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ISE Architecture_ 장영철, 전숙희


1997년 홍익대학교를 졸업하고, UC Berkeley에서 수학했다. 적층재, 스티븐 홀 아키츠, 라페엘 비뇰리 아키텍츠에서 수축을 했습니다.

전숙희(AIA)
1998년 이화여자대학교를 졸업하고 프린턴대학교에서 수학했다. 외장재, 과스에이 시겔&어소시에이츠 아키텍츠에서 완성을 했습니다.

두 사람은 2008년 와이즈 건축을 개소한 후, 채스타필드 펜트하우스(뉴욕), Y 하우스(서울) 통인동 이상의 집 건축 작업 및 갤러리 갤러리 등을 기획, 전시했다. 또한 홍티둔벙과 같은 다른 예술과들과의 협작도 진행했다. DID 북촌(서울)을 설계했고 2011년 젊은 건축가 상과 2012년에 서울 건축상을 수상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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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체성에 대한 생각

장영철(장): 요새 젊은 친구들이 잘 하죠. 좀 더 생각이 트인 것 같아요. 저희가 느끼는 것은, 우리는 이제 더 이상 젊은 건축가가 아니다라는 생각을 해요. 그러니까, 젊지는 않은 것 같아요.

박창현(박): 변화에 대한 속도가 빠르다고 느껴진다고 생각 하시는군요. 아직은 같은 세대로 생각해도 될듯한데 그렇게 느낀 이유가 있는지요?


장: 젊은 친구들의 생각에서도 그런 부분을 느꼈어요. 어떤 거냐 하면, 사무실의 운영을 걱정한다던지. 개인 건축주를 받으면 안되겠다던지. 주택을 하면 안 되겠구나. 일을 많이 하면 안 되겠구나. 이런 생각이 들기 시작하고요. 저희가 스텝이랑 인턴 2명까지 포함해서 8명이거든요. 큰 프로젝트에 관심이 있다고 했던 이유가 그걸 맡지 않으면 사무실이 운영이 어렵기 때문이예요.

박: 사무실의 규모에 의해서 그것에 맞는 일을 찾는다는 말씀이신가요? 그럼 이전에 가지고 있던 와이즈건축에서 말했던 내용들은 이제 바뀌는 건가요?


장: 글쎄요, 그건 코어로 남지 않을까요? DNA로 남지만, 바뀌는 부분이 생기거든요.

박: 그렇게 고민되는 부분이라면 규모를 줄이면서 이전의 내용들을 유지하면 되지 않나요? 그렇게 생각하는 것은 젊은 친구들 때문은 아닌 것 같아요. 아마도 다른 이유로 변화의 시기라고 느끼신 것 같은데…


장: 왜 사람을 줄이면 안 되는가 하면 그것은 원하는 일을 하려면 어느 정도는 규모가 있어야 하는 것 같아요. 어느 정도라고 하면 8명 정도? 혹은 8명에서 12명 정도. 이 규모가 되어야, 예를 들어서 좋은 프로젝트가 왔을 때, 우리가 그것을 잘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전숙희(전): 예를 들면 DID 북촌 같은.

장: 예. DID 북촌같이 건축주도 좋고, 어느 정도 땅의 위치도 좋고, 규모도 되고. 그 다음에 공사비도 크고, 설계비도 되는. 이런 프로젝트죠.


박: 그런 프로젝트는 다른 많은 건축가들도 다 탐내 하지 않나 싶어요.


전: 그게 하고 싶더라도, 소위 말해서, 토대가 갖춰져 있지 못하면, 굉장히 허둥지둥하게 되거나, 아니면 기회가 왔을 때, 그것을 딱 우리 쪽으로 끌어 안지를 못하게 되는 경우가 많으니까요. 그것은 소화해낼 수 있는 능력이 있느냐 없느냐 의 문제인데, 우리 둘이 그려서 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더라는 거죠.

장: 저는 이런 이야기가 저희한테도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 저희 생각을 정리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기도 하기 때문이에요. 어떤 생각을 하게 되었냐 하면, 타겟을 기업 쪽의 일을 좀 더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박: 그렇다면 와이즈건축에서는 원하는 기업의 일을 위해 어떤 준비를 하고 있는 건가요?


장: 그런데 저희는 운이 좋게 그래도 좋은 마인드를 가진 사람하고 일을 시작하게 되었어요. DID 북촌이라는. 그 프로젝트의 건축주가 어쨌든 네이버의 창립자이고, 자기 사업을 하시는 분이고. 그 분하고 일하는 건 좋았습니다. 그런 사례가 한 번 만들어졌으니 그 다음으로부터 어떤 일이 연결이 되는, 될 수 있는 가능성은 이전보다 훨씬 높아진 거죠. 그렇다면, 그런 것들을 할 수 있는 토대가 있어야 하는데, 그게 시스템도 있고. 정품 프로그램을 사서 써야 되는 부분도 있고요. 그리고, 그 시스템 안에는 그냥 6명이 신입이 아니라, 월급을 많이 주어야 하는 그런 분들도 계시고. 그렇게 하다 보면 비용이 올라가게 되기 때문에, 자연히 규모 있는 프로젝트를 해야 하는 거예요.

박: 그런데, 규모 있는 프로젝트 같은 경우에는 다는 아니겠지만, 많은 부분에 있어서 다른 접근이 필요한 거잖아요?


전: ‘결’이 있는 것 같아요. 레이어가. ‘개인’이라고 하는 것은 예를 들어서 주택 건축주들처럼, 본인의 평생의 숙원사업을 하시는 분들이잖아요. 그것을 많이 할 수가 없다는 것이지, 안 하겠다는 것이 아니구요. 시기적으로 작년 겨울에 그런 개인 건축주들의 아주 작은 프로젝트, 저예산 프로젝트를 몰아서 하게 된 적이 있었어요.


박: 그때 와이즈건축에서 작은 프로젝트를 했던 이유는 무엇인가요?


전: 그것은 프로젝트가 좋았기 때문이에요. 건축주가 좋은 마인드를 가지고 있었어요. 예산은 정말 박한데. 아드님이 아버지를 위해서. 평생 농부로 사셨던 아버지를 위해서 집을 짓겠다고 하는 프로젝트. 거절하고 싶었는데, 굉장히 호감을 보이게 되는 프로젝트였어요. 그런데 그게 2년을 끌게 된 거예요. 그 다음에 역시 굉장히 저예산이지만, 건축주가 굉장히 재미있는 스타일을 가지신 분들이라서 맡았던 프로젝트가 있었어요. 굉장히 쉽지 않은, 요구사항이 많았던 그런 건축주였죠. 그 프로젝트 2개가 탁 오버랩 되는 시기가 한 번 있었는데, 그때 굉장한 위기감을 느꼈던 것 같아요. 왜 이렇게 일에 손이 많이 가지? 그러니까, 저 예산의 프로젝트가 적당한 예산의 프로젝트 2개 하는 것만큼 힘들어요. 잘하려고 하니까 그런 것 같아요. 되게 고달프다고, 번뇌가 많다고 말씀을 드렸더니 어떤 건축가 선생님이 저희한테 대강하라고 하시더라고요. 저예산의 프로젝트에 제약이 있는 것을 싸고 잘 만들려고 하니까 힘든 거라고, 그 비용에 맞게끔 적합하게 해서 자족할 수 있어야 한다고 하시더라고요. 지난 겨울에 그 고민을 계속 했던 것 같아요. 왜 이렇게 힘들지? 이게 도대체 왜 이렇게 힘든 거야. 작은 것이… 이런 생각들을 많이 했던 것 같아요.


박: 그때는 이 프로젝트를 할지 말지에 대한 결정을 할 수 있는 상태는 아니었나요? 새로운 프로젝트가 시작될 때 일을 해야 할지 하지 말아야 할지 프로젝트를 선택해서 진행하는 기준이 있을 것 같은데요.


전: 그렇진 않고요, 우리는 우리 페이스대로 가고 있었는데, 어려워 보이는 새로운 프로젝트를 맡았어요. 여러 가지 상황들을 고려해서 맡았단 말이지요. 그런데 진행이 안되고 있던 다른 어려운 프로젝트가 같은 시기에 와서 딱 오버랩이 되는데, 이때 진짜 힘들더라고요.

박: 그때는 와이즈건축에서 일하는 스텝이 몇 명이 있었어요?


전: 그때도 인원은 비슷했던 것 같아요. 인원과의 문제는 아니었던 게, 이미 인원은 다른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어요. 예를 들어서 공사라던가. 감리를 해야된다거나. 그 다음에 디자인 쪽에선 스텝들이 최소한 1명씩 배정이 되는데, 작은 프로젝트 두 개면 두 사람이 필요해요. 한 사람이 두 개를 시킬 수는 없잖아요. 성격이 너무 다른 프로젝트라. 작은데 뭔가 꾸겨 넣는 프로젝트가 어려웠던 이유가, 매번 퍼즐을 바꿔오는 거예요. 그러니까, 오늘 밤 11시쯤에 퍼즐을 이렇게 맞추기로 결정하고 헤어졌어요. 그런데 다음날 아침부터 전화가 와요. 밤새 생각을 해보니, 이런 거 같다. 그러면 다시 퍼즐을 풀어야 하는 거예요. 실은, 정상 페이스로 가는 프로젝트를 하는 것보다 더 많은 번뇌가 그 안에 생기는 거예요. 왜냐하면 너무 변수들이 쉽게 조정이 되어버리는 거죠. 큰 프로젝트나 적당한 프로젝트는 변수가 하나 바뀌어도 그 안에서 조정이 되고, 여기만 조금 부분 수정이 되는 정도라고 느꼈거든요. 그런데, 작은 프로젝트는 조금만 바꿔도 전체가 다 틀어져 버리더라고요. 마치 어렸을 때 퍼즐처럼요. 그러면서 그것을 한달 하니까 하기가 싫어지게 되더라고요. 우리가 작은 프로젝트를 4개를 하고 싶으면 4명이 필요하고 나는 4주동안 상당히 고통스럽고. 앞으로는 반드시 오버랩 시키면 안 되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애초에도 그럴 의도는 아니었던 것 같아요. 우연히도. 그때 느꼈던 것 중 하나가, 작은 것과 규모가 좀 있는 것의 균형감이 중요하다는 것을 느낀 것 같아요. 양질의 프로젝트를 하기 위해서는. 왜냐하면 작은 프로젝트는 그 안에 짜임새가 딱 그 안에서 돌거든요. 그러니까 도시적인 맥락에서 얘가 할 수 있는 것은, 딱 여기. 아무리 뒤집어 바꾸고 근사하게 만든다 한들, 그 안에서 딱 조합이 되는 것들이 있더라고요. 그런데, 어느 정도의 범위가 허용되는 프로젝트는 그 안에서 유지할 수 있는 요소를 불어넣을 수 있는 것들이 재미있었던 것 같아요. 주택은 건축주 가족들이 누리는 공간이잖아요. 하다못해 저희가 찾아갈 때에도 허락이 필요한 공간이거든요. 거리감이 필요한 프로젝트인데, 공공성을 빗댄 프로젝트를 할 때의 즐거움 중 하나가, 많은 사람들이 이것을 볼 수 있고, 누린다라는 게 굉장히 흥미 있고 재미있는 것 같아요. 그래서 그런 프로젝트는 아주 작게 시작하기는 어려운 부분이 있었던 거죠. 물론 작은데도 변수라던가, 모뉴먼트 같은 것도 있지만, 그것은 굉장히 사람들이 하고 싶은 일이잖아요. 작고, 제약이 덜한 프로젝트들. 그러다 보니까 이런 문화공간이나 공공성을 가진 프로젝트를 하는 과정에서 사무실이 가지고 있어야 하는 적당한 구조가 있어야 한다는 생각을 하기 시작했던 것 같아요.



초심에 대한 생각, 성장의 속도

박: 지금 프로젝트들이 끝나고 썼던 것 같은데 '다시 초심으로 돌아가야 되겠다’는 이야기를 페이스북에 남겼던 기억이 나는데요. 사실, 제 개인적인 느낌일수도 있는데, 와이즈를 보면, 압축 성장, 빠른 시간 안에, 한 단계 끝나고 그것에 의해서 그 다음 단계로 넘어가고, 또 한 단계가 끝나고 다음에 무언가 계기가 생겨서 그 다음단계로 넘어가고. 이 변화의 속도가 압축적인 느낌이 들었었어요. 그러다 보니까 빠르게 변화가 되고, 와이즈에서 원하지 않는 것 또는 하다 보니까 더 호기심이 가는 쪽으로 방향이 가는 것 같아요. 그래서 그 내용과 지금 와이즈가 흘러온 시간과 압축된 프로젝트의 성격과 변화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그것과 다시 초심으로 돌아가야겠다고 했던 것과는 어떤 연관이 있는지 알고 싶어요.


장: 압축성장 했다는 사실은 맞습니다. 저희가 운이 좋았다고 생각해요

전: 그렇게 보일 수 있다고 생각해요.


박: 그것에 대해서 충분히 그렇게 하려고 계획 또는 그 속도를 만들어 냈던 무언가가 있었는지요?


전: 저는 반대로 여쭤보고 싶은데, 급속성장의 기준이 뭘까요? 저희는 그렇게 막 급속성장을 한 것 같지는 않아서요. 그럴 수 있겠다라는 생각은 드는데, 다른 사람들도 그렇게 하지 않나라는 생각도 들거든요.

박: 다른 사람들 보다도 와이즈의 상황만 보았을 때 제가 느끼기에는 그렇게 느껴 졌었거든요. 프로젝트 하나 하고, 그것을 발판으로 그 다음 프로젝트를 하는 것이 계단식 성장으로 보였어요.


장: 그것에 대해서는 저도 할 이야기가 있는데, 주식에 파동이 있잖아요? 올라갔다가 조정 받는 시기가 반드시 있어요. 그래서, 조정 받는 시기가 곧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박: 아, 일의 속도에 대한 조정 시기와 같은 것인가요?


전: 아뇨, 그러니까 지금 어떻게 보면 말씀하시는 것이, 급속성장 했다는 것은 계속 눈에 보였다는 이야기잖아요. 사실 눈에 안보이게 되게 잘하시는 분들도 많거든요. 제 생각에는 그냥, 매체 호응도가 높았던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요.

박: 그럴 수도 있겠군요. 어쨌든 그것에 힘입어 계속 주목받고, 학생들에게 있어서 젊은 건축가나 아뜰리에 사무실에서 제일 가고 싶어하는 사무실 또는 제일 인기가 좋은 사무실이 되었잖아요.


장: 원인중의 하나는 시장을 선점했기 때문인 것 같아요. 그게 무슨 시장이냐 하면, 음, 2010년에 그때 제일 안 좋았던 때이거든요. 그리고, 일도 없었고요. 그 당시 아파트시장이 폭락하면서 소위 말해서 대안의 주거형식, 땅콩주택 이야기도 나오던 그 시기에 이 집이 다세대 주택인데, 다세대 주택이 달라질 수 있겠다는 것이 사람들의 관심에 들어오기 시작한 거예요. 그러면서 기사가 나간 적이 있어요. 그 기사가 나간 뒤로 전화가 불통이 되기 시작하는데, 장난이 아니더라고요. 그런데 지금 생각해보면 그 시간이 굉장히 위험한 시기이기도 했어요. 왜냐하면, 별 이상한 프로젝트를 가지고 오고, 굉장히 좋은 주문을 해줄 것처럼 하면서 아이디어를 따가려는 사람도 있었어요. 그 단기간의 시기에 저희가 많은 사람들을 만나면서 일을 어떻게 거절하는지에 대한 방법을 좀 배웠던 것 같아요.

전: 굉장히 재미있는 연습을 했던 것 같아요. 단시간이 얼마나 단시간이냐면요, 한달이예요. 그것을 일간지 기자분이 저희한테 그 이야기를 해줬어요. 매체에 사람들이 반응하는 방식. 그리고 매체, 일간지 다음에 어떤 매체로의 흐름이 가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귀띔해줬던 것 같아요. 막연하게 생각했던 것이 한달 안에 다 일어나더라고요. 그런데 결국 대부분 프로젝트가 성사되지는 않았던 것 같아요.


박: 그렇다면 대부분의 프로젝트가 성사되지 않은 것은 사무실에서 생각하는 것과 달라서 하지 않으신 건가요?


전: 아니요. 그런 사람이 너무 많으니까, 구분이 되기 시작했어요. 그러니까 이제 만약에 저희에게 긴 시간에 일어났다고 하면, 굉장히 귀가 솔깃한 이야기들도 많았어요. '목포에 땅이 2,000평이 있는데 한번 내려왔으면 좋겠어요'라는 식으로. 우리를 부르시는 분이라던가. 너무 그게 아침, 점심, 저녁으로 계속 일어나니까 구분을 할 수 있게 되더라고요. 이 사람의 진정성과 진정하지 않은 사람들을 구분하게 되는 거죠. 그러면서 사실 조심스럽게 물어봤던 것 같아요. 다른 건축가들한테. 이런 일들이 일어나는데, 어떻게 대응하면 좋을까요? 그랬는데, 결과적으로 찾아오는 사람들한테 성의껏 하면 된다. 정성을 다 하면 된다. 그렇게 말을 하시더라고요.


박: 정성을 다하면 된다는 이야기는 누가 이야기를 해 주셨나요? 원론적인 이야기이지만 많은 경험을 통해 나온 이야기 같아요.


전: 김인철 선생님이요.

장: 건축주분들이 이야기를 하면서, rejection fee에 대한 개념을 이야기 한다던지, 해야 하는 프로젝트는 어떤 조건이 충족이 되어야 한다던지 이런 기준이 있잖아요. 그 기준을 가지고 필터링을 했더니 진짜 맞는 이야기였던 거예요. 안 그랬으면 아마 그냥 휘둘려 다니다가 그 시간에 굉장히 큰 상처를 입을 수도 있었을 거예요. 그게 참 위험한 시기거든요.

전: (수첩을 보여주며) 이 메모는 그때 일어났던 일을 보여주는 단편적인 거예요. 이 메모가 한달 동안 일어났던 일이거든요. 전화를 받으면서 메모를 하는 습관이 있는데요. Y House에 대한 기사가 중앙일보에 나고 나서. 그게 원래 문화란에 있었어요. 보편적인 다세대에 이런 얼굴을 입혔더니 이렇게 달라졌어요. 라는 약간의 문화 캠페인을 하고 싶으셨던 내용의 기사였던 거죠. 그런데 이게 아마 그날 아침부터 굉장히 큰 호응을 입었던 것 같아요. 기사가 오후부터 갑자기 경제란으로 옮겨가게 된 거죠. 그리고는 저녁부터 전화가 오기 시작하는데 무서울 정도였어요.

장: 5분마다 전화가 왔어요.

전: 그 다음날은 저희가 피해 있었어요. 다른 소장님이 전화를 대신 받아 주셨어요. 너무 두려운 생각이 들어서 저희가 한달동안 전화를 못 받았어요. 그러니까 거기서 프로젝트가 이어지지 않았다고 했잖아요. 그때 저희가 엄청난 매체에 주눅이 든 거예요. 그게 여기 다 있어요. 보세요. 사실 이게 제 설계 노트인데 그날부터 갑자기 전화노트로 바뀌어요. 빈집. 5년 무상임대 어쩌고저쩌고. 이런 내용들이 쭉 가는데요, 그리고는 이제 메모를 하다 못해서 저 아닌 다른 사람들이 전화 받은 내용들이 붙어있기 시작해요. 뭐를 하려고 하는 지와, 사람들 이름, 전화번호, 필지 위치, 어떤 것에 대한 생각들. 시간 순서로 계속 쌓여가는 거예요. 이게 한달 이어지면서, 이분들 중에 저희 건축주가 된 사람이 두 사람 밖에 없어요. 한 분은 저희가 리젝을 했었어요. 사기꾼같아서요. 다행히 2년뒤에 다시 오셨죠.


박: 일을 한다 안 한다는 어떤 필터링들을 통해서 판단하나요? 찾아오는 사람들을 다 할 수는 없잖아요?


전: 그게 여기서 보시면, 노란색으로 표시가 되어있는 분들이 저희가 만난 사람들 이예요. 그리고 당연히 성사가 안되었죠. 그러면서 그때부터 교훈이 생기기 시작한 거예요. 저희가 그때는 완전히 초창기였기 때문에 전혀 이 판이 돌아가는 구성에 대해서 의심이 없었어요. 그렇기 때문에 이 사람들을 만나고, 만난 다음에 아 이게 옳지 않은 방법이라는 것을 그때 터득하게 된 거죠. 그게 한달 사이에 엄청난 사람들을 만나고, 쌓이고, 결국에 안되고. 그러면서 골라낼 수 있게끔 된 거죠. 좋은 건축주의 자질을 가진 사람들이 왔을 때 그 진정성을 보게 된 거예요.


박: 그 단계나 그 부분들은 어쩌면 누구에게나 필요한 시간인 것 같아요. 그리고 그것을 거치지 않으면 항상 실패나 실수를 현실에서 겪게 되기 때문에 그 전에 판단할 수 있는 필터링은 필요한 것 같아요. 모 선배 건축가에게서 들었던 좋았던 것은, 안 오는 사람의 프로젝트는 하지 않고, 와서 앉으면 이 프로젝트를 해야겠다는 판단이 선대요. 얼굴을 보고. 말하는 것 들어보면 이제는 대충 안다는 거죠. 어쨌든 지금 이야기한 것처럼, 미디어의 힘을 받아 상황 판단 아니면 일을 필터링하는 방법들을 배운 거네요. 사실 그 부분이 참 중요한 것인데 아무도 안 가르쳐주는 거잖아요.


전: 지금도 사실은 다 습득했다고 볼 수는 없죠. 그때보다는 훨씬 나은 것 같아요. 그때는 실패를 정말 많이 했어요.

박: 그래서 이제 그런 시간들을 겪고, 지금 다시 초심의 마음인가요?


장: 아, 그것은 중간에 무슨 일이 있냐 하면, 서초동 프로젝트인데요. 오늘 아마 사용승인 받았을 거예요. 처음에 제가 돌려보냈던 건축주였어요. 정현아 소장님도 같은 건축주였던 것 같아요. 그러니까 이분은 강남에 땅이 되게 많은 분인데요. 오셔서 돈 걱정은 하지 말고 그냥 하고 싶은 대로 다 해보라는 거예요. 이런 분들이 대부분 사기꾼이거든요. 그런데 이분은 정말 말도 안 되는 것을 제안해도 '아, 좋겠다. 하고 싶습니다. 정말 좋습니다.' 그렇게 말을 하더라고요. 사실 처음에 저 땅에 2층 정도의 가건물을 짓겠다고 하셨어요. 그런데 미팅 때마다 1층씩 올라가는 거예요. 1층씩.

전: 설계비는 4층에서 고정되고요. (웃음)

장: 처음에는 2천만원부터 시작했는데요. 한층 올라갈 때마다 설계비가 얼마냐고 물어보길래 1천만원씩 올라가는 거예요. 사실은 처음에 이야기할 때는 가건물을 할 것이라고 하길래 그럼 우리는 기둥만 박고 최소한으로 해달라고 해서 프로젝트를 했잖아요. 그런데 하다 보니까 계속 욕심을 내시더라고요. 저게 지하 1층부터 5층까지 총 6층짜리가 되어서 설계비가 6천만원이 되었어요. 처음부터 제대로 제안했었으면 그렇게까지 가지 않았을 텐데, 이게 제 입장에선 남지가 않는 거죠. 그래서 저 프로젝트는 제가 스텝들한테 주고, 알아서 해라. 그랬는데, 체크 못했던 것이 나온 거예요. 허가 때는 그냥 넘어갔는데, 그 실수가 시공 중에 발생이 되었어요. 제가 그때부터 저 프로젝트에 시간을 쏟기 시작했는데, 문제는 그거예요. 정작 지금 집중을 해야 하는 프로젝트에 집중을 못하니까 이것도 부실화가 되는 거예요. 그 부실이 연쇄반응이 일어나는 거죠.

전: 그러면서 저희가 상반기에 일을 줄여야겠다는 결심을 하게 된 것이, 저예산 프로젝트가 오버랩이 되면서 상당히 시달리는 시간을 보내고 있었거든요. 그러니까 페이스대로 잘 오고 있던 정말 중요한 프로젝트를 돌보지 못하고 저예산 프로젝트 때문에 고단한 거예요. 더 신경 써줘서 더 좋은 퀄리티를 낼 수 있는 프로젝트에 시간적인 여력이 없으니까 계속 번뇌가 쌓이는 거죠. 그래서 그때 느꼈던 게, 체질 개선을 하지 않으면 우리는 고단해져서 건축을 오래 못할 수도 있겠구나. 그때 굉장히 위기감을 느꼈던 것 같아요.

장: 그게 2015년 4월 정도였죠.

전: 조금 심하게 느꼈어요. 동시 다발적으로 체질 개선을 하지 못하면 건축을 오래 못 할 수도 있겠구나. 피로감이 너무 많이 생기는 거예요. 재미있는 부분이 5%라면, 고단한 부분이 95%가 생기더라고요. 이렇게 지속되게 놔두면 우리가 머지않아 그만하겠다는 이야기를 하게 되겠다 싶었어요. 그러니 고단할 수 있을 만한 DNA를 태생적으로 가지고 있는 프로젝트는 좀 멀리하자는 이야기를 하게 된 거죠. 안 그래도 최근에 굉장히 많은 의뢰가 왔었는데 하나도 상담을 안 했어요. 목적성이, 공공성이 하나도 없는 이윤의 추구를 위한 목적을 갖고 있으면 아예 만나지도 않았어요. '왜 저것을 우리가 해야 되지?'라는 생각을 했던 것 같아요. 임대용의 목적은 마치 모아주는 아이 같은 데가 있더라고요. 설계하고 짓고 하면 1년이 넘잖아요. 그런데 마지막에 가서는 이 건물이 나중에 변화될 수 있어, 심하게 변질될 수 있어. 라는 생각을 하면서 고뇌가 되는 거예요. 그런데, 어둠속의 대화 프로젝트는 그런 생각을 전혀 안 하면서 보냈어요. 그래서 준공하는 날도 많이 기뻤어요. 와. 다했다. 그리고, 그 다음에 건물을 돌보는 작업도 즐겁고 지금도 가도 그대로 있어요. 그런데, 임대 건물은 속성상 그렇지가 않은 거예요. 저기에 간판이 붙는 순간 어떻게 변할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자꾸 들고. 여러 가지 속성상 건축주는 매각할 수도 있고요.

장: 저는 매각하고, 바뀌는 것에 대해 부정적인 생각은 하지 않는데요. 문제는 그 과정에 너무 많은


박: 그 부분은, 규모하고도 직접적인 연관관계가 있을 것 같아요. 만약에 저기 에너지가 소모되는 거예요. 예를 들면 작년에 저 건축주를 통해서 발생되는 프로젝트가 8개가 있었어요. 그런데, 어느 순간 이것은 내가 하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다른 사람들을 소개시켜줬어요. 아까 말씀드렸다시피, 금전적으로도 심정적으로도 남지가 않는 거죠. 더 안 좋은 것은, 그런 프로젝트들이 다른 프로젝트를 더 나쁘게 만들 수도 있는 그런 상황이 오더라고요. 소위 말해서, 달리기를 하기 때문에 달리는 것이 되는 거잖아요. 달리기 위해서 달리는. 그래서 다시 좋은 프로젝트들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거기서 이윤에 대한 부분들이 충족이 된다고 하면 인원을 늘려서라도 계속 할 수 있는 부분 아닌가요?


전: 사실, 이윤이 전혀 없었다? 그건 따져보지 않아서 정확히는 말할 수 없을 것 같아요. 그런데, 뒤에 수습하느라 투입한 시간을 보면 분명히 남지 않았던 거 같아요. 만약에 일이 터지지 않았다고 하면, 수습할 일이 없었다고 하면, 이윤이 있었을 수도 있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이윤을 위해서 우리가 일을 해야 하는가를 생각해보면 그건 아니었다고 생각하는 거예요. 그게 없이 차라리 좋은 프로젝트를 할 수 있고, 우리가 좋은 건물을 지을 수 있고, 자족할 수 있을 만큼, 금전적인 걱정을 크게 안 해도 될 만큼의 프로젝트를 할 수 있다면 그건 좋은 거잖아요.


박: 좀 전에 이야기했던 것처럼 하고 싶어하는 일들은 누구나 다 하고 싶어하죠. 그런데 그 일들이 이제 어떻게 될지에 대한 것들은 모르는 것이잖아요.


전: 저희의 결론은, 결과적으로는 설계를 해서는 큰 돈을 못 버는 것은 확실하다. 그렇다고 해서 빚을 져서도 안 되는 거잖아요. 일을 하면서 빚을 지는 건 잘못된 비즈니스이거든요. 그렇게 되지 않게끔 프로젝트를 운영하는 방법에 대한 고민을 계속 하는 것 같아요. 어떤 것들은 시스템화하고, 어떤 것들은 단순화하고. 이런 것들을 구분하는 작업들을 계속 하려고 하고, 틈틈이 계속 고민하고, 만들고, 시행착오하고 그런 상황인 것 같아요. 시스템과 커스텀이 평행선이 있을 거라는 생각을 하거든요. 계속 시행착오를 하고 있어요. 저희도 다 만들었다고는 할 수는 없어요.

박: 제가 보았을 때 SAAI같은 경우에는 처음 시작부터 지금까지 거의 10년이 되가는데 그 정도의 기간이라면 어떤 변화들이 있어야 하는 시점이고, 그 변화의 방향이 또 좋은 롤 모델이 될 수 있을 거라고 생각이 들었었거든요. 어쨌든, 와이즈도 시기상으로는 잘 모르겠지만, 그런 고민을 해야 하는 시점에 도달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래서 어떤 결정을 내리고, 어떤 행보를 할지에 대한 것들이 사무실을 시작한지 얼마되지 않은 친구들은 주시하고 있는 상황이 되어버렸거든요. 둘 중에 하나겠지요. 규모를 계속 유지하면서 큰 일을 할 것인지, 아니면 오히려 예전으로 돌아가서 작은 일들을, 작은 몸집으로 체질개선을 할 것인지. 지금 답변은 전자 쪽인가요?


장: 그런 거죠.

박: 규모는 계속 유지를 하되, 그 규모를 유지하기 위한 수익, 좋은 건축주, 퀄리티 있는 결과 등이 유지될 수 있는 것을 원하는 것으로 생각하면 되겠군요.


전: 그게 저희가 지금 당장 바라는 방향인 거죠. 테스트하는 시간을 가져봐야죠. 당장에 결론이 났다고 하더라도, 그게 메커니즘 안에서 돌아야 맞는 거잖아요.

박: 그런데 어쨌든 일이 들어오면, 그거에 맞춰서 메커니즘들은 만들어질 것 같아요. 제일 중요한 것은 그런 일들이 원하는 대로 적당한 시기에 적당한 규모와 내가 원하는 건축주가 나에게 일을 줄까 하는 것 아닐까요?


전: 지금 당장의 결론 하나는 있는 것 같아요. 역량에 벗어나는 만큼의 일의 양이나 일을 하지는 말아야 한다. 단순히 규모의 문제를 고민한 것이 아니라, 운영하는 과정에서 내 손이 닿지 않는 곳에 있는 어떤 것을 하고 있다라는 착각을 하지 말아야겠다는 것을 확실히 깨달은 것 같아요. 일단 너무 규모가 크거나 사업이 큰 것들이 저희에게 오지도 않지만요. 만약에 온다면, 어떤 조건이냐에 따라 다르겠죠? 일정이 너무 타이트한데, 말도 안 되는 상황으로 벌어지는 것은 못하는 것이지만, 중장기적인 계획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면 그것은 정말 즐거운 일이잖아요? 내 인생에 어떤 파트너를 만난 것이기 때문에, 그건 같이 걸어갈 만 한 것 같은데, 사실 누구에게나 엄청난 행운인 거죠. 그런데 손이 닿지 않는 곳에 있는 프로젝트가 생긴다면 그것은 반성해야 할 일이라는 생각을 했던 것 같아요. 초심으로 돌아가야겠다는 고민이 그때 나온 것 같아요. 소위 말해서, 너무 많은 일이 벌어지는 것은 살피면서 가야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박: 사실은 젊은 건축가 인터뷰하는 중간 시점에서 '와이드 AR'에 인터뷰에 대한 이야기들을 살짝 했었거든요. 그런데 이야기하면서 제가 느꼈던 것은, 인터뷰를 하다 보면 한국의 젊은 건축가들이 전반적으로 조바심을 느끼고 있다는 것이었어요. 많이 해야지, 빨리 해야지, 빨리 안정적으로 되어야지, 아니면 규모를 키워야지 등등의 불안한 심리들을 다들 가지고 있는 것 같아요. 그만큼 시작하는 상황에서의 토대가 약하다는 말인데, 그게 경쟁적으로 서로서로 그런 이야기들을 하다 보니까 더 심해지고, 악수를 두는 경우가 많아지고, 그게 나중에는 사무실 문을 닫는 지경까지 이르게 되거든요. 그런 경험들이 다른 친구들에게도 전해지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장: 저희가 운이 좋았다고 말하는 것은, 젊은 건축가라는 이야기가 대두되던 초반기에 운 좋게 나왔다는 것이에요. 만약에 저희도 지금 이 시점에 나왔더라면 저희도 조바심이 났을 거예요.

전: 왜냐하면 지금은 젊은 건축가 현상이 이미 어느 정도 퍼져버린 상황이거든요. 우리가 처음에 작업을 하고 나타났을 때에는 젊은 건축가라는 이야기들이 나이인지 뭔 지 사람들에게 피상적인 개념만 있었던 것 같아요. 그런데, 우리가 시작할 그쯤에 젊은 건축가라는 현상이 관심을 받을 수 있는 시기가 무르익었던 것 같아요. 아파트 시대가 저물고, 사람들이 더 이상 현금화할 수 있는 대체수단으로서 주거를 보기보다, 젊은 계층이 '내가 직접 할 수 있겠어'라고 생각하기 시작한 것이라던가, 여러 가지 패러다임들이 막 바뀌고 있을 때 ‘우리는 이런 것을 지었어요. 우리는 이런 생각을 해요’라는 것들이 사람들에게 ‘아 저게 가능하구나’라는 생각을 제시했던 것 같아요.


박: 개인 건축주들이랑 계속 일을 해와서 그런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제가 느끼기에는, 와이즈가 지금까지 진행해온 그 속도와 내용들을 보면, 사실 한국에서의 변화, 사회적인, 경제적인 변화와 밀접한 연관 관계가 보였었거든요. 지금 현상황과 관련된 위기감을 가지고 있구나. 그래서 그 위기감에 의해 진행될 다음 작업들이 궁금해지기도 했었거든요.



세대론, 생존주의 건축에 대하여

박: 이제, 그 다음 내용으로 넘어가자면, 세대론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어요. 생존주의 건축이라는 단어와 함께 젊은 건축가 상을 받으면서 젊은 건축가라는 타이틀에 대한 이야기가 더 나오기 시작했어요. 지금은 좀 전에 이야기했던 것처럼 점점 그 단어에 대한 관심은 떨어지고 있는 상황이거든요. 그 이전에 있었던 선배 건축가들하고, 지금 젊은 건축가라고 하는 70년대 생들을 보면, 사실 성향과 내용이 많이 다르다고 느껴지는데요. 유학이나 해외 전시와 관련해서 보면서 한국세대의 속도, 변화, 지금 젊은 건축가들의 결과와 내용들이 외국과는 어떻게 다르다고 생각하나요?


전: 저희가 런던 전시회가 흥미로웠던 것이, 항상 해외전시를 가면 주로 우리끼리 잔치로 끝나는 경우가 많잖아요. 런던 전시회가 글로벌 임팩트를 냈거나 그런 것은 아니지만, 흥미로웠던 것이 런던 사람들이 건축에서 보면 우리보다 훨씬 시기적으로 앞서가는 사람들임에도 불구하고 젊은 건축가 현상을 굉장히 흥미롭게 보고 있었던 거예요. 그 흥미롭게 보는 이유가 '왜 한국에서 이 시기에 이렇게 많은 젊은 건축가들이 등장해?'라는 거였어요. 위기론은 반대로 영국의 건축마켓이 대형 스타 건축가들에 의해서, 대형 사무소에 의해서 장악되고 있거든요. 실제로 졸업하면 다들 그 회사에 가는 거예요. 독립해서 자기회사를 하고 있는 사람들이 너무 드문 거예요. 하다못해 RIBA상을 받은 튜모리 코넬리라는 팀이 있는데, 그쪽에서는 그 사람들을 젊은 건축가로 생각하고 있는 거예요. 저희가 보기에는 완전 베테랑 건축가예요. 나이가 굉장히 많아서 목소리도 근엄하시고 그런데 젊다는 것이 상대적인 거예요. 자기들 마켓에서의 건축가들의 나이가, 노만 포스터도 70이 넘었고, 리차드 로져스도 그렇고. 자하 하디드도 젊지 않고. 상대적으로 이 건축가 부부가 그 시장에서는 젊고, 최근에 등장한 건축가들이라는 거죠. 우리가 보기에 그들의 작품은 이미 원숙미가 있고, 너무 성장해 있는 건축가인 거예요. 그런데 이 사람들이 왜 젊은 건축가로 불리는 이유를 봤더니 다음 세대가 없는 거예요. 영국이라는 마켓의 세계 시장에 대한 지배력을 보자면 굉장히 어마어마한 양의 건축, 특히나 디자인 중심이 되어있는 건축, 시장의 점유율이 높은데, 반면에 이들을 받치고 있는 젊은 건축가 그룹이 다 대형 사무소에 소속되어 있는 상황인 거죠. 물론 이 사람들이 시장으로 퍼지면 엄청나겠죠. 하지만 지금 당장은 그 시장으로 나오는 것이 힘든 거예요.

박: 영국에서의 건축 설계 시장 자체가 그렇다는 거죠? 내용 상으로 보면 한국에서도 건축학과 졸업 인구에 비해 건축가로 성장할 수 있는 출발점을 선택하기엔 쉽지 않고 비율도 많이 떨어지잖아요. 그렇지만 최근 한국에서의 시장은 점차 건축가를 원하는 시장의 출발점이라 큰 변화가 있는 것 같아요

전: 현실적으로 지금 영국 시장 자체에서는 리드가 없는 거죠. 영국시장에서 젊은 건축가들의 리드는 오래된 도시에 있는 집들을 고치는 작업들 그러니까, 남의 집 난로 고치고, 굴뚝 고치는 것들이에요. 본인들이 실제로 그런 생각을 하고 넋두리를 해요. 대학을 졸업했을 때 그 살인적인 등록금과 물가, 이미 빚을 가지고 나오는 거잖아요. 그 시작이 마이너스이죠. 그러니 본인들의 작업을 하기 위해서 또 마이너스를 할 수가 없는 거예요. 결론적으로 대형 설계 사무소에 흡수되어야 하는 상황이고, 거기를 거쳐야 큰 프로젝트 하나가 마무리되기 때문에 이들의 성장주기가 너무 긴 거죠. 반면에 우리나라는 글로벌 시장을 점유하고 있지 못하잖아요. 대신에 내수시장에서의 중년 건축가들의 점유율이 엄청나거든요. 그런데, 이 대형 설계 사무소에 다 흡수가 되어있는가 하면, 그렇진 않은 게 우린 독립군들이 많은 거예요. 그 다음세대 그리고 아이들이 학교를 졸업한다고 해서 무조건 마이너스가 아닌 거죠. 영국 아이들과 우리나라 아이들은 출발점이 다른 거죠. 물론, 지금은 자발적인 휴학이나 이런 것들에 의해서 청년 잠복기가 길어져서 아이들이 30대가 되어서 졸업하는 경우가 많잖아요? 청년시기가 긴 것이 사회적인 문제가 될 수도 있는데, 오히려 우리 세대는 다 제 시간에 졸업했어요. 30대에 나오지 않고 다 25세 전후로 다 나왔거든요. 어떻게 보면 70년대생 세대들이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이 우리는 청년 잠복기를 거치지 않은 세대이고, 그리고 중견 건축가들의 시장 점유율이 떨어지고 있던 시기에 나왔기 때문에 소위 말해서 독립군적으로 아뜰리에를 할 수 있는 여건들이 자리가 잡혀 있었던 것 같아요.


박: 그것을 속도와 연관 지어서 이야기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되는데요. 70년대 생들이 중흥기처럼 젊은 건축가라는 타이틀을 가지고 작업하는 것까지는 좋아요. 물론 더 시장이 커지고 활동할 수 있는 토대가 더 넓어지면 좋겠지만. 그런 면에서 와이즈가 앞으로 진행해 나갈 방향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70년대생 뿐만 아니라 80년대생 중에도 이미 사무실을 시작하는 친구들이 제법 많거든요.

전: 맞아요.


박: 지금이 약간 떠밀리는 상황으로 만들어질 수도 있지 않을까? 그래서 이제 젊은 건축가라는 칭호나 나한테는 어울리지 않다는 이야기가 어쩌면 그런 속도와도 연관이 되어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무엇인가 준비되고 시간이 정리되지 않은 상태에서 시간에 의해 떠밀려 가는 듯한 상황으로 보이기도 합니다.

장: 제가 말씀드렸던 더 이상 젊지 않다고 생각하는 것은, 그 변화의 시점을 생각해야 한다는 거죠. 작업해야 할 방향. 더 크게는 시장의 변화. 그러니까, 마켓의 변화요.

전: 상황이나 지리적인 영향을 받지 않는 욕구가 있는 건축가가 되어야 하는 거죠. 그러니까 '한국, 서울을 떠나서는 아무것도 못하는 사람이어서는 안 된다'라고 저희는 생각하는 게, 그게 지역성이나, 너무 한 개체군에만 소통할 수 있는 작업들이 되면 결과적으로 그건 소진되는 거거든요. 서울을 떠나서 하는 작업들. 그 작업들이 항성을 갖게끔 계속 퍼트려 나가서 그것을 보고 다른 사람들이 계속 올 수 있도록 하는 좋은 작업들이 징검다리 역할을 하는 거라고 생각해요. 사실 그래서 저희가 체질개선을 해야 한다고 생각했던 것이었어요. 작은 프로젝트에 에너지 소모를 많이 하기보다, 좋은 프로젝트를 계속 징검다리처럼 만들어 가야겠다. 예를 들어서 정말 바라건대 1년에 하나씩. 뭐 이렇게 일을 할 수 있으면 이건 행복한 거라고 생각을 하는 거죠. 그게 저희가 바라는 바예요. 아까 저희가 계단식으로 보였다고 했던 것은, 그 전략적인 생각 때문이었어요. 하나씩 좋은 프로젝트를 마치 토끼가 과자를 흘리듯이 계속 이렇게 남겨놓으려고 했던 거죠. 그리고 매번 의미부여를 했던 것 같아요. 어떤 프로젝트에 대해서 '이게 우리에게 중요한 테스트다. 우리 건축적인 생각의 방식에 이게 하나 이렇게 들어가 있었으면 좋겠어'라는 생각들을 했을 때, 그 프로젝트들에 공을 들였던 것 같아요. 그런데 어느 순간 그것을 모으고 있다고 생각되지 않는 거예요. 그래서 위기감을 많이 느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초심으로 돌아가야겠다는 의미가 다시금 우리가 소중하게 생각하는 것들을 돌보면서 키워야 한다는 생각을 했던 것 같아요.

장: 저희가 만나서 모임을 갖는 것도 중요하지만. 예를 들어서 다른 곳 되게 잘해. 서로 이야기하고, 저 사람에게서 내가 배울 게 있다고 해서 프로젝트 하는 것을 크리틱도 하고 그랬었잖아요. 요새는 '쟤가 뭐 잘못하고 있는 건 아닌가' 그런 거를 보고 있고. 뭔가 잘못한 게 있는 것 같으면 나쁘게 이야기를 해요.

전: 그러니까 예를 들어 초원이 척박하니까 안에 있는 초식 동물들끼리 사이가 좋았어요. 이제는 초원의 개체수가 늘어나니까 자신들의 먹이거리가 부족해지는 거나, 어느 한쪽이 부각되는 것에 대한 경계가 있다고 느끼는 것 같아요. 그 현상들을 보면서 염려스러웠어요. '아, 곧 젊은 건축가 현상이 사그라들 수 있겠구나.’ 최근에 SNS에서 공격하는 그런 것들을 많이 보게 되었거든요. 2016년에 젊은 건축가상을 수상한 팀들이 한 팀이 문제가 되는 것처럼 이야기하다가, 이게 붉어져서 다른 팀 에게까지 불똥이 튀는 그런 사례를 보았어요. 그것을 보면서 저건 염려스러운 현상이다. 저들이 스스로 서로 잘한다는 이야기가 되어야지, 이게 시너지를 갖고 더 번식하면서 좋은 풍토를 만들 수 있는데, 벌써 누군가를 누르려는 현상이 나타나고, 끌어내리려는 현상이 나타나니까. 어쩌면 이제 좋았던 시간이 지나가나 보다. 그런데 저희는 이미 매년 좋은 건축가팀들이 생기잖아요. 그래서 어느 순간에는 졸업해야 한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었던 것 같아요. 젊은 건축가라고 내세우기가 이들에게 미안할 정도라고 느끼고 있었거든요. 그게 생각보다 긴 기간도 아니었지만, 짧은 기간도 아니었던 것 같아요.


박: 이번에 동경 취재가 사실은 이것과 밀접한 관련을 가지고 있었거든요. 뭐냐 하면 도심지에서의 인구감소, 공동화 현상, 이런 현상들이 일본에서는 이미 이전부터 생겨왔었고 그것에 대해 젊은 건축가들이 어떻게 대처하고 있는가에 대해 인터뷰를 하러 갔었어요. 그것이 한편으로는 좋은 본보기가 될 수 있겠다라는 생각이 들었었고, 한편으로는, 서울이 아닌 다른 이야기를 하셨잖아요. 일본은 이미 하고 있거든요. 그 하우스 비전이라던지 여러 가지 전시들이 계속되고 있죠. 그런데 한국이랑 다른 것이 소비적인 전시가 아니라 생산적인 전시라는 것이예요. 비평가, 디자이너인 건축가, 주거 안에 들어가는 제품들을 만드는 기업들과 연계해서 이들이 한 팀이 되었어요. 이 팀이 여러 개의 주제를 만들어서 전시를 했거든요. 이미 이들은 자기네 시장 안에서 활동하는 것의 범위를 세 조합으로 나누어서 시작을 했어요. 그 말은, 이미 자기네들이 다른 해외 시장에 대한 선점을 하겠다는 이야기로 들렸었고, 그것이 인도네시아부터 시작해서 계획으로는 동남아시아 나라 몇 개국을 거쳐서 중국, 한국까지. 그들은 그것에 대한 준비를 체계적으로 주도하는 분들에 의해 조직적으로 움직이고 있는 반면 우리는 '한국에서 싸워봐야… 또는 해외로 나가야 하는데…' 이 정도로 개인적인 생각이지 조직적으로 움직이지는 못하고 있거든요.

전: 그건 만들기 나름인 것 같아요. 왜냐하면 이제 매체파워도 달라진 게, 매체들의 경계가 옛날에는 굉장히 경직되어 있었거든요. 예를 들어서, 뉴욕타임즈에 어떤 것이 소개되기 위해 뚫어야 하는 뚜렷한 경계들이 있었잖아요. 그 기자가 취재원이어서 흥미를 자극해서 그 이야기가 흘러 들어가서 방영이 된다거나, 그런 식의 경직된 경계가 있어요. 이 사람들이 모든 것에 레이더를 세워놓고 있는 것은 아니잖아요. 전통적인 매체들의 방식은 자기가 할 수 있는 어떤 일과 자기에게 좋은 정보를 주었던 교감하는 사람들을 통해 들어오는 좋은 정보를 통해 파급이 되는 그런 방식을 취하거든요. 그런데 SNS 나 이런 것들이 주는 파급력이 대단한 게, 이게 많은 사람들이 호응을 하게 되면 자연스럽게 계속 나타난단 말이에요. 예를 들어 저 멀리서 누가 점프를 하면 누가 볼 수 있는 확률이 높아진 거죠.


박: 그런 이야기들도 사실은 인터뷰했던 친구들에게서 나왔던 것들이 있었거든요. 아키데일리라던지 우리가 익숙하게 볼 수밖에 없는 조건들이 만들어지다 보니까 젊은 건축가들이 나오는 결과물에 대한 것들이, ‘어? 거기서 본 건데?’아니면 ‘비슷비슷한데?’ 이런 류의 이야기들을 많이 하죠. 정보는 많아졌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것들이 빅 데이터처럼 만들어져서 뭔가로 움직여지는 현상, 또는 결과로 나와지는 것들이 몰린다는 이야기들도 많이 하거든요. 어느 순간 특정 재료에 관심을 갖게 되면 그게 유행처럼 휩쓸리는 것들이 예전보다 훨씬 더 많이 보이고, 그 모습들이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는 것이 또 한편의 우리의 모습인 것 같아요.

전: 오리지널리티를 누구에게 부여하기 어려워지는 거죠.


박: 그런 상황들이 한국 건축의 토대가 부실하다는 것을 느끼게 만드는 상황인 것 같아요. 트렌드에는 민감한데, 오리지널리티에 대한 것들은 다들 고민을 하고 있는지에 대해 반문하면 그것에 대한 대답들은 사실 부정적인 또는 아예 대답이 없는 상황들이었거든요.

전: 자연스럽게 두드러지는 사람들과 아닌 사람들이 구별될 것이라고 생각해요. 지금은 물속에서 모래들을 걸러내는 것처럼 보이잖아요. 채를 들어올리면 두드러지는 것, 굵은 알갱이와 작은 알갱이들이 구분이 되잖아요. 그 시간이 계속 올 것이라고 보는 거죠. 지금 당장은 물 속에서 흔들흔들하고 있는 것 같아서 이것 같기도 하고 저것 같기도 하고. 이런 생각이 드는데요. 굉장히 빠른 시간 안에 구분이 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에 자기 생각 없이 휩쓸려 다니는 사람과 자기가 가지고 있는 막연하지만 어떤 생각을 가지고 만들려고 하는 사람은 분명히 구분이 될 수밖에 없어요.


와이즈건축의 화두, Making

박: 아까 재료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작업들에 대한 내용들, 변화들을 보면서 와이즈에서 가지고 있는 화두와 관련된 이야기들을 좀 더 듣고 싶었어요. 사실 매체를 통해서 제가 들을 수 있는 것들은 약간 표피적인 것이라고 생각되거든요. 와이즈에서 관심 가지고 있는 화두, 초식건축가, 스몰리스 등등해서 몇몇 단어들을 쓰면서 작업들을 설명하거나 성향을 보여주었는데, 성향은 알겠어요. 그런데 그것이 건축에서 나타나는 코어에 대한 이야기를 좀 더 듣고 싶어요.


전: 아직 완성된 형태는 아니겠죠. 성장하는 중이니까요. 저희가 근본적으로 좋아하는 말 하나가 있어요. 다들 아시는 말이에요. ‘격물치지’라고 '물건의 본질을 파악해서 결국에는 지식을 얻는다'라는 뜻이잖아요. 그 말에 흥미가 있는 것 중의 하나가 결국에는 새로운 생각을 하는 게 갑자기 뚝 떨어지는 것도 아니고, 뭔가 대단한 창의성이나 그런 것의 영감을 받아서 나오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에요. 본질적으로 물건을 계속 들여다보다 보면 얘가 가지고 있는 고유의 성격이 결국 우리에게 답을 준다는 거죠. 물건을 가지고 놀다 보면 예를 들면, 심플한 노트인데 얘가 주는 무엇이 있다라고 생각을 하는 거예요. 이게 우리에게 자연스럽게 답을 한다고 생각하는 거예요. 사실 벽돌도 그런 거였어요. 벽돌이 저희가 우연히 발견한 게 아니잖아요. 오래 써오던, 웬만한 해법은 다 있는 상태에서 시작을 했던 것이 벽돌이었거든요. 전쟁역사 박물관이 계기가 되었는데, 박물관 자체가 가지고 있던 재료가 벽돌이었기 때문에 저희가 재료를 물려받았어요. 그리고 벽돌로 할 수 있는 것들을 궁리하기 시작한 거예요. ‘얘로 뭘 할 수 있지?’ 물론 재료만이 가져온 것은 아니었고, 프로그램적인 고민이 같이 있었던 거죠. ‘사람들이 와서 무엇을 했으면 좋을까’ ‘사람들이 추모하는 벽에다 무언가를 놓고 갔으면 좋겠다.’ ‘벽돌로 선반을 만들까’ 이런 생각으로부터 외벽의 디테일들이 나오기 시작한 거죠. 쓰임을 하는 사람에 대한 생각과 재료에 대한 생각이 같이 결부되면서 자연스럽게 디자인들이 풀려나가게 된 거예요.

박: 와이즈에서는 그 뒤로도 계속 벽돌이라는 재료를 썼었잖아요?


전: 벽돌이라는 재료에 고착했다기보다는, 벽돌이라는 재료의 좋은 점을 계속 발견해 나갔던 것 같아요. 작은 단위체가 결국에 커다란 덩어리를 구성하는 방법이라던지, 처음이어도 오래되어 보이고, 또 몇 년이 지나도 지금 만든 것 같기도 한 점들이요. 그래서 그 재료를 좋아하게 된 것이지 '우리는 이 재료가 아니면 안 돼’라고 생각한 것은 아니에요. 그렇지만 결국 쓰임새에 대한 생각이라던가, 재료가 가지고 있는 고유한 성격들이 자연스럽게 디자인과 연결되고 있다는 것을 발견하게 되더라고요.


박: 그렇다면 지금 관심사는 재료인가요?


장: 하나로 말하긴 어려운데, 코어는 '좋은 것을 만들어야 해' 이것이 어떻게 보면 코어가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어요.

박: 그러면 와이즈에서 좋은 것은 어떤 것인가요? 어떻게 하면 좋은 것을 만들 수 있나요?


전: 저희도 그게 고민이에요. '재료에 대한 관심이세요?'라고 하셨을 때 제가 살짝 대답하지 못했던 게, ‘아닌데, 재료에만 관심 있는 건 아닌데’ 왜냐하면 그건 재료가 시작이고 끝이라는 이야기와 같은 건데, 그게 되게 위험한 이야기거든요. 재료가 아닐 수도 있어요. 그러니까 무엇을 만드는가도 중요한 것이잖아요. 건물을 만드는데 ‘어떤 건물’, ‘어떻게 썼으면 하는 건물’ 이런 생각들을 하면서 만들잖아요. 저희가 건물을 만들 때 공간을 투시도적으로 상상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의 쓰임새를 계속 생각하잖아요. 쓰임새와 보이는 것을 다 같이 고민하게 되는 거 같아요. 재료는 그때 적재 적소에 쓰이게끔 활용하면 되는 거죠. '이거 아니면 안 돼’는 없어요. 안도가 '콘크리트가 아니면 안 돼' 라는 식의 결합된 원칙을 정하고 있지는 않은 것과 같아요. 그게 좋은 점이기도 하고 불편한 점이기도 하고요. 매번 이렇게 하면 어떨까 저렇게 하면 어떨까라는 생각들을 하는 것이 상당히 피곤한 일이긴 하거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번 응용시켜보는 이유가 '이게 정말 좋은 대안인가? 해법인가? 정답인가?'를 계속 검증하는 노력을 하고 있는 것 같아요. 좋은 것이라고 하는 것은 사람의 쓰임에도 잘 맞고, 보기도 괜찮고. 우리가 원하는 방향에 우리가 좋아할 수 있는 방향으로 만들어지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우리 색깔, 우리 결에 맞게, 우리가 흡족할 만한 방식으로요. 그래서 사실 상황이 이러니까, 비용이 이러니까, 건축주가 변덕스러우니까. 이런 상황들임에도 불구하고 좋은 것이 만들어졌다고 하면, 이것은 저의 번뇌 비용으로 만들어 낸 것 같아요. 제약된 요소들 안에서 무엇인가 우리가 좋아할 수 있을 만한 하나를 만들었다는 것에 흡족한 것 같아요.

박: 좋은 것을 만들기 위해 관심 가지고 있는 부분 또는 단어 아니면 출발점이 궁금해요.


전: 제가 좋아하는 어떤 것들에 대한 예시를 들어보자면, 흔히들 코어를 일자로 만들어요. 그런데 혹시나 이게 될까 해서 이렇게 만들어봤어요. 그랬더니 생각보다 너무 괜찮은 거예요. ‘코너의 경계를 없앤다는 것이 이렇게 좋은 느낌인가’이런 생각을 그 때 처음 했던 것 같아요. '이건 좋은 거야. 이건 다시 한번 써보고 싶어'라는 생각을 했던 것 같아요. 건축에서 선의 경계를 없애는 것 하나가 사실 사소한 거잖아요. 어떤 대단한 아우라를 가진 공간을 만드는 게 아니라, 작은 부분에 대한 것들을 한번 해볼까? 시간이 지나면서 그런 생각들을 했던 것 같아요. 우리가 벽돌을 활용할 때 사실 그전에 벽돌을 쓰신 분들이 있었어요. 황대준 소장님도 Bricks라는 대학로에 있는 건물에서 까만 벽돌을 사용했었고. 우연하게 시간이 겹치긴 했지만 조민석 소장님이 또 같은 물결 패턴의 벽돌들을 사용했었구요. 그분은 워낙 잡식성이고 재료를 활용하는 방법에서 다양한 실험을 하고 계셨고 저희는 저희 나름대로의 솔직한 재료 다루기를 통해서 쓰임새에 대한 고민들을 했던 것 같아요. 그런 이중적인 것을 좋아하는 것 같아요. 단순히 형태 지향적인 것도 아니고, 재료 지향적인 것도 아니고 다의적인 의미로 해석될 수 있는 것들이 잘 만들어지면 굉장히 만족하게 되는 것 같아요.

장: 단어 속에 있는 것 같은데요. 단어를 이야기하자면, 메이킹이 저희의 화두가 되고 저희의 코어가 되는 것 같아요. 예를 들어서 아치를 만드는 거죠. 누구나 아치는 당연하다고 생각하지만 저희는 당연한 것을 만들어보는 거예요.

전: 장소장님 말에 100% 동의해요. 저희가 건축하는 것에 큰 부분을 차지하는 것이 만들기예요. Making.


박: 메이킹이라는 것은 어찌 보면 건축에서 물리적인 만듦에는 항상 들어가 있는 것인데 와이즈에서 생각하는 만들기는 구체적으로 어떤 만들기 인가요?


전: 어떤 사람들은 생각을 스케치해 놓고 거기에 논리를 세우고, 디자인의 어떤 솔루션을 찾아가는 과정을 즐기잖아요. 우리는 어떤 때는 생각을 세워 놓지 않고 뭘 만들어요. 그리고 형편없는데? 그러면 미뤄 놓고 또 만들어 보고. 생각하다가 또 만져보고 또 만들어봐요. 이 만들기 과정이 생각하는 과정과 연관이 되는 것 같아요. 그게 생각 프로세스를 도와주는 실전적인 부분이 있는 것 같아요. 저희가 형태적인 언어가 과격하지 않은 이유가 메이킹의 과정이 처음에 우리 손을 빌어서 하기 때문인 것 같아요. 거기서 할 수 있을 만큼의 형태적인 조작까지만 하고, 그 작업을 가지고 그 다음을 진행하는 거예요. 그 메이킹 과정에서 전지전능한 시점에 머무르지 않고, 계속 커지거든요. 결과적으로 우리가 나중에 대면하게 되는 건물이랑 차이가 별로 없어요. 오늘도 한 건물 비계를 털었어요. 그리고 사무실 스텝들이랑 보면서 다같이 한 이야기가, ‘모형이랑 똑같네’ 였어요. 그게 저희에게 대단한 칭찬인 셈이에요. 칭찬이자 한계일 수도 있겠어요. 우리가 생각한대로 만들고, 만든 대로 생각하는 과정이 반복되었잖아요. 처음에 큰 생각 안하고 만들다가 우연하게 발견하는 것도 있거든요. 스케치를 해서 만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하다가 우연히 발견하고, 또 우연히 발견하고. 또 실패도 좀 하고. 안되기도 하면서 조금씩 바꾸기도 하고. 그런 거죠. 결과적으로는 최종으로 우리가 만들어 놓은 것과 건물이 큰 갭이 없는 상태에 이르게 되더라고요.

장: 그 차이 없음을 알고 있다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 차이 없음을 모르면 어떤 제안을 할 때, 건축주에게 신뢰를 가지고 이야기할 수가 없잖아요.

전: 이게 재미있는 경험이기도 한 것이, 저희가 이로재에서 일을 할 때 승효상 선생님의 일하는 프로세스를 보면, 스케치를 굉장히 잘 그리시고, 도면도 아름다워요. 평면이 짜임새가 있고, 비례가 적절하다고 생각을 했었어요. 그런데 장소장님이 다녔던 스티븐 홀 같은 경우의 프로세스랑은 완전히 차이가 있어요. 아이디어스케치. 이게 다이어그램 같기도 한데, 이게 건물이 돼요. 간단한 스케치로, 수채화로 된 그림이 건물로 번안되고, 모형이 되기 시작해요. 모형이 점점 커져요. 그리고 모형에 대한 투시도 같은 것을 많이 찍어요. 사실 어느 정도 모형이 만들어지면 '이 정도면 됐어'라고 생각하잖아요. 그런데 계속 매번 확인을 하려고 하는 거예요. 배면, 옆면, 그림자가 생기는 부분, 정원이면 거기에 수련 다 띄워보고. '그 작업을 왜 하나'라는 생각을 했었거든요. 그런데, 실물이 지어지고 나니까 차이가 없는 거예요. 이미 그림으로 다 나와있던 거예요. 그리고 만드는 과정을 통해서 다 검증을 한 상태에 있었던 거예요. 그리고 나서 실시 설계를 진행하긴 하죠. 하지만 이 사람이 작업을 하는 방식이 건물화가 되었을 때와 큰 차이가 없게끔 갭을 줄이는 작업을 하고 있었던 거죠. 저희가 작업하는 게 물론 그분과는 프로세스 상의 차이가 있어요. 그런데 우리는 오히려 더 원시적인 방식을 가지고 있는 것 같아요. 처음에 굉장히 다이어그램 적인 건물 매스를 가지고 놀기 시작하다가, 그 다음에 부분 디테일을 만지다가, 또 이게 마음에 들면 이걸 바꾸고, 요게 마음에 들면 이걸 바꾸는 작업들을 왔다갔다하면서 간격을 좁히는 작업을 하게 되거든요. 만들기가 다 끝나면 건물의 형상에서 비슷하게 나오게 되는 것 같아요. 사실 저희가 시공자들을 상당히 피곤하게 하는 것 중 하나가, 부대 토목을 하는 부분을 다 도면화해서 내보내지 않아요. 조금 남겨두어요. 그게 마감하는 과정에서 좋은 것들을 만들어내게 하는 것 같아요. 계속 조르고. 이것 좀 이렇게 해보죠. 하면서. 아무리 스케치를 다하고, 투시도를 각도를 변경해서 보아도, 실물로 보는 느낌을 줄 수가 없는 것을 잘 알고 있는 것 같아요. 저희가 2016년 봄에 일련의 일들을 겪으면서 그런 생각을 했다고 했었잖아요, '우리의 눈과 손이 갈 수 있는 데까지의 작업들을 잘하자'라는 생각. 그것이 초심을 찾는 것과 관련이 있어요. 그런데 작년에 저희가 삐뚤어졌던 거죠. 그런데, 그걸 하다가 느낀 게 '우리가 아직도 흐름과 줄거리를 읽는데 부족하구나'했던 것 같아요.


박: 그런 면에서는 어쨌든 경험이 많이 필요로 하죠. 그리고 그것을 안 하려고 하거나, 뛰어넘으려고 하거나, 그 단계가 아닌 다음 단계로 뛰어넘는 것 자체가 위험하다고 보거든요. 아까 잠깐 이야기했던 것처럼 저희가 작업했던 SKMS연구소 작업했던 것이 저 개인적으로는 사실 안 좋았던 프로젝트예요. 긴 시간동안의 진행으로 인해 많은 것들을 잃어버렸거나 아니면 놓쳤거나 했거든요. 사실은 저는 건축가가 경험해야 할 몇 단계들은 필요하다고 생각이 들거든요. 그 부분들이 없이 간다고 하는 것 자체가 사실은 곧 닥쳐올 상황에 대해 대처할 능력이 안되기 때문에 너무 빨리 가는 것을 안 했으면 좋겠다고 친구들 또는 후배들에게 말해요. 연구소 2차 프로젝트, 별장 프로젝트 하면서 엄청난 금전적인 피해를 입었었는데 지나고 나니 그것을 할 수 있는 상황이나 준비가 안되어 있는 상태에서 했었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었어요. 그래서 사무실 규모에 대한 부분도 조심스러운 부분들도 있어요. 상황이 되면 할 수도 있겠지만, 그 상황이 왔을 때 내가 할 수 있는 준비가 되어 있는지 다시 뒤돌아봐야 할 필요는 있는 것 같아요.


전: 장소장님과 제가 그 고민을 할 당시에 내렸던 임시 방편적인 결론 중 하나는 '우리가 각각 나뉘어져 아뜰리에를 한다고 생각하면, 한 사람이 3명의 스텝을 데리고 있는 거니까 결코 큰 것은 아니다'라고 잠깐 생각했던 것 같아요. 그러므로 우리는 견딜 수 있을 거야. 일단 좋은 스텝들이 있기 때문에 안고 가야 맞다는 생각들을 했던 것 같아요.

박: 아까 잠깐 이야기한 스티븐 홀에서 일을 하는 방식, 제가 쓰는 단어로는 '싱크로율' 이라고 하는데요. 자기가 생각하거나 스터디 했던 것들과 현장에서 나타나는 결과물의 갭을 얼마만큼 줄일 수 있는가였었죠. 그 부분에 있어서 하나 질문 드리고 싶었던 건 두 분의 소장님하고 스텝하고의 관계, 어떤 관계로 일을 하고 있는지가 궁금했어요.


장: 서로 조금씩 스타일이 달라요. 저는 좀 더 이임을 하고, 실수가 나면 패닉 하는 스타일이죠. 그런데 이제 요행히 실수 난 것을 커버할 수 있게끔 하는 계기도 있더라고요.

전: 저는 다 챙기는 스타일이예요. 얘기 안 하면 묻고, 묻고 또 묻고 또 묻고.


박: 그래서 생각하고 있는 것들이 스텝을 통해서 만들어지는 그 과정은 꼭 필요하다고 생각하시는 거죠?


장: 예 저희가 다 할 수는 없으니까요. 그래서 스텝이 중요하다고 생각하죠. 저희 디자이너들이 잘해야 되는 거예요. 왜냐하면 저희는 점점 손이 투박해질 거거든요.


박: 작업을 하는 과정에서 스텝하고의 커뮤니케이션 방식이 무엇인가에 따라서 그들하고 나하고, 건축가의 어떤 관계 설정과 결과물에 대한 방향이 많이 달라질 수밖에 없다고 생각하거든요. 어떤 툴을 써서 스텝과 커뮤니케이션 할지 그것과 함께 바라는 부분은 무엇인지요?


장: 주로 모형이죠.

전: 그리고 다이어그램과 스케치요.

장: 일단은 먼저 최대 규모를 가져오면, 그거 보다가 모형 좀 만들어보아요. 한 다음에 모형 만들어오면, 모형에 스케치를 하죠. 여기 이렇게 하면 어때요 하면서요.

전: 저는 장 소장님보다는 친절하게 하는 것 같아요. 더 작업을 많이 하죠. 저는 좀 더 구체적으로 평면도 그려주고 '이런 식으로 갔으면 좋겠어'라던가 '공간감은 이랬으면 좋겠어'라는 이야기를 좀 더 디테일 하게 하는 편이에요.


박: 앞서서 제가 질문하려고 했던 것을 할 기회가 온 것 같은데요. 프로젝트마다 시작하는 조건들이 각각 다르잖아요. 프로젝트 시작 단계에서 어떤 것으로부터 시작하는지 궁금해요. 물론 케이스 바이 케이스, 다 다르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이런 부분에 관심을 가지고 처음에 시작하는 것 같다'라고 하는 첫 씨앗이요.


전: 둘이 좀 다른 것 같아요.

박: 프로젝트가 들어오면. 장소장님 프로젝트, 전소장님 프로젝트가 나눠지나요?


장: 초기에 나뉘어지는 것 같아요. 그리고 초기에 나누는 비결이 있어요. 전화 받는 사람, 뭐 이런 거? (웃음) 주로 연락하는 사람이 프로젝트 매니저가 돼요.

전: 왜냐하면 그것은 건축주가 그 사람을 편하게 생각한다는 거니까요. 까다로운 성격의 건축주들은 장소장님하고 아이 컨택을 잘 안 해요. 그리고 아이 컨택도 중요한 것 같아요. 건축주가 누구와 아이 컨택을 주로 하는 지요. 어떤 건축주는 처음에 이렇게 앉아 계셨어요. 이야기를 한참 하다가 이렇게 돌아앉으시더라고요. 그건 이 사람이랑 하겠다는 뜻이에요. 그분이 선택을 하는 거지 저희가 나눈 게 아니에요.


박: 어쨌든 일의 수주는 두 배가 되겠네요? 나한테 안 맞으면 저쪽으로 갈 수 있으니까.


장: 그렇죠. 어떻게 보면 그 사람들에겐 가능성이 나뉘어져 있는 거죠. 두 사람의 성향이 너무 다르기 때문에. 한 사람은 A부터 Z까지 다 챙기는 스타일이고, 한 사람은 당신은 M이야 하고 말하는 스타일이구요. 저는 이 프로젝트에서 이것만 하면 돼. 이렇게 생각하는 타입이죠. 다 완벽하게 하려고 하지 않아요.

박: 그래서 두 분이 추구하는 프로젝트의 씨앗은 뭔 가요?


전: 오히려 본인은 잘 못 볼 수도 있는데, 제가 보기에는 장소장님이 프로젝트를 키우는 방법은요, 아주 작은 부분에 꽂혀요. 예를 들어서, 검은 띠 프로젝트 같은 경우에는 사실 상업 공간이잖아요. 내부적으로 공간을 구현할 수 있는 게 없었어요. 그때 이야기한 것이 '바깥에 재미있는 아트를 설치해야 할 것 같아'가 이야기의 맥락이었던 것 같아요. '여기 뭔가 근사한 게 하나 있어야 할 것 같아. 이걸 하자고 말을 해봐야겠어' 이런 식인 거예요. 개념을 잡아가는 과정이 어떨 때는 도시적 맥락의 치열한 논리가 아니라 굉장히 직관적이에요. 조목조목 잘 보는 것 같아요. 어떻게 보면 허술하기 때문에, 논리적으로 하나하나 꼼꼼하게 따져보지 않았기 때문에 그것들이 저는 불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했거든요. 객관적으로 보는 입장에서는 저건 설득할 수 없을 거라고 생각했던 것이 어느 날부터 건축주까지 같이 동화되어서 '아트 작품을 하죠'이렇게 된 거예요. 파사드에 무엇인가를 하자는 이야기가, 파사드에 공간을 넣는 일이 된 거죠. 그래서 어쨌든 장소장님의 방법은 그런 것 같아요. 어떤 무형의 뭔가를 만들기 보다는, 그게 유용한 무엇이면서도 다른 체험을 할 수 있는. 그러니까 아주 사소한 디테일 스케치에서부터 출발했거든요. 그러면서 그게 아주 집요할 정도로 나뉘어지는 거예요. 사실 왜 같은 것을 계속 만드나 생각 했었어요. 그런데 실은 본인에게는 미세한 차이가 있었던 거예요. 가능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던 작은 아이디어를 키우고, 만들고, 설득하고 실제 공간으로 혹은 설치의 개념으로 만드는 것 같아요.

장: 직관적이에요. 그게 왜 나오는지 설명은 힘든데. 여기서 논리는 어디서 등장하냐면, 여러 가지 안들 중에서 보고 그 중에 '뭘 하면 지금의 우리가 생각하려는 맥락과 잘 맞을 것인가'를 그때 생각하는 거예요. 예를 들어서, 전숙희 소장님이 발 프로젝트를 하고 있을 때, 우리가 벽돌에서 뭔가 다른 토픽을 끌어올 때가 온 것 같아. 라고 생각을 하는 거죠. 저쪽에서 메탈과 선적인 이미지로 이야기를 하니까 나도 맞춰야겠어. 이렇게 생각을 하는 거예요. 좀 더 생각을 해보면, 내부 구조도 선적인 것으로 가야겠다. 그래서 구조가 다 각 파이프가 되었죠.


전: 선으로 되어있는 공간을 만들어 보고 싶다는 아이디어에서 시작했어요. 다들 구조적으로 안 된다고, 결국 보강하면서 두꺼워질 거예요 했는데, 해법을 잘 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재료의 물성 때문에 하나는 반투명한 빨강색이고, 하나는 거울의 성격을 갖고 있잖아요. 중간에 구조 부재가 두꺼워질 거라는 것을 다 알고 있었거든요. 그래서 그게 선적인 공간의 실패요인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그것을 다른 방식으로 해결하더라고요.

장: 이상의 집은 모든 영감의 원천과 저희에게 좌절도 많이 안겨주었던 일이지만, 전숙희 소장님이 하나의 유형을 만들어 두었던 것을 제가 여기에 써야지. 하고 가져오고 절충을 잘해요. 직관적으로 끄집어 내서 절충한 다음에 그것을 어디에 적용하는 것을 잘 하는 것 같아요.

전: 가끔 이런 방법론이 부러울 때가 있어요. 왜냐하면 저는 시작하면 시작한 맥락을 잘 못 놓아요. 아쉬워하거든요. 안 풀리는 것에 대해 좌절하고 다시 풀고, 다시 풀고 하는 스타일인데, 장소장님은 풀다가, 안되네? 하면 다시 바꿔요 다른 걸로. 그런 것들이 물론 집요할 때는 엄청 집요한데 또 안 되는 부분에 대한 절충을 잘 하기 때문에 본인이 필요하지 않은 곳에 에너지 소모를 많이 안 하잖아요. 그런 건 좋은 것 같아요.

장: 사실, 저는 제가 오리지널리티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고 우연한 것에서 무언가를 캐치해서 그것을 조합하는 것에 능숙하다고 생각해요.


박: 전숙희 소장님의 작업하는 방식의 출발점은 무엇인가요?


전: 저의 작업하는 출발점은 좀 더 분석적인 생각을 하는 것 같아요. 예를 들어서 주택의 작업을 하게 되면, 대단한 건축가들이 했던, 제가 좋아했던 건축가들이 그간에 했던 작품들을 쭉 봐요. 건축의 대가들 르꼬르뷔지에나 칸이나 이런 사람들이요. 저희가 생각했을 때, 위대한 집이라고 생각하는 것들을 쭉 봐요. 무엇이 이것을 위대하게 만들었는지를 생각하는 거예요. 왜냐하면 지금은 너무나 많이 사람들에게 계속 반복적으로 사용되고 있기 때문에. 그런데 그것은 고전이 되어있는 상태잖아요. 그 당시의 해법이라고 할 수 있는 그 때의 사회적인 맥락 등을 많이 읽어보는 것 같아요. 이게 왜 그때 그렇게 대단했어? '빌라 사보아' 같은 경우에는 제가 정말 좋아하는 건물이거든요. 지금은 철저하게 버림받았잖아요. 왜 이게 대단했지라는 생각을 많이 해요. 결과적으로는 그게 산업화 시기랑 관련도 있었지만 라이프 스타일도 굉장히 획기적인 게 있었잖아요. 구조의 변화, 건축 기술의 변화, 그리고 산업의 변화. 뭐 이런 것들. 그런 것들에 대한 맥락을 읽다가, 그럼 지금 시장은 뭐야? 이 사람들의 라이프 스타일에 필요한 것은 뭐야? 하고 생각을 하는 거죠. 그게 저희한테 굉장히 중요한 거죠. 개인적으로 역사를 좋아하는데, 맥락을 읽는 것을 재미있어 하는 것 같아요. 그런데 그게 제가 작업하는 거랑 관련이 있어요. 고급 주택을 작업한다고 했을 때, 사실 프로그램적으로 수영장이나 대단한 거실이나 방의 개수나 화장실이 얼마나 럭셔리 한가는 저에게 하나도 중요하지 않아요. 그래서 ‘여기서 새로운 유형은 어떤 것인데? 여기서 이 사람들 어떻게 살면 좋겠는데? 이 사람들의 삶의 변화를 줄 수 있는 포인트는 무엇인가?’라는 생각을 하게 되거든요. 최근에 설계한 집 중에는 ‘겨드랑이공간’이 있는 집을 만들었어요. 겨드랑이 공간이란 우리가 집을 설계할 때, 공간의 크기의 제약 때문에 거실, 방, 방, 방 이렇게 구성이 되잖아요. 그런데 그 사이에 겨드랑이 공간을 하나씩 만들어 놓으니까 희한한 것들이 생겨나더라고요.

박: 겨드랑이 공간이라고 표현하는 것이 재미있어요.


전: 복도들로 연결되어 있지 않은 집들이요. 대전에 있는 집인데요. 사실 라이프 스타일을 보면 결국 이분이 원하시는 것은 아파트나 빌라 같은 집이었어요. 제가 선택한 것이 무엇이냐면, 커다란 현관이 있고 거실로 연결되는 것이 아니라, 겨드랑이 공간을 열어주는 방법으로 집이 전개가 되는 방법이에요. 집을 3칸짜리 집으로 생각 했어요. 본인이 사는 방 하나와 마루 그리고 부엌만 있으면 되는. 나머지는 별도의 공간들이 붙여졌어요. 기본 3단의 구성인 거죠. 나머지는 안 써도 되는 공간이고요. 그 공간의 사이사이가 공간을 나눠주는 거죠. 별동을 원하지 않는 게 이분들 세대들이 갖고 있는 생각 중 하나가 불편한집, 그리고 '비를 맞으면서 걸어 다닐 수 없어'라는 것인데, 결과적으로 목이 좁은 공간들이 되었죠. 그런 유형에 대한 생각들을 많이 하는 것 같아요.

박: 이 부분들은 주택에서의 가능성은 훨씬 더 많아지겠군요.


전: 네. 꺾이지 않고, 곡선 처리가 되면서 희한한 공간이 되더라고요.

박: 실제로 제일 중요한 공간에서의 벽공간이 많이 없어요. 주택과 관련해선 이런저런 제안할 수 있는 폭이 상대적으로는 적고, 적어서 또 도전할 수 있는 기회가 있다고 생각이 들거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나오는 평면들을 보면, 소극적인 상황이었던 것으로 느껴져서 사실 많이 아쉬웠던 부분들도 있는데 저 프로젝트는 재미있네요. 아까 유형과 관련된 이야기를 하시는 걸 보니 그것에 관심을 가지고 작업 진행을 하고 계신 건가요?


전: 저는 좀 더 공간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하는 것 같아요. 장 소장님보다는. 그러니까, 제가 아까 이상의 집에서 재미있는 유형을 하나 만들어냈다고 했잖아요. 건물의 외관, 매스를 밟고 올라가는 것에 대한 이런 언어들이 그때 고민했던 것들이에요. 이상의 집에서 그 고민을 했던 이유 중 하나가, 땅이 너무 좁은 거예요. 사실 아이디어는 오래 전에 나왔던 것이에요. 예전에 일본에서 도시 건축의 유형을 만들 때 가로로 올리겠다는 개념에서 나왔던 거예요.

박: 홍대에 70-80년대 지어진 건물들을 보면 도로의 연장으로 건물 안으로 치고 들어오는 외부의 공용공간들이 많이 있었잖아요. 한동안 잊혔다가, 저희들도 그걸 다시 끄집어내서 지금 현재 상황에서 재해석할 수 있는 욕심을 가지고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어요. 지금 이야기 한 내용이 비슷한 접근이라고 볼 수도 있겠네요.


전: 네 맞아요. 이상의 집에서 그 계단을 건물 매스 위에 올려놓는 방법을 썼던 것은 에고가 많이 반영이 되었어요. 작은 건물 안에 기념관을 만들어 달라고 하셨는데 체험하는 사람들이 건물 안에만 들어갔다가 나오면 체험할 수 있는 것이 상당히 제한되어 있는 것이잖아요. 그러니까 건물 바깥을 돌아다니게 하고 싶었던 거예요. 그게 사실 개념의 시작이었어요. 도시공간, 도시 안의 골목이 아닌, 그 안의 건물의 곳곳을 돌아볼 수 있게 하는 산책길. 그것을 만들겠다는 거였어요. 사실은 이상의 집에서 나왔던 개념이 제일 먼저 실현된 것이 ABC였던 거죠. 레이어를 만들고, 그 성격이 달라지고. 올라가는 길과 결국에는 작은 길들이 생기고.



와이즈건축의 취약점

박: 지금 바로 답을 해도 되고 안 해도 되는 질문이 있는데요. 지금 이 시기에 와이즈의 개선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장: 하하 그건 흥미로운 주제이기 때문에 지금 대답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인지도에 비해서 럭셔리 하지 않다는 것 같아요. 고급스러운 이미지가 인지도에 비해 없다는 것. 무슨 이야기냐면, Making의 측면에서는 저는 저희뿐만 아니라, 많은 아뜰리에들의 롤모델이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재료의 감성이라던가, 실제로 그게 가져올 경제적인 풍요로움에 대한 관심도 물론 있어요. 하지만 그 정도의 퀄리티를 사 줄 수 있는 사람은 제한적이고, 그래서 그 사람들에게 어떤 호감을 갖게 하려면 그것이 실제로 보여지는 것도 굉장히 중요하거든요.

전: 저는 저희의 취약점이 뭐라고 생각하냐면, 사실 지금 당장에 답변을 드리기에 생각이 완벽하게 다 정리가 되어있지는 않아요. 우리가 메이킹에 관심이 많다는 것에 대해 동감을 했던 것 같아요. 그게 문제예요. 저희가 메이킹을 프로세스와 같이 하기 때문에 되게 비효율적이에요. 그래서 이게, 우리 근본적인 고민, 약점, 취약점인데 그러다 보니까 보여지는 과정이 항상 중간 과정인 거예요. 뭐 만들다가 안 되는 것들도 보여줘야 하는 상황이고 될지 안될지 확신을 주기 어려운 것도 있구요. 사실 북촌이 그런 프로젝트였는데 저희가 생각하기에는 그 프로젝트가 잘 끝난 것은 순전히 건축주가 좋았기 때문에 잘 끝났다고 생각해요. 건물을 풀어가는 과정이 대나무발을 건물에 쓰자는 단순 무식한 사고로부터 출발을 했던 거였거든요. 그리고 실제로 대나무 발을 만들기 위해서 굉장히 애를 썼어요. 모형도 만들어보고, 그걸 만들 수 있는 사람도 만나보고, 그걸 엮을 수 있는 방법도 찾아보고, 그리고 과거의 사례도 찾아보고, 이것을 현대적으로 해석했을 때 어떻게 지속가능 하게 만들 것인지에 대한 고민들도 하고요. 정말 많은 집착과 디자인 과정이 메이킹 프로세스에 응집이 되어있었던 거죠. 그러다 보니까 나머지 부분을 세련되게 발전시킬 수 있는 어떤 기회 비용들을 여기에 다 투입하고 있는 거예요. 물론 결과론적으로 저희는 그 결과에 만족을 하고 있어요. 원하던 방향으로 잘 끝났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런데 중간 과정을 보면 너무 어설픈 것들이 많았던 거예요. 왜냐하면 안 만들어 본 것이었으니까요. 하다못해 건축주가 그랬어요. “이거 정말 돼요? 괜찮을까요? 한번 해보죠.” 라고. 건축주가 이 부분에 대한 서포트를 하지 않았다면 중간에 좌절될 수도 있었겠다 라는 생각이 들어요. 메이킹 과정이 리스크가 너무 많은 거죠. 매일매일 생각의 막연함으로 막연한 믿음으로 시작했던 것이기 때문에 결과를 장담할 수가 없는데 다행히도 여태까지는 잘 넘어왔던 것이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어요. 건식벽으로 벽돌을 만드는 것도 마찬가지였던 것 같아요. 지금도 사실 그 우려가 남아있어요. 저기 넣었던 고무라고 하는 것에는 기름 성분이 있기 때문에 다 나가면 갈라지잖아요. 몰탈도 물론 크랙이 가요. 시간이 지났을 때 저것이 어떻게 변할지에 대해 사실은 검증받은 적이 없으니까요. 그게 우리의 어떻게 보면 우리 디자인 프로세스의 코어 인 것 같아요. 강점이자 단점이에요. 동시에 있어요. 그러니까 막연한 믿음이나 해맑은 생각에서 출발한 황당무계한 것들이 우리로 하여금 만들어보게끔 계속 만들어주지만, 또 한편에서는 실패의 가능성도 갖고 시작하는 것이라는 거죠.

장: 그거 만약에 실패하면, 엄청난 실패가 되는 거죠. 시간적으로도 그렇고 금전적으로도 그렇고.

전: 물론 그 사이에 인지를 하고 절충은 해요. 어떤 부분들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희가 요즘 느끼는 좋은 점은 우리가 그런 결과물들을 만들어온 과정을 좋게 평가하는 사람들이 우리에게 건축주가 되어서 돌아오는 것 같아요. 그래서 그 사람들이 우리로 하여금 또 하던 것을 반복하지 않게 하는 동력을 주기도 해요.


박: 그것과 관련해서 젊은 건축가들이 이미지로 본 것들을 막연하게 구연하고 싶어하는 욕구나 욕심에 의해 프로젝트들이 진행되는 상황은 외국에서는 절대 허용되거나 용납될 수 없는 환경이거든요. 한국에서 지금의 상황이 그런 것들을 어느 정도 무마하거나 넘어갈 수 있는 환경이기 때문에 그것들에 대해서 실험적인 결과물들이 나오고 있어요. 외국에서는 아시다시피 검증되지 않거나 확인되지 않은 것들을 하는 것은 무모하다고 생각을 해서 아예 시도하지 않는 상황이기 때문에 한국이 또 한편으로는 좋은 기회와 지금의 상황들을 만들어냈죠. 하지만 아까 이야기했다시피 양날의 검 인 거죠. 자칫 잘못하면 성수대교나 삼풍백화점의 상황이 되는 것이죠. 그것에서의 데미지와 겪어야 하는 상황들이 사고로 이어진다고 하면, 상황이 바뀌어질 수 있겠죠. 그것에 대한 책임을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질 수 있는지가 건축가 또는 사무소의 능력이라고 생각이 들구요. 그게 또 한국 건축에서 계속 관심 받고 있는 주된 이유이고, 그게 한국의 상황 인 것 같아요.


전: 맞아요. 그 이미지 메이킹에 대한 이야기가 왜 나왔냐면, 자기반성 같은 거였어요. 이것은 우리 오피스를 이끌고 있는 사람으로써 그냥 건축가 개인이 아니라 이 그룹을 책임져야 하는 입장에서 나온 고민인데 이런 설계를 할 때 좀 휘둘리는 부분이 없지 않아 있었던 것 같아요. 너무 건축주들 목소리도 크고 다량으로 몰려와서 시장이 이런데 어떻고 저렇고. 한 사람을 둘러싸고 여러 사람이 와글와글하면 좀 물러서게 되는 부분이 있었던 거죠. 그 생각은 순전히 사무실의 프로젝트 구성이나 프로핏 구성 같은 것에 대한 고민에서 출발했던 건데 이미 작업하고 있는 건축주가 소위 말해서 거품 낀 사업파트너를 데리고 와서 이런 이야기들이 오고 갈 때, 이 사람들에게 단호하게 '우리는 그런 일 안 해요'라고 말 할 수도 있잖아요. 그런데, 관계 때문에 그때 그것을 그냥 받아들였어요. 우리는 딱 요만큼인데 여기에 하나를 끼워 넣었다가 결국엔 넘친 거죠. 그렇다면 이런 분들과 일하지 않게끔 더 구성을 바꾸고, 우리의 체질을 바꾸려고 하면 우리에게 필요한 것이 뭘까라는 생각을 했어요. 저희의 단점이자 장점이 메이킹이라 했잖아요. 메이킹을 하는 방식에서 생각을 좀 정리한 다음에 하면 좋은데 적당히 하다가 벌써 만들기 시작한단 말이에요. 그러니까 그것에서 나오는 시행착오나 중간 결과물과의 부족함이나 에러 같은 것들을 보강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한 고민들을 하는 것 같아요. 그게 결국에는 우리가 다른 클라이언트 그룹과 일할 수 있게끔 바꾸어 줄 수 있지 않을까, 체질을 바꾸는데 필요한 것들이 아닐까 싶어요. 물론 장소장님이 예를 드는 최욱 소장님같이 대대적인 사무실의 리노베이션 같은 것은 능력도 안 되고, 그렇게 큰 관심도 없고 사실 지금 저희 현재 건축주 그룹은 그런 것에 크게 관심도 없어요.


껍데기 건축, 표피 건축

박: 잘할 수 있는 것과 하고 싶은 것은 좀 다를 수도 있을 것 같아요. 그 관점에서 제가 한가지 더 궁금한 것은, 자본주의 사회에서 상업주의 건축, 한편으로는 표피 건축이나 껍데기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는지요? 그리고 그것에 관련된 일은 한적은 있는지. 앞으로 그것과 관련 되서는 어떤 입장을 가지고 계신지 궁금해요.


전: 껍데기 건축은 어떻게 정의하느냐가 문제인 것 같은데요. 입면만 했다고 해서 껍데기 건축은 아닌 것 같아요. 왜냐하면 제 생각에 어떤 것은 프로젝트가 입면만 있는 경우도 있잖아요. 저희가 했던 봄 프로젝트라는 프로젝트는 남대문 쪽에 우체국이 있는 건물이었어요. 건축주가 저희한테 대지를 내준 게 입면 밖에 없었어요. 지금 말씀하시는 것은 건물을 구성하는데 있어서 모든 포커스가 껍데기에 가는 경우를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어보시는 건가요, 아니면, 어떤 상업지향성에 대한 건가요.

박: 둘 다 인 것 같아요. 둘이 다르지 않다고 생각이 들거든요. 돈은 최소한으로 들고, 화려하게 껍데기로 승부를 걸고 가는 건축 그게 뭐 자본주의 상황에서는 필요하거나 요구되는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은 들거든요.


전: 일단은 껍데기 건축이라고 분류하는 그 말은 누가 했는지는 모르겠는데, 그 뒤에 운운 되었던 프로젝트 중에 동의할 수 없는 프로젝트들도 있었어요. 예를 들어서 신사역 사거리에 있는 대부분의 건물들이요. 야밤에 불 켜고, 유리로 싹 둘러싸고 코어에 좀 장난쳐 놓고 이런 건물들. 그리고 안에 임대가 되는 건물들. 질적인 해석 없이 양적인 해석만 있는 그런 건물들 있잖아요. 본질적으로 태생적으로 한계가 있게 태어난 건물들은 껍데기 건축일 수밖에 없는 것 같아요. 그리고 그것을 하는 부류가 있어서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해요. 한편에서는 우리가 안 해도 되니까요.

박: 만약 그런 요구의 프로젝트가 들어오면 안 하시나요?


전: 몇 번 온 적은 있었어요. 보통은 자기들이 알아서 안 맞는다는 걸 너무 잘 아는 거예요. 하는 이야기나, 프로세스 하는 방식이 너무 다르기 때문에 그분들이 볼 때는 우리가 가지고 있는 미적인 방향이나 감각은 그분들이 가진 사업성에 도움이 안 되는 것이었던 것 같아요.

박: 그 다음은요?


전: 그 다음 몇몇 껍데기 건축이라고 분류되었던 프로젝트 중 하나가 김찬중 소장님의 한남동 프로젝트요. 저는 그것은 잘못된 분류라고 생각해요. 그 건물은 껍데기 건축은 아니에요. 저는 오히려 메이킹의 과정이 없으면 껍데기처럼 보이는 거죠. 왜냐하면 그것을 만들기 위해서 굉장히 그 안에 많은 프로세스들이 있거든요. 프로세스 때문에 높게 평가한다는 뜻은 아니에요. 그것은 본질적으로 다른 접근을 한 프로젝트였어요. 이종건 교수님이 본질을 이해를 못한 껍데기 비평이었다고 말씀하셨어요. 그 건물은 본질적으로 접근한 방법 자체가 껍데기를 지향하고 있지 않은 거예요. 물론 외관에 굉장히 멋을 내긴 했는데 거기에 넣으려고 했던 것들이 있었던 거죠. 쉘 구조로 풀었잖아요. 그것을 구조 자체로 건물의 마감과 구조를 다 해석을 한 거예요. 껍데기 모양에 맞게 구조체가 변형된 거죠. 실제로 접지 않은 방법이 위와 접지하고 떨어졌다가 다시 접지하고 나오거든요. 그리고 테라스를 형성을 하잖아요. 이 건물이 가지고 있는 한계가 건물이 얕기 때문에 이 건물에 공간감을 넣으라는 것들이 굉장히 어려운 요구사항인 거예요. 공간감은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편견 중 하나가 비움의 공간이라고 해서 중정 같은 것이 나타나는 것이라고 착각하잖아요. 중정이 공간은 아니거든요. 중정은 중정이에요. 그리고 나머지 요소들을 어떻게 형성을 하는가가 결정을 하는 것인데, 이 대지가 가지고 있었던 제약 때문에 건물은 결과적으로 껍데기 형태로 갈 수밖에 없는 거였어요. 그런데 그 과정에서 구조를 재해석해서 그렇게 만들었다는 것은 잘했다고 생각을 하거든요. 그리고 바구니를 만드는 형상이나 그런 것에 김찬중 소장님이 갖고 있는 형태 지향주의가 들어있어요. 그 안에 굉장히 superficial한 테라스를 굉장히 높게 평가하고 있는 거에요. 왜냐하면 건물이 가지고 있는, 작고 좁은 것 안에서 누구도 박스로만 올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고, 거기에 박스를 올리고 할 수 있는 것이 가운데 구멍을 뚫는 것. 그 정도인데, 표피에 이런 것을 만들어서 superficial한 공간들을 바깥으로 꺼내 놓잖아요. 그곳으로 바람과 빛이 들어가는 공간을 만든 것은 굉장히 잘한 거라고 생각이 들어요. 그 부분에 대해서는 무고한 건물을 자기 편의 위주로 구분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종건 선생님이 그런 이야기를 하셨을 때 껍데기 건축은 분명히 있구요, 껍데기 지향적인 건축이 있다는 걸 굳이 건축이라고 분류할 필요가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박: 그 표피에 관련된 부분들을 정리해서 말하는 상업적인 건물은 성향이 조금 다른 것 같아요. 힌트는 무엇인가 하면, 저것에 대한 최대 수익율을 올릴 수 있는 방향에 대한 접근, 즉 최대 면적이라던가, 공간을 잘 쓸 수 있는 형태를 만드는 것이에요.


전: 그것은 이미 저희가 많이 한 것 같아요. 그런 해법을 풀어가는. ABC 역삼동 건물은 사실 최대 볼륨을 끌어낸 건물이에요. 아이러니하게도 그게 바깥에 많은 겹들이 있잖아요. 그 겹들이 사실은 도시가 허용할 수 있는 허용치는 다 가지고 있는 상태에서 만들어졌거든요. 왜냐하면 도로 사선제한을 따라서 올라가는 산책길을 만들었기 때문에, 그 겹이라고 하는 것도 건축주의 입장에서는 무용의 벽이잖아요. 하지만 우리는 경험을 극대화시켜주는 벽이라고 설득을 했고, 그것을 받아들였죠. 그 건물은 용적율을 다 채운 거예요. 하나도 빈틈없이 꽉 채웠으니까. 그렇지만 그것이 껍데기냐고 하면, 사람들은 그렇게는 생각하지 않는 것 같아요. 본질이 어떻게 들어있는가는 조금 다르게 해석되어야 하는 것이, 법규를 꽉 채웠다고 해서 꼭 껍데기인가? 이것은 또 아닌 것 같아요.


건축가인가

박: 또 하나 와이즈 건축의 두 소장님은 자신이 건축가라고 생각하는지 궁금해요. 건축가라는 타이틀을 쓰시나요? 왜냐하면 다음 질문이랑 연결이 되는데요. 아까 잠깐 이야기했던 책무 이야기 있잖아요. 여러 가지 책무가 있겠죠. 건축가라는 단어가 책무와 관계가 있는 단어라는 생각을 개인적으로 가지고 있었거든요.


장: 그 책무가 예를 들어서 어떤 건축가의 윤리, 그 공간을 쓰는 사람들에 대한 배려 그런 관점이라고 하면 저는 그런 쪽은 아닌 것 같아요. 그런데, 사람들의 니즈는 맞춰줄 수 있어요. 그렇지만, 그 니즈를 맞춰주는 것이 책무와 윤리를 다해서 하는 것일까요?

전: 일단은 예술가는 명확한 경계가 있다고 봐요. 예술가는 스스로를 칭하는 사람이니까. 그런데 건축가는 남이 주는 것인가 내가 주는 것인가, 혹은 공간에서 형성되는 것인가 하는 면에서 보면, 사실 공감대가 중요한 것 같아요. 예술가랑 다르게요. 예술가는 자기 스스로를 예술가로 부르는 순간 예술가가 될 수 있는 상황이라고 보거든요. 그런데 건축가는 공감대도 필요한 것 같아요. 어떤 사람이 단순히 자기 스스로를 건축가라고 부른다고 해서 건축가가 되지는 않는 것 같은 게, 건축가라고 본인 스스로를 부르고 있던 상황이 언젠가는 소멸된다고 보이거든요. 건축사라는 것은 기술적인 명칭이잖아요. 자격을 획득한 사람이 되는 거고, 물론 자격을 시험 보는 여러 가지 카테고리에서 검증되었다고 보겠지만 건축가는 그것보다는 좀 더 포괄적인 타이틀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러니까 설계를 할 수 있는가 없는가 뿐만이 아니라, 여기에 그 건물을 짓는 행위를 통해서 그 사람이 사회적으로 어떻게 반응하는가도 중요한 거예요. 물론 그 정의를 어떤 사람은 더 예술적인 범주에, 미학적인 범주에 넣을 수도 있겠고, 어떤 사람은 사회적 책무에 더 많이 넣을 수도 있겠지요. 그렇지만 그게 건축사라는 것은 아닌 것 같아요. 더 포괄적인 개념 같아요. 그런데 이미 젊은 건축가라고 이미 여러 번 칭해져 왔기 때문에 이제 와서 아니다라고 하기도 좀 어렵지 않을까?

장: 저는 제 성향으로 보았을 때는, 만드는 것에 즐거움을 느끼는 사람인 것 같아요. 내가 만든 것이, 그것이 큰 스케일이던 작은 스케일이던 거기서 느끼는 것을 즐기기 위해서 일을 하고 있는 것 같아요. 그 안에 타인에 대한 배려는 그 다음의 문제인 것 같아요. 그런데 그런 면에서 저는 그냥 메이커(Maker)같아요. 메이커. 메이킹 하는 사람이죠.


박: 저는 개인적으로 장소장님이 여러 가지 이슈, 감리 분리에 관련된, 그 뿐만 아니라 여러 가지 다양한 내용들을 끄집어 내고 동참하려고 했던 그 부분들이 좋았거든요. 물론 그것에 관심이 있고, 에너지가 쏠리니까 하기도 했지만, 사실 그 부분이 저는 장소장님이 가지고 있는 매력 중의 하나라고 생각이 들었어요.


전: 제가 사실 물어봤어요. 왜 정치적 성향을 가지고 있지 않은 사람이 노골적으로 드러내는가에 대해 우려를 했었거든요. 그때 장 소장님이 했던 이야기가 '이게 건물 품질을 떨어뜨릴 것이기 때문에 막아야 해'라고 이야기하더라고요. 상당히 단순한 답변이었어요.

장: 그것은 좀 편의주의적인 발상인데요. 지금도 그 생각에는 변함이 없어요. 일단은 근본적으로 누가 내가 만드는데 이래라 저래라 하면 그게 맞던 틀리던 싫고요. 그 다음에 건축주들이 피로감을 느끼게 하니까. 특히 규모가 커지면 커질수록, 작은 프로젝트를 할 때 못 느꼈던 피로감들이 쌓이거든요.

전: 이런 것 같아요. 이거는 건축주를 너무 한쪽으로 몰고 나가선 안 되는 게, 어떤 분들은 되게 일임을 해요. 그러니까 전문성을 인정하고 알아서 다 해주세요. 하고 나서 문제가 생겼을 때 정말 단호하게 이건 안됩니다라고 이야기하거든요. 그런데 어떤 사람은 너무 목줄을 쥔다고 해야 하나요? 감독관이 붙고, 도면 리드를 하고 자신이 증액 나는 것에 대해서 하나하나 잔돈까지 다 세고 있으니까요. 그러면서 감리비 증액은 못 시켜준다고 하고, 감리기간 길어지는 것에 대해 보상 못해준다고 그러고요. 그게 건축주들이 가지고 있는 어떤 시장에서의 성향 때문인 것 같아요.

장: 맥락에서 보자면 나의 메이킹을 방해하는 사람들은 다 나쁜 사람들이라고 생각이 드는거죠. 여기서는 메이킹이 저에겐 선이니까요.

전: 어떤 때는 건축주들에게 엄청 뭐라고 해요. 이 사람이 건물을 망가뜨릴 것 같다고 생각하면 앞뒤 안 가리고 이건 안 된다고 탁 끊어버리는 그런 성향이 있는 것 같아요. 저도 그것은 마찬가지죠.


박: 무언가를 제안하는 것에 대해서 그것이 옳고 그르다고 확신이 드는 부분이 있는 것 같군요.


전: 그런데 적어도 저희가 생각하는 공간적인 것, 미관적인 것들이 일반인인 건축주가 생각하는 것보다는 분명히 훌륭한 것 같아요. 그런데, 쓰임새는 제가 한번 실수 한적이 있어요. 정말 치명적으로 실수 한 케이스가, ‘어둠 속의 대화’ 프로젝트였어요. 사용자 그룹 중의 시각장애인들이 있었는데, 유리 파티션을 넣은 거예요. 저의 생각은 '질감이라는 것을 만지면서 가면 결과적으로 이분들이 공간이 바뀌었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고, 따라서 질감들의 차이를 두면 화장실을 따라가는 길이라는 것을 알겠지'라는 자신감이 있었어요. 결과적으로 제가 생각하는 것보다 이분들이 공간을 인지하는 방식이 굉장히 더 아날로그적인 거에요. 공간을 외워야 하는 거죠. 이분들이 오른쪽을 외우고, 왼쪽을 외우는데요. 저희는 공간을 본 사람들이니까 오른쪽, 왼쪽을 동일화시킬 수 있지만 안본 사람들은 못하는 거예요. 우리가 눈을 감고 돌아서 90도를 못 그리는 거랑 같은 거예요. 그러니까 매번 유리에 가서 부딪히는 일이 발생해서 결국 철거가 되었어요. 철거가 되었을 때만 해도 인정하고 싶지 않았던 것 같아요. 왜 좋은 것을 없앴을까? 빛도 들어오고 참 좋았는데. 이런 생각을 했었어요. 그런데 어느 날 '어둠 속의 대화'에서 어떤 분이 저한테 굉장히 세게 부딪혔어요. 제가 뻥 뚫린 공간에 서 있었거든요. 그분은 거기에 장애물이 없다고 생각하고, 아무 소리도 안 나니까 그냥 와서 박치기를 한 거예요. 그때 정신이 번쩍 들었던 것 같아요. 아, 내가 거만한 생각을 했구나. 저 사람들의 공간 인지력은 나와는 다르구나. 저 사람은 소리나 인기척 같은 것을 느끼면 멈춰요. 그런데 전혀 인지하지 못한 상황에서는 마치 깜깜한 고속도로에서 박치기하는 것과 같은 거예요. 그게 되게 충격이었어요. 제가 가지고 있던 자만한 생각들이 시각적인 것들에 의존하는 것이 어떤 사용자에게는 굉장히 큰 사고가 될 수 있겠다라는 것을 처음 알게 되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쓰임새에 대해선 장담하지 않아요. 왜냐하면 사람마다 패턴이 다르기 때문이죠. 그런데 공간이 보여지는 방법에 대한 것들은 적어도 그분들 보다는 우리 쪽 감성이 더 맞다는 생각을 하는 것 같아요.


박: 그 내용은 공감이 됩니다. 일부겠지만, 요즘 일본의 젊은 건축가들이 공업주의 건축에 대해 비판적인 이야기들을 많이 하더라고요. 그것을 들으면서 우리의 상황들은 어떠한가. 또, 건축주와 우리의 관계는 어떻게 만들어야 하는가에 대한 고민들이 되기도 했었거든요. 물론, 시간이 지나거나 아니면 상황에 따라서 그들과 우리의 관계들을 어떻게 설정하거나 만들지에 대한 기술들은 늘어나겠지만, 사실은 건축주의 요구를 어느 정도로 우리가 응대해야 할지 이런 것들이 사실 어렵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어요. 어쩌면 이런 문제들은 경험과 시간이 해결해줄 수 있겠다는 생각도 합니다. 여러 현실적인 고민들을 함께 이야기하게 되어 즐거웠습니다. 장시간 동안 인터뷰에 응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인터뷰: 2015년 07월 3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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