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T Architects 인터뷰
박: 박창현 소장(인터뷰어)
챗: CHAT Architects(인터뷰이)
세계화 속에서의 태국 현대 건축
박: 우리는 세계 건축의 흐름이 여전히 유럽이나 미국 중심으로 흐르고 있지만 문화의 변화는 점점 아시아로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금까지 우리에게는 건축에 관여나 간섭할 문화의 자리가 없었다. 건축의 문화는 지금까지 서구 중심으로 전개되어 왔고 우리의 의지와는 무관한 흐름 속에 놓여 있다. 그 과정에서 건축은 아시아에서 (일본, 중국 또는 싱가포르) 쌓아온 역사, 문화적 토대를 바탕으로 그 관심의 변화가 시작됨을 느낀다. 이 때 우리는 아시아 건축의 상황을 점검하고 앞으로 변화되는 환경을 이끌어 나갈 건축가들의 연대가 필요하다는 것을 느낀다. 지금 태국 건축의 흐름을 간단하게 소개해 달라.
챗: 태국 뿐 아니라 세계 어느 나라에서든 건축 디자인의 가장 큰 문제점은 건축가를 포함해 학생들, 학회 등 모든 건축계 종사자들이 영감을 받거나 참고를 하기 위해 소위 “글로벌 아키텍처”(Global Architecture(with a capital A))를 지배적으로 보여주는 디자인 웹사이트, 잡지, 블로그 등을 가장 우선적으로 들여다 본다는 것이다. Dezeen, Architizer, Pinterest 같은 플랫폼에서 쉽게 말해 “잘 나가는” 이미지들이 많은 건축가들이 디자이너로서 스스로의 가치를 평가하는 기준이 되어버렸다. 이러한 유행은 비서구권에서 우리의 정수를 담은 진정한 건축 언어 탐구에 있어서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으며, 태국도 예외는 아니다. 나도 초창기에는 이러한 “건축병 증세”(“A”rchitectural bug)를 보였었다. “그들의 대화”의 일부로 참여하고 싶은 마음이 너무 절박했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는, 2000년부터 2010년까지 10년 간의 작업들을 냉철하게 되돌아보면서 글로벌 건축 문화의 일부가 되고자 했던 바람은 나의 정체성과 태국에서 이루고자 했던 가장 중요한 목표에 굉장히 유해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바로 지역의 환경적 특성과 문화, 일상생활을 바탕으로 한 진정성이 담긴 건축 언어를 찾는 가장 중요한 목표 말이다. 그러기 위해 난 미국, 유럽, 중국, 일본, 싱가포르가 이끄는 글로벌 건축 트렌드에서 등을 돌려서 태국 건축계에 존재하는 빈틈을 메우는데 나의 모든 신경과 노력을 집중해야 했다. (서구나 일부 국가 위주의 티피컬한 글로벌 건축 트렌드를 대문자 A를 써서 “A”rchitecture로 표현하고 있음) 난 현 시대 방콕의 생활상에 기반한 건축적 타이폴로지를 분류하기 위한 새로운 방법을 찾아야 했는데, 이를 통해 앞서 언급한 새로운 건축 언어를 확립할 수 있는 기초를 마련하고자 했다. 여기서 내가 이야기한 타이폴로지의 유형들은 “살아있는 것”이어야 한다! 하지만 자명하게도, 모든 태국의 건축가들이 그들의 작업에서 건축물의 형태나 프로그램, 언어를 만들어내는데 이용하는 전략은 두가지 유형에 기반한다.
1) 서구의 모더니즘적 모델
2) 태국의 전통적, 역사적 모델 – 태국 사찰, 궁, 농업사회에 기반한 토속적인 가옥 양식
20세기 초 중반의 태국의 도시적 타이폴로지도 내게 구식의 것들이었다. “살아있는 것”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두 가지 모델 모두, 진정성이 담긴, “살아있는” 방콕의 건축을 구현하려는 건축가인 내게 큰 의미가 없었다. 방콕은 동남아와 글로벌 문화가 섞인 특유의 특성과 더불어 도시와 근교, 시골 지역이 모두 공존하는 열대 지방의 대도시이기 때문이다.
박: 한국의 현대 건축은 1920~30년대 생의 1세대 건축가를 시작으로 40~50년대에 태어난 2세대 건축가를 거쳐 지금은 70~80년대 생의 3세대 건축가의 활동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는 한국의 역사적 흐름과 무관하지 않은데 각 세대의 정체성과 관심은 그 역사적 흐름 위에 있고 지금은 좀 더 다양한 접근과 인식의 무거움을 비켜가고 건축물 자체에 관심을 가지며 보다 사물적인 관점으로 건축을 바라보는 경향으로 바뀌고 있다. 태국의 젊은 건축가들이 가지는 관심은 무엇이고 어떻게 바뀌고 있는가?
챗: 다시 이야기하지만, 내가 보기엔 대부분의 젊은 태국 건축가들이 잘못된 믿음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그들은 글로벌 디자인 어워드에서 수상을 하는 것과 국제적인 관심을 얻는 것이 태국 건축계를 더 높은 단계로 발전시키는데 어떻게든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렇게 되면, 우리는 아무런 비판 없이 태국이 아닌 외부 세계의 룰을 따르며 그들의 힘에 저항하지 못한 채로 그들의 기준에 맞는 작업들을 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결국에는 우리 고유의 환경적 특성과 문화적 아젠다를 기반으로 하는 건축은 확립되지 못할 것이다.
박: 당신의 프로젝트 설명에서 최근 정부가 전국적으로 깨끗한 거리 만들기 정책을 펼치며 길거리 상인들이 설 자리를 잃는 등 건축 뿐만 아니라 상업 문화와 관련해서도 대대으로 강제성을 띄는 사업을 하고 있다는 내용을 보았다. 태국의 문화에 관한 설명과 더불어 태국, 특히 방콕이 쌓아온 도시적인 맥락과 특징은 무엇이고 당신이 이야기한 방콕의 beauty와 ugliness는 무엇인가?
챗: 방콕의 아름다움은 특정의 상징적 형태나 표면적 이미지로 함축될 수 없다. 방콕은 화려한 겉모습 때문이 아니라 도시가 작동하는 방식 때문에 대단한(great) 것이다. 방콕이라는 도시의 구동에는 다음과 같은 특성들이 기여한다.
-“통제된 혼돈”: 많은 이들이 방콕의 거리에서 경험하는 더럽고, 혼란스럽고, 통제되지 않고, 불법적인 거리 건축을 통제되지 않고 혼란스러운 도시의 생활과 직접적으로 동일시 하는 거 같다. 외국인들의 시선으로는, 길거리 노점상들, 불법 판자촌, 임시 가설물 등이 낭만적이고 매력적으로 느껴질지 모르지만, 현지 사람들은 이런 것들이 각종 불법 행위들과 무정부주의, 법의 부재를 선호하기 때문에 만들어진 결과물들이라고 믿게 된다. 그러나 이것은 사실과 거리가 멀다. 여기에도 분명 질서는 존재한다. 겉으로 드러나지 않을 뿐이며, 서구 세계 혹은 선진국들에게 익숙한 선형적 논리 체계로 작동하지 않을 뿐이다. 이곳의 현지인들은 일상 생활의 어려움을 대처하기 위해 즉흥 연주, 재활용, 유머에 기반한 공간적, 형식적 조작의 역동적이고 변화무쌍한 전략을 사용하면서 살아간다.
-“본질적 모순”: 방콕의 도시에서 “통제된 혼돈”에 적응하기 위해 활용되는 전략들은 서구적 관점으로 “설명”(“curated”)될 수 없기 때문에 모순으로 가득한 형태와 공간을 낳게 되었다. 여기서 선제적이거나 미리 결정된 이론적 또는 하향식 구성 전략은 없다. 모든 결정들은 그때그때 현장에서 그 순간에 내려진다. 지역 주민들은 공간 문제를 직관적으로 해결하고, 근처에 있으며, 이용에 용이하며, 저렴하거나 무료인 것들을 쓰레기 더미에서 찾아서 잘라내어 공간 문제를 직관적으로 해결해 버린다. 장난스럽고 독특해 보이는 형태는 그것을 만들어 내는 조건과 상황이 마찬가지로 예상 밖이고 유머러스하기 때문이다. 그들은 또한 그들의 건축에 지역적인 취향과 대중 문화를 불어넣는다. 시골 출신이나 이민자 출신과 같은 그들의 개인사 또한 주입된다. 마지막으로, 태국의 본질적인 감각은 유머가 확실하다. 무엇이 태국처럼 “보이는가”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지만, 무엇이 태국처럼 “느껴지는가”에 대해서 꾸준히 이야기하고 있는 내 자신을 발견하곤 한다.
박: 또한 현재 정부가 도시, 건축에 대해서 취하고 있는 입장은 무엇이고, 건축가들은 이에 대응 또는 협력을 하기 위해 어떠한 작업과 시도들을 하고 있는가?
챗: 태국 정부는 아직도 “태국”의 국가적 정체성을 특정 아이콘이나 형태 중심으로 표현하기를 원한다. 그러나 태국은 다른 동남아 국가들 중에서도 문화, 민족, 종교 면에서 가장 이질적인 혼혈 국가 중 하나이다. 우리는 이민자들의 나라라고도 할 수 있다. 그 누구도 중국, 인도, 크메르(Khmer), 버마(Bermese), 말레이(Malayan), 페라나칸(Peranakan), 유럽, 미국과 같은 다수의 외부 세계의 영향에 의해 섞여버리지 않은 순수한 태국적 형태를 쉽게 정의할 수 없을 것이다. 또한, 삶의 상황적 측면도 중요하다. 1) 예측할 수 없는 태국의 기후(몬순 홍수와 가뭄), 2) 태국 내 정치적, 사회적 역사의 만성적 불안정이 그것이다. 태국 건축의 이러한 적응적이고, 끊임없이 변화하는 측면은 여전히 정체되고 상징적인 언어를 포착하려고 노력하는 태국정부를 배제하고 있다. 이것은 또한 태국 정부가 서양이나 외국에서 따온 정체된 건물, 도시, 경관 계획을 만들려는 경향에도 적용된다. 건축가인 우리에게 프로그램은 지역 고유의 건축을 하는데 있어서 그 형태와 공간 만큼 중요한 비중을 차지한다. 우리는 독특한 지역 내 프로그램들이나 활동들을 장려하고 기념하기도 한다. 팝업 마켓이라든지, 보도에서 낮잠을 자는 오토바이, 택시 운전기사들, 전봇대나 가로수에 걸린 어망을 매달아 놓는 것과 같은 거리 기반 시설과 보도 경관을 휘저으며 말이다. 방콕 내의 대부분의 프로그램들은 순식간이며, 일시적이면서 역동적이다.
박: 당신의 SNS 피드를 보면서 동남아 건축가들끼리의 교류 뿐만 아니라 일본, 서양의 건축가들과의 교류도 굉장히 활발히 하고 있다고 느꼈다. 강연과 포럼, 세미나를 통해 정보를 공유하고 서로의 가치관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것은 건축가로서 굉장히 의미 있고 건강한 활동이라고 생각한다. 그들과 어떻게 만나서 어떤 방식으로 관계를 이어오고 있는지 궁금하다.
챗: 일본 건축가들과 서구 건축가들(인도, 호주, 남미, 유럽 건축가들 포함)과의 만남은 대부분 외국인 친구들이나 협업자들에 의해 시작되었다. 우리는 이것이 요즘 동남아시아, 특히 태국에 대한 세계적인 관심 덕분이라고 보는데, 태국의 문화, 공예품, 요리, 접대, 유적 등과 같은 것들이 매우 독특하고 명료하다. 그러나 태국의 건축은 다른 분야들 만큼 이렇다 할 명확한 특징을 가지고 있지 않다. 우리는 아직 우리 스스로에 대해서 찾아나가는 중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아직 우리의 지역 예술, 요리, 공예품과 같은 수준이 되기 위해 탐구를 하고 있으며, 이것은 현재의 태국 건축을 표현하는 것이라기 보다는 외부인들의 이목을 끌게 될지도 모를 건축적 발전을 진행해 나가는 것이다.
박: 당신은 2018년 제주도에서 한국 건축가 협회가 주최한 행사에서 “방콕 사생아”라는 제목으로 강연을 했다고 알고 있다. 어떤 내용의 강연이었으며, 방콕의 도시, 건축적 상황과 비교하였을 때 당신이 바라본 서울의 모습은 어떠한가?
챗: 방콕과 서울은 매우 중요한 도시, 건축적 조건을 공유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모든 동남아 국가 중에서 태국이 가장 서구의 영향을 많이 받은 것은 동남아시아 국가 중 태국이 유일하게 서구 강대국에 식민 지배를 받은 적인 없는 나라이기 때문이다. 시암(Siam) 왕국을 전략적 완충국으로 만들어 (미얀마를 지배하고 있던) 영국과 (캄보디아, 라오스, 베트남을 지배하던) 프랑스와의 관계를 전략적으로 관리하던 라마 5세의 통치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태국은 선제적으로 문화, 의복, 관습을 포함한 서구의 전통들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고 동화시켜 강제적인 서구화가 아닌 동등한 파트너로서 효과적으로 자신을 서구화하였다. 이에 따라 태국의 수도인 방콕은 동남아시아의 “글로벌” 도시(아마도 싱가포르 다음으로)가 되었다. 하지만 이것은 양날의 검이 되어, 외국의 문화와 트렌드를 카멜레온처럼 흉내내고 복사하는 능력이 결국 우리의 정체성을 잃어버리게 되는 결과로 이어졌다. 서울도 아마 같은 딜레마에 시달리고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우리처럼 정체성에 관련된 문제로 이득을 보는 동시에 혼란도 겪고 있을 것이다. 한국은 의심의 여지없이 세계 기술 시장, 패션 시장,글로벌 대중 문화(K-Pop, K-Drama)에서 독보적인 입지를 가지고 있으며, 이는 서울을 아시아를 대표하는 글로벌 도시로 만들었다. 그러나, 방콕처럼 서울도 여전히 자기만의 색을 찾아 나서고 있다.
Samsen Street Hotel
박: 스트리트 호텔 이름에서도 나오듯 주변과의 연결에도 관심이 있어 보인다. 이전에 사용되었던 어둡고 폐쇄적인 이미지의 모텔과 달리 동네의 변화까지 이끌어낼 만한 프로젝트로 보인다. 이 프로젝트를 하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부분은 무엇인가?
챗: 우리의 모든 프로젝트와 마찬가지로 삼센 스트리트 호텔 또한 방콕의 공공생활(public life)와 지역 공동체를 되살리고 생기를 불어넣을 수 있기를 기대했다. (이러한 공공 생활의 연결과 기념은 개발자의 사고) 우리는 다양한 접근과 방식으로 우리가 지향하는 목표에 대해서 고민했다. 건축선이 후퇴되어 만들어진 영역(“rabeang“ 혹은 인도)은 호텔 투숙객과 현지 보행자가 앉거나 가로지를 수 있는 그늘진 머무는 공간을 조성해 공적 공간과 사적 공간의 경계를 지운다. 호텔 이동식 의자, 테이블, 푸드 카트는 적절한 시기에 호텔에서 도로와 인도로 끌고 나올 수 있는데, 이는 도시를 공동체의 공동 거실 공간으로 기능하게 한다. 평소에는 건축 설비 전반을 수용하는데 활용되는“Soi”(Soi는 태국에서 주요거리에서 분기되는 골목길을 가르키는 용어)나 골목길은 휴일과 주말 거리 뮤지션 공연의 수직 무대로 탈바꿈한다. 야외 극장을 뜻하는 “nahng glang plang”은 건물의 안과 밖을 전도하기 위한 시도였다. 연인들이 비밀스런 연애를 하기 위해 차를 끌고 들어왔던 은밀한 성격의 숨겨진 거리는 이제 매우 대중적이면서 공동체적 활동을 위한 공간이 되어 함께 야외에서 영화를 관람하는 등의 공간으로 활용된다. 마지막으로, 이 건물의 전용(용도 변경)은 우리가 책을 표지로 판단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암시하는데. 성적인 미지의 모텔 유형의 건물이 어둡고 부정적인 금기 이미지를 극복하고 도시 생활의 긍정적인 건축적 역할로 변화했기 때문이다.
박: 일반 호텔과 달리 폐쇄적이지 않고 외부와의 연결이 특징으로 보인다. 담장도 없고 보기에는 보안과 관련해서도 개방적인 호텔이 특징이라 생각된다. 사회적 관점이나 도시적 관점에서 기능과 관련해 어떤 변화를 생각하였나?
챗: 방콕의 가변적이고 역동적인 공공/ 사적 영역의 의 가장자리, 경계 및 “펜스”(물리적, 심리적 모두 포함)은 우리 작업에서도 중요하게 다뤄지는 반복적인 주제이다. 우리는 이 도시에서 공적인 영역과 사적인 영역 사이의 연결 이음매가 가변 조건에 따라 도시에서 의미 있는 연결과 필요한 분리를 만드는데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생각한다. 삼센 스트리트 호텔의 경우, 이러한 경계 조건이 적절하면, 주변 경계의 개폐를 가능하게 하고, 야간에 호텔을 폐쇄하는 낮은 경계 패널이 뒤집혀 낮 시간에는 보행자와 호텔 투숙객을 연결하는 보도의 테이블 역할을 할 수 있다.우리는 방콕 같은 정글도시에서 모든 것을 자유롭게 할 수 있는 개방적인 조건을 옹호하지는 않지만, 또한 우리는 사적인 것과 공공의 완전한 분리를 찬성하지도 않는다. 따라서, 가변적이고 조정 가능한 경계 장치는 도시의 동적 조건을 탐색하는 데 가장 좋다고 생각한다.
박: 이런 호텔은 설계 이전에 기획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호텔의 투숙객을 행인이나 주변 노점상과 연결하는 협력적 방식은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에 대한 기획이 있었기에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이 기획의 단계에서 건축가는 어느 시점부터 개입하고 진행되었나?
챗: 우리는 모든 단계에 관여를 했고, 처음으로 호텔을 거리, 보행로와 연결하자는 제안을 냈다.
박: 외부로 나온 상점과 관련된 특징들은 태국의 문화와 직접적으로 연결되면서 태국에서만 볼 수 있는 독특한 모습을 만들어낸다. 이를 활용하여 삼센 스트리트 호텔에서는 어디서도 보기 어려운 접근이 시도되었다. 이런 과정에서 정부나 지자체는 어떤 역할을 하였나?
챗: 태국 정부가 설계에 관여하지는 않았다. 우리는 방콕의 길거리 음식 판매상들에 관한 매우 심각한 논쟁에 관한 모든 점을 고려했다.그 당시 태국 정부는 거리를 떠도는 길거리 음식 판매상들을 없애기를 원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그들과 공생할 수 있는 적절하면서도 민감한 균형점을 찾아야 했다.(태국 정부는 거리의 모든 길거리 음식 판매상들을 내쫓고 그들을 특정 영역으로 내몰아 거리를 “정리”한 싱가포르의 정책을 옹호한 것이다.) 우리는 길거리 음식 문화를 거리에 남아있게 하고 싶었지만, 정부가 우려하는 여전히 통제되지 않는 노점상 문화에 따른 문제들에 대해서도 이해했다. 이런 문제는 상인들이 가로변과 보행로를 점유해 보행자들과 오토바이의 통행을 심각하게 방해하는 것들을 포함한다. 또한 많은 노점상들이 쓰레기나 위생에 대한 문제에 전혀 신경을 쓰지 않고 쓰레기를 거리에 버리거나 기름과 액체 찌꺼기들을 하수구로 흘려보내기도 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삼센 스트리트 프로젝트는 아직 개발 단계이긴 하지만 위생적이면서 지속 가능한 길거리 음식 가판대(푸드 카트) 모델을 시작하는 계기가 되었다.
박: 내외부를 연결시키는 주된 요소는 컬러와 가느다란 파이프의 형태이다. 당신이 언급한 ‘Thai street vernacular hybrids’에서 시작된 것으로 이해되는데 scaffolding structures에서 어떻게 발전되었는지 그 디자인 과정을 듣고 싶다.
챗: 호텔 라바리스와 함께 삼센 스트리트 호텔은 방콕/태국의 새로운 혼성적(hybrid) 건축 언어에 대한 탐구하기 시작한 두 개의 프로젝트이다. 삼센 스트리트 호텔의 연두색의 구조물(비계 scaffolding)들은 국내외 건축언어를 탐구한 것이었다. 우리는 건설 인부의 비계 언어를 삼센 지역 거리의 맥락에 맞는 것으로 융합하려고 노력하였다.(이 경우에는 비계 구조물이 여전히 낭만적인 판자촌의 미학처럼 보일 필요가 없었다.) 정형화된 “표준”건축 언어인 “스킨”의 개념(the stereotypical “A”rchitectural language of a “skin”)을 적용하는 대신, 열대 지방의 도시에 적당한 가벼운 구조물을 만들고 싶었다. 그래서 우리는 가장 싸고 단순하면서도, 현지의 업자들에게 익숙한 일반적인 철제 파이프와 바를 사용하였다. 이 재료들은 방콕에서 강도의 침입을 예방하기 위해 창문이나 발코니에 다는 철망과 같이 건물의 “부속 구조물”에도 흔하게 쓰이곤 한다. 이러한 철제 파이프들은 집에서 간단하게 만들거나 길거리에 펼쳐 놓는 가구들(공구, 벤치 따위)에도 사용되며 방콕의 길거리 노점 가판대(푸드 카트)(food cart)의 재료이기도 하다.
박: 한국 건축에서는 컬러를 사용하는 것에 부담감이 있어 많이 보기 어렵다. 이 프로젝트에서는 유독 컬러에 대한 감각이 뛰어나다고 생각한다. 한편 편견일수도 있지만 태국만의 고유의 컬러라는 느낌까지도 주는 것 같다. 이 컬러에 대해 설명 듣고 싶다.
챗: 옅은 녹색은, 지금은 비록 햇빛과 비로 인해 녹슬었지만 이삼십년 전 한때 환하고 알록달록했던 상점들(shophouses)에서 영감을 받았다. 태국 사람들은 이러한 파스텔 톤의 그린, 블루, 핑크, 퍼플을 보면 1960-70년대의 도시 건축을 단번에 떠올릴 것이다.
박: 내부에서 인테리어까지 같이 디자인 하였는가? 건축 컨셉이 내부에도 자연스럽게 연결되는데 이 과정에서 어떤 방향이 있었나?
챗: 우리는 사인 뿐만 아니라, 모든 인테리어와 그래픽 영역까지 디자인했다. 이 프로젝트의 이름인 삼센 “스트리트” 호텔에서 알 수 있듯이, 이 호텔은 방콕의 “거리”의 모습과 문화에 영감을 받았다. 따라서 호텔 내부는 이 도시 속 거리의 확장으로 보여진다. 거의 차선을 정의하는 점선은 호텔 지상층의 길잡이가 된다. 방문객들은 동화 속 빵조각을 따라가듯 이 점선을 따라가다보면 로비에서부터 수영장과 객실로 이어지게 된다. 또한 비싸고 화려한 재료로 천장을 마감하는 대신, 기계, 전기설비, 수도, 통신선 등을 정리하는데 일반적인 산업용 배선 철판(트레이)을 사용하여 새로운 천장 디자인 접근을 시도하였다. 배선 철판 아래쪽에는 태국어와 영어로 라벨을 써놓았는데, 방콕 시내에 여러 기반 시설에 라벨링되어 있는 폰트를 참고하였다. 건축 설비(MEP systems)의 분리와 명확한 라벨링은 향후에 발생할 건물 유지 및 설비 보수에 도움이 될 것이다.
박: CHAT Architects’ research subjects: ‘Bangkok Bastards’에 대해 어떤 주제와 내용이 있었는가? 그리고 그 연구에 대해 프로젝트와 어떤 방식으로 연결되는가?
챗: 삼센 스트리트 호텔은 방콕의 토착 건축에 대해 CHAT Lab과 CHAT Architects가 5년 동안 지속해왔으며, 현재 진행형인 연구 “방콕 사생아(Bangkok Bastards)”에서 나온 결과물이다. 나는 이 연구를 방콕의 진정성 있고,“살아있는”(“LIVE” 공통 질문 1번 답변 참고) 건축을 만들겠다는 나의 궁극적인 목표에 필요한 첫 번째 단계로 시작했다. 나는 길거리 푸드 카트에서부터 판자촌, 불법 팝업 마켓에 이르기까지 방콕 시내의 거리에서 찾아볼 수 있는 일상적인 건축들은 모두 이 경이로운(wonderful) “사생아Bastard” DNA를 공유한다고 느꼈다. 이들은 순수하며 직접 만들어진 것들이고, 미성숙하며 진정성이 담겨 있는 디자인이다. 사람들은 이를 통해 가장 독특하고 지역적이며, 가내의 것들인 동시에 가변적이고 참신한 방법으로 일상생활에서 매 순간 나타나는 문제들을 해결하는데, 가장 값싼(대부분 거저 사용하는) 자재들을 이용해 최대한의 효율을 취한다. 방콕 사생아의 관리자이자 건설업자들은 이들은 하루하루를 견디며 살아가는 가난한 사회 취약계층들이기 때문이다. 삼센 스트리트 호텔은 우리가 진행한 바스타드(사생아) 연구 주제와 그것의 결과가 이 프로젝트에 나타나기 때문에 우리 설계자에게는 매우 중요한 프로젝트이다. 몇 가지를 예로 들자면, 커튼 섹스 모텔과 공사 현장 인부들이 사는 집의 비계 구조물, 길거리 음식 노점들의 유형 같은 것들 말이다.
기존의 건물: 커튼 섹스 모텔 유형
삼센 스트리트 호텔은 방콕 내에서 언급을 꺼려하는 지하세계의 유형 중 하나인 커튼 섹스 모텔을 개조한 프로젝트이다. 이러한 유형의 건축물은 비밀리에 은밀한 연애)를 하려는 사용자들의 비밀을 보호하고 보장한다는 독특한 특징을 가지고 있다. 공간적인 배열은 다른 건물들과 크게 다를 것이 없는데, 비밀 연애를 하는 연인들은 창문이 매우 두껍게 썬팅된 차를 타고 건물 도로 높이에 있는 눈에 잘 띄지 않는 터널을 통과한다. 그러고는 객실과 붙어있는, 빨간(파란색 혹은 초록색) 커튼으로 가려진 주차공간을 마주하게 된다. 또한, 사람들은 주 터널 입구를 정찰하는 사람들이 눈치채지 못하게 옆 골목을 통한 비밀 자동 출구로 아무도 모르게 빠져나간다.
새로운 스캐폴딩(비계): 건설근로자 주택 속 ‘생활형’(‘living’) 비계 구조물의 파생
방콕 내 건설 노동자들의 주택에 대한 광범위한 연구를 통해 우리는 이 유목/임시 거처들이 두 가지 요소에 의해 구성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바로 코어 실(core rooms)과 비계 구조물이다. 코어 객실은 건설 인부들이 잠을 자는 아주 작고 단순한 소형 주거 유닛이다. 비계는 베란다처럼 탁 트인 외부 공간이지만, 지붕으로 덮인 가벼운 구조로 동선과 식사, 음주, 요리, 세탁, 사회적 교제 등을 위한 다목적 야외 생활 공간 역할을 한다. 본질적으로 입주자들이 방에서 잠을 자고 있지 않다면, 비계 공간에서 활발하게 적극적인 활동을 하고 있는 그들을 볼 수 있을 것이다. 이 비계 공간은 코어 실을 햇빛과 비 등의 외부 요소로부터 보호해주며 열대 기후에 적절하게 적응하기 위한 열대 도시의 중요한 도시, 건축적 요소임을 스스로 증명하고 있다. 그와 동시에 종종 열대 도시 내 공간적 전이와 상호작용을 가능하게 하는 사회적인 요소로서 작용하기도 한다.
박: “The Bangkok Bastards all customize this living scaffolding strategy as a multipur-pose tropical veranda space.”라고 했다. 여기서 일상에 흔하게 볼 수 있는 a multipurpose tropical veranda space를 건축적 해석으로 발전시켰는데 a multipurpose tropical veranda space는 구체적으로 어떤 예가 있는가?
챗: 그렇다. 하지만 그것들은 보통 건축가들이 디자인해서 만들어지는 것들이 아닌, 규칙에 얽매이지 않는 구조물이다. 방콕 사생아들처럼 말이다.
박: 새로운 개념의 문화를 만들어 내는 역할로 건축가의 중요성이 더 높아진다고 생각한다. 태국에서 건축가의 위상은 어떠한가?
챗: 난 방콕의 많은 건축가들이 여전히 도시를 주름잡는 크고 작은 개발자들을 위한 상업적인 상품(건축물)을 만들어내고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그들이 정한 예산과 공기(공사 시간 제약)에 따라 좌지우지되며 “개발”이라는 명분 아래 그들의 상업적인 의제에 통제된다. 나는 건축가들이 긍정적이고 필요한 의제를 끌어내는 데 있어 용감하고 창의적이기를 바란다. 그리고 이를 실현시키기 위한 유일한 방법은 우리가 살고 있는 이 도시, 이 도시의 그 맥락에 대해서 보다 잘 아는 것이다. 우리 건축가들은 방콕의 진짜 모습(real Bangkok), 태국의 진짜 모습(real Thailand)에 대해서 스스로 깨우치고, 우리의 클라이언트, 학자, 학생에게 이를 전달할 수 있어야 한다. 현재로서는 우리 자신이 도시 메커니즘, 형태 및 공간, 그리고 방콕을 형성하는 시스템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다. 우리는 외부에서 유입된 트렌디하면서 쉽게 눈에 띄고, 소비하기 편한 형태와 공간, 경관, 그리고 소위 “유행(TRENDS)”들을 빠르게 습득한다. 이는 개발자들과 시 공무원들에게 익숙하진 않지만 지역적인 것들의 가치를 믿어 달라고 설득하는 것은 너무 어려운 일이기 때문이다. 이는 우리가 아직 우리의 도시 맥락을 제대로 고려하고 해석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능률적인 디자이너가 되기 전에 먼저 우리는 태국에 설계적 지식의 기반을 구축해야만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