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무소 효자동_ 서승모
공간의 분절을 보다.
1971년 일본 쿄토에서 태어나서 한국에서 자랐다. 95년 경원대학교 건축공학을 졸업하고, 동대학원에 진학했다. 졸업 후 일본으로 유학을 가, 2000년 동경예술대학 미술연구과
건축전공 석사 졸업했다. 동대학에서 건축학과에 출강했으며, 2004년
귀국했다. 귀국 후 rDAunit 사무실을 설립해 활동했다. 2010 사무소 효자동을 설립하고, 현재 서울 시립대학교 건축학과
겸임교수로 있다.
한국과 일본의 주거 형식
박창현(박): 서승모 소장님을
처음 만났던 때가 2006년 효자동 한옥에서 인 것 같습니다. 그때
그 한옥은 지금은 이미 몇 차례 다시 고쳐졌는데 그 당시의 그 한옥을 보면서 ‘다른 한옥과 달리 묘하게
고쳐졌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 이후로 다른 한옥들
작업하면서 그와 관련된 작업들이 있었던 것 같은데, 그럼 한옥 이야기부터 하면 어떨까요?
서승모(서): 제가 리노베이션한 한옥은 매체에도 많이 나왔는데, 일단 한옥을 구입하게 된 동기는 별 이유가 없어요. 원래 쭉 아파트에서 자라왔는데, 일본에 가서 골목길의 스케일감들을 느끼고 살았습니다. 마을 같은 곳에 살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러다가 한국에 와서 처음에 삼청동을 갔는데 전세를 알아봤더니 너무 비쌌어요. 그런데 주변에서 힌트를 들었어요. 경복궁에는 양 사이드가 있다고. 반대편으로 오니까 전세 값으로 한옥을 살수가 있었어요. 그렇게 자연스럽게 살수 있는 땅에 한옥이 있었죠. 한옥이 15~35평정도가 있는데, 보통 24-27평이 제일 많아요.
박: 일본에서의 경험했던 골목길 스케일이 한옥을 사게 된 이유라고
하셨는데 저도 어릴 적 적산가옥이 많은 부산의 동대신동에서 자랐어요.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그 동네에서
나가야의 형식과 일본식의 세밀한 스케일감을 느꼈습니다. 기본적으로 일본에서 느낀 동네 같은 곳, 작은 골목, 집들이 한국의 한옥과 연결되는 부분이 무엇일까요? 좀 더 구체적으로 한옥에서 느낄 수 있는 집의 형식이나 특징에서 다른 것이 있나요?
서: 일단 한옥을 구입하게 된 계기는 마을 같은 동네에 살고 싶었던 것이죠. 아파트에서만 살았던 것이 큽니다. 지금 질문은 주거형식에 대한 차이점 느낀 점을 이야기해달라는 건데, 제가 일본의 나가야나 전통 주택에 살아 본적은 없지만, 기본적으로 한옥은 단층이고 적산가옥은 2층이잖아요. 일본의 집들은 후정을 많이 둡니다. 엔가와는 툇마루처럼 앞에서는 잘 안 보이고, 한옥은 후정이 아니고 중정입니다. 마당을 중심으로 출입구가 당하는 느낌이죠. 그게 큰 건축의 차이입니다. 어쨌든 한옥은 복도로 나눠진 집 같지는 않아요. 한옥은 중정이 있고 툇마루가 있는 방의 레이어입니다. 일본에서 그 정도 규모의 서민집 같은 경우에는 복도가 반드시 생기죠. 큰 집은 좀 다릅니다. 큰 집은 우리나라와 비슷하게 외부에 툇마루를 놓고 들어가는데, 다른 점은 전통한옥은 홑 집이라는 것. 아무리 커도 홑 집인데, 일본은 큰 공간 안에 기둥들이 생기면서 깊은 공간이 생기고 그 안에서는 다다미로 공간이 나눠집니다.
박: 최근에 지어진 건물과 한옥의 성향과는 다른 것 같습니다만, 어떤 분은 한국의 아파트 평면이 한옥의 배치나 구성에서 왔다고 이야기하시기도 합니다. 한국 아파트 같은 경우는 현관문을 열면 먼저 가장 넓은 거실공간이 보이죠. 그
다음 거실을 중심으로 방들이 돌아가며 배치되다 보니 공교롭게도 현관 입구에서 문을 열면 한눈에 가장 중요한 공간이 다 보입니다. 그런데 일본에서는 집의 문을 열면 막혀 있어 아무것도 안 보이는 차이가 있습니다.
서: 계속 분절되어 있습니다.
박: 일본도 그런 부분에서 예전의 주거 형식들이 지금도 계속 이어져
나오는 것 같습니다. 문을 열면 일단 복도가 보이고, 복도에서
방들이 있기도 하고 방과 방이 연결되기도 하고…
서: 일본 옛날 집의 도마(土間: 흙 다짐바닥), 흙 바닥 같은 게 있어요. 그 옆에 어시스트 된, 손님을 앉히는 방이 있습니다. 그러고 나서 안쪽으로 집사람들이 쓰는 공간이 있죠. 현대 일본 건축가들이 쓰는 주택에는 현관이 있으면 바로 옆에 다다미방이 있지 않습니까? 약간 집의 형식미 같은 게 있는 거죠. 우리도 사실은 마당에서 대청으로 분류하거나 더 커지면 별동으로 분류되는 형식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박: 마당과 대청을 이야기하다 보니 전통 주거의 형식이 머리 속에
그려 집니다. 서소장님 같은 경우에는 한옥 리노베이션 경험이 많이 있으신데, 작업하면서 건축가별로 한옥 리노베이션하는 관점과 수법이 다를 것 같습니다.
서: 별로 없어요. 딱 두 개입니다. 그게 이미지가... (웃음) 황두진 소장님 같은 경우는 전통한옥에 가까운 걸 하십니다. 우리나라의 부를 일궈낸 사람들이 자기의 근원 또는 이야기를 만들기 위해서 의식적으로라도 대단히 보수적인 한옥을 만드는 사람들이 있죠.
박: 그런 것들은 신축인가요?
서: 신축인 경우가 많죠. 우리 사무실 같은 경우는 한옥을 좋아해서 오지만 한옥의 그런 전통적인 느낌을 좋아하는 것이 아니라 이 동네의 느낌이 좋고 거기 붙어있는 집의 느낌이 좋고. 그 곳에서 어떤 한옥의 맛을 살리는. 그래서 우리 집 말고는 한 채밖에 없습니다. 제가 두 번 고치고, 나머지 체부동 집은 건축주가 미국사람이에요.
한옥에서의 구조적 분절
박: 그럼 그 두 번의 경험에서 한옥 리노베이션이 가지고 있는 제약들도
있었을 것이고, 반대로 어떤 부분들은 조금 더 살릴 수 있는 여지가 있었다고 생각됩니다.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서: 한옥에서 가장 많이 느낀 것은 ‘분절’에 관한 부분입니다. 내부 안에서 분절을 하는 방식에 관한 겁니다. 지금도 마찬가지로 우리 집에 살면서 느끼는 것은 연속적 분절에 대한 것입니다. 원래 방이었을 거예요. 대청이고 마루입니다. 문틀이 있어서 이게 한 1900정도 높이가 되는데, 길이는 끝에서 끝이 한 10미터 정도 됩니다. 이 곳에서 구조로 인한 분절이 일어납니다. 공간을 만약에 박공 지붕에 어떠한 구조도 없이 갔다면 perspective한 느낌이 있기 때문에 공간이 풍부하지 않았을 것 같습니다. 이게 3미터 단위가 3-4개로 끊어져 있어서 좋았다고 생각했어요.
박: 한옥에서 그렇게 공간적 분절이 자연스럽게 나타나는 것은 당시
구조적 구법 한계와 재료적 상황에 의한 기둥과 보 길이의 한계 때문이지 않을까요?
서: 그렇습니다. 구조가 가지는 logic이 보이는 순간 뭔가 다른 힘의 흐름들이 보이죠. 이것 때문에 분절하는 스케일을 감각적으로 나누기 시작했습니다.
박: 앞서 말한 대로 한옥에서의 분절은 그 당시의 구조적 한계 때문에
자연스럽게 나타나는데 그렇다면 설계하면서 구조에 따라 내부에서 공간을 나누는 것은 의식해서 계획적으로 나누는 건가요?
서: 그렇게 나오는 한옥의 구조는 가짜가 아닙니다. 당연히 구조와 연계해서 계획적으로 나눕니다.
신축에서의 분절
박: 최근 지어지는 신축 건물에서는 구조와 연관 지어 내부에서의 분절을
어떻게 생각하며 나누나요?
서: 지금 여기에 하고 있는 집이 한 층에 ‘10평주택’이예요. 이 모형이 50분의 1이니까 엄청 작은 집이죠. 전이 공간을 만들 수 없으니까, 1층은 라멘 구조로 풀고 2층은 목 구조로 풀었어요. 경골 목 구조와 중목 구조가 섞여 있습니다. 그게 같이 있으면서 계단으로 이어지는데, 계단은 존재감이 거의 없도록 금속으로 얇게 접었고. 전혀 다른 공간과 구조를 가진 질이 다른 공간 두 개를 붙인 겁니다.
박: 그렇다면 1층의 구조와
다르게 2층에서는 의도적으로 구조가 드러나는 방식을 택한 것인가요?
서: 전부 그렇습니다. 그것 때문에 되게 힘들었어요. (웃음) 1층 천장에 보가 공간의 분절을 만듭니다.
박: 지금 이야기하신 부분을 모형상으로 보면 계획된 보가 생각보다
얇게 느껴집니다.
서: 네. 천정의 구조로 인해서 공간을 분절시키면, 공간이 약간씩 끊기는 느낌이 있어요. 이런 방식으로 합니다. 건축주들이 공통적으로 하는 얘기가 집이 넓게 느껴진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높이는 2000까지 낮췄고, 최고 2400입니다. 작은 집이라 창의 위치가 중요한데 perspective한 관점에서 볼 때 이동 방향에 보통 메인을 두고 보조창을 꼭 둡니다. 그 위치가 되게 중요해서 실제로 움직이다 보면 다양한 창들이 쭉 있습니다.
박: 내부에서의 시퀀스를 중요하게 생각 하시는군요. 내부에서 구조를 RC나 아니면 다른 구조로 풀지 않고 특별하게 목
구조로 했던 이유는 무엇입니까?
서: 전혀 다른 공간의 느낌을 내고 싶었는데, 그걸 디자인적으로 풀고 싶진 않았습니다.
박: 그 판단은 무엇에 의해 하게 되었나요?
서: 그건 저의 판단입니다. 공간을 구조로 풀어 내야겠다는 것이죠. 다른 구조 두 개가 병치되어 있어 새로운 공간을 만들어 내려고 했습니다. 2014년 우리 사무실의 건축은 공간을 분절하는 방법이 전부 구조하고 맞붙어 있는 방식으로 하고 있습니다.
박: 이야기하신 집이 작은집이라 스케일이 일반적인 스케일과는 다른
것 같습니다. 천장의 높이도 1900정도이고 공간도 작은
공간들이 연속인데 이 작은집에서 외부와 연계해서 확장에 대한 고민은 하지 않았는지 궁금합니다.
서: 건물 밖의 외부공간 같은 경우에는 쇄석을 깔아서 마감을 정리하였습니다. 그런데 왜 그런지 모르겠지만 여전히 일본에 있는 집 같아요. (웃음)
박: 스케일이 같아서 그런 것은 아닐까요? 또는 구조가 드러나서 그럴까요? 어쨌든 좋은 결과로 느껴지는 집입니다.
서: 저는 못생긴 건물은 못 봐요. (웃음) 그런 부분에서 충돌이 일어나는데 일단은 제가 아름답다고 생각하는 감각을 밀고 가고, 그 뒤 방법을 찾겠다는 거예요. 예를 들어, 보통 문살의 두께를 만들어내는 게 건축가의 의지이기도 하고 시공사에서 안 된다고 할 의지이기도 한데. 되든 안되든 어떤 수종을 쓰느냐 깎느냐 그런 맛을 찾아내는 과정이 필요하죠. 디자인을 한 번에 봐서 좋은 게 아니라 두, 세 번 생각했을 때 좋은 것. 저는 건축도 그런 류의 디자인이 있다고 생각해요. 한 번 보고, 두 번 봐서 생각이 정리가 어느 정도 되니까. 디자인은 하기 되게 어려워요. 마루 색깔, 난로의 형태나 취향, 벽의 컬러, 텍스처. 그런 것들을 하나하나 찾아가려고 합니다. 그 과정에서 한옥이 있는 거예요. 한국성으로 가지고 가려고 합니다. 작년에도 목표가 한국성이었는데… (웃음) 올해는 땅과의 관계를 잘 풀어낼 것과 한국성 그런 부분들을 고민 중이에요. 분절하는 건 어쨌건 건축을 하면 반드시 해야 하니까요. 기능적이나 공간적으로 이야기를 만들어서 분절을 하거나 태도가 발생하고, 분절에 의해서 경계가 발생하거나 발생하지 않거나 뭉뚱그리거나.
초기에 분절에 대한 시도
박: 저는 인테리어에서 수직 나무 포스트나 바닥의 높이 차이로 기능의
구획을 했었습니다. 그리고 공간의 분절에서 천장에서만 면이 구획되더라도 공간 분할에 많은 영향을 받는
것 같았습니다.
서: 한국에서 초반에 분절에 대한 연습 조건들을 ‘숲’ 이야기를 가지고 했던 적이 있습니다. 가로수길 인테리어인데, 바닥은 원래 있던 타일을 뜯어내고 본드자국이 남아 있는 것을 유지하고 싶었고, 천장을 다 갈아내어 공간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그 다음에 공간이 18평 정도 되었는데, 어떻게 테이블을 놓고 공간을 기능과 함께 분절을 해야 하나를 생각했었죠. 외부 도로에서 봤을 때 유리박스로 보이고 주차장과의 경계를 없애는 것이 하나의 관심이었었습니다. 문이 어디 생겨야 하나 했는데, 중간에서 약간 들어가고 솔리드 한 문을 달았습니다. 문을 따라서 요상하게 생긴 천정 패턴이 들어가죠. 화장실 쪽으로 들어가는데, 비어진 곳이 공간이 오픈 된 느낌이 드니까 은연 중에 공간이 분할되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여기서 한층 더 가지고 가 천장을 2400에서 2000까지 낮추려고 하였습니다. 현장에서 밤낮으로 고민하면서 ‘너무 무섭다. 두렵다.’ 해서 포기했었는데, 결국 효과적이지 않았어요. 지금 생각해보면 낮췄으면 그 효과가 맞았을 거라 생각합니다. 그런데, 한옥집에서는 대단히 잘 작동했었고, 중정의 높이가 1750밖에 안되니까 약간 눌러주는 느낌인 거죠. 보통 한옥은 하늘로 열리는 집이 많은데 여기는 땅으로 꺼져 있어요. 제 집에서 살면서 느낀 것은 10미터의 장방형의 공간이 깨끗한 미니멀한 공간이었으면 경험하지 못할 것들을 하게 됐죠.
박: 인테리어에서도 천장을 분절했지만, 그 당시에는 구조로 풀었던 것은 아니었군요. 한옥의 경험을 통해
구조로 발전했다고 하는 것은 이해됩니다. 방금 이야기했던 ‘숲’ 이야기가 궁금합니다.
서: 초반에 ‘숲’에 대한 이야기를 했었습니다. 공간은 있는데 형태가 없는 이야기입니다. 장미를 그리라고 하면 장미를 그릴 수 있는데, 숲을 그리라 그러면 되게 어려워져요. 숲이라는 것이 어떻게 정리가 되어 있느냐 하면, 수풀임이 나무가 모여 있는 거잖아요. 나무를 계속 그리는 거거든요. 그렇게 만들어진 숲이라는 곳은 형태는 없지만 공간은 있고, 그런데 거기에 농밀한 공간도 있고, 성한 공간도 있고, 밝은 공간도 있고. 그게 제가 생각하는 가고자 하는 건축이었습니다.
박: 형태와 공간이 꼭 연결되지 않는 것도 있을 수 있다는 이야기
이군요. 이전에 관심 가졌던 내용인가요?
서: 근데 어떻게 될지 몰라요. 그건 규모가 있어야 하죠. 건축에는 반드시 스케일이라는 게 실체로써 존재해야 되니까 그걸 똑같이 개념을 그대로 가져올 수가 없다고 생각해요. 그랬을 때, 분절은 연속적으로 분절되어 있는 공간이잖아요. 지금 이야기와 다른 벡터이긴 한데, 우리가 좋아하는 작은 오두막이 있잖아요. 기둥 네 개 지붕 하나. 저는 건축에서 가장 강한 어휘가 벽이 아니라, 천장하고 바닥이라고 생각해요. 사무실이 오픈 초기에 인테리어 공간부터 많이 작업했기 때문에, 바닥을 분절하는 이야기가 많을 수가 없었어요. 근데, 천장을 먼저 가지고 간 거죠. 다음 단계에는 바닥의 분절이 분명히 있을 거예요. 땅이랑 관계를 맺게 되기 때문이에요. 바닥하고 천장이 구조랑 맞물리면서 정리가 되기 시작할 거예요. 그런 부분들이 조금씩 간극이 있으면서 계속 가는 거예요. 제 느낌이.
분절된 공간들의 관계
박: 분절된 것들이 모여 있으면 서로서로의 관계들이 생기게 되잖아요. 내부에서 연속된 공간에서의 기능과 결합에 관한 규칙이 있는지요?
서: 규칙은 잘 모르겠네요. 일단은 그 때 숲 얘기했을 때, 연속적 분절이었어요.
박: 서로서로의 연관 관계인가요?
서: 연관 관계라는 것은 이런 것이라 생각합니다. 공간의 어떤 힘이 작동을 하고 분절에는 어쨌든 역학관계가 존재합니다. 거기에 사람들이 보일 수 있게끔, 공간의 질을 만들어 주는 게 기본이었습니다. 숲에서도 보면, 숲은 나무/나무/나무로 구성되어 있는데 그게 어느 순간 어떤 곳은 길이 되잖아요. 산길이라는 것이 미는 것이 아니라 찾아 다니는 거고, 어떤 사람들은 바꾸기도 하고. logic은 없는 것입니다. 상황에 맞춰가는 것이죠.
서: 왜냐하면 가로수길 인테리어에서는 테이블과 테이블. 약간씩 테이블마다 의자의 배치가 방향이 다르며 시선이 안 마주치는 것과 약간씩 연결되는 거죠.
박: 그런데 그것은 하나의 단순한 기능이라 좀 다르지 않을까요?
서: 하나의 기능이더라도 저는 거기서 더 분절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신체를 바탕으로 어떤 사람은 분류하는 방식으로 얘기를 하면, 어떤 사람은 지구와 우주라 하고, 어떤 사람은 지구라고 얘기하지 않고 인류의 합, 인종의 합 등등 이것은 할 수 있는 이야기가 너무 많습니다. 기능의 조닝으로 봐도 어떤 사람들은 리빙하고 다이닝을 분류할 수도 있는 거고, 어떤 사람은 앉아 있는 곳과 책상이 있는 곳. 그것은 자기가 조건을 충분히 만들어 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박: 좀 전에 예를 들었던 지어지고 있는 ‘10평 주택’에서는 어떤가요? 기둥이든
보든 아니면 그것들에 의해서 분절되고 분절된 것들이 연속적으로 나타나는 그것들을 계획할 때는 아래층에 있는 공간과 어떻게 관계를 맺게 되나요?
서: 여기는 책을 읽는 곳이었으면 좋겠습니다. 빛이 더 많이 들어오는 공간이면 좋겠습니다. 그런 것들을 생각을 합니다.
박: 그런 것들이 분절된 유닛 하나하나마다 있다는 것인가요?
서: 반드시 그렇지는 않습니다.
서: 그렇죠.
박: 이 집도 그렇고, 좀
전에 이야기했던 한옥도 그렇고, 기능들이 벽으로 닫아진 것이 아니라 사실, 연결입니다. 그렇다면 그것의 각 공간들에 대한 시퀀스는 어떤가요?
서: 시퀀스는 사실은 제가 이 집을 지나가서 최종목표까지 갔을 때는 감각적으로 ‘이런 공간이었으면 좋겠다’가 제일 큽니다. 그 다음에 분절의 이유는 질이 다른 공간을 합쳐 놓는 것입니다. 그것이 질이 다른 공간과 기능이 또 다른 공간 일 수도 있고요. 예를 들면, 계단 밑의 공간이 약간 어두운데, 책을 읽을 수 있는 공간이면 좋겠다는 거죠. 항상 이 공간에서는 내가 어디를 점유하면 좋겠다는 생각, 어디를 어떻게 쓸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면 우리 집에서도 제가 앉는 자리가 있습니다. 근데 제가 좋아하는 자리를 최근 아이가 뺏았습니다. (웃음) 그래서 제가 집에서 잘 못 있어요. 그러면서 다른 장소를 찾는 거죠. 그것은 참 미묘한 문제이죠. 설정을 할 때 정말 100가지 설정하진 않아요. 숲을 정원처럼 만들 수는 없잖아요. 예쁜 정원까진 아니더라도, 조금 더 숲보다는 정돈되어 있지만 예를 들어 어떤 건축주와의 일이냐 어떤 프로그램의 일이냐에 따라서 다를 것 같아요. 그 강도를 조절하는 것이 어렵습니다.
뼈대의 완성
박: 2014년 베니스 비엔날레에서 렘 쿨하스는 elements를 주제로 정하면서, 건축가를 뺀 건축을 이야기했습니다. 저는 그것은 반대라고 생각됩니다. 저는 건축 이전에 건축가에 대한
부분을 인정하지 않으면 건축이 나올 수 없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입니다. 렘 쿨하스은 elements를 나눠 각자가 그것들을 다시 되돌아보자는 내용으로 베니스에서 진행했습니다. 지금 이야기 한 몇 가지 요소들. 예를 들면 창, 벽, 계단, 문, 구조에서 나타나는 보, 그런 부분이 도드라져 보이는데, 각각의 요소들끼리의 연관성을 가지고 있나요?
서: 지금 나온 이야기는 뼈대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인간으로 예를 들면 손이 두 개고 머리가 하나이고 다리가 두 개입니다. 근데 손이 세 개인 인간을 만들 수도 있잖아요. 근데 거기까지 가면 인간인지 아닌지 모르겠지만. 여태까지 뼈대에 대한 이야기를 한 거고, 지금 이야기 한 건축적인 요소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면 이건 조금 더 하위의 이야기입니다. 하위의 이야기에서도 요소들은 움직임이라는 게 있잖아요. 뼈대를 만드는 것은 일단은 바닥, 벽, 천장이죠. 그걸 분절해서 뭘 만들어내는 거죠. 그 다음에 하위 요소는 개구부, 도어. 개구부라고 하는 것은 외부하고 내부의 관계를 맺는 거예요. 그리고 만약에 도어라고 하면 어떤 움직임을 만들어 내느냐, 어떤 무게를 만들어 내느냐에 따라서 감각을 발휘해주면 됩니다. 전 그렇게 생각해요. 제일 중요한 요소는 바닥, 천장, 벽 그 다음에 개구부. 그 다음에는 대단히 미적인 이야기로 흘러요. 근데 바닥, 벽, 천장을 어떻게 볼 것이냐는 되게 다양합니다. 유리도 벽으로 볼 수 있고, 솔리드한 벽, 진짜 두꺼운 벽도 벽으로 볼 수 있어요. 개구부가 왕창 뚫려 있는 벽도, 얇은 기둥도 엄청 두꺼운 기둥도 마찬가지죠. 그걸 지금 하는 것입니다. 그것으로 연속적인 분절을 하는 것입니다. 그것으로 조합해 건축을 만들어내는 것입니다.
박: 상위의 개념과 하위의 개념으로 나눠서 작업을 시작하고, 하위의 개념 같은 경우는 사실은 지극히 미적인 부분으로 풀어낸다고 이야기했는데, 그 부분의 일부는 동의하기도 하지만 사실은 하나의 개념이 읽히기에는 벽, 천장, 바닥이 따로 도어, 창, 계단들이
공간에서 느껴지는 상황과는 분리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서: 저는 분리를 한다는 것이 아니라, 상위와 하위 개념이 있고 그게 예를 들면, 디자인할 때 눈에 밟히는 부분들이 있는데, 그건 어떻게 보면 되게 주관적일 수 있습니다. 제가 딱 봤을 때 다 맞아 돌아가면 오케이죠. 일단 상위 개념이 있고 하위 개념이 있지만, 상위 개념이 이야기가 다 돼서 오케이되면, 하위 개념은 필요 없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그런 것도 공간이 실제로 됐을 때 그 공간의 느낌이 제가 생각한 대로 나와야 하잖아요. 그러면 눈에 밟히는 데가 없어야 하죠.
내부로부터 창의 이야기
박: 서소장님의 여러 작업들을 보면서 느꼈던 것 중 하나가, 내부에 대한 이야기를 아주 많이 하는 편이라고 생각됩니다. 그 말은
반대로 외부에 대한 이야기들은 상대적으로 덜 하는 것 같습니다. 그것이 관심의 차이인가요? 아니면, 건물의 상황에 의해서 인가요?
서: 그것도 건축을 저는 내부에서 외부를 보는 게 상위 개념이에요. 그래서 창도 위치가 안에서 밖을 볼 때 창호의 위치와 밖에서 안을 보는 비례감의 창의 위치가 충돌이 일어날 게 분명히 있거든요. 그럼 저는 전자를 선택해요. 전자를 택하는 편이지만 앞으로는 땅과 만나는 부분들을 더 고려할 생각이에요. 이제 컨텍스트가 있는 프로젝트들이 생길 겁니다. 그 전에는 컨텍스트가 없었어요. 컨텍스트가 생겼으니까 그 부분에서 다른 움직임들이 생기는 거예요.
박: ‘10평주택’ 같은
경우에는 사실은 아주 오래된 동네고, 주변도 오래된 집들로 둘러 싸여져 있는 곳에 계획을 한 것입니다. 오래된 것에 대한 관심이나 연결은 없었는지요?
서: 없어요. 하나 딱 어쨌든 법적으로 건물을 지을 수 있는 차포를 다 떼면 딱 이렇게 생겨요. 딱 생기는데 이 때, 하나는 땅하고 연결된 느낌이 강했으면 좋겠다라는 부분이 외부 마감으로 드러나 있습니다.
박: 외부와 땅이 같은 마감인 것을 말하는 것인가요?
서: 같은 마감은 아니고 약간, 쇄석마감에 조면 처리한 게 있고 그 위엔 깨끗한 박스가 올라가 있는 거예요. 창호의 위치는 우리 사무실이 창이 적은 편인데 내부에서 조도는 대단히 좋아요. 창들끼리 안 만나게끔. 스터디를 보면 옆집의 창 위치가 다 나옵니다. 그것과 우리 창과 안 부딪히게끔 배치하면서 기능적으로도 빛을 넣는 그 정도입니다.
박: 작업 진행하면서 외부의 창과 관련된 프라이버시에 대한 민원은
없었나요?
서: 그래서 창호를 스터디한 거죠. 그게 제일 중요한 요소입니다. 옆집에서 눈이 안 마주치게끔. 그래서 없었어요. 건물을 지을 때, 민원이 양 옆, 뒤에서 다 들어왔거든요. 그게 담 때문에 문제가 있었어요. 그것도 옆집 담을 우겨가지고 안쪽으로 쌓고 말이 많이 있었어요. 통기구 위치 어떻게 되냐는 민원도 있었는데, 다 위로 올려서 문제없다 하고. 뭐 엄청나게 문제가 많았어요. 공사 스톱시키고 그랬는데, 결국 창이 문제가 없으니까 해결이 쉽게 됐죠. 근데 계속 고수했었던 것은 뒤에 담의 높이였어요. 이게 실제로 보조 문이 있는데, 보조 문에서 봤을 때, 담 높이가 되게 중요한 부분이었어요. 사실은 뒷집의 담이 낮아서 우리 주방이 보이는데 그게 되게 싫었나 봐요. 우리 건물 입장에서 그건 아닌 것 같다 해서 안에서 블라인드로 처리하도록 했어요.
박: 다른 나라는 어떻게 하는지 사실 경험이 없어서 잘 모르겠습니다만, 특히 우리나라 도심지 같은 경우에는 주변인들이 새로 건물을 지으려면 그 건물의 주인과 주변과 안정적으로 유지되었던
드러나지 않는 어떤 관계들이 있죠. 그렇지만 땅을 비우고 건물을 지으려고 하면, 숨어 있던 주변건물 주인과의 관계들이 다시 표면으로 올라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올라오면서 이제 각각 자기 집이 닿아 있는 면에만 지대하게 관심을 가지면서 새로운 관계를 형성해 나가죠. (웃음)
서: 그렇죠. 이 집은 창이 없어요 거의.
박: 그런 부분에서 전망이나 채광과 관련되어 여기 사는 클라이언트의
입장에서는 어떠나요?
서: 저는 집을 밝게 만드는 건 자신 있어요. 자신 있게 얘기할 수 있어요. 가서 보면 알아요.
아파트와 주택 그리고 한국성
박: 한국의 주택 평면에 대한 이야기를 하자면 너무 획일화된 아파트의
평면에 익숙해져 있다는 것을 느끼게 됩니다. 어떤 사람들은 마당을 중심으로 한 이전의 한옥의 특징을
지금의 거실을 중심으로 한 전통과 연결해 이야기로 끄집어 내는 예도 있었었습니다. 그런 이야기를 하다
보면 한국 건축의 2세대인 4.3그룹 건축가들이 그 당시에
전통 건축에 대한 관심이 굉장히 많았구나 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런데 요즘 3세대로 칭할 수 있는 젊은 건축가의 세대(70년대생 이후)는 상대적으로 전통이나 한국성에 대한 관심이 표면적으로 드러나지 않고 있는 것은 아닌가 생각됩니다.
서: 그래서 저는 한국성이라니까요. (웃음)
박: 그 부분을 주거와 연결해서 이야기를 조금 더 들어 봤으면 좋겠어요. 주거라고 하면 좀 전에 이야기 한 것과 같이 일본과 비교해 한국의 주거 평면에서는 대문을 지나면 마당이 있겠죠. 마당에 대한 부분을 프로젝트마다 어떻게 내부 공간과 관계를 맺었고, 내부의
구조와 평, 단면에서 나타나는 것에서 ‘한국성’이라고 하는 것이 어떻게 연관성이 있을지 궁금합니다.
서: 일단은 전통 주거를 만드는 것은 내가 아니에요. 우리 건축주들은 전통 주거를 모르고, 일단 저는 그것은 그냥 끝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박: 끝난 것이라고 하는 것은 앞으로의 가능성이 없다는 말인가요?
서: 우리는 기본적으로 한옥에 못 살아요. 한옥에 있던 삶의 모습이 아파트 평면으로 왔다는 말은 거짓말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냥 외벽에 붙인 건데, 방을 배치하고 복도 옆 남은 공간에 생긴 것 인걸요. 저는 그렇게 생각하진 않고요. 일단은 공간을 풍부하게 느끼게 해주고 싶다는 생각이 하나 있어요. 우리 사무실에서 한 것들은 동선이 되게 길어요. 예를 들면 대전주택도, 부분적인 것이 있는데. 여기서 큰 관심사는 첫째, 이 동네 집들이 되게 뚱뚱해요.
박: 집들을 도로 쪽에서 보았을 때 건물의 부피감을 말하는 것인가요?
서: 네, 이렇게 뚱뚱한 집들이 있어요. 그런데 그 느낌이 하늘을 도로 쪽으로 두자는 것 하나였어요. 이쪽의 하늘을 좀 보자. 그래서 무조건 ‘뚱뚱한 매스가 분절 없이는 단일하게 가지 않는다’가 첫째 조건이었어요. 2층으로는 무조건 풀어야 했고요. 그래서 도로에 면한 매스를 최대한 얇게 가져가고 setback 시켰어요. 배치가 3면은 다 다른 집이 있다 보니까 매스를 집어넣는 게 중요했어요. 그리고 뒤편에 소나무 숲이 좋은 게 있었어요. 그래서 최종적으로 배치가 끝났어요. 그 다음에는 이 뚱뚱한 것을 잡아주기 위해서 이 면을 길게 뽑아내자, 그러면서도 답답하지 않게 개구부를 적당히 뚫자 했어요.
박: 대전주택에서 1층부가
기단처럼 처리되었는데 그렇게 처리한 이유가 있었나요?
서: 그건 당연하게 이런 저런 것을 따지다 보니까 도로와 분리하는 입구와 맞춘 거예요. 이게 이제 건축 매스를 결정하는 이유였고, 건축주는 자기 집에 아이콘이 있었음 좋겠다고 해서, 박공을 50센치 키웠다 줄였다 그걸 스터디를 많이 했어요. 그렇게 되면서 배치가 일단 끝났습니다. 마당에서 봤을 때도 배치가 뒤쪽으로 시원해지도록 했어요. 동선이 어떻게 되냐 하면 측면을 보고 들어와 보면 거실에서도 긴 면들이 생겨요. 올라가면서 보이는 뷰를 다시 한번 열어주고. 여기서 미니 텐트 치고 놀 수도 있고.
박: 주거에서 각 실의 배치가 퍼블릭 한 기능의 공간으로부터 프라이빗
한 기능의 공간으로 연결되면서 배치하게 되는데 그 부분에 대한 새로운 제안이나 고민이 있었던 프로젝트는 없었는지요?
서: 주거가 예를 들면 체부동 집 같은 경우에는 현관 바로 옆이 안방이에요. 들어가면 바로 안방인데 창호지도 안 발라져 있어요. 작은 집인데도 동선을 돌리는 것에 대해서 동의를 했어요. 동선을 돌아가서 메인 실이 나오는 느낌이 굉장히 좋았거든요. 돌아와서 보는 뷰가 여기 한옥의 지붕들이 얽혀 있는 느낌이 좋았어요. 프라이빗한 실은 입구 쪽으로 잡으면서 어쨌든 잘 쓰이고 있어요. 다이어그램으로 보자면 프라이빗한 공간이 앞에 와있는 건데. 저는 그것이 지금은 그렇게 중요한 것 같지 않고, 외부하고 접한 면을 늘려주는 것이 좋은 것 같아요. 일반적으로는 복도는 어두컴컴해야 하고 방이 전면으로 나와야 하는데, 이것은 다 다른 경우인 것이죠. 회랑처럼 외부에 접해서 돌아가는 것이 메인이에요. 다음 프로젝트와 과수원 집은 다른 형식이 생길 것 같긴 한데, 좀 더 밀접하게 풀릴 것 같기도 하고. 지금 단계는 건축이라는 것이 결국엔 이것밖에 없는 거예요. 천안 프로젝트는 사실 중정형으로써 가운데 마당을 만든 집이고. MRGU house는 마당으로 안쪽을 막은 집이니까. MRGU house는 진짜 창이 없어요.
박: 여기서 이야기했던 내용이 작업에서 나타납니다만 앞으로 관심 가질 ‘한국성’에 대한 것은 어떤 것이 있습니까?
서: 일단은 외기하고 접하는 동선을 늘린다는 것이 가장 큰 거 같아요. 툇마루라는 것도 사실은 주 동선이 외기랑 계속 접하는 거잖아요. 창이 있건 반드시 외부로 풀 순 없겠지만. 분동 형식으로 풀 수도 있을 것이고 단면이라고 하면 반 지하에서 올라갔을 때 외기와 만날 수도 있고요.
박: 그렇다면 서소장님께서 보시는
‘한국성’이라고 하는 가능성은 일단 외기랑 많이 접하면서 다양한 기회를 보자는 것이군요?
서: 일단은 그 정도 수준 밖에 없어요. 결국엔 저는 장식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기 시작했어요. 장식이 필요하다. 그것이 질감일 수도 있고, 비례일 수도 있는 다양한 접근이 가능해요.
박: 그렇다면 그것도 좀 더 디테일 하게 접근된다면 생각하고 있는 ‘한국성’과 연결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군요.
서: 저는 일단 그것은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 우리 작업 가지고는 아직 모르지만. 다음으로 분절돼서 계속 공간을 넘어다니는 느낌 있잖아요. 큰 집들 보면 담으로 넘어다니는데 담의 문턱이 되게 높아요. 그렇게 들어가면 중정이 있고 하나의 완결된 세계가 있고 그런 느낌이 되게 좋아요. 저도 잘은 모르지만 김영준 선생님이 헤이리에 박찬욱 감독 집, 그것은 공간을 끊어서 연결시켜주는 느낌은 있는 것 같아요. 그게 끊어서 연결해주는 느낌이 잘하면 장식이랑 어떤 요소들이 맞아 들어가면서 나쁘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들어요.
서: 그럴 수가 없어요. 그렇게 되면 돈이 많이 들어가요. 중목 구조가 들어가서, 상황이 나무의 상태가 다 틀어지기도 하고, 일본이었으면 딱 맞았을 텐데 우리나라에서는 구조재의 모서리를 다 따서 사용하면 결부되는 부분이 다 벌어져요. 그게 시공이 잘못된 건지 한국성인지는 모르겠지만요. 마루 패턴이 좀 더 큰 스케일에서 했으면 재밌었을 것 같다는 생각도 했어요. 좀 아쉬워요. 1800이라서 안방의 단을 높였어요.
박: 내부에서 사용되는 도어는 어떤가요? 제작 도어인가요? 어떤 의도가 있었는지 궁금합니다.
서: 네, 원목은 아니고 안에 철로 프레임을 만들었고요. 그러다 보니 우리는 문을 만져보면 무게감이 엄청나요.
박: 그것도 서소장님께서 이야기하는 공간이 분절되는 것을 내포하고
있는 것을 나타낸 것 같아 보입니다. 내부에서 문의 무게에 따라 공간을 좀더 명확하게 심리적으로 분절시키는
효과가 있어 보입니다.
서: 네, 게다가 질감을 주는 거죠. 이 공간을 넘어 간다는 것을 얄팍하게 퉁 넘어가는 것이 아니라, 끊어주면서 연결시킨다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그것을 어느 순간 어쨌든 젊은 건축가니까 의식해서 넘어가는, 새로운 것은 있는데 쉽게 쉽게 할 수 있는 부분들이 아니에요.
디자인이 가지는 상업적인 성격
박: 지금 보여주는 마감에서 구조라든지 아니면 단어들이 조합되는 상황이
중요하다고 생각됩니다. 그것이 언어로 치면 문법 일 수가 있습니다, 그러면
언어에서의 문법이 똑같은 단어라 하더라도 어떻게 조합하느냐에 따라서 단어의 뜻은 많이 달라집니다. 프로젝트에서
부분들이 내용과 관련해 여기에 이렇게 쓰이고 있구나, 여기에는 또 반복적으로 쓰이고 있구나, 또는 여기서는 이런 부분들을 의식해서 썼구나라고 읽을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전체를 엮어내는 문법이라고 할 수 있는 것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요?
서: 그것은 초기에 좀 전에 연속적 분절에 대한 얘기도 했었고, 숲에 만들어지는 공간에 대한 얘기도 했었어요. 그것은 아마 또 가져가고 싶은 이야기일 거예요. 그런데 그게 여기서는 풀릴 수 없다고 생각해요. 주거 가지고는 쉽지 않다고 생각하죠. 지금은 약간 부분부분으로 공부를 하고 있는 것이고 그런 부분들이 좀 더 쌓여서 좀 더 큰 규모가 나왔을 때는 달라질 것 같다는 생각은 있어요. 예를 들면 ‘남해 613여관’도 개개의 동선을 위해서 계단 수가 되게 많거든요.
박: 지금 이야기하신 ‘남해 613여관’ 프로젝트는 지금까지 했던 내용과 어떤 다른 접근이 있나요?
서: 규모가 조금 더 커요.
박: 규모가 달라짐에 따라 내용이 어떻게 달라졌나요? 주택은 사용자든 기능이든 이것들이 동일화 되어 있다고 한다면, 펜션
같은 경우에는 이제 그것들이 다 분산되거나 나눠지잖아요. 그렇다면 그 나눠진 것들이 어떻게 연결할 것인가가
고민이 있었을 것 같습니다만.
서: 연결은 안 했습니다.
박: 그렇다면 한 건물을 이루는 모든 객실이나 기능들이 따로따로 구성되었군요?
서: 매스의 느낌이 그래요. 초기 아이디어는 펜션이 150평 규모를 넘어가면 ‘도시 민박법’에서 넘어가기 때문에 땅이 크든 작든 연면적이 150평 넘어가면 한 필지에 70몇평을 분할해서 짓는 거예요. 그래야 도시민박법이 되는데 보통은 아무데나 호텔 못 짓잖아요. 도시민박법이라는 것이 농어촌 지역에 지을 수 있는 법규인데, 딱 그 범위를 정해 놓고 아이디어 작업을 들어갔어요. 거기에는 7개의 방이 들어가니까 7개의 동을 만들려 했는데, 땅이 작아서 안 들어가는 거예요. 할 수 있었던 것은 중정을 만들고, 외부공간을 만들어서 계단실을 두 개인가 만들고 복층으로 다 뚫어서 최대한 주 출입을 다 분리시켜서 한 정도밖에 없어요.
박: 그렇군요. 외부에서
보이는 건물은 종석 마감으로 된 거친 마감의 무게감이 보였는데 메스로 들어가 복도에서는 가벼운 반전이 있었던 것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방의 느낌으로 만들려고 했던 것이 의식적인 접근을 가지고 내부 계획이 되었다는 것인가요?
서: 땅의 형상이 그렇기 때문에 기본적으로는 내부에서 들어와서 공간이 이렇게 끝이 안보이게끔, 올라가면 이곳 뷰가 안 좋아요. 2층 레벨에서는 창들이 뚫리면서 건축이 보이기 시작하고, 3층에 올라가면 전부 다 오픈 된 욕실이죠. 실들이 모두 복층이에요.
서: 네, 그래서 수영복입고 단독 욕실 앞 야외 테라스에 누워있는 거죠. 외부 마감도 그대로 밀고 들어와서 돌로 마감이 됩니다. 적당하게 버퍼를 가지면서 진행하는 거죠.
박: 그렇다고 하면 얼마만큼 그것들을 의지를 가지고 여기에 개입을
할지, 말지에 대한 고민도 덩 달아서 하게 되지 않을까 싶어요. 요즘
개인적으로는 예전에는 건물의 이미지를 어떻게 줄까 그런 부분에 대해서 많이 의식을 하고 작업을 했었는데. 지금은
형태나 그런 부분에서 자유로워지고 싶은 관심으로 지금 그렇게 바뀌고 있어요. 그것이 많은 부분들을 의식적으로
컨트롤 한다는 것 자체가 반대로 나한테는 독이 되는 것 같기도 합니다. 그게 형태든 기능이든 의도든
의지든.
서: 그것은 프로그램에 의해서라면 다르게 쓰이죠. 지금까지는 주거였으니까, customize된거잖아요. 그 이야기는 없다고 봐야 하죠. 예를 들면 이게 3층의 테라스를 화장실과 욕조로 간 것에 대해서 어떻게 볼 것인가에 대한 부분인데. 조금 이야기를 길게 하자면, 여기는 남해 상주 해수욕장 근처예요. 되게 오래된 유명한 해수욕장이에요. 이 근처의 펜션이 몇 개가 있는데 일반적인 여관 건물처럼 생겼어요. 어떻게 짓든 여기서 여름에 2-3달만 일하면 연 수익이 1억이 쉽게 넘어 나오는 곳이에요. 이 건축주가 공기업 다니다가 그만두고 2년간 여기저기 여행을 다니면서 아버님이 이 근처 지주라서 저희를 찾아왔어요. 비용이 어느 정도 들어가고 했더니 가셨다가 나중에 다시 오셨어요. 합시다. 고민하시다가 오셨어요. 진행을 하는데, 제가 이곳을 4계절을 돌리고 싶다고 했어요. 주변 경관이 좋아 다른 계절에도 드라이브도 많이 오거든요. 그래서 저는 커플 위주로 가고 싶었어요. 가족 단위가 아니라. 2층엔 뷰가 안 좋아 어두워도 되는 그곳에서는 취사를 하고 잠을 자는 곳 정도로 하고. 3층에 올라가면 화장실인 욕조가 크게 있고, 외부가 쫙 보이는 거죠.
박: 외부에 대한 뷰에 대해서는 부정적으로 이야기하셨는데 그 부분은
어떻게 외부와 내부를 정리하셨나요?
서: 아니요. 좋죠. 왜냐하면 뒤쪽에 남해에서 유명한 금산이 보이는데 바닷가는 아니지만 창의 위치가 어긋나서 서로 보이는 방도 있어요. 그런데 그것은 어느 정도 풀었어요. 2번 미팅하고 안을 한 번도 안 바뀌면서 우리가 그냥 스터디 하면서 발전시키다가 끝난 거예요. 어디까지 하냐 하면, 우리가 카페 인테리어랑 여기 있는 편의점이 주말 매상이 아주 높아요. 그냥 물을 파는데, 5분씩 줄 서야 한다니까. 그런데 그런 편의점이 이곳에 딱 하나 있어. 그렇다면 여기서 커피를 조금만 하게 팔고, 가구하고 그림 걸고 하는데 저희가 다 골랐어요. 이 부분에서 공간의 질을 가지고 경제적으로 효과가 좋다 나쁘다가 극명하게 나올 상황이라서 우리 사무실에서는 중요한 프로젝트였습니다. 제가 펜션을 스터디를 쭉 해봤는데, 제가 봤을 때 건축가들이 설계한 펜션이 제대로 된 펜션이 없어요. 안에 엉망이고 진짜 취향이 안 보이는 공간들이 대부분이고, 게스트 하우스도 마찬가지예요. 지금 시공사에서 작업 들어왔고, 메뉴도 좀 짜고 싶기도 하고, 그래요.
박: 디자인하면서 상업적인 프로그램이 공공과 연결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인가요?
서: 굳게 믿죠. 여기에서도 언어가 똑같이 있는 거예요. 2층하고 3층이 분절되어 있잖아요. 대전에서 느꼈을 때 좋았기 때문에 거의 똑같이 가고 있어요.
자신의 스타일과 한국의 젊은 건축가
박: 어떻게 보면 선입견을 가지고 보아서 그럴지는 모르겠지만, 매스에 대한 분절이라든지 아니면 외부공간과의 관계라든지, 그리고
스케일에 대한 부분이라든지 이런 것들이 아주 일본과 연결되어 보인다는 이야기들을 많이 들어왔을 것 같습니다, 그것에
대한 견해는 어떤가요? 작업을 진행하면서 자기만의 특별한 색깔을 의식할 것 같은데요.
서: 그런데 자기 색깔이라는 그 부분이 참 어려운 것이 제가 보는 한국 건축계는 유학 갔다 온 사람들은 다 그 나라의 색깔을 가지고 와요. 한국에 계신 분들은 한국의 색깔이 있겠죠. 그것이 한국적이냐 한국성이냐 아니냐는 그런 것에 대해서는 제가 얘기를 못하겠지만 어쨌든 그 색깔은 다 있어요. 크게 뭉뚱그려 보면 그 상황에서 유독 문제가 될 만한 소재는 한일관계가 있기 때문에 저 같은 사람들은 문제가 되긴 하죠. (웃음) 저는 이 다음 단계가 어떻게 한국성으로 표현될 지는 모르겠지만, 쉽진 않다고 생각해요. 제 입장에서는.
박: 어쨌든 한국성에 대해서 의식을 하고 작업을 하고 있군요.
서: 그렇지만 쉽지 않을 거예요. 왜냐하면, 최욱 소장님이랑 얘기할 때 그런 말을 했었어요. 유럽에서 일본에
처음 왔을 때, 일본처럼 아름다운 나라는 없다는 이야기가 너무 많아요.
시각적으로 너무 발달한 나라예요. 건축에서 시작을 분리하기가 쉽지 않잖아요. 예를 들면 일본의 주택특집이나. 유명한 사람이 아닌 건축가가 지은
집을 봐도 우리나라 웬만한 건축가가 지은 집보다 훨씬 좋죠. 질도 그렇고. 그게 공사비의 문제가 아닐 거고, 저는 다양한 부분의 능력 차이라고
생각해요. 그런 나라에서 메인스트림에 있는 사람들은 훨씬 잘하는 거고.
우리나라 젊은 건축가들 다 모아서 그거 한 권 만들어 가지고 일본에 가져가면 사실 제가 봤을 때, 얘기
거리가 안돼요.
박: 어떤 부분에 대해서 말인가요?
서: 작품의 질에 대해서입니다. 공간의 완성도, 아니면 공간의 느낌. 나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박: 지금 그 부분만 얘기하자면 책으로 또는 비주얼한 것으로 전달하기는
조금 어려울 것 같기는 하지만 반대로 얼마 전에 그런 이야기가 있었는데, 개인마다 그 내용이 무겁던지
가볍던지 무엇인가에 대한 관심 두는 내용이나 화두를 가지고 설명하는 것이 필요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관심
가지고 있는 어휘나 단어를 포함해서 ‘나는 이런 내용을 가지고 얘기하고 싶었어’ 라는 화두를 가지고 접근하는 친구들이 좀 더 있었으면 좋겠어요. 자기가
표현하고자 하는 단어를 가지고 있는지? 한국은 그런 부분들을 의식적으로 안 하는 건지, 아니면 그것들을 끄집어 낼 수 있는 상황이 안 되는 것인지 자문하게 되었습니다.
서: 자, 일본의 경우는 건축계에서 게임의 룰이 정리가 되어 있는 나라입니다. 이것이 이렇게 하면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있다가 정해져 있죠. 그것이 국내 시장에서도 파급 효과가 있고 그 다음 단계를 해외 시장으로 갑니다. 포스트는 나다. 내가 판단한다. 그것은 다른 사람들과 변별성을 강력하게 가지고 가야 하죠.
서: 그 큰 흐름은 은연 중에 학교들에서 공유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면 카즈요 세지마까지 나오면 다른 게 뭐 나오겠어 했는데, 이시가미 준야가 나오고. 다음이 나오겠어? 하면 뭐 또 나올 거예요. (웃음) 저는 소우 후지모토 나오는 건 이 정도는 그냥 나올 수 있는 건데. 이시가미 준야 나왔을 때, 이게 나오나? 근데, 그런 룰이 있어요. 예를 들면, 일본에서 유명 해지면 이미 해외 레벨하고 똑같아요. 이시가미 준야는 전부 외국 프로젝트였잖아요. 그런 면에서 우리나라는 게임에 룰이 없다고 생각해요. 건축계에서 상을 받아도, 시장에서는 시장의 논리가 다르고 그리고 건축계에서 주는 상의 권위가 기준을 볼 수가 없어요. 상을 응모를 안 하는 이유도, 예를 들어, 한국에서 젊은 건축가 상을 받았는데 도대체 일본은 어떤 애들이 받았나 그럼 또 심란해지거든요. 비교하다 보면 심란해져요. 기준도 애매하고. 저는 그런 기류가 계속 그렇게 갈 것 같아요. 상 타신 분들이 시장에서 작동을 하느냐? 그것도 아니거든요.
박: 어쨌든 첫발을 디디면서 발언할 수 있는 기회는 생기지 않을까요?
서: 저는 제가 가지는 환경의 한계도 있고, 유학의 한계도 있고, 그런 어떤 제가 가진 상황의 여러 한계도 있을 텐데. 여태까지 쭉 진행해온 상태를 보면 철저하게 건축주가 만족하게 될 상황이 되니까, 우리 사무실이 이렇게 일이 된 거예요. 그러면 내가 좋아하는 일을 계속 하면 되겠구나. 건축은 사진으로 보이는 게 아니거든요, 이해하는 사람들은 계속 하는 것이고 아니면 못해요. 게임의 룰이 안 잡힌 상황에서 애매하게 준비해서는… 저는 한국에서 애매하게 준비해서 나가면 더 돌 맞을 것 같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좀 더 준비하고 싶다는 생각이 있는 것입니다. 한국에서 제가 뭔가를 발표하거나 한다면, 유명 잡지에 발표할까? 아직 자신이 없어요. 제 스타트가 그렇게 하고 싶지는 않다는 생각이 들어요. 어떤 건축가들에 대해 나는 이런 생각이 들어요. 제일 싫어하는 한국 건축가들의 행태가 뭔가 사회적 이려고 하는 느낌. 그게 저는 다 거짓말이라고 생각하는데. 항상 누군가 저한테 물어보면 ‘서소장님 설계비 얼마 받아요?’ 그거예요. 아무튼 저는 건축계에서 딱 자기가 좋아하는 색깔들이 분명해지는 상황이 올 수 있을까 없을까 잘 모르겠어요. 또한 그런 것들이 묶일 것 같지도 않다라는 생각이 들어요. 우리나라 미술계를 보면 잘 안 묶이거든요. 그런데 영화는 소재 자체가 사람들의 이야기기 때문에 영화, 소설 그런 네러티브가 있는 것은 분명히 한국적으로 묶일 거예요. 그런데 시각 예술에 가까운 것들이 예를 들면 우리나라에서 지금 가장 유명한 그래픽 디자이너 슬기와 민 그룹인데 그것은 스위스고 독일이예요. 그것을 당연하게 생각하고 다 밑줄 그었는데, 건축도 마찬가지예요.
박: 저는 그 부분들이 그런 것 같아요. 다시 뒤 돌아보면 자기가 자신을 바라볼 시간들이 없는 것 같아요. 개개인이
가진 캐릭터를 나타낼 수 있는 시간이 좀 걸릴 것 같다는 생각도 듭니다.
서: 자기가 예를 들면 사람을 만나면 이 사람이 이런 감성을 가지고 있으니 이런 선을 그릴 것 같다. 일본 건축가들 다 비슷비슷해 보여도 다 다른 특징이 있거든요. 건축가들 만나면 그런 느낌들이 잘 안 맞아요. 음악 하거나 미술 하거나 시각 예술 하는 사람들 만났을 때, 저 사람 참 감각 있고 잘한다라는 그런 느낌을 건축가에게 못 받는 거죠. 이것이 무엇인가 하면 진짜 자기를 잘 모르는 것 같아요. 좋아하는 걸 모른다거나 하는 것이 저는 도대체가 이해가 안가요. 짜장면 먹을까 짬뽕 먹을까, 가구를 살 때나, 컴퓨터를 살 때나 똑같아요. 그게 취향인데 취향이라는 것을 잘 모르겠어요. 그 중에 어떤 분들은 아직도 공부하는 태도, 왜 지금도 공부를 하는 건지, 지금 공부를 하면 어떻게 토 해 내는 건지 잘 모르는 것 같아요. 작업을 하는 건 토해내는 거잖아요. 토 해내고 좋다 나쁘다를 말 해야 하는데 전 여전히 잘 모르겠어요. 그런 것이 한국적인 것 같다 그러면 저는 일본 사람인 거죠 진짜.
공간의 분절을 보다.
1971년 일본 쿄토에서 태어나서 한국에서 자랐다. 95년 경원대학교 건축공학을 졸업하고, 동대학원에 진학했다. 졸업 후 일본으로 유학을 가, 2000년 동경예술대학 미술연구과
건축전공 석사 졸업했다. 동대학에서 건축학과에 출강했으며, 2004년
귀국했다. 귀국 후 rDAunit 사무실을 설립해 활동했다. 2010 사무소 효자동을 설립하고, 현재 서울 시립대학교 건축학과
겸임교수로 있다.
samusohyojadong.com
한국과 일본의 주거 형식
박창현(박): 서승모 소장님을
처음 만났던 때가 2006년 효자동 한옥에서 인 것 같습니다. 그때
그 한옥은 지금은 이미 몇 차례 다시 고쳐졌는데 그 당시의 그 한옥을 보면서 ‘다른 한옥과 달리 묘하게
고쳐졌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 이후로 다른 한옥들
작업하면서 그와 관련된 작업들이 있었던 것 같은데, 그럼 한옥 이야기부터 하면 어떨까요?
서승모(서): 제가 리노베이션한 한옥은 매체에도 많이 나왔는데, 일단 한옥을 구입하게 된 동기는 별 이유가 없어요. 원래 쭉 아파트에서 자라왔는데, 일본에 가서 골목길의 스케일감들을 느끼고 살았습니다. 마을 같은 곳에 살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러다가 한국에 와서 처음에 삼청동을 갔는데 전세를 알아봤더니 너무 비쌌어요. 그런데 주변에서 힌트를 들었어요. 경복궁에는 양 사이드가 있다고. 반대편으로 오니까 전세 값으로 한옥을 살수가 있었어요. 그렇게 자연스럽게 살수 있는 땅에 한옥이 있었죠. 한옥이 15~35평정도가 있는데, 보통 24-27평이 제일 많아요.
박: 일본에서의 경험했던 골목길 스케일이 한옥을 사게 된 이유라고
하셨는데 저도 어릴 적 적산가옥이 많은 부산의 동대신동에서 자랐어요.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그 동네에서
나가야의 형식과 일본식의 세밀한 스케일감을 느꼈습니다. 기본적으로 일본에서 느낀 동네 같은 곳, 작은 골목, 집들이 한국의 한옥과 연결되는 부분이 무엇일까요? 좀 더 구체적으로 한옥에서 느낄 수 있는 집의 형식이나 특징에서 다른 것이 있나요?
서: 일단 한옥을 구입하게 된 계기는 마을 같은 동네에 살고 싶었던 것이죠. 아파트에서만 살았던 것이 큽니다. 지금 질문은 주거형식에 대한 차이점 느낀 점을 이야기해달라는 건데, 제가 일본의 나가야나 전통 주택에 살아 본적은 없지만, 기본적으로 한옥은 단층이고 적산가옥은 2층이잖아요. 일본의 집들은 후정을 많이 둡니다. 엔가와는 툇마루처럼 앞에서는 잘 안 보이고, 한옥은 후정이 아니고 중정입니다. 마당을 중심으로 출입구가 당하는 느낌이죠. 그게 큰 건축의 차이입니다. 어쨌든 한옥은 복도로 나눠진 집 같지는 않아요. 한옥은 중정이 있고 툇마루가 있는 방의 레이어입니다. 일본에서 그 정도 규모의 서민집 같은 경우에는 복도가 반드시 생기죠. 큰 집은 좀 다릅니다. 큰 집은 우리나라와 비슷하게 외부에 툇마루를 놓고 들어가는데, 다른 점은 전통한옥은 홑 집이라는 것. 아무리 커도 홑 집인데, 일본은 큰 공간 안에 기둥들이 생기면서 깊은 공간이 생기고 그 안에서는 다다미로 공간이 나눠집니다.
박: 최근에 지어진 건물과 한옥의 성향과는 다른 것 같습니다만, 어떤 분은 한국의 아파트 평면이 한옥의 배치나 구성에서 왔다고 이야기하시기도 합니다. 한국 아파트 같은 경우는 현관문을 열면 먼저 가장 넓은 거실공간이 보이죠. 그
다음 거실을 중심으로 방들이 돌아가며 배치되다 보니 공교롭게도 현관 입구에서 문을 열면 한눈에 가장 중요한 공간이 다 보입니다. 그런데 일본에서는 집의 문을 열면 막혀 있어 아무것도 안 보이는 차이가 있습니다.
서: 계속 분절되어 있습니다.
박: 일본도 그런 부분에서 예전의 주거 형식들이 지금도 계속 이어져
나오는 것 같습니다. 문을 열면 일단 복도가 보이고, 복도에서
방들이 있기도 하고 방과 방이 연결되기도 하고…
서: 일본 옛날 집의 도마(土間: 흙 다짐바닥), 흙 바닥 같은 게 있어요. 그 옆에 어시스트 된, 손님을 앉히는 방이 있습니다. 그러고 나서 안쪽으로 집사람들이 쓰는 공간이 있죠. 현대 일본 건축가들이 쓰는 주택에는 현관이 있으면 바로 옆에 다다미방이 있지 않습니까? 약간 집의 형식미 같은 게 있는 거죠. 우리도 사실은 마당에서 대청으로 분류하거나 더 커지면 별동으로 분류되는 형식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박: 마당과 대청을 이야기하다 보니 전통 주거의 형식이 머리 속에
그려 집니다. 서소장님 같은 경우에는 한옥 리노베이션 경험이 많이 있으신데, 작업하면서 건축가별로 한옥 리노베이션하는 관점과 수법이 다를 것 같습니다.
서: 별로 없어요. 딱 두 개입니다. 그게 이미지가... (웃음) 황두진 소장님 같은 경우는 전통한옥에 가까운 걸 하십니다. 우리나라의 부를 일궈낸 사람들이 자기의 근원 또는 이야기를 만들기 위해서 의식적으로라도 대단히 보수적인 한옥을 만드는 사람들이 있죠.
박: 그런 것들은 신축인가요?
서: 신축인 경우가 많죠. 우리 사무실 같은 경우는 한옥을 좋아해서 오지만 한옥의 그런 전통적인 느낌을 좋아하는 것이 아니라 이 동네의 느낌이 좋고 거기 붙어있는 집의 느낌이 좋고. 그 곳에서 어떤 한옥의 맛을 살리는. 그래서 우리 집 말고는 한 채밖에 없습니다. 제가 두 번 고치고, 나머지 체부동 집은 건축주가 미국사람이에요.
한옥에서의 구조적 분절
박: 그럼 그 두 번의 경험에서 한옥 리노베이션이 가지고 있는 제약들도
있었을 것이고, 반대로 어떤 부분들은 조금 더 살릴 수 있는 여지가 있었다고 생각됩니다.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서: 한옥에서 가장 많이 느낀 것은 ‘분절’에 관한 부분입니다. 내부 안에서 분절을 하는 방식에 관한 겁니다. 지금도 마찬가지로 우리 집에 살면서 느끼는 것은 연속적 분절에 대한 것입니다. 원래 방이었을 거예요. 대청이고 마루입니다. 문틀이 있어서 이게 한 1900정도 높이가 되는데, 길이는 끝에서 끝이 한 10미터 정도 됩니다. 이 곳에서 구조로 인한 분절이 일어납니다. 공간을 만약에 박공 지붕에 어떠한 구조도 없이 갔다면 perspective한 느낌이 있기 때문에 공간이 풍부하지 않았을 것 같습니다. 이게 3미터 단위가 3-4개로 끊어져 있어서 좋았다고 생각했어요.
박: 한옥에서 그렇게 공간적 분절이 자연스럽게 나타나는 것은 당시
구조적 구법 한계와 재료적 상황에 의한 기둥과 보 길이의 한계 때문이지 않을까요?
서: 그렇습니다. 구조가 가지는 logic이 보이는 순간 뭔가 다른 힘의 흐름들이 보이죠. 이것 때문에 분절하는 스케일을 감각적으로 나누기 시작했습니다.
박: 앞서 말한 대로 한옥에서의 분절은 그 당시의 구조적 한계 때문에
자연스럽게 나타나는데 그렇다면 설계하면서 구조에 따라 내부에서 공간을 나누는 것은 의식해서 계획적으로 나누는 건가요?
서: 그렇게 나오는 한옥의 구조는 가짜가 아닙니다. 당연히 구조와 연계해서 계획적으로 나눕니다.
신축에서의 분절
박: 최근 지어지는 신축 건물에서는 구조와 연관 지어 내부에서의 분절을
어떻게 생각하며 나누나요?
서: 지금 여기에 하고 있는 집이 한 층에 ‘10평주택’이예요. 이 모형이 50분의 1이니까 엄청 작은 집이죠. 전이 공간을 만들 수 없으니까, 1층은 라멘 구조로 풀고 2층은 목 구조로 풀었어요. 경골 목 구조와 중목 구조가 섞여 있습니다. 그게 같이 있으면서 계단으로 이어지는데, 계단은 존재감이 거의 없도록 금속으로 얇게 접었고. 전혀 다른 공간과 구조를 가진 질이 다른 공간 두 개를 붙인 겁니다.
박: 그렇다면 1층의 구조와
다르게 2층에서는 의도적으로 구조가 드러나는 방식을 택한 것인가요?
서: 전부 그렇습니다. 그것 때문에 되게 힘들었어요. (웃음) 1층 천장에 보가 공간의 분절을 만듭니다.
박: 지금 이야기하신 부분을 모형상으로 보면 계획된 보가 생각보다
얇게 느껴집니다.
서: 네. 천정의 구조로 인해서 공간을 분절시키면, 공간이 약간씩 끊기는 느낌이 있어요. 이런 방식으로 합니다. 건축주들이 공통적으로 하는 얘기가 집이 넓게 느껴진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높이는 2000까지 낮췄고, 최고 2400입니다. 작은 집이라 창의 위치가 중요한데 perspective한 관점에서 볼 때 이동 방향에 보통 메인을 두고 보조창을 꼭 둡니다. 그 위치가 되게 중요해서 실제로 움직이다 보면 다양한 창들이 쭉 있습니다.
박: 내부에서의 시퀀스를 중요하게 생각 하시는군요. 내부에서 구조를 RC나 아니면 다른 구조로 풀지 않고 특별하게 목
구조로 했던 이유는 무엇입니까?
서: 전혀 다른 공간의 느낌을 내고 싶었는데, 그걸 디자인적으로 풀고 싶진 않았습니다.
박: 그 판단은 무엇에 의해 하게 되었나요?
서: 그건 저의 판단입니다. 공간을 구조로 풀어 내야겠다는 것이죠. 다른 구조 두 개가 병치되어 있어 새로운 공간을 만들어 내려고 했습니다. 2014년 우리 사무실의 건축은 공간을 분절하는 방법이 전부 구조하고 맞붙어 있는 방식으로 하고 있습니다.
박: 이야기하신 집이 작은집이라 스케일이 일반적인 스케일과는 다른
것 같습니다. 천장의 높이도 1900정도이고 공간도 작은
공간들이 연속인데 이 작은집에서 외부와 연계해서 확장에 대한 고민은 하지 않았는지 궁금합니다.
서: 건물 밖의 외부공간 같은 경우에는 쇄석을 깔아서 마감을 정리하였습니다. 그런데 왜 그런지 모르겠지만 여전히 일본에 있는 집 같아요. (웃음)
박: 스케일이 같아서 그런 것은 아닐까요? 또는 구조가 드러나서 그럴까요? 어쨌든 좋은 결과로 느껴지는 집입니다.
서: 저는 못생긴 건물은 못 봐요. (웃음) 그런 부분에서 충돌이 일어나는데 일단은 제가 아름답다고 생각하는 감각을 밀고 가고, 그 뒤 방법을 찾겠다는 거예요. 예를 들어, 보통 문살의 두께를 만들어내는 게 건축가의 의지이기도 하고 시공사에서 안 된다고 할 의지이기도 한데. 되든 안되든 어떤 수종을 쓰느냐 깎느냐 그런 맛을 찾아내는 과정이 필요하죠. 디자인을 한 번에 봐서 좋은 게 아니라 두, 세 번 생각했을 때 좋은 것. 저는 건축도 그런 류의 디자인이 있다고 생각해요. 한 번 보고, 두 번 봐서 생각이 정리가 어느 정도 되니까. 디자인은 하기 되게 어려워요. 마루 색깔, 난로의 형태나 취향, 벽의 컬러, 텍스처. 그런 것들을 하나하나 찾아가려고 합니다. 그 과정에서 한옥이 있는 거예요. 한국성으로 가지고 가려고 합니다. 작년에도 목표가 한국성이었는데… (웃음) 올해는 땅과의 관계를 잘 풀어낼 것과 한국성 그런 부분들을 고민 중이에요. 분절하는 건 어쨌건 건축을 하면 반드시 해야 하니까요. 기능적이나 공간적으로 이야기를 만들어서 분절을 하거나 태도가 발생하고, 분절에 의해서 경계가 발생하거나 발생하지 않거나 뭉뚱그리거나.
초기에 분절에 대한 시도
박: 저는 인테리어에서 수직 나무 포스트나 바닥의 높이 차이로 기능의
구획을 했었습니다. 그리고 공간의 분절에서 천장에서만 면이 구획되더라도 공간 분할에 많은 영향을 받는
것 같았습니다.
서: 한국에서 초반에 분절에 대한 연습 조건들을 ‘숲’ 이야기를 가지고 했던 적이 있습니다. 가로수길 인테리어인데, 바닥은 원래 있던 타일을 뜯어내고 본드자국이 남아 있는 것을 유지하고 싶었고, 천장을 다 갈아내어 공간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그 다음에 공간이 18평 정도 되었는데, 어떻게 테이블을 놓고 공간을 기능과 함께 분절을 해야 하나를 생각했었죠. 외부 도로에서 봤을 때 유리박스로 보이고 주차장과의 경계를 없애는 것이 하나의 관심이었었습니다. 문이 어디 생겨야 하나 했는데, 중간에서 약간 들어가고 솔리드 한 문을 달았습니다. 문을 따라서 요상하게 생긴 천정 패턴이 들어가죠. 화장실 쪽으로 들어가는데, 비어진 곳이 공간이 오픈 된 느낌이 드니까 은연 중에 공간이 분할되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여기서 한층 더 가지고 가 천장을 2400에서 2000까지 낮추려고 하였습니다. 현장에서 밤낮으로 고민하면서 ‘너무 무섭다. 두렵다.’ 해서 포기했었는데, 결국 효과적이지 않았어요. 지금 생각해보면 낮췄으면 그 효과가 맞았을 거라 생각합니다. 그런데, 한옥집에서는 대단히 잘 작동했었고, 중정의 높이가 1750밖에 안되니까 약간 눌러주는 느낌인 거죠. 보통 한옥은 하늘로 열리는 집이 많은데 여기는 땅으로 꺼져 있어요. 제 집에서 살면서 느낀 것은 10미터의 장방형의 공간이 깨끗한 미니멀한 공간이었으면 경험하지 못할 것들을 하게 됐죠.
박: 인테리어에서도 천장을 분절했지만, 그 당시에는 구조로 풀었던 것은 아니었군요. 한옥의 경험을 통해
구조로 발전했다고 하는 것은 이해됩니다. 방금 이야기했던 ‘숲’ 이야기가 궁금합니다.
서: 초반에 ‘숲’에 대한 이야기를 했었습니다. 공간은 있는데 형태가 없는 이야기입니다. 장미를 그리라고 하면 장미를 그릴 수 있는데, 숲을 그리라 그러면 되게 어려워져요. 숲이라는 것이 어떻게 정리가 되어 있느냐 하면, 수풀임이 나무가 모여 있는 거잖아요. 나무를 계속 그리는 거거든요. 그렇게 만들어진 숲이라는 곳은 형태는 없지만 공간은 있고, 그런데 거기에 농밀한 공간도 있고, 성한 공간도 있고, 밝은 공간도 있고. 그게 제가 생각하는 가고자 하는 건축이었습니다.
박: 형태와 공간이 꼭 연결되지 않는 것도 있을 수 있다는 이야기
이군요. 이전에 관심 가졌던 내용인가요?
서: 근데 어떻게 될지 몰라요. 그건 규모가 있어야 하죠. 건축에는 반드시 스케일이라는 게 실체로써 존재해야 되니까 그걸 똑같이 개념을 그대로 가져올 수가 없다고 생각해요. 그랬을 때, 분절은 연속적으로 분절되어 있는 공간이잖아요. 지금 이야기와 다른 벡터이긴 한데, 우리가 좋아하는 작은 오두막이 있잖아요. 기둥 네 개 지붕 하나. 저는 건축에서 가장 강한 어휘가 벽이 아니라, 천장하고 바닥이라고 생각해요. 사무실이 오픈 초기에 인테리어 공간부터 많이 작업했기 때문에, 바닥을 분절하는 이야기가 많을 수가 없었어요. 근데, 천장을 먼저 가지고 간 거죠. 다음 단계에는 바닥의 분절이 분명히 있을 거예요. 땅이랑 관계를 맺게 되기 때문이에요. 바닥하고 천장이 구조랑 맞물리면서 정리가 되기 시작할 거예요. 그런 부분들이 조금씩 간극이 있으면서 계속 가는 거예요. 제 느낌이.
분절된 공간들의 관계
박: 분절된 것들이 모여 있으면 서로서로의 관계들이 생기게 되잖아요. 내부에서 연속된 공간에서의 기능과 결합에 관한 규칙이 있는지요?
서: 규칙은 잘 모르겠네요. 일단은 그 때 숲 얘기했을 때, 연속적 분절이었어요.
박: 서로서로의 연관 관계인가요?
서: 연관 관계라는 것은 이런 것이라 생각합니다. 공간의 어떤 힘이 작동을 하고 분절에는 어쨌든 역학관계가 존재합니다. 거기에 사람들이 보일 수 있게끔, 공간의 질을 만들어 주는 게 기본이었습니다. 숲에서도 보면, 숲은 나무/나무/나무로 구성되어 있는데 그게 어느 순간 어떤 곳은 길이 되잖아요. 산길이라는 것이 미는 것이 아니라 찾아 다니는 거고, 어떤 사람들은 바꾸기도 하고. logic은 없는 것입니다. 상황에 맞춰가는 것이죠.
박: 오래된 산길 같은 경우에는 인위적으로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생긴다고 생각합니다. 인위적인 것도 일부 들어가겠지만, 그곳의 지형에 의해서 자연스럽게 생기는 것이잖아요. 길이 생기기 이전에 원래 가지고 있던 물리적 상황이 자연스럽게 나오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숲 안에서 나타나는 길 자체에 그 자리에 생겨난 이유가 있다고 생각됩니다. 지금 얘기하는 공간이 분절된 것들끼리의 만남이라는 것이 설명될 수 있을까요?
서: 왜냐하면 가로수길 인테리어에서는 테이블과 테이블. 약간씩 테이블마다 의자의 배치가 방향이 다르며 시선이 안 마주치는 것과 약간씩 연결되는 거죠.
박: 그런데 그것은 하나의 단순한 기능이라 좀 다르지 않을까요?
서: 하나의 기능이더라도 저는 거기서 더 분절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신체를 바탕으로 어떤 사람은 분류하는 방식으로 얘기를 하면, 어떤 사람은 지구와 우주라 하고, 어떤 사람은 지구라고 얘기하지 않고 인류의 합, 인종의 합 등등 이것은 할 수 있는 이야기가 너무 많습니다. 기능의 조닝으로 봐도 어떤 사람들은 리빙하고 다이닝을 분류할 수도 있는 거고, 어떤 사람은 앉아 있는 곳과 책상이 있는 곳. 그것은 자기가 조건을 충분히 만들어 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박: 좀 전에 예를 들었던 지어지고 있는 ‘10평 주택’에서는 어떤가요? 기둥이든
보든 아니면 그것들에 의해서 분절되고 분절된 것들이 연속적으로 나타나는 그것들을 계획할 때는 아래층에 있는 공간과 어떻게 관계를 맺게 되나요?
서: 여기는 책을 읽는 곳이었으면 좋겠습니다. 빛이 더 많이 들어오는 공간이면 좋겠습니다. 그런 것들을 생각을 합니다.
박: 그런 것들이 분절된 유닛 하나하나마다 있다는 것인가요?
서: 반드시 그렇지는 않습니다.
박: 그러면 어쨌든 그런 공간들로 분류 또는 분리되는 기능들은 의식하고 진행을 하는 것이군요.
서: 그렇죠.
박: 이 집도 그렇고, 좀
전에 이야기했던 한옥도 그렇고, 기능들이 벽으로 닫아진 것이 아니라 사실, 연결입니다. 그렇다면 그것의 각 공간들에 대한 시퀀스는 어떤가요?
서: 시퀀스는 사실은 제가 이 집을 지나가서 최종목표까지 갔을 때는 감각적으로 ‘이런 공간이었으면 좋겠다’가 제일 큽니다. 그 다음에 분절의 이유는 질이 다른 공간을 합쳐 놓는 것입니다. 그것이 질이 다른 공간과 기능이 또 다른 공간 일 수도 있고요. 예를 들면, 계단 밑의 공간이 약간 어두운데, 책을 읽을 수 있는 공간이면 좋겠다는 거죠. 항상 이 공간에서는 내가 어디를 점유하면 좋겠다는 생각, 어디를 어떻게 쓸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면 우리 집에서도 제가 앉는 자리가 있습니다. 근데 제가 좋아하는 자리를 최근 아이가 뺏았습니다. (웃음) 그래서 제가 집에서 잘 못 있어요. 그러면서 다른 장소를 찾는 거죠. 그것은 참 미묘한 문제이죠. 설정을 할 때 정말 100가지 설정하진 않아요. 숲을 정원처럼 만들 수는 없잖아요. 예쁜 정원까진 아니더라도, 조금 더 숲보다는 정돈되어 있지만 예를 들어 어떤 건축주와의 일이냐 어떤 프로그램의 일이냐에 따라서 다를 것 같아요. 그 강도를 조절하는 것이 어렵습니다.
뼈대의 완성
박: 2014년 베니스 비엔날레에서 렘 쿨하스는 elements를 주제로 정하면서, 건축가를 뺀 건축을 이야기했습니다. 저는 그것은 반대라고 생각됩니다. 저는 건축 이전에 건축가에 대한
부분을 인정하지 않으면 건축이 나올 수 없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입니다. 렘 쿨하스은 elements를 나눠 각자가 그것들을 다시 되돌아보자는 내용으로 베니스에서 진행했습니다. 지금 이야기 한 몇 가지 요소들. 예를 들면 창, 벽, 계단, 문, 구조에서 나타나는 보, 그런 부분이 도드라져 보이는데, 각각의 요소들끼리의 연관성을 가지고 있나요?
서: 지금 나온 이야기는 뼈대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인간으로 예를 들면 손이 두 개고 머리가 하나이고 다리가 두 개입니다. 근데 손이 세 개인 인간을 만들 수도 있잖아요. 근데 거기까지 가면 인간인지 아닌지 모르겠지만. 여태까지 뼈대에 대한 이야기를 한 거고, 지금 이야기 한 건축적인 요소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면 이건 조금 더 하위의 이야기입니다. 하위의 이야기에서도 요소들은 움직임이라는 게 있잖아요. 뼈대를 만드는 것은 일단은 바닥, 벽, 천장이죠. 그걸 분절해서 뭘 만들어내는 거죠. 그 다음에 하위 요소는 개구부, 도어. 개구부라고 하는 것은 외부하고 내부의 관계를 맺는 거예요. 그리고 만약에 도어라고 하면 어떤 움직임을 만들어 내느냐, 어떤 무게를 만들어 내느냐에 따라서 감각을 발휘해주면 됩니다. 전 그렇게 생각해요. 제일 중요한 요소는 바닥, 천장, 벽 그 다음에 개구부. 그 다음에는 대단히 미적인 이야기로 흘러요. 근데 바닥, 벽, 천장을 어떻게 볼 것이냐는 되게 다양합니다. 유리도 벽으로 볼 수 있고, 솔리드한 벽, 진짜 두꺼운 벽도 벽으로 볼 수 있어요. 개구부가 왕창 뚫려 있는 벽도, 얇은 기둥도 엄청 두꺼운 기둥도 마찬가지죠. 그걸 지금 하는 것입니다. 그것으로 연속적인 분절을 하는 것입니다. 그것으로 조합해 건축을 만들어내는 것입니다.
박: 상위의 개념과 하위의 개념으로 나눠서 작업을 시작하고, 하위의 개념 같은 경우는 사실은 지극히 미적인 부분으로 풀어낸다고 이야기했는데, 그 부분의 일부는 동의하기도 하지만 사실은 하나의 개념이 읽히기에는 벽, 천장, 바닥이 따로 도어, 창, 계단들이
공간에서 느껴지는 상황과는 분리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서: 저는 분리를 한다는 것이 아니라, 상위와 하위 개념이 있고 그게 예를 들면, 디자인할 때 눈에 밟히는 부분들이 있는데, 그건 어떻게 보면 되게 주관적일 수 있습니다. 제가 딱 봤을 때 다 맞아 돌아가면 오케이죠. 일단 상위 개념이 있고 하위 개념이 있지만, 상위 개념이 이야기가 다 돼서 오케이되면, 하위 개념은 필요 없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그런 것도 공간이 실제로 됐을 때 그 공간의 느낌이 제가 생각한 대로 나와야 하잖아요. 그러면 눈에 밟히는 데가 없어야 하죠.
내부로부터 창의 이야기
박: 서소장님의 여러 작업들을 보면서 느꼈던 것 중 하나가, 내부에 대한 이야기를 아주 많이 하는 편이라고 생각됩니다. 그 말은
반대로 외부에 대한 이야기들은 상대적으로 덜 하는 것 같습니다. 그것이 관심의 차이인가요? 아니면, 건물의 상황에 의해서 인가요?
서: 그것도 건축을 저는 내부에서 외부를 보는 게 상위 개념이에요. 그래서 창도 위치가 안에서 밖을 볼 때 창호의 위치와 밖에서 안을 보는 비례감의 창의 위치가 충돌이 일어날 게 분명히 있거든요. 그럼 저는 전자를 선택해요. 전자를 택하는 편이지만 앞으로는 땅과 만나는 부분들을 더 고려할 생각이에요. 이제 컨텍스트가 있는 프로젝트들이 생길 겁니다. 그 전에는 컨텍스트가 없었어요. 컨텍스트가 생겼으니까 그 부분에서 다른 움직임들이 생기는 거예요.
박: ‘10평주택’ 같은
경우에는 사실은 아주 오래된 동네고, 주변도 오래된 집들로 둘러 싸여져 있는 곳에 계획을 한 것입니다. 오래된 것에 대한 관심이나 연결은 없었는지요?
서: 없어요. 하나 딱 어쨌든 법적으로 건물을 지을 수 있는 차포를 다 떼면 딱 이렇게 생겨요. 딱 생기는데 이 때, 하나는 땅하고 연결된 느낌이 강했으면 좋겠다라는 부분이 외부 마감으로 드러나 있습니다.
박: 외부와 땅이 같은 마감인 것을 말하는 것인가요?
서: 같은 마감은 아니고 약간, 쇄석마감에 조면 처리한 게 있고 그 위엔 깨끗한 박스가 올라가 있는 거예요. 창호의 위치는 우리 사무실이 창이 적은 편인데 내부에서 조도는 대단히 좋아요. 창들끼리 안 만나게끔. 스터디를 보면 옆집의 창 위치가 다 나옵니다. 그것과 우리 창과 안 부딪히게끔 배치하면서 기능적으로도 빛을 넣는 그 정도입니다.
박: 작업 진행하면서 외부의 창과 관련된 프라이버시에 대한 민원은
없었나요?
서: 그래서 창호를 스터디한 거죠. 그게 제일 중요한 요소입니다. 옆집에서 눈이 안 마주치게끔. 그래서 없었어요. 건물을 지을 때, 민원이 양 옆, 뒤에서 다 들어왔거든요. 그게 담 때문에 문제가 있었어요. 그것도 옆집 담을 우겨가지고 안쪽으로 쌓고 말이 많이 있었어요. 통기구 위치 어떻게 되냐는 민원도 있었는데, 다 위로 올려서 문제없다 하고. 뭐 엄청나게 문제가 많았어요. 공사 스톱시키고 그랬는데, 결국 창이 문제가 없으니까 해결이 쉽게 됐죠. 근데 계속 고수했었던 것은 뒤에 담의 높이였어요. 이게 실제로 보조 문이 있는데, 보조 문에서 봤을 때, 담 높이가 되게 중요한 부분이었어요. 사실은 뒷집의 담이 낮아서 우리 주방이 보이는데 그게 되게 싫었나 봐요. 우리 건물 입장에서 그건 아닌 것 같다 해서 안에서 블라인드로 처리하도록 했어요.
박: 다른 나라는 어떻게 하는지 사실 경험이 없어서 잘 모르겠습니다만, 특히 우리나라 도심지 같은 경우에는 주변인들이 새로 건물을 지으려면 그 건물의 주인과 주변과 안정적으로 유지되었던
드러나지 않는 어떤 관계들이 있죠. 그렇지만 땅을 비우고 건물을 지으려고 하면, 숨어 있던 주변건물 주인과의 관계들이 다시 표면으로 올라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올라오면서 이제 각각 자기 집이 닿아 있는 면에만 지대하게 관심을 가지면서 새로운 관계를 형성해 나가죠. (웃음)
서: 그렇죠. 이 집은 창이 없어요 거의.
박: 그런 부분에서 전망이나 채광과 관련되어 여기 사는 클라이언트의
입장에서는 어떠나요?
서: 저는 집을 밝게 만드는 건 자신 있어요. 자신 있게 얘기할 수 있어요. 가서 보면 알아요.
아파트와 주택 그리고 한국성
박: 한국의 주택 평면에 대한 이야기를 하자면 너무 획일화된 아파트의
평면에 익숙해져 있다는 것을 느끼게 됩니다. 어떤 사람들은 마당을 중심으로 한 이전의 한옥의 특징을
지금의 거실을 중심으로 한 전통과 연결해 이야기로 끄집어 내는 예도 있었었습니다. 그런 이야기를 하다
보면 한국 건축의 2세대인 4.3그룹 건축가들이 그 당시에
전통 건축에 대한 관심이 굉장히 많았구나 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런데 요즘 3세대로 칭할 수 있는 젊은 건축가의 세대(70년대생 이후)는 상대적으로 전통이나 한국성에 대한 관심이 표면적으로 드러나지 않고 있는 것은 아닌가 생각됩니다.
서: 그래서 저는 한국성이라니까요. (웃음)
박: 그 부분을 주거와 연결해서 이야기를 조금 더 들어 봤으면 좋겠어요. 주거라고 하면 좀 전에 이야기 한 것과 같이 일본과 비교해 한국의 주거 평면에서는 대문을 지나면 마당이 있겠죠. 마당에 대한 부분을 프로젝트마다 어떻게 내부 공간과 관계를 맺었고, 내부의
구조와 평, 단면에서 나타나는 것에서 ‘한국성’이라고 하는 것이 어떻게 연관성이 있을지 궁금합니다.
서: 일단은 전통 주거를 만드는 것은 내가 아니에요. 우리 건축주들은 전통 주거를 모르고, 일단 저는 그것은 그냥 끝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박: 끝난 것이라고 하는 것은 앞으로의 가능성이 없다는 말인가요?
서: 우리는 기본적으로 한옥에 못 살아요. 한옥에 있던 삶의 모습이 아파트 평면으로 왔다는 말은 거짓말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냥 외벽에 붙인 건데, 방을 배치하고 복도 옆 남은 공간에 생긴 것 인걸요. 저는 그렇게 생각하진 않고요. 일단은 공간을 풍부하게 느끼게 해주고 싶다는 생각이 하나 있어요. 우리 사무실에서 한 것들은 동선이 되게 길어요. 예를 들면 대전주택도, 부분적인 것이 있는데. 여기서 큰 관심사는 첫째, 이 동네 집들이 되게 뚱뚱해요.
박: 집들을 도로 쪽에서 보았을 때 건물의 부피감을 말하는 것인가요?
서: 네, 이렇게 뚱뚱한 집들이 있어요. 그런데 그 느낌이 하늘을 도로 쪽으로 두자는 것 하나였어요. 이쪽의 하늘을 좀 보자. 그래서 무조건 ‘뚱뚱한 매스가 분절 없이는 단일하게 가지 않는다’가 첫째 조건이었어요. 2층으로는 무조건 풀어야 했고요. 그래서 도로에 면한 매스를 최대한 얇게 가져가고 setback 시켰어요. 배치가 3면은 다 다른 집이 있다 보니까 매스를 집어넣는 게 중요했어요. 그리고 뒤편에 소나무 숲이 좋은 게 있었어요. 그래서 최종적으로 배치가 끝났어요. 그 다음에는 이 뚱뚱한 것을 잡아주기 위해서 이 면을 길게 뽑아내자, 그러면서도 답답하지 않게 개구부를 적당히 뚫자 했어요.
박: 대전주택에서 1층부가
기단처럼 처리되었는데 그렇게 처리한 이유가 있었나요?
서: 그건 당연하게 이런 저런 것을 따지다 보니까 도로와 분리하는 입구와 맞춘 거예요. 이게 이제 건축 매스를 결정하는 이유였고, 건축주는 자기 집에 아이콘이 있었음 좋겠다고 해서, 박공을 50센치 키웠다 줄였다 그걸 스터디를 많이 했어요. 그렇게 되면서 배치가 일단 끝났습니다. 마당에서 봤을 때도 배치가 뒤쪽으로 시원해지도록 했어요. 동선이 어떻게 되냐 하면 측면을 보고 들어와 보면 거실에서도 긴 면들이 생겨요. 올라가면서 보이는 뷰를 다시 한번 열어주고. 여기서 미니 텐트 치고 놀 수도 있고.
박: 주거에서 각 실의 배치가 퍼블릭 한 기능의 공간으로부터 프라이빗
한 기능의 공간으로 연결되면서 배치하게 되는데 그 부분에 대한 새로운 제안이나 고민이 있었던 프로젝트는 없었는지요?
서: 주거가 예를 들면 체부동 집 같은 경우에는 현관 바로 옆이 안방이에요. 들어가면 바로 안방인데 창호지도 안 발라져 있어요. 작은 집인데도 동선을 돌리는 것에 대해서 동의를 했어요. 동선을 돌아가서 메인 실이 나오는 느낌이 굉장히 좋았거든요. 돌아와서 보는 뷰가 여기 한옥의 지붕들이 얽혀 있는 느낌이 좋았어요. 프라이빗한 실은 입구 쪽으로 잡으면서 어쨌든 잘 쓰이고 있어요. 다이어그램으로 보자면 프라이빗한 공간이 앞에 와있는 건데. 저는 그것이 지금은 그렇게 중요한 것 같지 않고, 외부하고 접한 면을 늘려주는 것이 좋은 것 같아요. 일반적으로는 복도는 어두컴컴해야 하고 방이 전면으로 나와야 하는데, 이것은 다 다른 경우인 것이죠. 회랑처럼 외부에 접해서 돌아가는 것이 메인이에요. 다음 프로젝트와 과수원 집은 다른 형식이 생길 것 같긴 한데, 좀 더 밀접하게 풀릴 것 같기도 하고. 지금 단계는 건축이라는 것이 결국엔 이것밖에 없는 거예요. 천안 프로젝트는 사실 중정형으로써 가운데 마당을 만든 집이고. MRGU house는 마당으로 안쪽을 막은 집이니까. MRGU house는 진짜 창이 없어요.
박: 여기서 이야기했던 내용이 작업에서 나타납니다만 앞으로 관심 가질 ‘한국성’에 대한 것은 어떤 것이 있습니까?
서: 일단은 외기하고 접하는 동선을 늘린다는 것이 가장 큰 거 같아요. 툇마루라는 것도 사실은 주 동선이 외기랑 계속 접하는 거잖아요. 창이 있건 반드시 외부로 풀 순 없겠지만. 분동 형식으로 풀 수도 있을 것이고 단면이라고 하면 반 지하에서 올라갔을 때 외기와 만날 수도 있고요.
박: 그렇다면 서소장님께서 보시는
‘한국성’이라고 하는 가능성은 일단 외기랑 많이 접하면서 다양한 기회를 보자는 것이군요?
서: 일단은 그 정도 수준 밖에 없어요. 결국엔 저는 장식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기 시작했어요. 장식이 필요하다. 그것이 질감일 수도 있고, 비례일 수도 있는 다양한 접근이 가능해요.
박: 그렇다면 그것도 좀 더 디테일 하게 접근된다면 생각하고 있는 ‘한국성’과 연결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군요.
서: 저는 일단 그것은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 우리 작업 가지고는 아직 모르지만. 다음으로 분절돼서 계속 공간을 넘어다니는 느낌 있잖아요. 큰 집들 보면 담으로 넘어다니는데 담의 문턱이 되게 높아요. 그렇게 들어가면 중정이 있고 하나의 완결된 세계가 있고 그런 느낌이 되게 좋아요. 저도 잘은 모르지만 김영준 선생님이 헤이리에 박찬욱 감독 집, 그것은 공간을 끊어서 연결시켜주는 느낌은 있는 것 같아요. 그게 끊어서 연결해주는 느낌이 잘하면 장식이랑 어떤 요소들이 맞아 들어가면서 나쁘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들어요.
박: 실제로 장식 이전에 먼저 구조가 드러나는 것이 아닌가요?
서: 그럴 수가 없어요. 그렇게 되면 돈이 많이 들어가요. 중목 구조가 들어가서, 상황이 나무의 상태가 다 틀어지기도 하고, 일본이었으면 딱 맞았을 텐데 우리나라에서는 구조재의 모서리를 다 따서 사용하면 결부되는 부분이 다 벌어져요. 그게 시공이 잘못된 건지 한국성인지는 모르겠지만요. 마루 패턴이 좀 더 큰 스케일에서 했으면 재밌었을 것 같다는 생각도 했어요. 좀 아쉬워요. 1800이라서 안방의 단을 높였어요.
박: 내부에서 사용되는 도어는 어떤가요? 제작 도어인가요? 어떤 의도가 있었는지 궁금합니다.
서: 네, 원목은 아니고 안에 철로 프레임을 만들었고요. 그러다 보니 우리는 문을 만져보면 무게감이 엄청나요.
박: 그것도 서소장님께서 이야기하는 공간이 분절되는 것을 내포하고
있는 것을 나타낸 것 같아 보입니다. 내부에서 문의 무게에 따라 공간을 좀더 명확하게 심리적으로 분절시키는
효과가 있어 보입니다.
서: 네, 게다가 질감을 주는 거죠. 이 공간을 넘어 간다는 것을 얄팍하게 퉁 넘어가는 것이 아니라, 끊어주면서 연결시킨다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그것을 어느 순간 어쨌든 젊은 건축가니까 의식해서 넘어가는, 새로운 것은 있는데 쉽게 쉽게 할 수 있는 부분들이 아니에요.
디자인이 가지는 상업적인 성격
박: 지금 보여주는 마감에서 구조라든지 아니면 단어들이 조합되는 상황이
중요하다고 생각됩니다. 그것이 언어로 치면 문법 일 수가 있습니다, 그러면
언어에서의 문법이 똑같은 단어라 하더라도 어떻게 조합하느냐에 따라서 단어의 뜻은 많이 달라집니다. 프로젝트에서
부분들이 내용과 관련해 여기에 이렇게 쓰이고 있구나, 여기에는 또 반복적으로 쓰이고 있구나, 또는 여기서는 이런 부분들을 의식해서 썼구나라고 읽을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전체를 엮어내는 문법이라고 할 수 있는 것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요?
서: 그것은 초기에 좀 전에 연속적 분절에 대한 얘기도 했었고, 숲에 만들어지는 공간에 대한 얘기도 했었어요. 그것은 아마 또 가져가고 싶은 이야기일 거예요. 그런데 그게 여기서는 풀릴 수 없다고 생각해요. 주거 가지고는 쉽지 않다고 생각하죠. 지금은 약간 부분부분으로 공부를 하고 있는 것이고 그런 부분들이 좀 더 쌓여서 좀 더 큰 규모가 나왔을 때는 달라질 것 같다는 생각은 있어요. 예를 들면 ‘남해 613여관’도 개개의 동선을 위해서 계단 수가 되게 많거든요.
박: 지금 이야기하신 ‘남해 613여관’ 프로젝트는 지금까지 했던 내용과 어떤 다른 접근이 있나요?
서: 규모가 조금 더 커요.
박: 규모가 달라짐에 따라 내용이 어떻게 달라졌나요? 주택은 사용자든 기능이든 이것들이 동일화 되어 있다고 한다면, 펜션
같은 경우에는 이제 그것들이 다 분산되거나 나눠지잖아요. 그렇다면 그 나눠진 것들이 어떻게 연결할 것인가가
고민이 있었을 것 같습니다만.
서: 연결은 안 했습니다.
박: 그렇다면 한 건물을 이루는 모든 객실이나 기능들이 따로따로 구성되었군요?
서: 매스의 느낌이 그래요. 초기 아이디어는 펜션이 150평 규모를 넘어가면 ‘도시 민박법’에서 넘어가기 때문에 땅이 크든 작든 연면적이 150평 넘어가면 한 필지에 70몇평을 분할해서 짓는 거예요. 그래야 도시민박법이 되는데 보통은 아무데나 호텔 못 짓잖아요. 도시민박법이라는 것이 농어촌 지역에 지을 수 있는 법규인데, 딱 그 범위를 정해 놓고 아이디어 작업을 들어갔어요. 거기에는 7개의 방이 들어가니까 7개의 동을 만들려 했는데, 땅이 작아서 안 들어가는 거예요. 할 수 있었던 것은 중정을 만들고, 외부공간을 만들어서 계단실을 두 개인가 만들고 복층으로 다 뚫어서 최대한 주 출입을 다 분리시켜서 한 정도밖에 없어요.
박: 그렇군요. 외부에서
보이는 건물은 종석 마감으로 된 거친 마감의 무게감이 보였는데 메스로 들어가 복도에서는 가벼운 반전이 있었던 것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방의 느낌으로 만들려고 했던 것이 의식적인 접근을 가지고 내부 계획이 되었다는 것인가요?
서: 땅의 형상이 그렇기 때문에 기본적으로는 내부에서 들어와서 공간이 이렇게 끝이 안보이게끔, 올라가면 이곳 뷰가 안 좋아요. 2층 레벨에서는 창들이 뚫리면서 건축이 보이기 시작하고, 3층에 올라가면 전부 다 오픈 된 욕실이죠. 실들이 모두 복층이에요.
박: 저는 그 부분에서 실내에서 바라보이는 전경이 각 면마다 다양한 접근이 가능해서 다채로워 보였습니다. 그것이 일종의 내부 마감에서 일률적인 상황을 더 풍부하게 만드는 요소였다는 생각이었었고요. 그리고 복층으로 구성하면서 욕실과 화장실을 각 실의 상부층으로 계획하면서 다양한 내부의 묘미도 좋았다고 생각되었습니다.
서: 네, 그래서 수영복입고 단독 욕실 앞 야외 테라스에 누워있는 거죠. 외부 마감도 그대로 밀고 들어와서 돌로 마감이 됩니다. 적당하게 버퍼를 가지면서 진행하는 거죠.
박: 그렇다고 하면 얼마만큼 그것들을 의지를 가지고 여기에 개입을
할지, 말지에 대한 고민도 덩 달아서 하게 되지 않을까 싶어요. 요즘
개인적으로는 예전에는 건물의 이미지를 어떻게 줄까 그런 부분에 대해서 많이 의식을 하고 작업을 했었는데. 지금은
형태나 그런 부분에서 자유로워지고 싶은 관심으로 지금 그렇게 바뀌고 있어요. 그것이 많은 부분들을 의식적으로
컨트롤 한다는 것 자체가 반대로 나한테는 독이 되는 것 같기도 합니다. 그게 형태든 기능이든 의도든
의지든.
서: 그것은 프로그램에 의해서라면 다르게 쓰이죠. 지금까지는 주거였으니까, customize된거잖아요. 그 이야기는 없다고 봐야 하죠. 예를 들면 이게 3층의 테라스를 화장실과 욕조로 간 것에 대해서 어떻게 볼 것인가에 대한 부분인데. 조금 이야기를 길게 하자면, 여기는 남해 상주 해수욕장 근처예요. 되게 오래된 유명한 해수욕장이에요. 이 근처의 펜션이 몇 개가 있는데 일반적인 여관 건물처럼 생겼어요. 어떻게 짓든 여기서 여름에 2-3달만 일하면 연 수익이 1억이 쉽게 넘어 나오는 곳이에요. 이 건축주가 공기업 다니다가 그만두고 2년간 여기저기 여행을 다니면서 아버님이 이 근처 지주라서 저희를 찾아왔어요. 비용이 어느 정도 들어가고 했더니 가셨다가 나중에 다시 오셨어요. 합시다. 고민하시다가 오셨어요. 진행을 하는데, 제가 이곳을 4계절을 돌리고 싶다고 했어요. 주변 경관이 좋아 다른 계절에도 드라이브도 많이 오거든요. 그래서 저는 커플 위주로 가고 싶었어요. 가족 단위가 아니라. 2층엔 뷰가 안 좋아 어두워도 되는 그곳에서는 취사를 하고 잠을 자는 곳 정도로 하고. 3층에 올라가면 화장실인 욕조가 크게 있고, 외부가 쫙 보이는 거죠.
박: 외부에 대한 뷰에 대해서는 부정적으로 이야기하셨는데 그 부분은
어떻게 외부와 내부를 정리하셨나요?
서: 아니요. 좋죠. 왜냐하면 뒤쪽에 남해에서 유명한 금산이 보이는데 바닷가는 아니지만 창의 위치가 어긋나서 서로 보이는 방도 있어요. 그런데 그것은 어느 정도 풀었어요. 2번 미팅하고 안을 한 번도 안 바뀌면서 우리가 그냥 스터디 하면서 발전시키다가 끝난 거예요. 어디까지 하냐 하면, 우리가 카페 인테리어랑 여기 있는 편의점이 주말 매상이 아주 높아요. 그냥 물을 파는데, 5분씩 줄 서야 한다니까. 그런데 그런 편의점이 이곳에 딱 하나 있어. 그렇다면 여기서 커피를 조금만 하게 팔고, 가구하고 그림 걸고 하는데 저희가 다 골랐어요. 이 부분에서 공간의 질을 가지고 경제적으로 효과가 좋다 나쁘다가 극명하게 나올 상황이라서 우리 사무실에서는 중요한 프로젝트였습니다. 제가 펜션을 스터디를 쭉 해봤는데, 제가 봤을 때 건축가들이 설계한 펜션이 제대로 된 펜션이 없어요. 안에 엉망이고 진짜 취향이 안 보이는 공간들이 대부분이고, 게스트 하우스도 마찬가지예요. 지금 시공사에서 작업 들어왔고, 메뉴도 좀 짜고 싶기도 하고, 그래요.
박: 디자인하면서 상업적인 프로그램이 공공과 연결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인가요?
서: 굳게 믿죠. 여기에서도 언어가 똑같이 있는 거예요. 2층하고 3층이 분절되어 있잖아요. 대전에서 느꼈을 때 좋았기 때문에 거의 똑같이 가고 있어요.
자신의 스타일과 한국의 젊은 건축가
박: 어떻게 보면 선입견을 가지고 보아서 그럴지는 모르겠지만, 매스에 대한 분절이라든지 아니면 외부공간과의 관계라든지, 그리고
스케일에 대한 부분이라든지 이런 것들이 아주 일본과 연결되어 보인다는 이야기들을 많이 들어왔을 것 같습니다, 그것에
대한 견해는 어떤가요? 작업을 진행하면서 자기만의 특별한 색깔을 의식할 것 같은데요.
서: 그런데 자기 색깔이라는 그 부분이 참 어려운 것이 제가 보는 한국 건축계는 유학 갔다 온 사람들은 다 그 나라의 색깔을 가지고 와요. 한국에 계신 분들은 한국의 색깔이 있겠죠. 그것이 한국적이냐 한국성이냐 아니냐는 그런 것에 대해서는 제가 얘기를 못하겠지만 어쨌든 그 색깔은 다 있어요. 크게 뭉뚱그려 보면 그 상황에서 유독 문제가 될 만한 소재는 한일관계가 있기 때문에 저 같은 사람들은 문제가 되긴 하죠. (웃음) 저는 이 다음 단계가 어떻게 한국성으로 표현될 지는 모르겠지만, 쉽진 않다고 생각해요. 제 입장에서는.
박: 어쨌든 한국성에 대해서 의식을 하고 작업을 하고 있군요.
서: 그렇지만 쉽지 않을 거예요. 왜냐하면, 최욱 소장님이랑 얘기할 때 그런 말을 했었어요. 유럽에서 일본에
처음 왔을 때, 일본처럼 아름다운 나라는 없다는 이야기가 너무 많아요.
시각적으로 너무 발달한 나라예요. 건축에서 시작을 분리하기가 쉽지 않잖아요. 예를 들면 일본의 주택특집이나. 유명한 사람이 아닌 건축가가 지은
집을 봐도 우리나라 웬만한 건축가가 지은 집보다 훨씬 좋죠. 질도 그렇고. 그게 공사비의 문제가 아닐 거고, 저는 다양한 부분의 능력 차이라고
생각해요. 그런 나라에서 메인스트림에 있는 사람들은 훨씬 잘하는 거고.
우리나라 젊은 건축가들 다 모아서 그거 한 권 만들어 가지고 일본에 가져가면 사실 제가 봤을 때, 얘기
거리가 안돼요.
박: 어떤 부분에 대해서 말인가요?
서: 작품의 질에 대해서입니다. 공간의 완성도, 아니면 공간의 느낌. 나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박: 지금 그 부분만 얘기하자면 책으로 또는 비주얼한 것으로 전달하기는
조금 어려울 것 같기는 하지만 반대로 얼마 전에 그런 이야기가 있었는데, 개인마다 그 내용이 무겁던지
가볍던지 무엇인가에 대한 관심 두는 내용이나 화두를 가지고 설명하는 것이 필요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관심
가지고 있는 어휘나 단어를 포함해서 ‘나는 이런 내용을 가지고 얘기하고 싶었어’ 라는 화두를 가지고 접근하는 친구들이 좀 더 있었으면 좋겠어요. 자기가
표현하고자 하는 단어를 가지고 있는지? 한국은 그런 부분들을 의식적으로 안 하는 건지, 아니면 그것들을 끄집어 낼 수 있는 상황이 안 되는 것인지 자문하게 되었습니다.
서: 자, 일본의 경우는 건축계에서 게임의 룰이 정리가 되어 있는 나라입니다. 이것이 이렇게 하면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있다가 정해져 있죠. 그것이 국내 시장에서도 파급 효과가 있고 그 다음 단계를 해외 시장으로 갑니다. 포스트는 나다. 내가 판단한다. 그것은 다른 사람들과 변별성을 강력하게 가지고 가야 하죠.
박: 어쨌든 성격이나 흐름은 개개인이 각자의 특징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닌가요?
서: 그 큰 흐름은 은연 중에 학교들에서 공유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면 카즈요 세지마까지 나오면 다른 게 뭐 나오겠어 했는데, 이시가미 준야가 나오고. 다음이 나오겠어? 하면 뭐 또 나올 거예요. (웃음) 저는 소우 후지모토 나오는 건 이 정도는 그냥 나올 수 있는 건데. 이시가미 준야 나왔을 때, 이게 나오나? 근데, 그런 룰이 있어요. 예를 들면, 일본에서 유명 해지면 이미 해외 레벨하고 똑같아요. 이시가미 준야는 전부 외국 프로젝트였잖아요. 그런 면에서 우리나라는 게임에 룰이 없다고 생각해요. 건축계에서 상을 받아도, 시장에서는 시장의 논리가 다르고 그리고 건축계에서 주는 상의 권위가 기준을 볼 수가 없어요. 상을 응모를 안 하는 이유도, 예를 들어, 한국에서 젊은 건축가 상을 받았는데 도대체 일본은 어떤 애들이 받았나 그럼 또 심란해지거든요. 비교하다 보면 심란해져요. 기준도 애매하고. 저는 그런 기류가 계속 그렇게 갈 것 같아요. 상 타신 분들이 시장에서 작동을 하느냐? 그것도 아니거든요.
박: 어쨌든 첫발을 디디면서 발언할 수 있는 기회는 생기지 않을까요?
서: 저는 제가 가지는 환경의 한계도 있고, 유학의 한계도 있고, 그런 어떤 제가 가진 상황의 여러 한계도 있을 텐데. 여태까지 쭉 진행해온 상태를 보면 철저하게 건축주가 만족하게 될 상황이 되니까, 우리 사무실이 이렇게 일이 된 거예요. 그러면 내가 좋아하는 일을 계속 하면 되겠구나. 건축은 사진으로 보이는 게 아니거든요, 이해하는 사람들은 계속 하는 것이고 아니면 못해요. 게임의 룰이 안 잡힌 상황에서 애매하게 준비해서는… 저는 한국에서 애매하게 준비해서 나가면 더 돌 맞을 것 같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좀 더 준비하고 싶다는 생각이 있는 것입니다. 한국에서 제가 뭔가를 발표하거나 한다면, 유명 잡지에 발표할까? 아직 자신이 없어요. 제 스타트가 그렇게 하고 싶지는 않다는 생각이 들어요. 어떤 건축가들에 대해 나는 이런 생각이 들어요. 제일 싫어하는 한국 건축가들의 행태가 뭔가 사회적 이려고 하는 느낌. 그게 저는 다 거짓말이라고 생각하는데. 항상 누군가 저한테 물어보면 ‘서소장님 설계비 얼마 받아요?’ 그거예요. 아무튼 저는 건축계에서 딱 자기가 좋아하는 색깔들이 분명해지는 상황이 올 수 있을까 없을까 잘 모르겠어요. 또한 그런 것들이 묶일 것 같지도 않다라는 생각이 들어요. 우리나라 미술계를 보면 잘 안 묶이거든요. 그런데 영화는 소재 자체가 사람들의 이야기기 때문에 영화, 소설 그런 네러티브가 있는 것은 분명히 한국적으로 묶일 거예요. 그런데 시각 예술에 가까운 것들이 예를 들면 우리나라에서 지금 가장 유명한 그래픽 디자이너 슬기와 민 그룹인데 그것은 스위스고 독일이예요. 그것을 당연하게 생각하고 다 밑줄 그었는데, 건축도 마찬가지예요.
박: 저는 그 부분들이 그런 것 같아요. 다시 뒤 돌아보면 자기가 자신을 바라볼 시간들이 없는 것 같아요. 개개인이
가진 캐릭터를 나타낼 수 있는 시간이 좀 걸릴 것 같다는 생각도 듭니다.
서: 자기가 예를 들면 사람을 만나면 이 사람이 이런 감성을 가지고 있으니 이런 선을 그릴 것 같다. 일본 건축가들 다 비슷비슷해 보여도 다 다른 특징이 있거든요. 건축가들 만나면 그런 느낌들이 잘 안 맞아요. 음악 하거나 미술 하거나 시각 예술 하는 사람들 만났을 때, 저 사람 참 감각 있고 잘한다라는 그런 느낌을 건축가에게 못 받는 거죠. 이것이 무엇인가 하면 진짜 자기를 잘 모르는 것 같아요. 좋아하는 걸 모른다거나 하는 것이 저는 도대체가 이해가 안가요. 짜장면 먹을까 짬뽕 먹을까, 가구를 살 때나, 컴퓨터를 살 때나 똑같아요. 그게 취향인데 취향이라는 것을 잘 모르겠어요. 그 중에 어떤 분들은 아직도 공부하는 태도, 왜 지금도 공부를 하는 건지, 지금 공부를 하면 어떻게 토 해 내는 건지 잘 모르는 것 같아요. 작업을 하는 건 토해내는 거잖아요. 토 해내고 좋다 나쁘다를 말 해야 하는데 전 여전히 잘 모르겠어요. 그런 것이 한국적인 것 같다 그러면 저는 일본 사람인 거죠 진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