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남쪽의 작은 마을에 지어질 새 건물이 그곳과 이질적이지 않게 하는 것이 설계의 출발점이다. 그 목표를 재료가 아닌 형태 차원에서 이루어보고자 했다. 대지가 귤밭이기 때문에 귤나무와 건물의 관계를 중요하게 접근했다. 우선 제주 일대를 답사하면서 귤 창고를 관심 있게 살폈다. 귤 창고는 과거에서 현재로 오면서 재료는 달라진 데 반해, 형태는 바뀌지 않았다. 그 형태와 귤나무와의 관계가 실마리가 되었다. 제주의 특징을 살리는 또 하나의 방법은 바람과 구조물의 관계에서 찾았다. 제주의 귤밭은 돌담을 쌓거나 땅 자체를 주변보다 낮춰서 강한 바람으로부터 귤나무를 보호한다. 집도 바람을 피하고자 벽이 낮고 지붕도 완만하다. 귤밭과 집이 바람에 순응하면서 자연 안에 숨어드는 방식을 설계에 도입했다. 기본 계획은 건물이 전체적으로 땅에 찰싹 달라붙는 형상이다. 이는 제주의 바닷바람과 귤나무, 건물의 관계를 한 번에 자연스럽게 해준다. 지역의 풍광과 기후에 어울리는 동시에 귤밭의 훼손을 최소화하기 위해서 건물이 땅을 좁고 길게 파고들어 들어서도록 했다. 이를 위해서 조금씩 다른 스케일로 분절된 건물 덩어리를 지형에 따라서 배치했다. 오로지 제주의 기후, 풍광, 바람, 빛만 고려해 진행한 설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