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물에 담기는 이야기는 그 공간을 누가 쓰는지에 따라 생겨난다. ‘아름품 정원’은 동물보호시민단체 ‘카라’가 운영하는 입양 카페의 뒷마당에 설치된 공간으로, 상처받은 유기견과 유기묘들이 새로운 주인을 만날 수 있도록 돕는 곳이다. 따라서 이곳에서는 개와 사람의 영역이 분리된 공간이 아닌 ‘함께’하고 서로 교감하는 공간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 이야기의 첫 출발점이었다. 기존의 애견 카페 등을 보면 사람과 개가 한 공간에는 있지만 사실상 그 공간 자체는 사람을 위한 곳인 경우가 많았다. 주로 개들은 바닥에서 돌아다니고 사람들은 의자에 앉아 개들을 내려다보는 형식이었기 때문에 서로 교감을 하기엔 약간의 부족함이 있었다. 이와 달리 아름품 정원에서는 개와 사람이 더 가까이 교감할 수 있도록 눈높이를 맞추고자 했다. 이곳에는 다양한 높낮이를 지닌 벽돌 가구들이 있는데 사람들이 앉아있는 높이와 개들이 지나다니는 길들의 높이가 달라짐에 따라 더 적극적으로 서로를 바라보고 교감 할 수 있도록 하였다.
또한 사람들의 영역과 개들의 영역을 존중하면서도 서로가 천천히 다가갈 수 있게, 개들이 지나다니는 길이 있고 그 중간마다 사람이 앉는 공간을 배치하여 그 부분에서 서로의 영역이 합쳐질 수 있도록 하였다. 이 부분의 높이는 사람의 교감 수단인 ‘손’과 개들의 교감 수단인 ‘코’가 만나는 높이이다. 이곳의 개들은 상처를 많이 가지고 있기 때문에 무작정 예쁘다고 만지는 것이 아닌 개들이 길로 지나다니다가 사람의 손 냄새를 맡고 그들이 원하면 다가갈 수 있게 조금의 거리를 두면서도 자연스러운 교감을 끌어내고자 했다. 벽돌 가구의 하부에는 굴처럼 된 공간이 있는데 이곳은 기존 입양 카페에서 개들이 잠을 자거나 쉬던 공간의 사이즈를 그대로 옮겨서 만든 공간이다. 공간은 새로 생겼지만, 그 동안 지내왔던 공간의 익숙함은 똑같이 느낄 수 있도록 하여 개들이 더 안정감을 느낄 수 있도록 하였다. 아름품 정원을 통하여 이곳의 개와 고양이들이 사람들의 따뜻함을 좀 더 느끼고 상처가 치유되어 새 삶을 찾을 수 있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