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루세이노쿠마_ 나루세 유리, 이노쿠마 준

成瀬友梨 (나루세 유리)
나루세 유리는 1979년 아이치 출생으로 동경대 건축학과 박사과정을 이수하고 동경대 조교수를 거쳐 현재 나루세이노쿠마 건축설계사무소 공동대표이다. 작품으로 2015년에 일본 건축학회 신인상과 JIA동해주택건축상을 수상한 ‘LT城西’와 동일본지진지역에 지역을 살리기 위한 ‘리쿠카페’가 있으며 2012년과 2018년 서울에서 ‘한일건축교류전전시’를 참여하였다.

猪熊 純 (이노쿠마 준)
1977년 카나가와 출생으로 동경대학 건축학과 졸업 후 동대학원에서 석사를 마쳤다. 치바 마나부 건축설계사무소에서 실무를 거친 후 나루세이노쿠마 건축설계사무소 공동대표이다. 현재 아이치 현립 예술대학에서 가르치며 나루세 유리와 함께 다양한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캡슐호텔 (カプセルホテル)

박창현(박): 2015년 동경에서 인터뷰할 당시에 2020년 동경올림픽과 관련한 건축 상황의 변화를 함께 이야기했습니다. 동경올림픽을 위한 경기장이나 관련 시설도 여러 곳에서 지어지겠지만 민간에서도 다양한 건축과 관련된 프로젝트와 공사 현장이 늘고 있다고 느껴집니다.


나루세 유리(나루세): 인터뷰 당시나 지금이나 규모가 큰 올림픽 관련 시설 계획에 젊은 건축가가 참여되어지지 않은 것은 여전히 매우 유감입니다. 민간 발주 프로젝트에서는 숙박 시설이 대단한 속도로 지어지고 있습니다. 특히 외국 관광객 전용 시설이 많고, 부유층 전용의 고급 숙박 시설부터 젊은 사람을 타겟으로 한 라이프 스타일 호텔이나 게스트하우스 등도 최근 급속히 증가하고 있습니다. 저희 사무실에도 숙박 용도의 프로젝트 의뢰가 늘어나고 있습니다.

박: 그러한 숙박 시설의 증가가 당장 내년 동경 올림픽 개최라는 호재도 있겠지만 최근 변화의 경우, 일본 전반적인 관광 산업의 높은 성장률을 보도하는 뉴스도 들었습니다. 그에 따라 건축에서도 새로운 다양한 시도가 생겨나고 있다고 생각됩니다. 특히 관광에 있어서 문화와 연계된 숙박시설에 변화가 있어 보입니다. 방금 이야기했던 젊은 사람을 타겟으로 한 라이프 스타일의 호텔인 경우 몇몇 호텔이 지역 문화와 연계해 특징을 만들어 내는 것도 그렇고 무인양품과 함께 ‘MUJI호텔’도 최근 인기를 끌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나루세: ‘MUJI호텔’은 중국 베이징에 첫 번째 지점이 생겼는데 일본에서도 올해 긴자에 오픈 했습니다. 저층부는 MUJI의 상점, 상층부에는 호텔로 계획된 구성으로 건물 전체에서 MUJI가 제안하는 ‘라이프 스타일’을 체험할 수 있는 시설로 되어 있습니다.

박: 기존에 기업에서 가지고 있던 비지니스 영역을 숙박과 결합한 시도이군요. 무지하우스를 비롯해 점점 영역을 넓혀 나가고 있군요. 숙박에서의 흐름은 어떤가요?


나루세: 일본의 숙박시설은 료칸이나 외국계 고급 호텔 외에 비즈니스 호텔이 주류였지만, 최근 몇 년 사이에는 지역성을 누리거나 라이프 스타일을 제안하는 호텔이 늘고 있어 흥미로운 변화라고 생각합니다. 한편으로는 너무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기 때문에 경쟁이 심해지고 있다는 느낌입니다.

박: 나루세이노쿠마 사무실에서 설계하고 최근 오픈 한 ‘9hours 난바역’ 작업이 흥미로워 보였는데 기회가 되어 얼마 전에 그곳에서 투숙했었습니다. 한국에서는 없는 방식의 호텔 경험이라 색다른 느낌이었습니다. ‘9hours호텔’은 이미 일본 전역에서 디자인으로 유명한 호텔이기도 한데 이전의 호텔과 다른 ‘9hours 난바역’의 특징과 내용은 무엇인가요?


나루세: 9hours호텔은 지금까지 샤워, 수면, 외출준비 등을 도시의 숙박에 요구되는 각각의 공간에 담아 특화하고 세련되게 디자인화 시킨 캡슐 호텔입니다. "9hours 난바역 "은 그 11번째 지점입니다. 여기에서는 지금까지의 형식을 해체하고 기능의 레이아웃이나 조합, 동선을 재구축 하는 것으로 쾌적성을 향상시키고 새로운 가치를 낳았습니다.

박: 도심 캡슐 호텔로는 기존의 형식과는 다른 접근으로 진행했다고 설명했는데 예를 들어 설명해 주십시오.


나루세: 구체적으로는 물을 사용하는 공간을 거실화 한 것입니다. 샤워를 하고 나서 잠자리로 향할 때까지의 시간이 걸리지 않게 하며, 외출 준비를 하고 나갈 때까지의 시간을 스트레스 없이 연결하기 위해서 지금까지는 별도의 공간으로 되어 있던 로커와 세면, 샤워, 화장실의 공간을 연속시키고 그 안에 라운지 기능을 추가했습니다. 호텔에 도착하고 나서의 시퀀스를 [introduction] [sanitary space] [sleeping pod]로 설정하여 진행했습니다. 또한 ‘9hours호텔’ 작업에서는 지금까지는 호텔 전체를 같은 톤으로 디자인하는 것이 일반적이었으나 장소나 기능에 따라 최적의 색상과 재료를 선정하여 보다 기능적으로 특화된 공간을 추구하였습니다. 그럼으로써 기능적이면서도 고급스러운 숙박 경험을 제공하고 지금까지 보다 더욱 ‘9hours호텔’다운 호텔을 만들었습니다.

박: 한국에서 보는 관점으로 보면 ‘9hours호텔’은 역사적인 연결이 있어 보입니다. 일본 만의 독특한 정서를 내포한 캡슐호텔에 대한 내용인데 1972년에 쿠로가와 기쇼(黒川紀章)가 설계한 긴자의 캡슐타워(中銀カプセルタワ)가 시작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나루세: 아닙니다. 1972년에 지어진 나가킨 캡슐 타워(中銀カプセルタワ)는 호텔은 아니었습니다.

박: 아 그렇군요. 캡슐타워이지만 호텔로써의 용도는 아니었군요. 그러면 캡슐 호텔로써 시작된 것은 언제부터인가요?


나루세: 일본에서 최초의 캡슐 호텔은 “캡슐 인 오사카(カプセルinn Osaka)”(현재 뉴 재팬 우메다)로 "2100년의 비즈니스 호텔"을 컨셉으로 하여 1979년에 오픈 했습니다. 건축 설계는 쿠로가와 기쇼(黒川紀章)씨가 담당했습니다. 쿠로가와 기쇼는 "메타볼리즘" 운동을 이끈 건축가 중 한 명으로서 이름이 알려져 있지만, 그는 1970년의 오사카 엑스포(日本万国博覧会)에서 이미 캡슐 주거를 발표했었습니다. 그 당시는 고도 경제 성장기로 밤에 막차를 놓쳐 버린 샐러리맨들이 주된 고객이었습니다. 당시 사우나 영업을 하고 있던 “주식회사 뉴 재팬 관광”의 경영자 나카노 유키오(中野幸雄)씨는 수면실이 부족해 통로에서 자는 사람들이 생기는 등의 문제를 안고 있었는데, 오사카 엑스포의 캡슐 주거를 보고 쿠로가와씨에게 상담을 한 것이 일본 최초의 캡슐 호텔 탄생의 스토리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박: 일본 건축적 특징 중 하나인 ‘유니트 건축’은 중요한 흐름 중 하나로 생각될 만큼 인상적입니다. 그리고 최근 다양한 캡슐 호텔의 방식으로 여러 브랜드가 생겨나고 있고 이곳들은 외국인 여행자나 지방에서 출장 온 비즈니스맨들도 많이 이용하고 있습니다. 역사적으로 캡슐 호텔의 변화에 대한 설명과 ‘9hours호텔’까지의 역사적 관점에서 변화 과정에 대해 설명 듣고 싶습니다.


나루세: 고도 경제 성장 속에 일본에는 많은 캡슐 호텔이 건설되었지만 당시에는 숙박료가 저렴한 대신에 좁고 더러워 여성은 묵기 힘든 곳이 대부분이었습니다. 그런 가운데 “9hours호텔”는 기존의 캡슐 호텔의 이미지를 개선하고 세련된 디자인으로 최고의 숙박 경험을 제공하는 브랜드로서, 제품 디자이너인 시바타 후미에(柴田文江) 씨를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맞아 2009년에 교토에서 생겨났습니다. 그리고 최근 1, 2년사이에 도쿄를 중심으로 건축가들과의 협업에 의해서 새로운 지점을 늘리고 있습니다. 우리도 난바 역에 이어 큐슈에 "9hours 나카스카와바타"의 설계 또한 진행하고 있으며 2019년 8월에 오픈 예정입니다.


헤이세이 건축 (平成の建築) (1989~2019)

박: 한국에서는 개념상 익숙하지는 않지만 2019년 5월부터 레이와(令和)시대가 시작되었습니다. 어떻게 본다면 일본에서 또 하나의 시대적 변곡점으로 의식되는데, 이전의 시대인 헤이세이(平成)시대의 건축에 대한 특징이 있다면 어떤 특징이 있나요?


이노쿠마 준(이노쿠마): 헤이세이(平成)의 시대를 말하려면 그 전의 쇼와(昭和)시대에 대해 언급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쇼와 시대는 전후의 고도 경제 성장기이며 경제의 성장과 함께 유명한 건축가가 많은 작품을 국내외에 남긴 시대였습니다. 구체적으로는 단게 겐조(丹下健三)씨, 쿠로가와 기쇼(黒川紀章)씨, 마키 후미히코(槇文彦)씨, 안도 타다오(安藤忠雄)씨 등입니다. 그 이후 헤이세이(平成)의 시대가 거품 붕괴로 시작되면서 대략은 정체된 시대이며 ‘잃어버린 30년’으로도 불립니다. 건축가의 활약의 장소도 알기 쉽게 직접적으로 확대한 시대는 아니었습니다. 1995년에는 고베 대지진, 옴 진리교에 의한 사린(SARIN)테러 사건 등이 발생하여 사회가 큰 불안에 휩싸였습니다. 특히 지진 재해는 건축을 만드는 가치를 다시 묻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그런 가운데 헤이세이(平成)시대에서 국제적으로 활약하게 된 이토 토요(伊東豊雄)씨, 세지마 카즈요(妹島和世)씨, 후지모토 소스케(藤本壮介)씨, 이시가미 준야(石上純也)씨 등은 뛰어난 크리에이티비티로 국내에 작품을 만들어 해외에 진출할 기회를 만든 건축가들입니다. 단게, 쿠로가와, 마키에 비하면 모두 일본에서의 작품은 얼마되지 않은 상태로 해외 데뷔했습니다. 그 후 IT 거품 붕괴와 리먼 쇼크(2008년)사태가 있기 전까지 짧지만 경제적으로 안정적이었던 시기에 건축가들은 오모테산도 등의 지역을 중심으로 하여 퀄리티 높은 패션 브랜드의 건축물을 만들어 냈습니다. 리먼 쇼크에 이어 2011년에는 동 일본 대지진이 일어났습니다. 건축 이전에 마을자체가 없어져 버린 현실은 이토씨와 같은 시대에 활약하고 있는 건축가들로 하여금 "사람을 위한 건축"이라는 가치를 목표로 하는 분위기를 건축계에 뒤덮도록 하였습니다. 이와 같이 헤이세이(平成)시대는 건축을 둘러싼 가치관 자체가 큰 사건과 함께 흔들리고 있던 시대로 해석되어지고 있습니다.

박: 헤이세이 시대의 건축에서 역사적으로 가치 있는 몇몇 건축물을 말한다면 그 이유와 특징을 듣고 싶습니다.


이노쿠마: 카나자와 21세기 미술관(金沢21世紀美術館 )입니다. 우리는 이를 일본에서 공공 건축의 이미지를 쇄신한 건축으로 다루고 있습니다. 21세기 미술관 이전의 공공 건축은 비교적 무겁고 일상적으로 이용하는 공간이라는 이미지가 일반인이나 건축관계자들 사이에서도 없었다고 생각합니다. 이 건축은 화려한 소재도 없고 건축이 주장하는 것보다는 사람이 주역이고, 그곳에 있는 사람들이 모두 아름답게 보이는 건축입니다. 설계자 본인이 지향하는 바와 같이 건축이 마치 공원처럼 이용되는 혁명적인 건축이라고 생각합니다. 다양한 좋지 않은 일들이 많았던 헤이세이(平成) 시대에 따뜻하며 밝게 열린 세계관을 실현한 이 건축은 건축가가 그리는 진짜 풍요로움을 순수하게 재현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박: 헤이세이 시대의 건축이라면 아마도 가깝게는 방금 카나자와 21세기 미술관을 언급한 것과 같이 SANNA(세지마 카즈요와 니시자와 류에)의 역할이 있었다고 생각됩니다. 또한 일본의 건축을 거슬러 올라가보면 1900년대 초부터 건축의 흐름과 연계된 계보가 선명하게 나타난다는 것도 특집입니다. 일본 건축 계보를 본 기억도 있는데 영향력 있는 건축가나 교수와 연결되어 그 철학을 유지하거나 계승하고 있다고 생각되었습니다.


이노쿠마: 헤이세이(平成) 건축에 대한 가치관은 앞서 말했듯이 시대와 함께 움직이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쇼와(昭和) 시대에는 각각의 건축가가 각각의 계보를 이어 그 비전을 지속시키면서 영향력 있는 일을 하고 있었다는 큰 흐름이라고 파악하고 있습니다. 헤이세이 시대는 한 작가라도 이토 토요 씨처럼 지진으로 대폭 방향을 바꾸거나 같은 계보에 속하고 있어도 독립한 시기에 따라 작업 풍도 다르며 독립 후에도 다양한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헤이세이 시대의 다음 시대는 보다 건축 계보가 무너져 가는 시대가 되는 것 같습니다. 변해가는 상황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면서 활동해 나가고 싶습니다.

박: 일본 건축 계보에 대한 내용처럼 이 내용을 정리했거나 하고 있는 학자가 있나요?


이노쿠마: 이가라시 타로(五十嵐太郎)씨라고 생각해요. (표참조)

박: 이가라시 타로의 정리된 내용은 본적이 있습니다. 1960년대 이후의 내용을 담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한국의 경우 1990년대까지만 해도 어디 사무실 출신이나, 어느 학교 출신에 대한 의식이 있어 왔지만 지금은 그 의식이 많이 사라졌습니다. 그 의미에 대해 연구가 필요할 수도 있겠지만 일본과는 확연한 차이가 있다고 느껴집니다.



공공건축의 역할에 대하여 (公共建築の役割について)

박: 나루세 이노쿠마 사무소에서 한국에서의 첫 작업으로 공공 프로젝트를 진행하였습니다. 이전에 일본에서도 공공 건축 프로젝트로 ‘리쿠 카페’가 있었습니다. 그 프로젝트에서 공공성에 대한 관점으로 어떤 것이 있었나요?


나루세: ‘리쿠 카페’는 (관이 발주한다는 의미에서의) 공공 프로젝트가 아닌 개인 분들이 만든 NPO(비영리단체) 법인으로부터의 발주가 되었습니다. ‘리쿠 카페’는 현지 의사, 치과 의사, 약국의 약사와 그 가족들이 지진 재해로 마을이 모두 휩쓸려간 이후 지역민의 거처를 만들고자 하면서 시작된 프로젝트입니다. 우리는 인연이 있어 프로젝트에 참가하게 되었고 자금 조달과 기획, 운영의 지원, 건축의 설계를 담당하였습니다. 카페가 지어진 토지는 본래 그 마을의 의사 소유의 땅으로, 그 지역에 개방이 됨으로써 시작되었습니다. 지역을 생각하는 건축주의 힘이 발휘된 프로젝트입니다. 결과적으로 지역민의 거처가 되어 현지의 어머니들이 일하는 장소가 되었고 나아가 의료 활동도 하는 복지의 거점이 되고 있습니다.

박: 공공의 성격을 가지고 있지만 발주의 방식이 조금 다르게 출발된 예 이군요. 한국에서도 공공 프로젝트는 민간이 아닌 관에서 발주하는 경우가 일반적입니다. 일본에서 관 발주의 프로젝트가 민간 프로젝트와 다른 점은 무엇인가요?


나루세: 가장 큰 차이는 관 발주의 공공 프로젝트의 경우 실제로 그 장소를 운영하는 사람과 대화를 하면서 건축을 만들기 어렵다는 것입니다. 일본에는 지정 관리자 제도라고 해서 민간 사업자가 공공 시설의 운영을 담당하는 제도가 있습니다만 대개의 경우는 지정 관리자는 건축의 설계가 진행되고 나서 선정됩니다. 그 때문에 운영 방법이나 사용 방식의 이미지를 서로 맞춰나는 것이 불가능 한 상태로 설계를 진행해 나가야만 하기 때문에 아무리 여러 제안을 하며 설계를 하여도 사용하기 시작하면 어려운 부분이 생긴다고 생각합니다. 운영자는 자신들이 관계되어 만든 장소가 아니기 때문에 애착을 가지기 어렵고, 만일 사용하기 어려웠을 경우에도 아이디어보다 불만이 먼저 나와 버리는 일도 많은 것은 아닐까 생각합니다. 민간의 경우는 실제로 운영하는 분들과 미팅을 거듭하면서 만들어 가기 때문에 운영이 시작되고도 자신들이 그 장소를 어떻게든 해보자는 긍정적인 방향으로 진행합니다.

박: 그 부분은 한국도 거의 마찬가지입니다. 나루세씨가 생각하는 민간 프로젝트와 달리 공공 프로젝트에서의 중요한 관점은 무엇인가요?


나루세: 공공 프로젝트에서 중요한 것은 다양한 사람이 그 장소에 있도록 허용하는 장소의 분위기를 어떻게 만드는가? 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장소가 모든 사람에게 열려 있을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면 럭셔리한 호텔에서 평상시와 다른 특별한 체험을 할 수 있는 것이나, 식당이나 가게 등은 그 브랜드를 좋아하는 사람을 향해 디자인을 첨예화시키는 것도 좋다고 생각합니다. 다양성이 있는 것이 풍요롭다는 것의 가치관 가까이에 있습니다. 다만, 그러한 하나의 방향으로 특화되지 않은 열린 장소가 일본에서는 너무나 부족하며 이용자도 적거나 한정되어 있는 것이 현실이라고 생각합니다. 지하철 안에서 아이의 목소리가 시끄럽다든가 보육원 건설에 반대의 소리가 높아지는 등 타인에게 무관용인 분위기가 있습니다만, 그러한 일들의 근원도 사실은 다양성이 받아들여지지 않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공공의 장소에서는 어떤 사람이든 서 있을 곳이 있어, 서로 함께 있어도 마음이 불편하지 않은 그러한 분위기를 만드는 것이 더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박: 공공 프로젝트에서 어려운 부분은 불특정 다수가 사용한다는 점에서 건축가의 의지의 방향이 중요하다고 느끼고 있습니다. 공공 프로젝트에서 건축가가 개입해야 하는 방향과 정도를 어떻게 정하고 접근하나요?


나루세: 건축가가 시민 워크숍 등을 실시해 실제로 장소를 사용하는 사람의 의견을 흡수하고자 하는 노력은 일본의 여러 공공 프로젝트에서 행해지고 있습니다. 기능이나 사용 편의성은 이러한 의견을 소중히 여기고 장소의 역사나 풍토, 그 지역 사람들의 기질 등을 고려하면서 건축이 바람직한 분위기를 결정해 가는 것이 건축가의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건축가의 역할을 점점 넓혀 나가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박: 녹사평 프로젝트는 공공 프로젝트로써 또 다른 서울시의 제안으로부터 시작되었습니다. 기능적으로 본다면 단지 지하철 역이지만 이 공간을 문화와 접목시키려는 새로운 시도가 있었습니다. 한국에서 프로젝트를 접하면서 이러한 공공건축에서의 새로운 시도에 대해 느낀 점을 듣고 싶습니다.


이노쿠마: 외부에서 역으로 들어갈 때 개찰구전까지의 역은 공원과 함께 무료로 누구나 들어갈 수 있는 진정한 공공 공간이라고 생각합니다. 게다가 일이나 일상이 모바일화 되는 상황에서 사람의 이동은 더욱 더 증가하고 있기 때문에 이동 공간의 중요도도 높아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여행자에게 있어서는 터미널 역이나 공항 등의 이동의 요점이 되는 공간은 하나의 인상적인 풍경으로서 다가오는 경우도 많지 않을까요? 녹사평역은 서울시 지하철 네트워크 중 하나의 점에 불과하지만 이미지 속에서는 서울시 전체의 이미지를 혁신해 나갈 것입니다. 그러한 중요한 프로젝트에 함께 하게 되어 다시 한번 영광이라고 느끼고 있습니다. 또 가까운 미래에 용산 미군 기지가 향후 시민을 위한 공공 공간(공원)이 되면서 녹사평역이 어떤 퍼포먼스를 발휘해 갈지 매우 기대하고 있습니다.

박: 녹사평역 프로젝트에 대해 일본(신건축)에도 소개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일본에서의 반응이나 의견들도 다음에 다시 이야기하면 어떨까 합니다. 앞으로 좋은 행보 기대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서면 인터뷰: 2019년 5월 1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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