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창현 ㅣ
일본은 1950~70년대 고도 성장기를 거치면서 건설시장의
붐이 일었다. 그 이후로 경제 침체기와 인구감소가 시작되면서 사회변화와 요구가 생겼다.
나카 ㅣ
일본은 지금 인구가 줄고 있고, 한 가족의 수가 예전에는 4~5명 정도였는데 지금은 1~2명,
많아도 3명 정도로 가족 구성원의 수가 줄고 있다. 그래서
1명씩 생활할 때 여러 가지로 곤란한 문제가 생겼다. 예를
들어 육아나 노부모의 간호와 같은 집안일들은 과거 한 가정에서 해결할 수 있었지만, 지금은 그것들이
불가능하게 되었다. 그래서 지역 사회에서 육아나 간호에 필요한 인력을 공급, 조달하는 ‘지역사회권(개인을
기본단위로 하는 주거 시스템. 참조: 『마음을 연결하는 집』, 야마모토 리켄 외 지음)’ 제안이 시작됐다.
박창현 ㅣ
요코하마 대학원(Y-GSA)에서 야마모토 리켄과 함께
진행했던 지역사회권 모델이 지금 작업하는 프로젝트와 밀접한 관련이 있을 것 같다. 지역사회권 모델에
대한 특징과 고민했던 내용은 무엇이었나?
나카 ㅣ
지역사회권 모델의 특징은 개인이 점유하는 전용부분은 작고, 공동체가
함께 사용하는 공유부분은 크다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그리고 그 공유부분에는 몇 종류의 공간과 몇
가지의 설비가 있다. 예를 들어, 에너지, 식당과 욕실, 육아나 간호 등을
500명 정도의 규모로 공유하는 것이다. 그리고 여기서 가장 중요한 것은 주택이 사적 공간과
공적 공간, 두 공간이 모여서 하나를 이룬다는 것이다. 사적
공간은 잠자는 공간과 수납 공간이 있고 굉장히 작다. 개방된 공적 공간은 이 주택에 사는 사람 모두
여기서 일을 한다. 예를 들면 할머니들이 소일거리로 작은 담배가게를 한다던가, 어떤 사람은 책을 굉장히 좋아하고 책이 많아 작은 도서관을 하고 있다. 이처럼
개개인의 취미나 특기에 의해 생활이 성립되지 않을까 생각하게 된 것이다. 이것이 최근 논의되고 있는
공유경제, 작은 경제이며, 닫힌 사적 공간과 열린 공적 공간이
하나의 주택을 이룬다는 내용이다.
박창현 ㅣ
프로젝트로 지역사회권
모델 이후 제안한 ‘식당이 붙은 아파트(Apartment with a
restaurant,食堂付きアパート)’ 프로젝트에서는 특히 무엇에 관심을 가지고 진행했나?
나카 ㅣ
지역사회권 제안 이후 생각하게 된 것은 하나는 독특성(uniqueness)이다. 이곳 작은 건물에는 위에는 셰프가 살고 있고
아래층 식당에서 요리하며 일하고 있습니다. 그는 자신이 함께
사는 사람들을 위해서 무엇인가를 만들어 주고 싶어하기 때문에 이곳에서 가게를 하고 있는 것이다. 편의점과
같은 체인점을 하는 것이 아니라, 특징 있는 자신만의 가게를 하면 사람들을 불러 모을 수 있는 힘이
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
박창현 ㅣ
실제로 자세히 들여다보면 이곳은 건물뿐 아니라 동네와 밀접한 관련이 있어 보인다.
나카 ㅣ
이 건물의 건축주가 동네 상가회 회장이라는 것이 특징이다. 또
지금 이 주변에는 목조주택이 많아서 화재와 지진에 위험하다. 그래서
2020년 도쿄올림픽 이전에 안전한 마을을 만들기 위해 길을 넓히고, 목조건물을 다시 짓거나
리노베이션 하면서 마을이 크게 변화되고 있다. 동네의 그런 변화가 시작되기 전에 지역사회의 중심, 즉 동네 사람들이 모이기 쉬운 장소를 만들고 싶다는 건축주의 의지와 희망이 있었다. 한편 이 동네는 대학교가 가까워서 졸업 후 이 지역에 자리잡고 자신의 사무실을 여는 젊은이가 많습니다. 그래서 활력이 넘치고 창의적인 일들이 일어나는
동네다. 그것을 보고 생활 공간과 작업 공간이 같이 있는 것은 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했다. 그들이 이곳에서 필요로 하는 주거의 조건이 있다고 생각했고, 그것들을
연결해나가면 하나의 집을 넓은 복도로 붙여나감으로써 활발하고 건강한 건물이나 장소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이와 같은 생활 밀착형 건물로 주변의 변화를 만들어 나가는 것이 이 프로젝트의 가장 큰 특징이며, 사회 변화에 대응하는 건축가의 일이라고 생각한다.
成瀬友梨(나루세 유리) + 猪熊 純(이노쿠마 준)
박창현 ㅣ
일본 사람들은 혼자서 무언가를 하는 것을 선호하는데, 어떻게
일본에서 셰어하우스가 유행하고 있다고 생각하는가?
이노쿠마 ㅣ
셰어하우스가 일본에서 처음 시작한 계기는 게스트하우스라고 생각된다. 10여 년 전부터 롯폰기 같은 관광지에서 외국 관광객들이 저렴하게 장기 체류할 수 있는 게스트 하우스가 인기를
얻었다. 셰어하우스에 익숙한 유럽인들을 위해 평면상 욕조나 화장실은 공유하고 방은 개인실로 구성된 숙박시설이
많이 늘었다. 일부 일본인들이 그것을 새로운 삶의 방식으로 받아들여 셰어하우스가 우후죽순 생겨난 것이라고
생각한다. 한편 1990년대 버블경제 붕괴 당시만 해도 사람들은
무엇이든 자신이 소유하고 싶다는 생각, 즉 혼자 살지만 방도 자동차도 집도 소유하고 싶다는 생각이 주류였다. 그러나 최근에는 혼자 비싼 월세를 내면서 좁은 곳에 사는 것보다는 사람들과 공유해서라도 넓은 곳에 사는 것이
좋지 않나 하는, 즉 혼자서 전부 소유하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늘었다. 또한 버블경제시기가 끝난 직후나 2008년 리먼 쇼크 때 일부 대기업이
도산하는 것을 보면서도 학생들은 안정된 직장을 얻고자 대기업에 취직하기를 원하지만, 계속 거기에서 일하고
싶은지 물어보면 ‘언제 도산할지 모르는데요’ 하고 대답하는
학생이 많다. 이처럼 사회 변화에 따르는 인식의 변화가 셰어하우스를 요구하게 되었다.
박창현 ㅣ
사무실에서 설계 했던 ‘LT조사이(LT城西)’의 경우 어떤 특징이 있나?
나루세 ㅣ
셰어하우스는
기본적으로 운영자가 있다.각 운영자의 성격이나 성향에 따라 운영방식과 집의 구조가 달라진다. LT조사이의 공유 영역은 가구, 가전, 공간, 음식 등을 모두 공유하는 방식이다. 공간 구성 측면에서는 대문에서 개인의 방에 이르기까지 복도와 공용 공간을 합칠 수 있게 설계했기 때문에 그만큼 공용공간이 커질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내부에서 소리를 신경
쓰게 되므로 개인 공간들끼리는 분리되어야 한다고 판단했다. 따라서 평면적으로나 단면적으로 방을 적극적으로
떨어뜨려 놓은 것이 공간적 특징이다.
박창현 ㅣ
한국에서도 최근 셰어하우스가 생겨나고 있지만 아직 자리잡지 못했다. 물리적인 공간뿐 아니라 운영과
관련된 부분이 더 중요하게 느껴진다. 어떻게 생각하나?
나루세 ㅣ
운영자는 입주를 희망하는 사람들과 만나서 긴 시간 동안 이야기해 보고, 대화가 잘 통하는 사람들 중 셰어하우스에 살고자 하는 동기가 바람직한 사람들을 살게 한다고 들었다. 그리고 입주자들의 인간관계가 원만해지도록 운영자가 중심 역할을 했다고 한다.
예를 들어 같이 밥 먹자고 식사를 준비하는 등 관계 형성을 위한 조율을 한 달간 했다. 즉, 원만하게 돌아가기까지는 운영자가 개입해서 서로 좋은 관계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구체적인 규칙도 정하기도 한다. 함께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다른 사람들과 의사소통하며 지내는 삶과 이곳의 공간이 기분 좋다고 말한다. 이곳에는 20대부터 50대까지
다양한 연령층의 13명이 함께 살고 있다. 일본에서는 같은
회사에서는 위 사람과 아래 사람의 차가 굉장히 크지만, 친구 사이라면 나이 차이가 있는 친구도 가능한
사회적인 분위기도 있어 이런 다양한 연령층이 함께 사는 것이 일본에서는 가능하다고 생각된다.
嶋田 洋平 (시마다 요헤이)
박창현 ㅣ
당신은 일본에서
빈집
활용과 관련된 교육 관련 사업, 빈 건물의 활용을 통한 지역활성화 사업을 전개하는 지역 매니지먼트 회사
운영, 도쿄 도시마구에서 빈 건물의 활용을 통한 지역활성화 사업을 전개하는 지역 매니지먼트 회사 등
건축가로서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이런 다양한 일들을 하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
시마다 ㅣ
세계적으로 20세기는 인구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시기였고, 일본에도 같은 일이 벌어졌다. 그렇지만 이제는 국면이 바뀌어서 일본은
지난 100년 동안 인구가 4배 정도 늘었지만, 이제부터 100년 후에는 인구가 1/4로
줄어들 것이라고 예측된다. 내가 대학에 입학했던 1995년
즈음 일본 주택의 착공건수는 연간 160만 건 이상이었는데, 당시
미국과 유럽에 비교하면 10배 정도로 많은 주택을 지었다. 지금은
80만 건이다. 내가 건축가가 돼야겠다 마음먹었던 때로부터
일이 절반이 돼버린 것이다. 인구가 줄어들기 시작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매년 80만 건의 주택을 짓고 있는 것이 지금의 일본의 현상이다. 더 이상
짓지 않아도 괜찮을 텐데도 말이다. 한국에서도 마찬가지라고 들었는데,
당연히 빈집은 점점 더 늘어나서 일본은 지금 820만 호의 집이 비었다. 일본 전국의 13.5%다. 이대로
계속 새로운 집을 짓는다면, 20여 년 후에는 빈집의 비율이 40% 정도
된다는 추측이 있습니다. 건물, 도로, 교량, 터널, 공원 등 사회적 인프라에 투입되는 사회 간접 자본(SOC)은 1995년의 일본의 버블경제 당시에는 19조엔 정도 규모였다. 이것이 점점 더 줄어들고 있는데, 일본 국토교통성이 2010년부터는 신축 건물뿐만 아니라 기존 건물들의 유지 보수 비용에 연간 8조
엔(약 72조 원) 정도가
필요하다고 한다. 일본의 인구가 줄어들면 세금도 줄어들기 때문에 2035년부터는
기존 인프라 중에 유지할 수 없는 것들이 많이 발생하게 될 것이다. 아마도 시골의 도로, 터널, 다리들은 그대로 방치될 것이다. 이런 것들을 생각하면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새로운 건물을 만들 필요가 없다고 해야 할지, 아니면 만들면 안 된다고 해야 할지 고민된다. 건축가로서 업무분야를
생각해 보았을 때, 지금까지의 건축가들은 새로운 건물을 만드는 것이 주요한 업무라고 교육받았다. 여전히 그렇다고 생각하면, 건축가의 일은 점점 줄어들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주택의 경우에는 이미 6,000만
호 정도가 지어져 있다. 여기에 매년 80만 호의 집이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이미 지어진 건물들을 잘 활용하는 업무는 없어지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새로운 건물을 세워나가는 시대를 거쳐 이제는 사용되지 않는 건물들을 어떻게 활용해 나아갈까를 고민하는 시대가
왔다고 생각하니 여러 방법을 찾게 되었다.
박창현 ㅣ
그러한 변화들이 도쿄에서는 이미 나타나고 있어 ‘메지로
화이트 맨션’ 프로젝트가 시작된 것 같다. 어떤 특징이 있나?
시마다 ㅣ
도쿄 중심지에 45년 전에 만들어진 메지로 화이트
맨션도 13집 중에 6집이 빈집이었습니다. 그 중 한 집을 리노베이션해 달라고
의뢰가 들어왔는데, 만약 하나의 집만 고치면 나머지 5개의
빈집은 해결이 되지 않는다. 그래서 저희 회사에서 이 방을 월세를 내고 빌려 임대인을 구해 원하는 방으로
리노베이션 했고 비용을 임대인, 저희 회사, 건물주가 조금씩
부담해 진행했다. 평소 방을 임대하면 내부 공간을 바꿀 수 없다는 생각에서, 자신이 원하는 내부로 바꾸어 살수 있다는 접근으로 나머지 빈 집도 같이 해결할 수 있었다. 사회적 요구를 해결하면서도 오래된 건물들을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 실행했던 프로젝트였다. 지금까지 건축가의 업무는 건물 디자인이 전부라고 모두가 생각하고 그렇게 해 왔지만, 수익 체계나 업무 영역을 바꿔나가면서 이것을 중심으로 디자인 업무의 폭을 넓혀가면 여러 가지가 해결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馬場正尊 (바바 마사타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