소이지요.
김: 도시의 집합주거 역사가 굉장히 길기 때문에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그 공동주거나 집합주거의 형식이 원룸 또는 아파트만 있는 것은 문제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조금 다른 주거
형태를 들어 간다고 생각을 하는 것에 초점을 두고 있습니다. 거기에는 두 가지 길이 있는데 첫 번째는
민간 임대 주택이 분양형만 있었을 때는 전용률이 극대화되고 내 전용 면적만 중요해서 공용 공간이 최소화되는 것이 일반적이었습니다. 그런데 부동산이 유동화 되어 지분으로 공유할 수 있게 되면서 전체적으로 어떤 기업이나 개인이 소유하지만 지분의
형태로 소유하거나, 임대하는 규칙들이 많이 생기면서 건물 자체의 가치를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공용부까지
극대화하는 것이 가능해졌습니다. 분양일 때는 월세가 전용에서만 나왔지만 이제는 전용부에서만 나오는 게
아니게 되니까 공용부를 축소할 필요가 없죠. 분양형 역시 지분으로 가질 수 있으니 예전처럼 나눠서 내
영역, 네 영역으로 나눠 가지는 게 아니라 지분으로 나누어 가지면 되니 전용을 극대화한 빈약한 집보다는
공용까지 다 가치를 만들 수 있는 주거 형태가 중요하다는 부분이 어필 될 수 있는 시장이 열리게 된 것이지요. 앞으로도
계속 그런 방향으로 나아갈 것이고, 실제로 공용 공간을 멋지게 만들어 부가가치를 올리는 방식을 인정해주는
것이 요즘 많이 생기고 있는 것 같습니다. 두 번째는 이제 인구구조가 완전 바꼈기 때문에 일하는 형태가
완전 바뀌었고 그렇기 때문에 모든 주택이 같은 방식의 주거를 위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저희가 사실 ‘청운광산’을 키친레스(kitchenless)
하우스로 만들 수 있었던 것은 입주자들을 관리하면서 살펴보니 식재료를 다 마켓컬리로 시켜요. 아무도
밥 안 해 먹는 시대가 되었고, 입주자들이 냉동실 크기를 물어봐요. 일주일
치를 배송해서 먹어야 되니까. 그리고 요즘 관리비, 월세를
거의 반 넘게 토스로 입금해요. 그러니까 사실 그런 배달이든, 외부의
주거를 변화시키는 여러 요인들은 생각보다 빨리 변하고 있어서 거기에 대응하는 주거의 형태는 계속 요구가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건축업역의 확장
박창현(박): 오래 전부터
김하나 대표와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습니다. 설계를 베이스로 주거의 다양한 제안과 함께 기획이나 금융구조, 그리고 주택관리영역까지 다양하게 업역을 넓혀 나가고 있다고 생각되었기 때문입니다. 각자 일을 하면서 공통의 주제와 관심이 있겠지만 그것을 풀어나가는 방식은 조금씩 다르다고 생각이 들거든요. 어떤 이야기부터 시작을 할까 생각을 하다가 김하나 대표가 운영하는 ‘삼시옷(Seoul Social Standard http://www.3siot.org/)’이 출발하게 된 이야기부터 할까
합니다. 졸업과 실무 후 이 일을 하고자 결정하게 된 어떤 계기가 있는지요?
김하나(김): 짧게 답하면 프로세스, 과정에 관심이 많았던 것 같아요.
박: 어떤 부분에 대한 프로세스인가요?
김: 학교 다닐 때, 건축 산업, 즉 일의 형태와 성격에 대한 이해가 좀 부족했던 것 같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충분히 알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구조, 기계, 전기, 소방, 조경 등 많은 전문가들과 협업하는 일, 기획에서부터 시행, 시공, 감리까지
다양한 건축가의 역할, 이렇게 많은 이해관계자와 함께 일하는 업계의 특성에 대한 이해가 없었던 것 같아요. 그렇게 실무를 하면서 설계업이 클라이언트를 위해 일하는 것이라는 것을 깨닫고 스스로 일을 만들어야 되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쉽게 말씀드리면 그때는 ‘아, 나는 회장님 집만 설계해야 하는 구나, 그런데 나랑 아무 상관없는
회장님 집을 왜 내가 고민하고 있지, 왜 내가 남의 일을 하고 있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떻게 스스로 일을 만들 수 있을까 라는 궁리를 시작했던 것 같습니다. 뒤돌아보면 그런 고민은 같이 일을 시작했던 3명의 친구들 모두 했던
것 같습니다. 김민철 대표 같은 경우에는 ‘공간’에서 8년 넘게 일했는데 2008년
리먼브라더스 사태 이후 급변하던 시장환경 속에서 연동한 설계사무소의 변화와 어려움을 겪으면서, 당장
월급을 못 받는다고 해도 새로운 일을 시작할 수 있는 유연한 태도가 있었던 것 같아요. 창업이라고 할
것도 없고 단지 그때는 ‘스스로 일을 조직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하는
고민이 있었고 스스로 일을 만들어야겠다는 목표로 시작했어요. 마침 그때가 한참 벤처기업 창업경진대회
같은 스타트업을 지원해 주는 프로그램이 되게 많았거든요, 저희는 단순하게 집 근처 작업실을 제공하는
프로그램에 사업계획서를 제출을 했고 운 좋게 선정돼서 시작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학교 다닐 때 주어진
대지에 새로운 아이디어나 의도를 흔들림 없이 끝까지 구축하는 훈련을 했잖아요? 그런 훈련이 작은 아이디어를
구체적인 사업계획서로 작성하는 것에 많은 도움이 되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이런 구체적인 계획서의
내용을 적극적으로 실행했던 것 같습니다. 반면에 아주 사소한 의사결정도 의견이 잘 모이지 않고, 결정의 다각적인 문제점, 결정의 비판, 그 비판의 비판. 반대 의견이 끊임없어서 회의가 결론이 나지 않는
경우가 많은데, 이것이 구성원모두가 건축교육을 받아서 그런 것 같다는 이야기를 재미있게 나눈 적이 있습니다. 치열한 입시교육을 거쳐 대학에 와서 40명이 스튜디오 수업을 들으면 40개의 대안이 나옵니다. 어쩌면 주어진 대지에 적절한 대안은 한
두개 정도이지 40개의 서로 다른 대안은 아닐 것 같아요. 정량적인
평가로 학점을 받기 위해서는 그 대안 40개를 줄 세워야 하고, 나의
계획안이 다른 대안에 비해 좋은 점을 부각해야 하고, 때로는 저 친구의 결과가 의미 있어 보이지만 크리틱을
위해 단점을 찾아야 하는 훈련을 5년 또는 현상설계공모라는 작업으로
10년 가까이 한 친구들이 모이니까 작은 하나를 결정하는데도 이렇게 많은 가능성들에게 논의하는 것이 당연하다 라는 이야기를 했었어요.
박: 그래서 일단은 그렇게 시작은 됐는데 어떤 일을 해야 할지에 대한
구체적인 고민은 어떻게 방향을 잡고 진행했나요?
김: 일에 대한 고민으로 시작하였지만, 수익이 나지
않은 현실이 지속되어 코너에 몰리니까 저희가 가진 재주, 쌓아 놓은 자산을 생각 할 수 밖에 없었어요. 그 때 포착했던 문제가 1인가구 주거 문제였어요. 같이 시작했던 성나연 대표는 네이버 재팬에서 일하다 동일본대지진으로 2012년
급하게 서울에 귀국해서 집을 찾는데, 1인가구가 점유할 수 있는 공간은 대부분 다세대·다가구 같은 빌라 건물들이었습니다. ‘아파트가 아닌 저층주거지의 집합
건물들은 왜 이렇게 품질도 낮고 가격도 비싸지?’ 라는 질문에 동경에서 경험한 ‘R부동산’을 보면서 ‘R부동산’처럼 건물을 중개하는 매체가 평수나 가격과 같은 정량적인 정보 보다 남향으로 난 큰 창, 작은 마당이 있는 집 등 중개하는 정보를 정상적인 가치로 재편하면 우리가 일상에서 만나는 평범한 건축물을 조금이나마
바꿀 수 있지 않을까? 라고 생각하며 진행했었습니다.
박: 아! 기억납니다. 제가2015년도에 동경에서 ‘R부동산’을 만들고 운영하고 있던 ‘바바 마사타카’씨를 인터뷰했는데 그 내용이 좀 획기적이었었습니다. 일본은 이미 고령화, 저출산 시대가 되면서 각 지방 도시에 있는 빈 건물이나 비어 있는 공공건물,
유휴지를 사용자에게 연결시켜주는 역할을 하는 내용이었는데 아주 신선했었습니다. 그러면 처음에는 ‘R부동산’과 같은 역할을 생각했던 것인가요?
김: 네. 기본적으로 부동산 중개를 하는 일, 집과 동네를 소개하는 미디어의 역할을 하려고 했었죠. 당시 ‘R부동산’이 확장하는 시기였고
‘R부동산’ 대표에게 서울지사를 내보라는 제안을 했는데 대표는 서울지사 보다는 우리를 충분히
이해했으니까 너희 스스로 해보라고 해서 사회적 기업가 육성사업에 ‘부동산, 서울’ 이라는 사업계획서를 냈던 거였죠. 그런데 오래지 않아 서울에는 그런 비지니스 모델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했어요. 당시
일본은 버블시대를 거치며 넘치는 자본과 에너지를 투여해 만든 양질의 건물들이 많이 비어 있어서 조금만 손보고, 다른
시각으로 평가하면 또 누군가에게는 아주 좋은 환경이 되어 그런 정보가 부가가치를 만들 수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반면
서울은 전쟁 이후에 막 지은 건물들은 기능적으로도 심미적으로도 다시 고쳐 쓰기에 어려운 것이 대부분이었고, 그
중 괜찮은 물건들은 동네 부동산에서 저희에게 정보를 줄 리 없었어요. 즉 서울은 동경만큼 빈집이 많은
상황이 아니었기 때문에 오래된 주택을 다른 시각으로 중개하는 것 자체가 아직은 어렵다고 생각했었죠. 어쩌면
동경과 비슷한 저층주거지의 모습이지만 서울의 토대는 많이 다르다는 것을 깨닫고 프로젝트를 정리하고 사업을 마무리했죠.
박: 그럼 ‘삼시옷’의 출발은 언제인가요?
김: 그때가 출발 인 거죠. 부동산이 뭔지도 모르고
시작을 한 것이죠. 그러면서 사회적 기업가 육성사업팀 중에서 후속으로 지원하는 사업이 있어 ‘통의동집’을 기획하게 되었어요. 그
때 저희를 인큐베이팅(중간지원)하였던 씨즈(https://www.theseeds.asia/)라는 곳에서 단지 중개나 소개만 하는 매체를 넘어서 ‘직접 지역에 들어가 주택을 짓고 운영하면서 1인 가구 주택의 다른
대안을 보여주면 어때?’ 라는 조언을 하였고, 부동산 임대료나
건축비 등 자산을 형성하는 것에 사용할 수 없는 대부분의 창업 지원금과 달리 때 마침 자유롭게 운용할 수 있는 후속지원사업이 마련되고 선발되어
주택임대관리업을 시작할 수 있었습니다.
박: 저층형 집합주택에는 건축법상의 분류뿐 아니라 공유주택, 사회주택, 공동체주택, 코하우징, 쉐어하우스 등등 방식들이 너무 많잖아요. 그 중 ‘통의동 집’은 어느 방식에 가까운가요?
김: 화장실을 같이 사용하는 쉐어하우스였죠.
박: ‘통의동 집’ 시작이
몇 년이죠?
김: 2013년이에요. 성나연 대표가 일본에서 쉐어하우스에서
거주한 경험이 있습니다. 그때 이미 일본에서는 개인 공간은 극소화 되고 공용 공간은 극대화된 주택이라던지, 화장실은 공유하더라도 주방이라던가 취미실 같은 다른 공간을 가지는 것, 또는
버려진 공용 공간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등 다양한 형태의 1인을 위한 주거 상품이 공급되고 있었습니다. 원룸에 모든 것이 다 구겨져 있는 것 말고도 다양한 방법들이 시도되고 있었죠.
제가 최근에 가슴 아팠던 것은 1인 가구 주거의 선택지는 원룸이 그 형태 그대로 크기만
커지는 것밖에 없다는 기사를 읽고 난 후였어요. 이제는 더 이상
4,5인 가족이 표준이 아닌 인구구성을 가지고 있는데, 한부모와 자녀만 살 수도 있고, 부부만 살 수도 있고, 다양한 형태의 식구(한 집에서 함께 살면서 끼니를 같이하는 사람의 뜻으로 가족과 다른 의미로 사용됨)가 있는데 이런 핵가족 이후의 인구구성에 대응하는 주택의 평면이 전혀 없다는 것에 가장 큰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1, 2인이 생활하는 다양한 공간이 어떻게 가능할지에 대한 심도 깊은 고민을 했던 것 같고, 그렇게 친구들을 초대할 수 있는 공적 공간을 공유하는 작은 시행을 시작했던 거죠. 처음에 화장실을 공유하는 주택을 만들어
보겠다고 이야기했을 때 부동산에서나 주택개발을 하는 업체에서는 그것이 거래가 될까 하는 걱정을 너무 많이 하셨습니다. 2~3년이 지나서도 임대가 될까? 아니 지금 당장 적어도 주변 시세랑
비슷한 가격은 받을 수 있을까? 동일한 면적을 제공할 때 화장실과 세탁기가 개별 세대 안에 들어가 있는
방식이 아니라 화장실도 같이 써야 되고 세탁기도 개실 밖에 있는데 돈을 더 받겠다 라고 얘기하니까 말이 안 되는 소리라 하셔서, 그럼 내가 책임지고 임차인을 구하겠다는 확약을 하였어요. 건축주에게
매입 확약을 해주면 되는 거죠. 그러면서 사소한 차이라도 새로운 것을 진행하려면 그 차이의 결과를 책임지는
것으로 가능하다는 것을 깨닫았어요.
박: 그런 금융구조와 함께 방식들이 프로젝트를 가능하게 하고 그 내용을
바탕으로 새로운 시도가 가능하게 된다고 생각합니다. 건축주에게 어떤 방식으로 게런티를 하는 거예요?
김: 보통 책임 임차는 3~5년치 월세를 임대인에게
보장하는 계약서를 쓰는 거죠. 그런데 저희의 약속을 아무도 안 믿지요.
저희보다 그래도 규모가 큰 ‘셰어하우스 우주’ 가
임차확약서를 제공해도, 100명 이상의 규모에서 자금을 조달하기 어려웠습니다. 서울소셜스탠다드(삼시옷)의
명의로 개발한 첫 임대주택인 ‘청운광산’의 경우 땅의 소유자인 SH가 매입확약을 해주고, 그 매입확약으로 주택도시보증공사가 보증을
서는 순간 은행에서 대출 이자가 1%로 떨어지는 거예요. 지금
모든 시중은행에서 매입 확약서를 가지고 오면 거의 비슷하게 처리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어요. 이자가
문제가 아니라 사실 대출 자체가 안 되는 조건이지요. ‘삼시옷’은
자산도 없고 신용도도 낮고, 저도 제공할 담보가 없기 때문에 서울시가 공모한 사업에 당선되어 서울시가 SH를 통하여 매입확약을 해주는 것은 굉장히 중요한 것이었죠. 그리고
약정을 한다는 것은 입주자 입장에서도 장기로 점유할 수 있는 거주권을 보장받는 일이기 때문에 의미가 있어요. 지금 ‘청운광산’ 1층에는 홍대 카페 ‘수카라’의 자매점인 ‘큔: 菌’이 들어왔어요. ‘큔’은
전국의 농부님이 보내주시는 제철 재료를 발효하고 가공하는 작업실을 지하 1층에 함께 운영하고 있어요. 이런 시설 설비를 투자하고, 동네에서 뿌리를 내리고 단골을 만들며
관계를 맺는 장사를 시작할 때 10년 동안 월세가 오르고 내리는 문제가 아니라 10+10, 20년동안 여기를 점유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진다는 것 만으로 입주결정을 한 것이에요. 저희 같은 임대인 입장에서도 ‘수카라’처럼 크고 단단한 커뮤니티를 가지고 있는 단체가 들어오는 것이 너무 좋은 것이죠. 돈 빌려주는 사람 입장에서도 미분양이나 공실률 같은 불확실성을 줄이고 싶어하기 때문에 장기로 사용할 사람이
있는 것을 원하죠.
박: 지금의 ‘청운광산’을 풀어가는 방식이 쉽게 나오지는 않았을 것 같은데 처음 시작한 ‘통의동
집’ 같은 경우에는 어떤 방식으로 진행되었나요?
김: ‘통의동 집’은 작은 규모이지만 ①장기 저리 융자(전세금) ②상환의무가
없는 지원금(시설 설치비) ③운영수익을 배분하는 임팩트 투자(시설 설치비)등 세가지 형태의 재원 조달로 실행 가능하였어요. 무엇보다 기초가 되는 ‘정림건축문화재단’의 인내하는 자본으로서 전세보증금 출자가 있었기 때문에 시작할 수 있었죠. 당시에
은행 금리가 너무 낮으니까 비영리 재단들이 목적 사업을 진행하는 것에 한계가 있어 다른 방법을 모색하는 시기였어요. 자연스럽게 여러 비영리 재단과 부동산에 투자해서 임대주택과 재단의 활동공간을 운영하는 모델을 논의했어요. 특히 ‘정림건축문화재단’ 은
건축과 도시집합주거, 공동체를 고민하고 있었고, 통의동집과
같이 작은 실험이지만 직접 실행하는 것에 의미가 있다고 판단하여 빠르게 진행할 수 있는 전대방식으로 시작했습니다.
충신동, 이화동, 장충동 등 서울의 동쪽부터
알아보았는데, 마침 서촌에 건축가가 참여하여 사용승인을 앞 둔 다가구 건물을 찾아서 5년간 전대하는 조건으로 2층, 3층
두가구는 거실을 막고 주방을 세탁실과 샤워실로 변경하여 4명, 3명이
생활하는 셰어하우스 형태로 바꾸었죠. 각 층에 주방을 없애는 대신 지하 1층에 커뮤니티 부엌을 두었어요. 주말 같은 경우에는 1층 ‘정림건축문화재단’의
회의실 같은 공간을 입주자들이 자유롭게 공유하고, 평일 낮에는 재단이 지하 주방을 사용하고 관리를 돕게
되는 구조였어요. 이러한 공유 주거의 형식도 의미가 있겠지만, 저는 ‘통의동집’을 통해서 공공이나 민간이 아닌 다른 주체에 의해서 임대주택이
공급된 점에 의미를 두고 싶어요. 제3의 자본을 활용하고
특성을 이해한 경험이 많은 도움이 되었어요. 이런 인내하는 자본의 기본 특성은 장기간 저리로 신용이나
담보가 없는 기업이나 개인에게 여러 사회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시간과 기회를 제공하는 것에 있어요.
박: 공급 주체가 다른 점과 함께 서로 전혀 모르는 타인이 사적인
공간을 실제로 공유하는 점에도 많은 고민이 있었을 것 같습니다. 공유해서 쓸 기능과 용도를 정할 때
화장실, 부엌, 식사공간,
재단에서 사용하는 사무실과 회의실로 결정하게 된 어떤 이유가 있었나요? 공유할 수 있는
부분들이 어디서부터 어디까지는 공유할 수 있을 것 같아! 반대로 어디는 절대 안될 것 같아 하는 접점들이
있잖아요.
김: 저희는 주거 문제 보다는 일에 대한 고민이 많았어요. 어쩌면
그 점으로 쉐어하우스에 더 관심을 가졌던 것 같기도 합니다. 전문직,
평생직장과 같은 개념은 이미 부식되었고 일하는 장소와 시간에도 많은 변화가 있었습니다. 우선
일본에서 쉐어하우스가 인기가 있었던 것은 한국보다 유연한 노동시간에 있다는 점을 발견했습니다. 사적
공간을 공유하는 것이 충분히 가능하다고 믿었던 것은 성나연 대표가 바텐더, 간호사 그리고 작가 이렇게
네 명이 샤워실도 같이 있는 화장실을 아무 불편함 없이 사용했던 경험 때문입니다. 성나연은 나인투식스
직장인이었고, 바텐더는 저녁에 출근하고 새벽에 들어오고 간호사는 3교대로
근무하고 작가는 집에서 일을 해요. 그런 네 명이 사니까 화장실이 하나여도 불편하지 않았던 것입니다. 결국 노동 시간이 유연해지면서 공유 공간은 네 명이 나누어 쓰는 것이기 보다 각자 시간차로 혼자서는 부담하기
어려운 큰 공간이나 좋은 시설을 때로는 온전히 점유할 수 있는 것이죠. 다음으로 일본에서는 장기 불황으로
일자리 나누기를 했기 때문에 근무 시간이 짧아지고 수입이 줄어드는 단기 근로직이 많이 늘었습니다. 그렇다
보니 지출을 줄여야 하고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아져 쉐어하우스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습니다. 집에 있는
시간이 길어지니 공유 공간에서 글도 쓰고 요리도하고 식재료를 기르는 등의 더 본격적인 가사일을 할 수 있는 상황이 시작된 것이죠. 이런 배경에서 특히 공유 주방이 경우 굉장히 매력적인 요소인 것을 발견하였습니다. 회사일로 바쁠 때는 대부분 외식을 했는데 월급도 줄어들고 시간이 많으니까 슬슬 집에서 밥을 해먹으려 하면 원룸에서는
제대로 된 요리를 할 수 있는 공간이 부족한 불편함을 인식하게 되었지요. 제대로 된 가사 노동을 할
있는 공간이 집에 있는 것이 쉐어하우스의 본질이라 생각하고 커뮤니티 키친, 쉐어드 키친을 중요하게 계획했어요. 건조기가 있는 세탁실도 같은 맥락입니다. 경계와 집합에 대한 새로운 개념
박: 한국도 마찬가지로 일자리 나누기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면서 적게
일하고 적은 돈을 가져가는 구조가 시작되었기에 집에서의 거주가 더 중요하게 생각되고 다양한 주거 변화가 사회와 맞물려 시작되고 있다고 생각됩니다. ‘통의동 집’의 구조를 보면, 1층에
의해서 지하의 공유공간과 2층 3층의 주거 층이 완전히 분리된
상황이어서 장점도 있겠지만 오히려 주방을 더 적극적으로 잘 쓸 수 있는 위치와 방식으로 접근하는 게 맞지 않나요?
김: 네! 맞아요. 그래서 계획 초기에는 현관을 지나 공용 복도를 통해서 가야 하는 공유주방의 위치가 너무 싫었죠. 만일 박소장님께서 설계했다면 복도와 계단이 그렇지 않았을 거예요. 냉난방도 안 되고, 최소의 비용으로 마감된 완전히 버려진 공간인 거예요. 피난계단을 통과하여 하나 밖에 없는 주방에 가야 하는 동선이 너무 싫어 다른 건물을 알아보자고도 했어요. 특히 지하에 있으면서 ‘신발을 신는 주방’ 이라는 형식에 많은 고민이 있었어요.
박: ‘통의동 집’ 같은
경우에는 2층 주거에서 신을 벗나요?
김: 2층에는 2층의 현관이 있고, 3층에는 3층의 현관이 있어 각층 현관에서 벗습니다. 그러니까 정확하게 층으로 분리된 다가구 주택인 거죠. 심지어 3층은 4층 주인집 현관도 마주하고 있어 복도를 집주인하고 같이 써요. 처음에는 다가구 주택의 일부를 변경하는 제약으로 아쉬움이 많았는데 지금은 지하에 신발을 신는 주방이 공유주택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공유주택을 계획한다는 것은 지극히 사적 영역인 집 안에 다양한 공적 공간을
만드는 일이라 할 수 있어요. 이와 동시에 공적 공간 내에 사적 영역을 만들어 거주의 경험을 풍요롭게
만드는 것이죠. 이런 사적-공적 관계를 가진 영역을 다양하게
구조화하고 프로그램을 연계하여 전이공간을 상품화 한 것이 공유 주택입니다. 간단하게 주거 안에 ‘제3의 공간’을 넣은
일이라 정의하고 있어요. 계획 단계에서 거실 평면을 보고 건축가에게 신발을 신는 공간인지, 신발을 벗는 공간인지를 많이 질문합니다. 저희는 타인을 편안하게
초대할 수 있는 신발 신는 공간을 최대한 주호 내에 많이 만드는 것이 좋은 주거 공간을 만드는 일이라 믿고 있어요. 일본 소형 주택 사례를 많이 분석했는데 ‘토간’이라고 확장된 현관이 유사한 개념입니다. 프라이빗-퍼블릭, 그리고 안-밖의
층위를 분리시키는 것이죠. 현관문을 열고 신발을 벗으며 실내로 들어오면서 프라이빗-하다고 느끼는데, 실내에서 신발을 신으면 내외부 경계 감각이 새롭게
느껴집니다. 그 경계들을 전이시키거나 모호하게 만드는 것이 풍요로운 분위기를 만들어요. 양분된 개념을 전이공간을 통해 세심하게 조율하는 일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박: ‘통의동 집’ 같은
경우에는 처음 의도와 상관없이 신발을 신고 주방을 사용하는 방식인데요.
김: 네. 2,3층 개인 생활공간에서는 지하까지
거리도 있어 불편할 것이라고 예상했는데, 오히려 다양한 만남과 관계가 형성될 수 있는 중간영역으로서
친구나, 이웃을 초대할 수 있는 사회화된 공간으로 작동했어요. 다양한
가전과 설비가 구비된 주방인데 처음에는 이용률이 낮아 망했다고 생각했죠. 하지만 입주자 만족도는 아주
높아 이유를 물어보니, 가끔 여유가 될 때, 도시락을 싸거나
건강한 식단을 챙길 수 있는 장점도 있었지만 무엇보다 약속도 없이 친구를 불러 짜파게티를 끓여 준 날이 너무 행복했다는 거예요. 그래서 사소할 수 있지만 친구나 타인을 돌볼 수 있는 공간이 이렇게 재미있는 일이라는 것을 확신하면서 신발을
신는 공간을 많이 만들어야겠다고 생각 한 거죠.
박: ‘청운광산’은 공유
주방이 실내에 있어서 ‘통의동 집’과는 좀 다르게 사용될
여지가 있습니다.
김: ’청운광산’은 사실 키친-리스(kitchenless)하우스예요. 주방이 없다고 생각하셔야 합니다. 공유주택 시설 기준이 있다고 말씀드렸잖아요. 열한 명이 쓰는 주방의 면적 말고도 수납함의 크기라던가, 작업대와
개수대의 개수와 크기 이런 기준이 있는데, 무엇보다 열한 명이 하나의 주방을 쓴다는 건 말이 안 돼요.
박: 하지만 여기 살고 있는 열한 명이 한꺼번에 주방을 각자가 쓸
일은 거의 없잖아요. 게다가 열 한 명이 사용할 주방의 면적이 얼만큼 필요한지를 정하고 있나요?
김: 그래도 이정도 규모는 부족해요. 한 번에 쓰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여기 정도의 면적은 대략 여섯 명 정도가 사용하는 크기로 적정해요. 사용인원수에 따른 공유시설기준을 가지고 있습니다. ‘청운광산’은 고시원과 별 다를 바 없는 주방이 없는 주거유형으로 이곳의 1인가구들은
저녁도 외식을 하는 것으로 상정하고 있어요. 대신에 마음을 두고 머무를 수 있는 제철 채소와 발효 음식을
전하는 ‘큔, Qyun’이라는 카페가 있어요. ‘통의동 집’ 같은 경우 바로 앞에 ‘스튜디오 잇’이라고 요리 스튜디오가 있었는데 이곳에서 요리 수업
같은 걸 하고 나면 저희 입주자들과 관계가 있어서 종종 음식을 나눠주고 그랬거든요. 또 하나의 신발을
신는 주방이었지요. 어쩌면 서촌이라는 동네였기 때문에 주거의 여러 기능이 지역으로 더 쉽게 확장될 수
있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청운광산’도 주방도 없고 개인실도 최소한의 크기이지만 서촌에 근무를 하며 서촌을 주거지로 생활하는 사람을 우선 모집할
예정이에요.
박: 공유공간이 주방이나 식당 이런 부분들이 있지만 실질적으로 개인의
공간, 프라이빗 하게 쓸 수 있는 영역의 크기가 아주 민감하잖아요. 설계하면서도
민감할 수밖에 없는 것이, 전용면적에 따라서 개인이 가져올 수 있는 짐의 크기가 달라지고, 그 짐의 크기에 따라 거주할 수 있는 기간이 정해지잖아요.
김: 네 맞습니다. 저희가 풀옵션으로 주택을 공급하는 것에 오해가 있을 수 있습니다. 이렇게 완벽한 셋팅을 한 공간을 공급해야 하나 하는 고민이 있었어요. 맨 처음에 시작할 때는 저희가 디자인의 가치를 재화적 가치로 팔아야 하기 때문에 이것도 상품으로 생각했고 모든 것을 잘 셋팅 하자. 그래서 전문가들이 디자인을 해서 제공을 하자고 생각을 했었어요. 처음엔요. 그런데 거의 7년 가까이 주거에 대해서 고민을 하다 보니까 입주자 스스로 영역을 만드는 것이 중요해졌어요. 주거 계획에서는 가장 중요한 것 같습니다. 고시원 이야기를 할 때 고시촌에는 10년을 살아도 아무도 식물을 기르지 않아요. 저희가 전수조사를 해봤기 때문에 아는 내용인데, 왜 식물을 기르지 않냐, 결국에는 거주 기간이 짧은 집이기 때문인 거죠. <물리적인 시간이 아니라 거주에 대한 태도가 중요하다.> 하루를 살아도 영역을 만들 수 있는가 아닌가의 문제 처음에는 유도도 많이 해보고 고민도 많이 해봤는데, 결국 적어도 10년 거주를 목적으로 하는 집이어야 한다는 결론을 얻었어요.
박: 오랜 시간을 확보하는 일만큼이나 구성원의 조합도 중요하고 기준도
중요한 것 같아요. 남성 전용이건 여성 전용이건 성에 따른 입주 조건이 필요한가요?
김: 지금까지 여성 전용으로 운영한 이유는 샤워실 같이 내밀한 공유시설의 규모가 언제나 넉넉하지
못하고 최소기준만을 충족했기 때문입니다. ‘통의동집’이나 ‘청운광산’의 경우 층별로 성별을 분리하면 가능합니다. 함께 쓰는 생활 공간은 5명을 넘지 않은 규모에서 작동하는 것 같아요. 더 큰 집합주택의 경우, 10명,
20명이 함께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5명 이하의 생활공간을 공유하는 단위가 모여 또 다른
공유공간을 만드는 형식으로 확장되는 것이 지속가능한 공유모델이라고 생각해요.
박: 층에 대한 구분도 있지만 같은 층에 거주하는 개인실과 공유 공간이
같이 있고, 이 부분이 구조적으로 분리가 어느 정도 필요하지는 않나요?
김: 네. 필요하죠. 이렇게 개인 공간과 공유 공간이 합쳐진 구성은 건강한 구조는 아니에요. 금요일
밤까지 야근하고 녹초가 되어 집에 도착했는데 바로 연결된 거실에서 동거인들이 축구 보면서 피자 파티를 하고 있으면 스트레스 좀 받겠지요. 사실 이렇게 연결된 구성은 같이 일을 시작하는 설계사무소에 전달하는 나쁜 평면의 전형입니다. 이 평면을 전달하며 항상 두가지 질문을 같이 드리는데요, 공유 거실과
개인 실 중 어디를 남쪽에 둘 것인지, 그리고 두 공간의 경계를 어떻게 만들 것인지, 비슷한 규모 검토를 정말 많이 하지만 아직도 내부적으로 논의를 하는 질문들이지요.
박: ‘통의동 집’과 ‘청운광산’ 둘 다 면적에 관한 부분은 어떤 기준에 의해서 결정되나요?
김: 저희가 최소면적 기준을 만들어보자 해서 1인실
방의 크기의 기준에 대해서 정확이 가지고 있어요. 침대와 수납장이 있는 개인 방은 센터 선 기준으로 9㎡(2.6x 3.5)이고요. 내측
마감 기준으로 하면 7.2㎡가 최소면적이에요.
박: 그 면적 기준은 어떻게 나오게 된 거예요?
김: 두 가지가 있는데, 9㎡ 같은 경우에는 러시아가
이런 공동주택을 지었을 때 기준 같은 것이 많이 있었어요. 17㎡,
14㎡가 왜 나왔냐 이런 미니멈 듀웰링에 대한 연구와 조사가 굉장히 많이 있어요. 그런
것들에 대해서 많이 조사하고 저희가 50개 정도의 기숙사 평면을 정해 연구했어요. 참조한 영역이 5개 정도의 그룹이 있는데 처음에는 일본의 쉐어하우스 100개의 사례를 다 분석을 했어요. 그리고 두번째는 기숙사예요. 알바 알토나 MIT 기숙사, 르꼬르뷔지에
기숙사 같은 기본적인 기숙사의 실의 평면과 크기를 분석하고, 그 다음이 북유럽의 학생주택이라고 해서
코하우징했던 여러 좋은 사례들을 보았어요. 그리고 최근에는 뉴욕에 임대 주택 시장으로 1인 주거로 많이 개발한 사례, 그리고 맨 마지막이 호스텔까지 해서
이 다섯 개 분야의 사례들을 분석했어요. 평면 사이즈를 하나하나 확인해 보고 실제로 지어보면서 처음엔 9㎡였는데 7.2㎡까지 줄어들어 결국에는 그렇게 정해졌어요.
박: 많은 사례 조사를 했고 그 바탕으로 나왔다고는 하지만 사례조사를
했던 내용을 보면 구성하는 방식이라던지 용도라던지, 입주자의 성향, 그
건물이 지어졌을 때의 시대적 변화 등 표준으로 그 결과를 직접적으로 사용하기에는 어렵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드는데요.
김: 임대관리를 통하여 자연스럽게 사용자들의 생활을 관찰하면서 공간의 성격은 계획단계에서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사후에 판단되는 것이라는 점을 깨닫았어요. 당연히 사용자에 따라서
성격이 달라지기도 합니다. 또한 여러 사용자 간의 생활 습관 차이, 공적
영역을 사적으로 점유하는 등의 사유화 문제, 공유공간에는 언제나 예상치 못한 마찰이 발생합니다. 그러나 개인실의 경우는 1인이 거주하는 극소한의 물리적 크기에 관한
부분이라 오히려 명료했어요. 저희가 꿈꾸는 쉐어하우스의
원형은 ‘라뚜렛 수도원(La Tuorette)’입니다. 은둔처인 작은 침대와 묵상하는 테이블 하나가 개인실의 전부이고 나머지 기능은 다양한 공동시설로, 신성한 존경심마저 우러나는 예배당과 자연, 그 곳이야 말로 건축적인
형식이나 규모, 공간의 크기와 연출, 1960년에 준공하였지만 1인가구를 위한 집합주택으로 오늘 그대로 지어도 좋겠다고 생각해요.
박: 7.2㎡ 면적 안에서는 단기 거주자들을 위한 집이라고 말했는데
면적과 거주 기간의 상관 관계는 직접적으로 연결되지 않는다고 생각 한 것인가요?
김: 그런데 7.2㎡로 결정을 하면서 방에 가구와
조명을 조금 더 디자인을 하고, 창의 위치를 고민하면서 평생 살아도 되는 크기가 뭘까? 라는 고민도 했던 것 같습니다. 지금 저희는 이렇게 완벽하게 모든
게 갖춰져 있는 주거의 형태는 단기로 거주하는 1년 정도의 거주 기간에 적합한 주택이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희 주택에서 3년, 5년 살았던 분도 있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저는 사실은 지금 크기가
수도자가 평생 그 방에 사는 것처럼 작지만 평생을 살 수 있는 크기라고 생각했어요. 사실 아까 말한
것처럼 모든 것이 갖춰져 있는 상황에 들어오는 것에 대한 고민이 있다는 거죠. 이건 저희가 설계 사무소를
다닐 때부터 고민이었는데, 건축이 모든 걸 세팅 한 공간에 초대해서 그 사람이 사는 거라고 생각하고
있긴 하지만 그런 방식이 폭력적인 부분도 있는 것 같긴 해요. 그 사람도 완전히 나의 라이프스타일을
맞춰서 의뢰를 했겠지만, 건축가는 그걸 해석해서 던지는 것이 있으니 완벽하게 그 사람에 맞춰 공간을
만들 수 없다고 생각하고 그게 건축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저는 여지가 분명히 있어야지 공용공간에 가구를
놓거나 화초를 기르면서 영역성이 생기고 이게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그런데 저희는 굉장히 밀도가
높은 최소의 기준에 따른 주거이기 때문에 아쉬운 점이 있지만, 효율적으로 디자인을 해주는 방향이 옳다고
생각해서 제공하고 있어요. 도시 주거의 형태 변화
박: 아까 잠깐 얘기했던 같이 공유하는 기능과 관련돼서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공유하고 어디서부터 어디까지는 개인의 공간으로 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 중에 신발을 신는다, 벗는다도
있지만 한국에서 실내에 화장실과 샤워실을 같이 공유해서 사용할 수 있을까? 에 대한 의구심이 있었거든요
김: 저는 화장실을 같이 공유할 수 있는 사람이 있고, 공유하지 못하는 사람이 있다고 생각해요. 저는 화장실 절대 공유 못 하는 것을 이해하고요, 화장실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주호 내에 있는 게 맞는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방을 작게 계획하고 내부에 물 쓰는 공간을 주면 (화장실이 너무 작아서) 자칫 러브호텔이거나 교도소가 돼요. 이 둘을 뛰어넘는 공간의 계획이 있다면 당연히 주호 안에 있어야죠. 화장실 좋게 하려고 했을 때 주호 내에 물 쓰는 공간을 계획하는 것이 아니라 욕조라던가 혼자서는 소유하지 못하는 경험을 많이 공용공간에 계획하는 거죠. 조사한 바에 의하면 화장실을 공유하는 단위는 4~5명 이상이면 안 되고 화장실을 같이 쓰는 것은 굉장히 프라이빗 해야 돼요. 규모가 커지면 그런 그룹들을 클러스터링 해야 하고, 더 커지면 클러스터 여러 개가 만나서 지역과 연계하는 프로젝트 공간이 있어야 하는 거죠. 다양한 위계의 공간이 중첩되어 있어야 되는 거죠.
박: 저희가 설계한 유일주택 지하에 입주자만이 사용할 수 있는 공용
목욕실이 있는데 그런 내용을 이야기하는 것이군요. ‘유일주택’도
그런 공간에 대해 상당히 인기가 있었습니다. 그런 면에서는 공유 영역에 대한 관리도 중요할 것 같습니다. 여기도 매니저나 관리자가 따로 있나요?
김: 건물에 매니저가 따로 상주하고 있지는 않고, 관리는
삼시옷에서 합니다. 내부 사용 규약도 있고 관리와 청소 서비스가 있습니다. 입주자들은 더 비용을 지불하더라도 청소 서비스를 가장 좋아해요.
박: 이렇게 서비스를 받고 공유공간을 사용하는 입주자에게 받는 사용료는
얼마로 계획했나요?
김: ‘청운광산’도 노력하고 있지만 보증금 1500만원에 월39만원에서 47만원이에요. 그런데 보증금을 3000만원으로 하면 다 월30만원대로 맞출 수 있게 구조를 짰어요. 구조를 짜면서 다양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시작을 했는데 결국에는 저렴한 월세가 최고더라고요. 다양함의 기저에는 저렴함이 있고, 그 저렴함을 어떻게 획득할 수 있을까 했을 때는 건축적으로 획득하기 보다는 금융 구조를 잘 짜는 것이 저렴한
시공비보다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전통적으로는 임대주택을 공급하기 위해서는 저렴하게 집을 지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데, 좋은 주택 역시 보증 기간이 15년으로
길어지면서 공사비를 낮추지 않아도 월세가 낮아지는 것이 가능한 거예요. 지금의 사업 구조에서 8년 안에 갚아야 되면 건축비를 저희가 감당할 수 없기 때문에 낮춰야 돼요. 그런데
이걸 15년 동안 갚게 되면 시공비가 올라가는 것이 별 문제가 되지 않아요. 30년으로 장기 상환을 해주면 월세도 더 내려갈 수도 있어요. 결국
이게 다 금융 구조 계획으로 해결 가능한 거죠.공유주택의 질적 향상에 대한 고민
박: ‘청운광산’에서 공유주택이지만
질 높은 건물을 짓기 위해 구조에 대한 새로운 시도를 했습니다. 기본적으로 콘크리트로만 지어진 건물보다는
목구조가 함께 들어간 하이브리드로 구조를 선택하게 되면서 공사비가 올라갈 수밖에 없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방식을 선택하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요?
김: 고백하자면 저는 ‘경영위치’에서 3년 일을 했었는데요. ‘경영위치’에 다닐 때는 미스를 좋아하니 철골구조를 하는구나 라고 생각했는데, 당시 ‘경영위치’는 전국의 보건소를 많이 지었고 보건소는 지역 건설사랑 일을 해야 해서 좋은 건축물을 생산해 내는 전략이 필요했죠. 그 방향이 도면을 엄청 꼼꼼하게 그려서 모든 것들을 대비 한 도면을 그리는 방식인데 철골조로 현장에서 수정 불가하게 만드는 전략이 있었다고 생각해요. ‘경영위치’에서 제가 배운 건축을 구축하는 방법이라는 것이 거의 공장에서 생산되는 것까지 다 하는, 그래서 그런 방식의 경험이 있기 때문에 작은 주택들을 시행을 하다 보니까 콘크리트로는 절대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좋은 현장 소장님 만나고 아무리 정성을 들이고 짓더라도 값싼 형틀 공이 와서 밀도 있는 결과를 좋게 끝내는 것에는 한계가 있었어요. 그리고 모든 설계사무소의 전략이 도면을 미친 듯이 그려서 현장을 관리하는 방식은 아니구나. 그래서 소규모에서 어떻게 해야 될까에 대한 고민은 아직도 하고 있어요.
박: 사무실에서 실무를 하면서 배운 방법과 삼시옷에서 하는 작업이
맞지 않다고 느꼈군요. 이야기 한 것처럼 현장에서 좋은 만듦새를 유지한다는 것이 어렵다는 생각도 들어요. 결국 최종 결과물을 만들어 내는 손은 현장이라는 한계가 있다 보니 답답한 부분도 있고, 이런 상황이 장기적으로 설계자에게는 좋지 않은 방향이라는 생각도 들어요.
김: 요즘 제가 하는 친구들과 하는 이야기 중에서 디자인 빌더가 있어요. 저는 젊은 건축가들이 조경이나 가구를 하는 인테리어 디자인한테 시장을 뺏겼다고 생각하고 있거든요. 지금 좀 잘 한다는 플레이어들은 건축하는 사람이 아니라 다 인테리어 하는 친구들이 필드에서 인정을 받고 있다고
생각하는데, 저는 그 이유가 ‘책임’이라고 생각해요. 인테리어 하는 친구들은 가구에서 잘 못 되면 자기
돈을 들여 다시 납품을 하잖아요. 그런데 건축 설계는 더 큰 범위의 일들을 하기도 하고 자기가 생산하지
않기 때문에 생산한 도면과 결과가 달랐을 때 책임을 질 수가 없어요. 그래서 뭔가 점점 자리가 없어지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좀 하거든요. 그래서 이 일이 지속 가능한가에 대해서는 답이 없습니다. 결국에는 주택임대관리업에서 규모를 키우거나 양을 만들어 내거나 아니면 IOT를
통해서 무인화를 하거나 셋 중에 하나를 해야 성공한다고 생각 하는데 저희는 다 실패를 한 거였고, 그래서
이런 소규모는 어떻게 지속할 수 있을지 아직까지는 답이 없어요. 그래서 시공 방식에서 조립식도 생각을
해 본 거고 품질이나 비용, 건설비를 투입해 좋은 공간을 만들자는 생각으로 시도하게 되었어요.주택임대관리업
박: ‘주택임대관리업’이라는
것이 건축과 관련이 있는 일이기는 하지만 여전히 생소한 분야로 느껴집니다. 삼시옷에서 소규모로 기획과
운영을 하고 있지만 그 중 에서도 주택 관리에 대한 부분들을 특별하게 내세워서 진행을 시켜오고 있잖아요. 그것과
관련된 이야기를 조금 더 해주면 좋을 것 같아요.
김: 우선 첫 번째로는 전체 과정에 대한 프로세스를 잘 디자인해야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프로세스를 디자인하는 개념에서 일을 스스로 어떻게 만들 것이냐 하는 것도 들어갑니다. 주택은 사실 하는 일이 새롭지는 안잖아요. 그렇지만 과정이 새로움으로써 결과가 새로울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프로세스를 잘 디자인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 했거든요. 처음에는 우리가 그냥 설계사무소를 하면 되지 왜 설계사무소를 파트너로 해야 되는 건지 이런 고민도 많이 있었던 것 같아요. 2013년 당시에는 시행, 설계, 시공, 부동산 중개도 있었지만 주택임대를 하는 팀은 거의 없었어요. 주택임대분야에서는 논현동 부동산 아저씨가 관리해주는 것이 저희의 유일한 롤 모델이었어요. 그래서 그 아저씨한테 많은 노하우를 받았죠. 그렇게 주택임대를 하면서는 사용자를 관찰을 할 수 있었기 때문에 저희가 계획했던 내용이 실제로 어떻게 쓰고 있는지, 만족도라던가 이런 걸 관찰할 수 있었던 게 유효했습니다. 그 관찰 결과를 잘 정리를 해 놔서 저희 회사 입장에서는 더 이상 공유주거를 관찰할 필요가 없어요. ‘통의동 집’도 그렇고 다른 집들도 다들 실제 사용하는 사용자와 만나고 사용하는 것을 관찰할 수 있고, 이런 부분들을 잘 정리할 수 있었습니다. 또 그 결과를 잘 정리해서 건축가에게 전달하는 것이 큰 기쁨이었죠.
박: 토지주의 경우에는 건물을 지어 사업을 할 때 부담되는 것이 금융과
입주자 관리 등이 부담이 있어요. 사실 그 내용은 겪어보지 않은 사람들은 모르죠. 그런데 겪어 보지 않고 자기가 직접 진행했던 사람들은 다들 힘들어 하더라고요.
김: 당연하죠. 저도 주택임대관리업을 해보자고 생각했던
계기는 한 분이 문의가 오셨는데, 원룸 세입자끼리 싸웠던 거예요. 그래서
그 분이 너무 충격을 받아서 와 진짜 내 집에서 큰 사고가 생길 수도 있겠다는 공포가 생긴 거예요. 그래서
저희한테 임대관리를 맡기며 입주자 간 분쟁을 조절해 줄 수 있는 장치가 있다는 것을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하시더라고요. 조금 다른 이야기이지만 관리의 경우에 모든 것이 서비스로 제공되는 순간 진 게임이거든요. 입주자가 주체적으로 자기 공간이라고 생각하면 스스로 고치고 스스로 치우게 되는데 그런 방향이 적절하다고 봐요. ‘통의동 집’ 같은 경우에는 퍼블릭 한 공간과 프라이빗 한 공간이
함께 묶여 있다 보니 좀더 자기 공간으로 생각해 관리에 대한 부분이 많이 해결되는 예도 있었어요.
박: 그렇다면 ‘청운광산’도 그렇게 될 가능성도 있나요?
김: 이 집은 그래서 저희가 1층 식당에게 얘기를
충분히 했죠. 그래서 필요한 경우에 1층 홀 매니저가 그런
일들 좀 해주시는 거죠. 이전에 신림동에 10명이 하나의
현관을 사용하면서 폐쇄적인 분위기였을 때는 관리 측면에서 문제가 있었어요. ‘통의동 집’처럼 3,4명처럼 나눠 그들만의 현관 따로 있고 그들이 만나는 접점이
있는 겹이 있을 때는 관리가 좀 더 용이했는데 ‘청운광산’은
건축면적이 너무 작아 그런 접점을 만드는 게 어려웠어요.공공의 역할
박: 한국 주거에서 가장 많이 차지하고 있는 형식이 아파트이지만 서민
주거로 보면 저층형 집합 주택이라고 할 수 있는 ‘다가구, 다세대
주택’이 전체 비율로 본다면 30%이상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건축가들이 저층형 집합 주거에 많이 비중을 두고 있지 않았습니다. 최근에는
서울시를 포함한 지자체에서 다양한 방식의 저층형 집합주택을 중심으로 도시재생을 시도하고 있고 그 중 최근에 ‘준공공임대주택’의 확산을 위해 다양한 방식으로 새로운 사업을 시작하고 있습니다.
김: 서울시에서 공급하는 공동체주택은 저층 주거지 재생을 위한 의미 있는 수단이라고 생각해요. 저층주거지에서 여러 문제를 가지고 있는데 첫 번째 주차부분에서 필로티 주차를 없애는 것. 필로티 주차장 때문에 주택 진입로가 지하 주차장을 걷는 것 같잖아요. 그것 때문에 사고도 많고, 더 안 좋으면 성범죄가 일어나거나 그걸 위해 셉티드나 보안관 이런 것도 생기니, 필로티를 일단 없애야 한다고 생각하고 무조건 차고지 증명으로 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두 번째는 주차 문제라거나 쓰레기 이슈라던가, 공동주택에서 우리가 이야기하는 그런 커뮤니티시설 없는 것과 함께 복도라던가 하는 여러 부분들에 대해 문제 의식을 가졌어요. 박소장님께서 2012년도에 서교동에 했던 ‘나무282’ 공동주택을 보면 복도 공간을 거실화 한다고 해서 우리 사무실에서는 그 복도를 ‘리빙 스트릿’ 이라고 명명을 하고 있어요. 공유부분을 공용의 기능과 설비를 더해 잘 활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저희는 생각하고 있어요. ‘나무 292’는 건축주의 의뢰로 지어진 주택이지만 복도의 폭의 변화를 제언한다든가 그걸 내부화 하기도 하고 거기 가구를 디자인하기도 하고 조명을 디자인하기도 하는 것이 너무 멋지다고 생각했었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