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과 인간의 접점을 구하다 / 디보오에 제인
작년부터 준비해 올해 한해동안 12명의 동남아시아 건축가들과 인터뷰를 진행했고 이제 마지막 인터뷰를 하게 되었다. 당신의 프로젝트를 처음 접하면서 다른 건축가와 다른 접근이나 감수성이 느껴 졌다. 프로젝트에서 언급하고 있는 자연을 어떻게 이해하고 받아들이며 해석할지에 대한 여러 궁금한 부분들이 생겨 인터뷰를 요청하게 되었다. 프로젝트는 포레스트 빅에서 생각하는 자연과 인공과의 접점을 이야기하고 싶다.
박 : 박창현 소장(인터뷰어)
제인 : 디오보에 제인(인터뷰이)
The Forest BIG
박: 대만의 기후적 영향이 있겠지만 프로젝트와 함께 자연과 만나는 접점에 관심이 많아 보인다. ‘포레스트 빅’은 ‘슈슈 프로젝트’와 비교해 보면 좀 더 정적인 분위기가 느껴진다. ‘포레스트 빅’은 ‘슈슈 프로젝트’와 어떻게 다르게 출발하게 되었는가?
제인: Primitive Sense의 ‘슈슈 연구실’은 타이페이 산에서 우리 팀이 시작한 연구 프로젝트다. “자연 속에서 배우는 영역“을 주제로 식물학자, 한의학 연구자, 원주민, 기후 과학자, 조향사, 심령술사, 요가 교사 등 다양한 전문가의 도움으로 설계되었다. 다시 말해 ‘슈슈 연구실’은 Forest BIG를 앞선 기초 개념의 시작점이다. 우리는 ‘슈슈 프로젝트’의 결과에서 유사한 재료와 프로그램을 사용하여 ‘포레스트 빅’에 활용했기 때문에 두 프로젝트의 연관성은 아주 크게 느껴지는 것은 당연하다. ‘포레스트 빅’ 프로젝트는 대만의 먀오리 지역에 있는 샹그릴라 공원의 남쪽에 위치하고 있어 인간과 자연의 경험과 지식이 교차하는 모델 역할을 한다. 이전에 존재했던 자연 속 버려진 건물이나 장비들은 독특한 포스트모던 풍경을 만들어 내는 것이 특징이다.
박: 이 프로젝트의 첫인상은 인위적이지 않고 자연이나 기존건물, 그리고 주변을 분리하는 동선과의 자연스러운 연결이다. 이곳에서 경험하는 관람자들에게 자연을 어떻게 전달하고자 계획하였는가?
제인: 가장 원칙적인 디자인의 목적은 자연의 숲을 인간의 활동, 시설, 건물과 분리하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300미터의 원형 동선을 비닐하우스 구조로 덮어 자연과 인간의 명확한 경계를 정의했고 또한 이것은 관람자를 위한 보호 시스템으로도 유용하다. 사람은 숲의 영역과의 거리를 유지하고 자연은 건축과 같은 요소로 방해받지 않아야 한다. 그리고 숲은 대만 국토의 60%를 차지하고 있는데 일반인들이 이 프로제트를 통해 숲과 어울리는 법을 배우기를 바랬고 자연에 대해 겸손하고 공손한 태도를 일깨우기를 희망하면서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박: ‘포레스트 빅’에 도달하기 까지의 과정도 중요한 내용일듯하다. 이동 수단으로 가까운 곳까지 와서 10분 넘게 걸리는 ‘포레스트 빅’까지의 시간이 중요하다고 생각된다. 그런 전환에 대한 계획으로 어떤 부분이 있었는가?
제인: 개인적인 경험상 단기간 혼자 숲 속을 걷는 것은 명상과도 같으며, 천연 피톤치드는 몸과 마음을 안정시켜준다. 그래서 길은 사람만이 지나갈 수 있는 너비로 계획했는데 이곳은 면적이 아주 넓기 때문에 다른 사람을 만날 기회는 거의 없을 정도이다. 그리고 10분간 이 작은 길을 따라 가면 원형 온실 같은 300미터의 통로를 지나게 되는데 이곳은 연결 통로이자 교실이다. 이곳을 지나면 조성된 생태 연못, 트리하우스와 거대한 나무 지대를 만날 수 있는데 본관은 이전에 버려진 수족관을 이용해 조성되었다. 자연의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오래된 페인트를 벗겨내고 원래의 콘크리트 모습을 복원하였다.
박: 공원 중간에 안뜰과 연못을 가로지르는 메인 이벤트 공간이 존재한다. 식재와 가설건물 사이에서 이 건물은 어떻게 자연에 접근하는가?
제인: 메인 이벤트 공간 건물은 오래전부터 존재했던 폐허였고, 우리는 연못이 실제로 매립된 수계 연못임을 발견했다. 항상 깨끗해 보이지 않고 냄새도 좋지 않아 모든 건물을 그물로 씌웠다. 더불어 자연스럽게 시선을 흐리게 하기 위해 리아나 덩굴나무로 지붕을 덮었다. 이러한 재료의 사용으로 그 경계가 부드러워지게 되었고 주변부와 건물과의 관계가 모호하게 연결되도록 계획하였다. 그리고 이 재료와 함께 연무 시스템이 작동하여 실내 공간을 더 시원하게 유지하는데 도움을 주고 있다. 밤에는 터널을 따라 설치된 일련의 불빛들이 나뭇잎 사이로 공간을 탈바꿈 시켜준다.
박: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자연은 구조나 정해진 길이 없고 자유롭고 느슨한 경험이 보통이다. 하지만 명확한 원형의 동선으로 봐선, 큐레이터 역할은 맡아 특정한 경험을 얻어 가길 바라는 듯하다. 개방적인 디자인과 제한된 경로의 경험의 균형을 어떻게 잡아갔었나?
제인: 인간이 청각과 신비한 조명을 통해 메시지를 받아들이는 방식, 광택에서 나오는 환상이 비합리적인 순간으로 인도한다. 그것이 재료가 주는 특이점이라고 생각하는데 공간 전체를 구성하는 아연도금 구조체와 광택이 있는 재료가 그 특징이다. 이 공간을 따라 돌다 보면 자연스럽게 공간과 재료가 주는 독특한 경험을 하게 된다.
박: 이 프로젝트에서는 기존의 건물의 구조물과 새롭게 연결시킨 가설건물의 연결로 계획되었다. 프로젝트를 시작할 당시의 대지의 상황에 대해 듣고 싶고 그 상황에서 어떤 변화들이 생겼는가? 예를 들어, 중간 다리는 왜 유지하기로 했나?
제인: 40년 전 ‘포레스트 빅’은 10헥타르 규모의 놀이 동산이었다. 회전목마, 롤러코스터, 거북이 연못 다리 등 많은 시설과 놀이 세트 그리고 희한한 물건과 수족관이 현장에 남겨져 있었다. 내 호기심과 옛 기억 때문에 일부 오브제를 보존해 경험하지 못했던 조합으로 뒤섞이고 새로운 디자인이 만들어졌으며 당시의 고고학적 증거로도 남게 되었다. 이러한 접근은 주변 자연과의 대비에 의해 의식적으로 경험해보지 못했던 경험을 하게 된다. 본관은 수족관이었고 숲 극장으로 만든 곳은 놀이동산의 호박 온실이었다. 원래 있던 수목들을 옮겨 심고 상부에 구멍을 뚫어 빛이 들어오게 바꾸어 온전하게 자랄 수 있도록 계획하였다. 바닥은 소나무껍질을 두어 이 장소 밖에서의 경험을 그대로 연결하기 위해 감각적은 부분까지 고려하였다.
박: 전체 재료는 한국에서도 익숙하게 볼 수 있는 농업용 비닐하우스이다. 가설 재료를 이용한 건축은 지속성에 대한 차이가 있다고 생각하는데 자연속에서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어떻게 재료를 선택하게 되었는지 생각이 궁금하다.
제인: 대만의 산지 기후는 습하고 비가 많이 내려 농작물의 병해충 방제에 어려움이 있다. 태풍으로 인한 집중 호우로 인한 농작물 피해도 발생한다. 따라서 비닐하우스로 구성된 식물 보호를 위한 예방 방법이 대만에서 가장 일반적인 농업 건설의 접근이다. 이러한 익숙한 재료를 가지고 이곳만의 독특한 분위기를 만들어 낸다고 생각한다.
박: 실재 이 건물은 주어진 환경이나 건축도 중요하지만 이곳의 프로그램이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데 사람들이 이곳에서 무엇을 즐기기를 바라고 있는가? 건물에서의 경험이 안과 밖의 어떤 차이가 느껴질 것이라고 생각했는가?
제인: 어떤 활동이나 프로그램으로든 이곳이 사람들에게 평화롭고 고요한 순간을 제공할 수 있다면 그것이 이 프로젝트의 큰 성취가 될 것 갔다. 안정된 공간에서 자연을 바라보고 느끼는 것이 이 프로젝트의 가장 중요한 방향 중 하나다. 안전한 장소에서 주변의 익숙한 자연을 다시 바라보고 경험하는 것을 생각하고 계획하였다. 그리고 어느 정도는 자연, 식물, 곤충에 대해 더 많이 배울 수 있도록 정돈되지 않은 정원이 어우러져 창조적인 경험을 제공하는 ‘자연 공방’이나 ‘숲속 생태 실험 학교’ 같은 역할도 한다. 방문객들에게 부분적으로 편안한 경험을 제공하며 200여평의 내부 공간으로부터 일반적이지 않은 여러 공간으로 구성해 짧은 여정을 상상하였다. 관람객들이 프로젝트를 통해 ‘자연 교실’과 같은 느낌을 받기를 원했다.
박: 이곳에서 느껴지는 분위기에 대해서도 신경을 많이 쓴 것 같다. 가까이 다가갈수록 투명한 비닐, 돌을 비추는 실내 바닥, 외부를 흐리게 하는 안개와 젖빛 유리등 이 왜 강조되었는가?
제인: 주건물의 주요 기능은 레스토랑이다. 사람들이 멋진 개울 옆 바위에 앉아 야생에서 피크닉을 하는 모습을 상상하며 설계했다. 그래서 우리는 현장에 있는 거대한 돌들을 모아 의자, 탁자, 자연, 예술 등으로 쓰도록 하고, 투명한 시야 대신 태양으로부터 신성한 빛을 받는 수제 젖빛 유리를 설치했다. 나는 여기 오는 사람들이 단순한 마음에 더 집중하도록 하고 싶었다.
박: 이러한 자연속에서의 경험이 우리의 분주한 도시와 통합되길 원하나? 아니면 한적한 공간에서 감상할 수 있는 독점적인 은신처라는 개념의 경험으로 분리하고 싶은가?
제인: 성스럽고 차분한 느낌을 경험하게 해줄 수 있는 곳을 만들 수 있다면 도시 생활에 많은 도움이 될 것 같다. 우리는 일상의 도시 생활에 무감각하게 살아오고 있다. 환경이 바뀌면 그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몸이 반응할 것이다. 그런 몸의 감각과 반응이 이 곳에서의 경험을 더욱 강하게 만들어 줄 것이라고 생각했다. 이런 경험을 하고 다시 도시의 일상으로 돌아가면 이미 다른 자신으로 바뀌어져 있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도시에서의 일상과 이 곳에서의 경험은 다시 하나로 연결될 것이다. 평온하고, 경건하며 동정심을 느끼는 연민이 이곳에서의 프로그램을 통해 전달되기를 바랬다.
박: 이번 팬데믹 기간 동안 이러한 프로그램이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궁금하다. 규모가 커서 고립과 사회적 거리두기에 적합한 공간인 것 같지만, 수용 인원에 영향이 있었을 것 갔다.
제인: 우리는 팬데믹에 따라 모든 활동을 중단시켰다. 어떻게 보면 그것이 자연의 섭리인 것 같다. 우리는 기다릴 것이며 곧 다시 처음 계획했던 프로그램과 경험을 선사할 것이다.
박: 올해 베니스 비엔날레의 ‘대만 원시 이주’는 좋은 성과를 보였다. 기획부터 시공까지 그동안 진행했던 많은 프로젝트들을 모아 전시를 기획한 경험은 어땠나? 전시의 순환과 경험을 디자인하는 것은 확실히 건축 디자인 작업과 매우 달랐을 거라 느낀다.
제인: 우리가 설계하고 베니스 비엔날레에 구성하여 전시하게까지 되는 프로젝트들의 개념은 우리의 건축적 개념으로 이어진다. 전시의 분위기도 몸의 감각과 고요함의 광택을 느낄 수 있는 경험이었으면 한다. 우리는 이 프로젝트를 통해 인간과 자연 사이의 상호작용의 효과를 탐구하는 것으로 시작되었다. 베니스 비엔날레에서 진행한 프로젝트는 우리의 평소 작업과 개념이 연결된다.
박: 이번 베니스 비엔날레에서는 다양한 팀과 협업하여 기술을 통한 시청각 시뮬레이션을 통해 오감을 자극한 콜라보레이션이 흥미롭다. 이러한 인간, 자연, 과 기술에 조합으로 추구하는 자연적 경험을 도시 건물들로 통합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
제인: 그렇다면 정말 좋겠다! 우리가 모은 기술, 정신, 공업 기술 사이의 균형을 맞추거나 다시 생각하려는 모든 노력은 자연을 마주하는데 큰 요인이 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