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얼리치 아키텍처 워크숍 인터뷰
리얼리치 샤리프는 2011년 리얼리치 아키텍처 워크숍을 설립하여 지역성과 수공예를 강조하는 건축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인도네시아 반둥 공과대학교를 졸업하고, 호주 뉴사우스웨일스 대학교에서 건축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이후 영국 포스터 앤드 파트너스와 싱가포르 디피아키텍츠에서 실무 경력을 쌓았다. 2017년 인도네시아 건축가협회 자카르타 어워드를 수상했으며, 직접 설립한 오마도서관을 통해 작가와 교육자로서 건축의 사회적 가치 실현에도 힘쓰고 있다.
박: 박창현 소장(인터뷰어)
리얼리치: 리얼리치 샤리프(인터뷰이)
세계화 속에서 인도네시아 현대 건축
박 : 세계 건축의 흐름이 여전히 유럽이나 미국 중심으로 흐르고 있지만 점점 아시아로 쏠리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우리에게는 건축에 관여나 간섭할 문화의 자리는 없었습니다. 건축의 문화는 서구 중심으로 전개되어 왔고 우리의 의지와 무관한 흐름 속에 놓여 있었습니다. 그 과정에서 건축은 아시아에서 (일본, 중국 또는 싱가포르) 쌓아온 역사, 문화적 토대를 바탕으로 그 관심의 변화가 시작됨을 느낍니다. 이 때 우리는 아시아 건축의 상황을 점검하고 앞으로 변화되는 환경을 이끌어 나갈 건축가들의 연대가 필요하다는 것도 체감하고 있습니다. 지금 인도네시아 건축의 흐름을 간단하게 소개해 주십시오.
리얼리치 : 인도네시아는 여전히 ‘아름다운 수공예와 장인 정신’과 같이 풍부한 전통에서 오는 막대한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스튜디오와 같은 젊은 건축가들에게는 공공 프로젝트를 할 기회가 많지 않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많은 젊은 건축가들은 작은 개인 프로젝트를 하는 것으로부터 시작합니다. 이러한 현실적인 상황과 더불어, 인도네시아의 현대 건축의 트렌드에는 이를 주도하는 헤게모니가 존재하며, 문제는 우리가 이것에 어떻게 적응하며 또 얼마나 대담해질지에 대해서 예상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주목해야 할 몇 가지 사건 중 하나로 1993년 인도네시아의 젊은 건축가 협회 (AMI)가 주최한 Cross Flow Exhibition 전시가 그 운동의 시작이며 인도네시아 건축의 교착 상태를 타개하는데 큰 역할을 했습니다. 이 운동을 보고 역사학자 Abidin Kusno는 자본주의의 흐름에 일련의 이념으로 대응하기 위해 ‘모더니스트 세대의 뉴에이지’라는 제목의 건축 저서에서 이 현상을 논하기도 했습니다. AMI는 또한 인도네시아 건축이 정체성을 잃었음에 대해 통감하고 있는데, 이는 건축계에서 사용되는 언어들이 진부하게 쓰여지는 기득권자들의 언어를 따르는 경향이 있기 때문입니다. 이에 두 가지 상황이 수반되었는데 첫째, 기존의 전형적인 많은 공공 건축물에 전통적인 자바 양식의 건축이 적용되고 있다는 점, 두번째로는 해외에서 똑같이 베껴온 지중해 양식의 건물들이 지어지고 있다는 점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비판은 AMI의 운동 내부적으로도 있었는데, AMI의 핵심 멤버 중 한 명이자 URBANE 건축사무소의 수장인 Tardiyana에 따르면 “디자인 탐구는 AMI의 이전 세대가 남긴 현실적인 문제 해결을 위한 노력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AMI는 탈정치화의 시대에 활동하며 민간부문에서 큰 역할을 해왔지만, 우리 또한 외부 상황과 맞물려 정보의 흐름 속으로 빨려 들어가고 말았다. 1990년대 초, 책과 잡지들이 건축계에 범람하듯 쏟아져 나왔고, 당시의 글로벌과 로컬 사이에서 상충하는 고민은 책이나 잡지에 의해 잠식되어 단순한 시각적 문제로 전락해버렸다. 이는 AMI 회원들의 활동 반경이 보다 안정된 도시 중산층에게 치우치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AMI는 이러한 오명에서 벗어나려고 노력하지 않았고 이와 같은 노력은 아직까지도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기본적으로 AMI는 정체성에 대한 충돌의 시대이지만 나는 정체성만이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하며, 지금의 상황 속에서 더욱 비판적으로 생각하려고 합니다. 그 후 AMI는 전시, 책, 그리고 새로운 내러티브의 흐름 속에서 지금까지 이어져온 불합리에 대항하는데, 그로부터 몇 년 지나지 않아 전통주의자들은 AMI 또한 정체성에 반하는 행태를 취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나는 이로 인해 포스트모더니즘과 함께 전통적인 것과 새로운 것의 필요성 그 사이에서 생각을 해보게 되었습니다. 문제를 기반으로 무언가를 해결하고 있는가? 아니면 오히려 우리가 이 시대에 나타나고 있는 정체성과의 충돌로 야기되는 문제들에 기여를 하고 있는가에 대한 것들 말입니다.
박 : 기존 문화와 새로운 문화 사이의 갈등이나 그것을 해결해 나가는 과정은 중요하다고 생각됩니다. 인도네시아에서도 그런 문화적 차이와 각 세대간 차이에 대한 여러 논의가 여전히 진행되고 있다고 보는데, 당신이 생각하는 건축에서의 고민들을 현실적으로 어떤 과정을 통해 풀어 나가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리얼리치 : 예를들어 ‘구하 프로젝트’는 건축에 대한 나의 이해를 몇 단계나 발전시켰습니다. ‘구하’는 재료와 공간의 시적 표현입니다. 공간은 작지만 일련의 상상력이 중앙 뜰에서 절정에 이른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각 방의 세부적인 부분을 보면 그것들은 각자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고, 개방적인 동시에 가변적이며, 평면상의 유연함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 요소들 중 몇몇은 우리가 모종의 가능성을 탐색하며 진행했던 프로젝트들에서 나온 것이기도 합니다. 5년 전의 스터디는 모듈화, 최적의 언어, 4년 전 스터디는 텍토닉적 문법(형태적 패턴 언어를 사용하는 것)이며, 3년 전 스터디는 목재와 대나무 같은 자연 재료를 콘크리트, 강철, 유리, 벽돌, 석재와 결합하는 파격적인 시도를 했습니다. 2년 전에는 거시적 공간을 통해 또 다른 일련의 작은 공간들을 만들어내는 리좀적 공간에 대해 연구했습니다. 1년 전의 것은 방법론에 관한 것이었는데, 따라서 소프트웨어적인 것이자 디자인 과정에서의 사고방식에 관한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박: 지금 이야기한 과정 속에서 당신이 생각하는 원칙이 정리되어 있을 것 같은데 그것에 대해 이야기 해주십시오.
리얼리치 : 나는 건축을 만드는 데 세 가지 접근 방식이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첫 째는 합리적 건축을 만드는 방식이며, 다른 하나는 과거에 기반한 전통주의적 접근입니다. 세 번째는 나에게 가장 잘 맞는 것이라고 말할 수 있는 사색적인 방법입니다. 나는 이 세상의 모든 것들이 영감의 원천이 되어 건축을 아름답게 할 수 있다고 믿습니다. 문제는 우리가 이를 어떻게 조화롭게 만들어 나가느냐인데 각 영역별 한계에 도전하는 움직임, 역사적 관점으로 보면 일종의 시적 사상을 불어넣기 위해 많은 것들을 간략하게 표현해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디자인적 사고를 잠시 멈추고 그것을 확실하게 소화해내는 것입니다. 역사를 바탕으로 하는 문화는 고착화될 필요가 없으며, 현대 건축은 항상 질문에 대한 답을 합니다. 또한 보다 나은 건축을 위해 각각의 컨텍스트, 특정 영역, 건축주에게 정확한 답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박: 방금 말씀하신 내용을 실제 프로젝트를 하면서 전개 되었던 것들이 있나요?
리얼리치 : 있습니다. ‘알파 오메가 학교’를 설계함으로써 ‘구하 프로젝트’를 실현시킬 수 있겠다는 생각이 생겼는데, 디자인에는 언제나 한계가 없다고 느끼게 되었습니다. ‘알파 오메가 학교’의 재료를 보면 대나무와 철골 구조가 조화를 이루고 있습니다. 두 재료의 조합에는 각각 이유가 있는데 안전성과 편안함, 지속 가능성 등 최적의 조건을 갖추는 가장 합리적인 결과를 만들어내기 위해서는 영속성이 필요하다고 보았습니다. 한편으로 이는 문화적인 것이며, 인간의 관계와 이 세상의 모든 것이 다시 먼지로 돌아갈 것이라는 믿음이 있습니다. 나는 산림에 비유하는 걸 좋아하는데 건강한 숲을 만들기 위해서 작은 나무가 잘 자라도록 20~30년 된 나무를 자른다는 나무의 철학입니다. 무절제는 인간의 간결함과 살아있는 자연의 갈망과 관련이 있다고 봅니다.
박 : 한국의 현대 건축은 1920~30년대 생의 1세대 건축가를 시작으로 40~50년대에 태어난 2세대 건축가를 거쳐 지금은 70~80년대 생의 3세대 건축가의 활동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각 세대에 따라 시대적 상황에 맞춰 건축을 대하는 방법들은 당시의 가치관이 녹아 서로 조금씩 달라지고 있습니다. 인도네시아의 젊은 건축가들이 관심 가지는 주제는 무엇이고 인도네시아 건축계에서는 어떤 성격의 활동들이 있습니까?
리얼리치 : 나는 앞서 말한 대로 정체성이 여전히 중요한 문제라고 봅니다. 인도네시아의 많은 젊은 건축가들이 장식을 통해 개성을 얻으려고 하는데, 나는 그것이 낮은 차원의 얕은 생각에서 깊은 사색적 고민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1990년대 ‘인도네시아의 젊은 건축가 포럼’에서 반발이 크게 일었지만, 나의 스승이며 롤 모델 중 한 명이었던 Y.B.Mangunwijaya는 포럼(AMI가 주최한 포럼)이 보다 총체적인 설계 없이 형태만 가지고 놀 뿐이라고 이야기 하면서 사회 주택의 필요성과 같은 사회적 이슈는 전혀 건드리지 않는다고 비판했습니다. 이러한 이슈를 이야기 하는 인도네시아 건축계에는 선배 건축가 Andra Matin이 주도하는 AMI포럼과 전통적인 사고방식으로 대표되는 Josef Prijotomo가 이끄는 또 다른 포럼으로 나뉘어져 있습니다. 나는 그 두 영역 어디에도 속하지 않아 때때로 소외되는 것 같기도 하지만, 오히려 아무런 부담을 느끼지 않아서 좋을 때도 있습니다. 오히려 혼자서 좀 더 생각하고 나아나가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고 생각합니다.
박: 두 포럼이 경쟁적으로 내용을 만들어 내는 구조는 이로울 듯 합니다. 건축은 시장의 규모와 직접적인 관계가 있습니다. 한국에서도 70년대 이후 대규모 주택 건설 붐이 일면서 양적 팽창과 함께 건축 시장의 규모도 함께 커진 경험이 있습니다. 물론 규모가 커졌다고 질적인 부분이 보장되지는 않지만 적어도 상관 관계는 있다고 봅니다. 인도네시아에서도 이런 양적인 변화를 가져온 시기가 있을 것이라 생각됩니다.
리얼리치 : 인도네시아는 지금도 개발의 가속화를 겪고 있습니다. 정부 기관 중 공공주택사업부(The Ministry of Public Works and Housing)에서는 2015년 1145만 9875호의 주택을 지으며 인도네시아 주택 건설의 누적 통계치를 기록했습니다. 이 수치는 2018년 정부의 한해 100만호 조달 계획으로 몇 가지 해결책이 등장했는데, 특히 주택 소유를 용이하게 하기 위해 공공 주택과 은행 규제를 풀었고, 이는 주택 개발자들과의 긴밀한 협력을 통해 나타났습니다. 이러한 데이터는 건설과 건축 산업이 계속해서 성장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또한 2017년 건축법 제6호 제정 이후 공인 건축가가 늘고 있고 인도네시아 건축가협회(IAI)의 2018년 회원 수가 1만8000여 명으로 7000여 명이 추가적으로 인증을 받았습니다. 반면 인증된 건설업종 숙련인력은 현재 활동 중인 인력 810만 명 중 72만 명에 이르는데, 이러한 증가세는 자바 섬, 특히 자카르타와 주변 위성도시에 집중되어 있고 수치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가속화가 진행됨에도 인도네시아 인구 2억 6,400만명 중 1000만 명에 육박하는 자카르타의 인구 수 대비 건축 전문 인력의 수는 부족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영국의 RIBA에서는 총 인구 6,600만 명 대비 인증된 건축가의 수가 총 5만 4천 명에 달하고 있습니다. 건축가의 비율도 중요하지만, 건축가의 수가 꾸준히 증가한다는 것은 지역사회와 건축가 사이의 건전한 사업 관계를 의미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이는 어쩌면 인도네시아에는 자국을 대표할 수 있는 건축가는 부족하며, 이들은 소수의 건축가들로부터 모종의 압력을 받고 있기에 늘어나지 않다고 할 수도 있습니다. 정체성에 관련한 논의는 짧게 신선한 느낌을 줄 수 있지만 한편 이것들이 인도네시아 건축계의 자존심에만 그칠 경우, 앞으로 더 나아가지 못하고 실패하는 모습을 보였고 나 역시 이에 별다른 기여를 하지 못한 것 같아 반성하게 됩니다.
박 : 건축은 혼자 설 수 없고 그 나라가 쌓아온 문화적 토양과 긴밀하게 엮여 있어 짧은 시간에 그 성격을 만들어 내는 것은 쉽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건축 자체는 문화와 건물의 결합이라고 보는 관점에서 본다면 문화적 가치를 부여하는 방식으로 건축에서는 어떤 시도들이 일어 나고 있다고 보십니까?
리얼리치 : 우리의 문화적 자산에 대해 정의하는 것은 여전히 중요한 사안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가진 문화적 풍요로움에 관련하여, 어떻게 하면 많은 것들을 다룰 수 있는 건축적 언어와 문법을 정의할 수 있을까에 대한 것들 말입니다. 나는 예를 들어 우리의 DNA를 찾기 위해 텍토닉, 수공예, 방법론을 연구하며 이해하려 했고, 이를 프로젝트에도 적용해보았습니다. 나는 우리가 가진 문화적 가치는 분명 강력하지만 지금의 결과는 그에 못 미침을 알고 있습니다. 내어줌(surrender)의 정신을 가르친 Subud와 Sumarah(일종의 종교적, 영적 철학, 운동)의 Paguyuban(커뮤니티)처럼 무위, 무소유는 세상에 대한 자기 반성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것입니다. 우리는 자연과 조화를 이루어야 하며, 그 원리가 바로 Rahayu입니다. 우리는 아직도 우리 고유의 정착지에 대한 문화 철학을 많이 가지고 있는데, 예컨대 Rahayu의 정신을 함양한다는 것은 우리 자신이나, 타인들에 국한 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을 위해 어떻게 조화를 이룰 것인가에 관한 것입니다.
박 : 한국에서도 마찬가지고 세계화가 일어나면서 90년대부터 유학을 많이 간 건축가들이 활동을 많이 하고 있고, 직간접적으로 그것이 서구의 건축과 접점을 만들어 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당신은 인도네시아에서 일반적인지 모르겠지만 다양한 나라에서 공부하고 일을 했습니다. 호주, 런던, 싱가포르에서의 경험이 당신의 작업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까?
리얼리치 : 나는 건축 기술과 장인 정신을 통합하는데 있어서 어떻게 하면 비판적인 동시에 창의적일 수 있는지에 대해 고민해왔고 스스로를 훈련시키고 있습니다. 현재의 인도네시아의 건축 흐름에 도전하거나 혹은 디자인의 문제를 정의하거나 그 문제에서 출발하는 것에 있어서 맥락적인 부분들을 어떻게 이해할지에 대해 생각해보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Foster&Partners에서의 경험은 세계 최고의 글로벌 대학들과 비교하여, 인도네시아의 대학을 졸업한 젊은 건축가들이 역량적으로 차이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해주었습니다. 하버드대, 매사추세츠공대 등 글로벌 대학과 인도네시아 건축대학, 특히 ITB를 졸업한 젊은 건축가들의 질적 차이는 비판적 사고력과 논쟁적 능력에 있다고 느낍니다. 인도네시아의 학부 과정은 건축의 기술적인 측면에 더 중점을 두고 있는 반면, Norman Foster의 스튜디오와 같은 곳에서 필요로 하는 것은 무언가를 생산 해내기 위한 방법과 이론에 대한 건축가의 비판적 관점입니다. 인도네시아의 교육 시스템은 학생들을 강제하는 경향이 있지만, 적어도 전문 분야에서는 우리는 우리 스스로를 발전시킬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어쨌든 우리는 오랜 전통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이를 어떻게 미래에 사용할 수 있을 것인가는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나는 Norman Foster의 스튜디오에서 일한 후 거의 5년 동안 이런 느낌을 지우지 못했고, 그러한 경험은 나로 하여금 우리의 전통을 다시 바라보게 만들었고 이에 대해 이성적으로 생각해보게 되었습니다. 결과적으로 나는 과거와 미래를 연결하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예를 들어, 나의 Rahayu는 과거의 협동적인 과정(collaborative construction process)에서 2017년에 건축학과 학생들을 위한 무료 학교를 어떻게 만들 것인가에 대한 아이디어를 가지게 되었습니다.
박 : 그리고 당신은 태어난 곳과 배운 곳 그리고 지금 일하는 곳이 각각 다릅니다. 인도네시아와 지리적 차이점에서 오는 각각의 영향을 어떻게 받았다고 생각합니까?
리얼리치 : 나는 무역의 도시인 ‘수라바야’에서 태어났고, 어린 시절의 짧은 기간을 문화의 도시 ‘발리’에서 보냈습니다. 그리고 수도인 ‘자카르타’로 이사를 갔는데, 당신도 알다시피 도시가 파편화되어 엄청난 교통 체증이 있는 곳입니다. 그리고 자바의 ‘파리’라고도 불리는 네덜란드의 식민 도시였던 ‘반둥’에서도 공부 하면서 인도네시아의 중요한 4개의 지역을 모두 경험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는 인도네시아가 얼마나 방대한지 보여주는 예이기도 합니다. 우리 프로젝트 중 몇 가지는 나의 배경과 관련이 있는데, 그것은 서부 자바 수메당 출신의 장인들과 시공한 것으로 이들은 전통 수공예품을 잘 만드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우리는 장인들과 함께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자바의 여러 부족과 협업의 결과물을 만들어 냈습니다. 나무와 대나무는 서쪽에서, 건축 구조는 동쪽에서, 마감은 자바 중앙에서 왔으며 이는 문화, 건축 기술, 그리고 지역 재료의 통합적 결과물이라고 생각합니다. 종합적으로 나는 식민지 건축과 풍부한 자바의 전통이 어우러진 부유한 문화 도시 ‘수라바야’에서 받은 영향이 컸습니다. 우리 가족은 보르네오 출신의 건축가 집안이며, 아버지는 내게 건축술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의 기초를 전수해준 고마운 토목 기사이기도 합니다. 1998년 인도네시아에서 발생한 위기로 아버지의 사업이 중단되자 ‘자카르타’로 건너가 ‘반둥’에서 공부했고, 싱가포르, 런던에서도 일했습니다. 나는 포스터 앤 파트너스 런던의 노먼 포스터 경 밑에서 일했고 그것은 나 자신의 지역적인 전통을 잃지 않고 건축을 하는 것과 같은 세계적인 문제에 대한 비판적 사고를 넓혀 주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나는 건축의 통합적 접근 방식에 대해 비판적 태도를 반영하고 재구성하기 위해 그곳에서 의미 있는 시간을 보냈습니다. 마지막으로 나는 호주에서 석사 과정을 졸업했는데, 현지의 문화 안에서 틀을 만들어나가고 일을 한다는 것은 언제나 놀라운 경험의 연속이었습니다.
박 : 어렸을 적 기억과 지역에 대한 경험, 그리고 다양한 문화적 습득이 작업에 영향을 미치는 것 같습니다. 이후 스튜디오는 어떤 길을 걸어갔나요?
리얼리치 : 이후 나는 인도네시아 독립 이래로 60년 간 3대째 내려온 우리 건축 집안의 오랜 역사와 함께 나를 둘러싼 문화를 재정립하였는데 그 당시에는 그러한 작업에 적절한 이름도 없었던 것 같습니다. 감독자들과 노동자들의 관계는 몇몇 고객들에게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친밀하고 개인적이었고 이러한 관행은 인도네시아의 건축에 대한 신뢰, 품질, 그리고 진정한 디자인 혁신으로 발전되어 왔습니다. 그 후 우리 스튜디오의 작업은 공예가, 디자이너, 사람, 건물 전체의 조화로운 관계를 중요하게 생각했습니다. 스튜디오 작업, 의뢰인 및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 등으로 인해 이런 나의 믿음이 발전되었던 것이죠. 그래서 나는 전통주의자와 합리주의자가 되는 두 가지 흐름에서의 경험이 오히려 나를 그 두 흐름으로부터의 분리가 아닌 양쪽 세계에 대한 통합의 역할을 하게 하며, 우리의 작업은 나의 뿌리를 바탕으로 100% 글로벌 할 수도 있고 100% 지역적인 것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The Guild (2016년) + Guha (2020년)
박 : 두 번의 리노베이션으로 완성된 이 프로젝트는 시간이 지날수록 다양하게 바뀌어서 매우 흥미롭게 느껴집니다. 첫 번째 리노베이션 작업의 이름을 ‘길드’, 두 번째 확장과 함께 리노베이션 한 작업을 ‘구하’라고 이름을 각각 붙였습니다. 각 리노베어션 진행 과정에서 중요하게 생각했던 내용도 있어 보이고 그렇게 변화된 내용들을 보면 변화 과정이 보입니다. 그리고 ‘구하’에서는 이전 프로젝트에서 시도했던 내용도 적극적으로 표현되고 있습니다. 이 프로젝트를 처음 시작할 때 기능의 확장이나 물리적 변화 과정을 고려하셨나요?
리얼리치 : 나는 항상 변화하며, 항상 새로운 것을 찾아 왔습니다. 2015년부터 이 건물에서 문법을 형성하는 텍토닉을 실험해보았고 이는 여러 단계로 완성됐죠. 그래서 기본적으로 각 단계는 콘크리트, 나무, 철, 돌, 대나무에 이르기까지 각 재료에 따른 구조적인 문법들을 보여줍니다. 그리고 나는 각 단계에서 형태와 공간, 건축적 시스템을 통합하여 문제를 해결하고 건축을 형성하는 다른 방법들이 있다는 것을 이해하면서 진행했습니다. 그리고 그런 문제들을 해결해나가고 어려움의 한계를 극복해나가는 건축가들에 대해 관심 가지고 응원하고 있습니다.
박 : 지금 이야기한 각 단계에서의 문제 해결은 건축 뿐 아니라 다른 영역에서도 일어나는 과정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리얼리치 : 그렇습니다. 저는 그런 과정에 대해 예술가들의 작업에서도 영향 받고 있는데 Xu Bing의(중국의 예술인)의 작품을 볼 때면, 그가 예술을 담론으로 만들기 위해 일관성 있는 노력, 심도 있는 연구를 통해 작업을 시작했다는 것을 느끼곤 합니다. 인도네시아에는 세명의 예술 거장이 있습니다. 첫번째는 예술 자체를 담론으로 하는 Sindoesoedarsono Soedjojono, 두번째는 기술적 전문지식을 바탕으로 예술을 하는 Basuki Abdullah, 세번째는 육체와 미각을 표현하는 예술을 하는 아판디Affandi입니다. 세 예술가의 사상에서 나는 다음 세 가지가 예술과 건축의 경계를 관통한다고 믿고 있습니다. 건축은 Bahasa어로 눈에 보이는 영혼(visible soul)을 뜻하는 ‘지우케톡 Jiwo Ketok’의 개념을 발생시키는 담론이자, 기술적 전문 지식, 육체와 미각의 표현인데 이는 세 사람의 사상이 접하는 지점으로 수조조노S.Sudjojono가 주창한 개념입니다. 건축에서 ‘지우케톡 Jiwo Ketok’의 발현 과정은 거시적인 것에서부터 디테일 한 작업이라고 할 수 있는 전반적인 설계 프로세스 형성 과정에서 일어납니다. 이러한 디테일들은 많은 실패와 실험을 포함하는 일련의 학습 과정의 경험입니다. 그런 경험과 함께 우리에게 생활과 일의 영역에서 미래에 융통성을 주기 위해 몇 차례 리노베이션과 확장 모두를 고려하려고 노력했습니다.
박 : 구하와 길드라는 단어는 어디서 나왔나요? 그리고 이곳은 어떤 기능으로 이루어져 있나요?
.리얼리치 : 구하(Guha)라는 이름은 동굴을 뜻하는 산스크리트어에서 유래했으며, 카르티케야(Kartikeya)라는 전쟁의 신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건축적 측면에서 구하라는 새로운 프로젝트와 “길드”의 리노베이션이 결합된 것인데 Anas Hidayat과 함께 그 과정을 책으로 쓰기도 했습니다. 이 프로젝트는 오마도서관, 치과, 레지던스, 구하 밤부라는 스튜디오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구하는 끊임없이 탐구하고 싶은 개인적인 소망의 실현인 셈입니다.
박 : 길드+구하가 있는 주변의 맥락을 볼 때 주거지 안에 지어졌는데 이 동네는 어떤 성격의 동네이고 이 건물의 지리적 특징은 어떤 것들이 있었습니까?
리얼리치 : 구하는 1990년대 전후로 개발된 주택단지에 위치해 있습니다. 남쪽의 인근 지역은 기능적으로 지어진 지중해 양식이 혼합된 집들이 즐비합니다. 한편 북쪽 지역은 좁은 길로 접근 가능한 모스크와 단층 하숙집, 가설물로 만든 커피숍, 길가에 가판대, 급식소 등이 있으며 이 지역은 범죄율이 높은 편입니다. 남북의 주변 여건 차이에 의해 생기는 특징들 외에 북쪽에서 남쪽으로 2m 정도 기울어진 경사가 있고 진입로인 서쪽은 15분 이상 비가 오면 침수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박 : 길드에서는 집의 영역과 스튜디오가 한 건물에 있는데 각 기능은 어떻게 연결과 분리를 고려 하였나요? 외부 사람들이 들어올 수 있는 스튜디오 공간은 1층으로 입구와 작은 도서관, 그리고 외부 수공간이나 수영장이 혼재되어 보이기도 합니다.
리얼리치 : 배치는 크게 두 구역으로 나뉘는데, 작업 공간이 1층에 있기 때문에 주거는 위층에 있습니다. 건물 주 출입구는 건물 서쪽에 있는 문을 통해 건물 안으로 들어가게 됩니다. 이 문은 테라스로 바로 연결되는 동선으로 기능적 위계 상 처음 오는 방문객들을 위한 응접실 역할을 함께 하고 있습니다. 테라스에는 문이 두 개 있는데, 첫 번째 문은 스튜디오와 거실로 통하며 두 번째 문은 도서관과 안뜰로 통하는 출입구로 나누어져 있습니다. 그리고 남쪽 테라스 방의 벽 뒤에는 직원들과 손님을 위한 화장실이 있습니다. 도서관은 건물의 서쪽에서 보이는 건물 담장과 평행한 긴 공간인데 도서관의 남쪽 끝에는 연못과 안뜰로 이어지는 원형 통로가 연결 되어 있습니다. 또한 도서관 위에는 모든 직원이 바로 사용할 수 있도록 팬트리와 식당이 있습니다. 2층 패밀리룸은 소유주만이 접근할 수 있는 전용 구역이며 팬트리와 식당이 있습니다. 패밀리 룸에는 비슷한 모양의 문이 두 개가 나란히 있는데 거실 북쪽 벽면에 있는 왼쪽 문은 테라스로, 오른쪽 문은 계단으로 연결된 위쪽 층으로 연결됩니다. 패밀리룸은 벽면 면적과 비슷한 원형 창을 통해 연못, 안뜰(외부 마당 공간)과 바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직원의 영역과 주거 영역 사이의 동선이 테라스로 분리되는 동시에 우리는 안뜰을 통해 모든 직원들과 함께 연결된다고 할 수 있습니다.
박 : 지금 이야기 한 것처럼 내용을 보면 안뜰이 각 프로그램의 연결을 도모 하고 있고 내부에서 바라보는 외부 경관에서 조경이 상당히 계획적이라는 점을 알 수 있었습니다. 조경에 있어서 어떤 의도가 있었으며, 기후 조건과 관련하여 고려한 점들도 있나요?
리얼리치 : 그것의 의도는 미시적인 기후를 만들기 위함입니다. 구하 조경 컨셉은 야생 식물에서 선별한 잡초, 프란지파니나무, 풀 등 관리하기 쉬운 식물들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최대한 단순하게 녹지를 조성하여 겉치레가 아닌 진짜 ‘미시 기후’를 제공하는 것이 목적입니다. 주위 온도를 낮추는데 도움을 주는 한편 아름다운 주변 환경까지 조성하는 일종의 조경 실험이었습니다. 시간이 흐르면서 단열재로서의 덩굴과 그늘을 만드는 여러 식물들을 도입하게 되었습니다. 모종부터 무성해 지는 과정에서 우리가 수확한 씨앗들을 필요한 친구들에게 나눠 주기도 하고 때로는 시공자들에게 다른 사람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도록 이 씨앗들을 심어달라고 부탁하기도 합니다. 시간이 지나 길드는 숲처럼 변해 작은 저수지까지 갖추게 되었습니다.
박 : 외부와 내부의 연결은 지역의 기후적 특징이 많은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합니다.
리얼리치 : 그렇죠. 기본적인 컨셉은 기후에 따른 대지 내 국지성 침수를 막기 위한 것인데, 집 앞 도로가 200미터 밖에 떨어지지 않았고 수로로 향하는 경사도 약하기 때문입니다. 또한 이 집은 자체의 배수로가 없습니다. 그리고 단지 내 다른 도로에 비해 대지도 낮습니다. 집 주변으로 높이 12m의 나무 3그루가 남쪽 건물을 에워싸고 있는데 주변에 나무가 많아 쾌적한 환경을 얻을 수 있도록 설계되었습니다. 그리고 향후 있을 공공 도서관의 단계적 변화에 대해서도 대비하였습니다. 도서관은 하루에 총 50명 정도의 사람들이 이용할 수 있으며, 어린 아이들이 외부에서 공놀이를 하고 책도 읽을 수 있는 편안한 놀이 환경을 조성할 수 있도록 도와줄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동시에 주변 환경과의 조화를 위해 프라이버시도 보장하고 이웃을 방해하지 않는 생각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박 : 외부에서 볼 때 안뜰과 함께 입면에 나타난 창의 형태나 빛을 들이기 위한 천창의 형태는 어디서도 볼 수 없는 독특한 형태이며 구조적으로도 많은 스터디를 거쳐 나온 결과로 보이는데 이런 결과는 어떤 내용에 기반한 것입니까.
리얼리치 : 중요한 부분 잘 지적해주셨습니다. 그 결과의 근본적인 형태들은 케라왕Kerawang에 있는 바투자야Batujaya사원과 보로부두르Borobudur사원 같은 오래된 석재 구조에서 영감을 얻었습니다. 이 구조물들은 아주 매혹적인데 그 이유는 첫째, 그것들은 지속적이고 창의적인 기술의 결과에서 나온 일종의 건축 작품이기 때문입니다. 둘째로 작품의 구조가 정체성을 찾기 위한 대담한 표현의 결과이며 세 번째로 이 작품들은 역설적으로 스스로를 주변과 조화롭게 하는 다중 해석 담론을 제기하며 그 경계를 확장하는 특징이 있습니다. 이런 특징을 프로젝트에 넣는 과정에서 현실적으로 우리의 상황에 맞게 형태를 변형하여 적용한 많은 반복적인 형태들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건물 내부로 자연광을 들이고 바람 길을 만들자는 구상이었습니다. 또한 더위 때문에 서쪽 파사드를 차단할 생각도 가지고 있었습니다. 디자인에서는 원시적 형태의 요소들이 실험적인 시도뿐 아니라 스튜디오를 대중과 연결시켜 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원 모양의 창을 비롯한 모든 형태들이 단순하고 원형적인 형태이기 때문인데 그것은 텍토닉적 문법, 물질을 다루는 것, 내가 느끼는 것을 만들고, 그리고 내가 만든 것을 느끼는 것은 이곳의 전통 문화와 기후에서 시작됩니다.
박 : 그런 다양한 내용을 스터디 해가면서 진행되어서 그런지 길드와 구하는 6년이라는 시간 동안 진행되었습니다. 그 시간 동안 당신이 작업해오던 프로젝트에서 다양한 시도와 생각들이 겹쳐 있을 것이라 생각됩니다.
리얼리치 : 건축은 평균적으로 6년이라는 짧지 않은 시간 동안 이루어졌으며 실제로 저는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 적당한 기간이라고 생각합니다. 카를로 스카르파는 브리온 가족 묘지나 베로나의 카스텔베키오, 베네치아 올리베티 박물관 등 문법적 구조가 강한 작품들의 공사를 완료하는 데 20~30년이 걸렸지요. 안토니오 가우디의 카사 밀라 같은 건축뿐 아니라, 인도네시아의 두 건축물, 맥클레인 폰트(Maclain Pont, 1920~1940년대 인도네시아에서 활동한 네덜란드 건축가)가 디자인한 교회, 그리고 세마랑semarang에 있는 J.P 코엔이 디자인한 로앙세우 단지Rawang Seu Complex에 있는 작품도 마찬가지로 긴 기간이었습니다.
박 : 그런 긴 시간 동안 스터디 하면서 정리된 내용이 있다면 소개 해주면 좋겠습니다.
리얼리치 : 텍토그램tectogram(tectonics grammar)은 우리가 작업을 하며 여러 시도와 시행착오들을 거쳐 한 일을 집약한 시적 단어입니다. 건축은 담론, 기술적 전문 지식, 신체와 감정의 표현으로서 영혼의 형태로 나타나는 ‘지우케톡 Jiwo Ketok’의 개념을 낳게 합니다. ‘지우케톡’은 텍토그램의 접점으로 귀결되면서 만들어진 개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종종 앞서 말한 사원들을 방문할 때 나는 스스로에게 구축된 결과물들이 초기 계획에 부합하는지 어떻게, 왜 그런 지를 거듭 자문합니다. 이는 설계의 방법론과 설계 구현이라는 두 단어로 집약되는데 사실 두 가지를 모두 발전시키려면 이들을 지속적으로 개발해서 변형할 수 있게 해야 합니다. 둘 다 표준화, 계획화, 재평가해야 할 요소들이며 실현은 텍토그램의 세계, 방법론은 메소드그램methodgram의 세계로 펼쳐집니다.
박 : 파사드에서 뿐만 아니라 건물 곳곳에서 모양이 다른 천창을 포함하여 실험적인 요소들이 많이 보입니다. 각각의 요소들은 어떤 역할을 하며 주거와 오피스 건축에서 어떤 방향을 제시하고 싶은 것인가요?
리얼리치 : 사실 효율적이고 아름다운 많은 문들이 이미 형태적으로 디자인되어 있기 때문에 우리는 다른 크기의 문을 만들지 않고, 하나를 복제해 프로젝트 전체에 사용했습니다. 우리가 선택한 연구 방법론은 시공 도면들을 수집·검토하고, 세부 사항들을 익히는 것이었는데, 프로젝트가 완료되는 시점까지 그리고 다음 단계의 프로젝트로 이어질 과정 속에서 끊임없이 생겨날 중요한 세부 사항들을 선정하는 bottom-up 연구였습니다. 틀을 잡는 과정에서 패턴, 힘, 개념 등 3가지 매개변수를 바탕으로 세부 사항을 선정하는 몇 가지 기준이 있었습니다. 그 다음, 8가지 재료의 범주로 세부 사항을 구분합니다. 이 작품에는 콘크리트, 돌, 나무, 벽돌, 플라스틱, 유리, 금속, 대나무 등 8가지 재료가 있죠. 이 경우 8가지 소재는 서로 다른 성격을 가지고 있습니다. 우리의 목표는 우선 우리의 작업에서 재료를 바탕으로 한 디테일 작업 범주에 대한 추가적인 평가를 위한 시야를 확보하는 것입니다. 최적의 설계로서 건축의 다양성을 보여주고 기후와 문화를 지속 가능한 건축으로 연결시킬 수 있도록 현지의 재료를 사용할 것을 제안합니다.
박 : 다양한 프로그램이 공존하는 건물인데 그 중 ‘오마 라이브러리’에 관해 묻고 싶습니다. 건축 교육과 관련된 다양한 프로그램이 진행되고 있고 이 건물에서도 중요한 내용이라고 생각됩니다. 그곳의 교육은 누구를 대상으로 어떻게 시작되었고, 교육 과정은 어떻게 되나요? 앞서 묻긴 했지만, 이곳에서 추구하는 교육관은 무엇인가요?
리얼리치 : ITS 수라바야 대학에서 학생들의 마지막 프로젝트를 평가하고 나서 기억에 남는 일이 있었습니다. 그것은 갑자기 20명 정도가 우리 스튜디오에서 인턴십을 하고 싶다고 신청했습니다. ‘다 받아 주고는 싶지만 그러기에는 공간이 부족하다, 이 스튜디오는 이미 너무 좁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 고민을 나의 부모님과 의논한 끝에 부모님의 집에서 사용하지 않는 정원에 정자를 지을 수 있도록 허락을 받았습니다. 파빌리온에서는 인턴생들이 토론을 하고 건축 경험을 공유하게 되었습니다. 오마는 젊은이들을 위한 공부 하는 장소로, 나 또한 그들에게서 많은 것을 배운 곳입니다. 인턴들이 학교로 돌아가자 파빌리온은 비게 되었고 그곳에 오마OMAH라는 도서관을 세우자는 생각을 갖게 되었습니다. 그때부터 오마OMAH의 여정이 시작되었죠. 그때 나의 동료들과 함께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파빌리온을 사용하기 시작했습니다. 나는 John Lang의 메시지를 기억합니다. “배우기 위해서는 가르침을 시작해야 한다.” 내가 살고 있는 이곳을 건축이 아름다운 장소로 발전시키고 싶고, 건축에 대해 감사하고 이해하고 함께 논쟁할 수 있는 친구가 생겼으면 합니다.
박 : ‘오마 라이브러리’에서 진행됐던 강의들은 주로 어떤 내용들로 이루어졌나요? 15~17년까지만 진행되었는데 앞으로의 계획은 어떻게 되나요?
리얼리치 : 우리의 여정은 2014년 12월에 시작되었습니다. 오마도서관은 2014년부터 2018년까지 워크숍, 강연회, 나눔 세션, 학교, 전시회 등 어린 학생들의 발전을 지원하기 위한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습니다. 세부적으로는 (1) 출발 1, 2, (2) 건축가 되기, (3) 벽 뒤의 비밀 이야기, (4) 유틸리티 등 서로 다른 것들에 초점을 맞춘 다양한 전시를 기획했습니다. 교육 및 학습 활동에 대해서는 무료 학교 및 펠로우쉽 학교가 있습니다. 이 두 활동의 차이는 개별 개발 시스템인데 무료 학교 활동은 건축에 있어 기술력을 기르도록 고안된 반면, 펠로우쉽 학교 활동은 개인의 건축 독창성 개발을 강조합니다. 이 두 가지 학습 시스템은 학생들이 그들의 직업적 진로의 방향을 결정하는 데 도움을 주기 위해 시작되었습니다. 2015년 오마 도서관 출판물의 초기 결과물로 “Alpha’s book”이 탄생했습니다. “Alpha’s book”에는 AMI(젊은 인도네시아 건축가)의 “탐색 1990-1995”에서처럼 네트워크를 형성하기도 하고 여행은 중요한 것이라고 가르치며, 이것들은 건축가들의 필수적인 소양이라는 내용의 대화가 담겨 있습니다. 오마 도서관은 현재 매월 1권씩 활발하게 책을 발간하고 있고 올 9월 우리는 두 권의 책을 출시했습니다. 이러한 행동은 건축에 선함을 전파해야 한다는 것인데, 이는 올바른 이론적 근거와 균형을 이루고 있습니다. 나는 오마 도서관과 관련하여 2025년에 있을 첫 목표를 가지고 나아가고 있습니다. 이것은 인도네시아가 많은 젊은 건축가와 학생들을 위한 건축 연구 플랫폼이 있어야 한다는 나의 관심에 기반을 하고 있으며, 이는 세대간의 연결를 도모하는 한 가지 방법이 되어, 오마가 이들 건축가들에게 하나의 선택권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박 : 앞서 이야기 했던 것과 같이 지금 세계는 변화의 기로에 서 있습니다.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했던 펜데믹 상황은 우리의 삶을 변화 시키고 있고 안전에 대한 더 큰 주의를 기울이게 하고 있습니다. 주거의 방식이나 사람들끼리의 관계도 변화하고 그에 따른 대응도 필요하다고 생각되는데 코로나19에 의한 감염율과 사망률이 높은 인도네시아에서는 어떤 변화가 일어나고 건축계에서는 어떤 논의가 있나요?
리얼리치 : 나는 팬데믹 상황과 그것이 건축가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 몇 가지 이야기와 연구를 했습니다. 나는 현재의 코로나 시대를 반영하기 위해 그 현상을 주시하고 있습니다.
1. 프로젝트의 진행 속도가 매우 느려질 것
2. 분산형 스튜디오 팀과 프로덕션 팀의 통합
3. 뉴노멀에 도달하고 평가해야 할 때
더 건강한 환경은 사실 사람들의 삶을 향상시키는 데 일조할 수 있는 프로젝트를 늘리는 것입니다. 고층, 고밀도 도시 생활 사이의 중간 지대를 찾는 것에 관한 프로젝트들 말이죠. 따라서 COVID-19의 시대는 새로운 밀도 개념을 가지는 시대, 새로운 도시 환경에서 우리 도시의 발전을 모색하는 것에 대해 목소리를 낼 필요가 있습니다. 우리 도시의 인구밀도를 고려할 때 어떻게 하면 이러한 환경 속에서 지역 사업을 창출해낼 수 있을까? 지역 및 일상적인 사업에 관한 이 곳의 법은 복잡하기 때문에 정부는 허가와 관련하여 단순화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박 : 주거의 형식은 기후조건이나 문화에 의해 그 상황에 맞게 변화되어 왔다. 지금까지 인도네시아에서의 주거의 변화는 어떤 흐름이 있었고 앞으로 어떤 특징으로 변할 것 같은가?
리얼리치 : 우리는 침략 이전의 시대, 식민지 시대를 거쳐 지금은 식민지 시대 이후의 시대입니다. 여러 부족의 풍요로움과 현대적인 삶이 조화를 이룬, 실로 다양한 나라이죠. 건축물이 지어지는 과정에 관해서, 아주 먼 미래의 인도네시아 건축은 아마도 새로운 기술과 전통적 기술을 연결하는 것이 덜 중요하다고 생각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우리는 때때로 산업 자체를 믿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우리는 우리의 문화 자체를 형성하는 인간이라는 존재에 대해 생각합니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들은 기존의 문화나 건축가들 사이에서 독특한 무언가를 만들어 낼 것입니다. 따라서, 우리는 우리의 방향을 공예 그리고 우리의 영감이 되는 실험들 사이의 가교로서 재정의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인도네시아는 특유의 방대한 다양성에서 기인한 독특한 배경을 가지고 있으며, 어떻게 하면 기존의 사고 방식에서 벗어나 더 많은 생각을 하는 동시에 전통을 잃어버리지 않고 혁신을 할 것인가가 과제이며, 기후와 문화가 그 기본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미래는 보다 다원적인 접근에 기반할 것이다. 우리는 기술과 건축을 어떻게 통합할 것인가에 있어서 다음에는 어떤 접근법을 사용하게 될 것인가에 대해 지금도 고민하고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