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과 상황의 재현
- 처음 대지를 방문했을 때 마주한 것은 오랜 시간 동안 골목길을 지키고 서 있었을 커다란 목련 나무였다. 마침 따뜻해진 날씨에 나무에는 흐드러지게 목련이 피어 있었고, 바람에 날린 꽃잎은 골목길 초입까지 우리를 마중 나와 있었다. 건물 앞을 지나가던 사람들은 나무 그늘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다 가기도 하고, 점심시간이면 식사를 마친 주변 직장인들이 나무 아래에 옹기종기 모여 이야기를 나누다 가기도 한다. 목련 나무는 사라졌으나 나무가 가지고 있던 이미지만은 과거와 현재를 관통하여 이어지기를 바랐다. 나무가 서 있었던 과거 골목길의 녹음과 꽃의 이미지를 건물 입면에 투영하여 새로운 건물이 들어선 현재에도 그 기억을 다른 방식으로 이어가고자 했다. 과거 건물에서 느꼈던 구상적 형상보다 그 당시 길에서 벌어지는 행위와 분위기를 이어 나가는 것이 더 적절하다고 생각했다. 과거 계절별 변화와 푸르름, 그늘과 위안, 공적 공간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행위들이 앞으로 연결되는 것이 더 중요하다. 재료의 마감은 과거 건물에서 사용하던 붉은 벽돌을 선택하고 도로와 접한 1층 입면은 최대한 개방감을 주면서 길 가까운 곳의 식물들은 더 세밀하게 계획하였다. 건물 1층 기능에 대해 다양한 접근이 가능하지만 많은 사람에게 개방된 그리고 접근할 수 있는 기능을 상정하고 계획한다. 과거 건물에 있던 반지하의 공간을 이용해 낮은 1층으로 계획하여 좁은 면적으로 인한 답답함을 해결한다. 각 층의 입면은 층의 구분을 모호하게 입면을 구성하였고 계절과 시간을 드러내는 식생들을 사이에 두어 차가운 이미지를 상쇄하고 이전의 푸르렀던 기억과 연결한다.
깊이
- 연암빌딩의 입면에서는 수평적 면의 연속 속에 빛과 그림자의 대비로 깊이의 감각을, 재료에서는 보는 거리에 따라 다양한 변화와 이미지를 통해 이야기를 담을 수 있는 시간을, 내부 공간에서는 어둠과 밝음의 대비로 심리적 효과를 느낄 수 있도록 계획하였다.
입면
- 요즘 도로에서 보는 건물의 입면은 점점 매끈한 형태를 띠고 있다. 더 얇고 더 투명한 재료로 그 재료의 속성을 숨기고 있다. 점점 매끈해지는 입면과 공간에 의해 도시의 기억이 점점 지워지고 있다. 우리는 그러한 매끄러움 대신 형태의 굴곡이나 질감, 재료의 속성을 드러내는 방법으로 이야기한다. 입면에 굴곡을 만들어 그림자가 생기게 되면 깊이가 생기고 그 사이에서 새로운 가능성이 생긴다. 입면에서는 그런 깊이감을 더 부각하기 위해 요철이 있는 입면의 양쪽 모서리를 같은 재료인 벽돌로 얇게 처리해 대비시키는 방식을 사용하였다. 그리고 서로 다른 크기의 입면 안쪽의 어두운 공간에는 움직임과 변화를 보여주는 식물과 창이 자리 잡고 있다.
재료
벽돌 : 한 가지 벽돌을 사용하는 방식에 따라 다양하게 변화를 주며 각각의 역할을 부여하였다. 일반 벽돌, 일반 벽돌에 벽돌과 같은 색의 평줄눈, 빛에 따라 다양하게 표현하는 질감을 준 줄눈, 벽돌을 반토막 내어 단면을 사용한 벽돌 등 사용되는 위치에 따라 다양한 성격을 드러내는 방식으로 재료를 사용하였다.
테라코 : 테라코의 어두운색은 빛의 각도에 예민하게 반응한다. 벽돌과 달리 재료의 줄눈도 없어 하나의 형태로 읽힌다. 큰 도로에서 보이는 검은 입면은 동쪽에서의 효과, 도로 뒷면은 서쪽에서의 낮은 입사각의 효과로 건물 인상을 극대화하며 다양한 질감을 표현한다.
목재 : 목재 루버는 방향에 따른 시각적 차폐와 반공간을 잘 표현한다. 서로 다른 무늬와 색은 자연스러운 따뜻함을 표현하고 시간의 깊이를 전달해 준다.
콩 자갈 : 몇 가지 색의 콩 자갈의 조합으로 하나의 면을 만들어낸다. 멀리서 보면 하나의 색이지만 거리가 가까워지면 조합된 자갈들이 자신의 색을 드러내며 거리에 따른 표현력을 나타낸다.
벽돌 : 한 가지 벽돌을 사용하는 방식에 따라 다양하게 변화를 주며 각각의 역할을 부여하였다. 일반 벽돌, 일반 벽돌에 벽돌과 같은 색의 평줄눈, 빛에 따라 다양하게 표현하는 질감을 준 줄눈, 벽돌을 반토막 내어 단면을 사용한 벽돌 등 사용되는 위치에 따라 다양한 성격을 드러내는 방식으로 재료를 사용하였다.
테라코 : 테라코의 어두운색은 빛의 각도에 예민하게 반응한다. 벽돌과 달리 재료의 줄눈도 없어 하나의 형태로 읽힌다. 큰 도로에서 보이는 검은 입면은 동쪽에서의 효과, 도로 뒷면은 서쪽에서의 낮은 입사각의 효과로 건물 인상을 극대화하며 다양한 질감을 표현한다.
목재 : 목재 루버는 방향에 따른 시각적 차폐와 반공간을 잘 표현한다. 서로 다른 무늬와 색은 자연스러운 따뜻함을 표현하고 시간의 깊이를 전달해 준다.
콩 자갈 : 몇 가지 색의 콩 자갈의 조합으로 하나의 면을 만들어낸다. 멀리서 보면 하나의 색이지만 거리가 가까워지면 조합된 자갈들이 자신의 색을 드러내며 거리에 따른 표현력을 나타낸다.
공용공간
- 요즘 도시와 건물이 재미없어진 이유는 어두운 부분을 내다 버렸기 때문이다. 그림자가 없는, 빛뿐인 공간들. 어둠이 없는 공간은 빛의 장점도 사라지게 한다. 우리는 건물 내부에서의 심리적 길이를 조절하고자 시도한다. 외부에서 건물로 들어갈 때 처마가 있는 공간은 몸으로 직접 느낄 수 있는 크기로 줄여 시작한다. 대문은 내부와 통하게 틈이 있고 다음 경험하게 될 공간을 살짝 드러낸다. 대문을 거쳐 들어간 공간은 어둡고 높은 차가운 공간이다. 이런 공간감은 심리적으로 불안감을 주고 멀리 계단 끝에 있는 빛을 올려다보며 오르기 시작한다. 그 거리는 멀지 않지만 어두운 공간에서는 더 길게 느껴지며 빛을 향해 더 빨리 가고 싶도록 안내한다. 복도에서의 단절은 연결을 위한 매개의 기능을 담고 있다. 어둡고 긴 복도 공간의 끝은 창을 통해 외부가 보이고 단절된 꺾임은 빛과 그림자로 다음 공간을 연결해준다. 2층 입구를 거쳐 조금 올라가면 공간은 꺾여 다음 공간을 기대하게 된다. 이 지점까지도 자신이 있는 곳이 내부라고 생각하는 공간이다. 복도를 꺾어 올라가면 하늘이 살짝 보이고 내부와 외부의 경계에 다다른다. 반 층을 올라가면 3층 입구가 있고 다음 계단으로 시선을 보는 순간 자신은 외부에 있다고 느끼게 된다. 마지막 계단참에 다다르면 4층과 함께 높은 목재 루버로 된 반공간으로 진입하며 4층의 외부 마당과 연결 된다. 이 과정은 4층까지 올라가는 길이를 심리적으로나 공간적으로 조절하여 거리가 더 짧게 느끼도록 하는 장치로 설계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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