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 shimada dialogue

島田陽 <요 시마다> 1972년 고베 출생으로 교토 시립 예술 대학 환경 디자인과와 동대학원에서 수학하였다. 1997년 Tato Architects를 설립하였고 교토 조형 예술대학 객원교수이다. 2012년 LIXIL 디자인 콘테스트 금상, 2013년 29회 요시오카상, AIA Brisbane Regional Awards, 2016 올해의 하우스 상을 수상하며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최근 LIXIL 출판사에서 <현대건축가의 컨셉 시리즈 22>를 출판하였다. 

http://tat-o.com/



주택의 형태와 형식

박창현(박): 홈페이지를 보니 시마다씨의 작업에는 주택이 많습니다. 주택에 대한 질문으로 시작해 볼까 합니다. 주택은 삶을 담는 그릇으로 주택의 형태는 삶의 형식을 담아 낸다고 합니다. 반대로 어떠한 비어 있는 형태를 만들어 낸다면 그곳에서는 새로운 삶이 시작될 기회도 있습니다. 지금 현 시대는 주택의 형태를 만들어 내는 출발점이나 관점에 대해 아주 다양하게 접근하고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시마다씨가 생각하는 건축에서 형태는 어디에서 출발하게 되는가요? 그 출발점은 주택의 형식을 만들어내는 중요한 인자라고 생각하는가요? 그리고 주택에 있어서 형태와 형식의 관계에 대한 생각을 듣고 싶습니다.


시마다 요(시마다): 주택에 있어서 형태는 그 주변 환경과의 관계로부터 출발하며 주변에 대해 어떻게 지을까 하는 것은 설계에 있어서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형태를 영어로는 Form, 형식은 Form으로 번역하거나 Format으로 번역되어 혼란스러워 보입니다. 여기에서는 형태를 ‘건축 형태’의 의미로, 형식을 ‘형태에서 유형적으로 추출하는 구성’의 의미로 사용됩니다. 저는 형태는 주변 환경 즉 대부분 건물이 서게 되는 동네와의 관계에서 출발하고, 그 동네에 어떻게 세워질 것인가 하는 것은 주택 설계에 있어서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하쿠라쿠의 주거(白楽の住居)”는 예전부터 있던 주택 동네에 대한 변화를 참조하여 설계했습니다. 그렇게 거리에서 읽은 풍경의 기억을 이어받은 형태는 동시에 집의 형태라는 형식을 갖게 됩니다. 거기서부터 시작해 큰 집의 형태 내부에 숲처럼 기둥에 마루를 구축해 가는 방식으로 진행했었습니다.
다른 예로 주변 조건이 아주 달랐던 호주에 지어진 “헤밀턴의 주거(ハミルトンの住居)” 프로젝트에서는 보다 넓게 브리즈번이라는 도시의 전통적인 주택 양식인 퀸즈랜더로부터 출발한 아이디어로 시작했습니다. 바닥에 기둥을 세우고 마루를 설치한 방식(高床式)이나 우진각 지붕(寄棟), 반옥외 공간이 실내 공간으로 구성되었고, 외벽에 널판을 가로로 붙이는 방식(下見板張りである)등의 특징을 참조해 형태와 형식을 만들어 냈습니다.

박: 주택을 설계할 때 형태의 출발을 주변에서 읽고 시작한다는 이야기로 들립니다. 주변과의 관계도 고려의 대상이지만 내부에서 보면 주택에서 각 실의 관계가 형식에 연결되고, 그것을 토지에 맞추는 것으로 형태가 구체화될 수 있다고 봅니다. 저의 경우 때때로 건축주의 요구도 있습니다만 그것보다 제안할 때 사용자가 주택을 어떻게 사용할지에 대한 고민이 형식으로 연결되기도 합니다.


시마다: 앞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형태에서 형식이 생겨나는 순서라고 말하긴 했지만 생각해보면 실제로는 형태와 형식은 거의 동시에 발생하고, 때로는 그것을 정확하게 구분하기는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박: 시마다씨가 생각하는 주택의 형태를 만들어내는 조건들은 구체적으로 어떤 것이 있는가요? 만약 그렇다면 주변 조건의 차이에 의해서만 형태가 드러나게 되는 것인가? 그리고 주택의 형태를 결정하게 하는 다른 요소가 있는가요?


시마다: 프로젝트는 가급적 주변을 긍정적으로 보고 형태를 변화시키기 위한 인자를 찾는 것으로 시작할 수 있습니다. 옛날부터 이어진 주택지나 오랜 된 산림 등 주변 환경이 앞으로 극적으로 바뀔 것으로 보이지 않는 안정된 상태라면 주변 환경의 특징을 형태로 받아들입니다. 도시의 새로운 주택지같이 주변이 어떤 형태로든 앞으로 어떻게 변모해 나갈지 예측할 수 없을 경우에는 추상적인 형태로 접근하게 될 것 같습니다.

박: 방금 말한 추상적인 형태가 되는 경우 형태를 결정시키는 다른 요소가 있는 가요?


시마다: 예를 들어 “히코네의 주거(彦根の住居)”는 주변에 어떤 주택이 들어 설지 전혀 예측할 수 없는 새로 생성된 주택지였습니다. 그래서 부지에 비스듬한 타원형의 평면을 배치해 주변 환경이 변해도 거리를 가질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입면은 등간격으로 비교적 작은 창문을 계획했습니다. 그 것으로 집의 크기를 새롭게 인지하고, 내부 공간에서의 의외성을 얻는 것을 노리는 동시에 내부에서는 주변의 모습을 단절시켜 보이게 하는 것이 가능하도록 계획했습니다. 그로 인해 이웃의 정원은 단편화 된 녹지로 보여 너무 산만하게 느껴지지 않는 공간을 만들었습니다.

박: “히코네의 주거(彦根の住居)”가 다른 프로젝트와 달리 형태가 순수 기하학적인 접근이라고 생각 했었는데 주변의 상황과 무관한 형태를 만들기 위한 조건이었네요. 기하학적인 형태를 포함해 형태를 만들어내는 과정에서 형태가 결정되는 지점에서 우연과 필연의 개입에 대한 생각도 듣고 싶습니다. 또한 주택에 있어 형식을 만들어낸다는 것은 사용자에게 어떤 영향을 가져다 준다고 생각하는 가요?


시마다: “히에이헤이의 주거(比叡平の住居)”에서는 법적으로 경사 지붕이 의무화되어 있는 것이라든지 저예산에 의한 간단한 구조나 디테일로 하는 것이 요구되었습니다. 조각가의 아틀리에라고 하는 주택지에 있어서 새로운 건물을 주변에서 받아들이기 쉬운 형태로 하는 것을 생각해 박공 지붕의 일반적인 집의 형상이라고 하는 강한 방향을 선택했습니다. 박공 지붕의 집 형태는 여러가지 경험을 불러 일으키므로 그것을 이용해 사용자의 경험을 조작했습니다. 예를 들어 작은 오두막과 같은 비례로 창문을 배치함으로써 크기를 잘못 인지하거나, 2층을 다락처럼 느끼게 하는 것을 시도했습니다. 그런 계획들이 사용자로 하여금 다양한 경험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박: 조금 전 예를 들어 설명한 “히코네의 주거(彦根の住居)”에서 등간격의 창문의 배치를 계획한 것은 설계 과정에 있어 우연한 과정인가요?


시마다: 당연히 설계 과정에서의 그런 아이디어는 우발적으로 나오게 됩니다. 그것은 반드시 논리적 일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히에이헤이의 주거(比叡平の住居)”에서는 일반적 집의 형태라는 형식을 선택해 그 재미를 추구해 가면서 유사한 집 형태의 구조체에서 스케일을 바꾸어 놓음으로써 자신의 몸이 커지거나 작아지는 것처럼 느껴지는 아이디어가 생겨났습니다. 그 아이디어로부터 최종안에서 창문의 비례를 조작하는 것으로써 외부에서 보는 사람이나 내부에서 체험하는 사람 양쪽의 감각을 조작하는 것을 시도했습니다.

박: 최근에 출판된 시마다씨의 책에서 주택과 주거의 개념을 달리 설명하였습니다. 그 차이와 시마다씨가 생각하는 둘의 관계에 대해 설명 듣고 싶습니다.


시마다: 단적으로 보면 나에게 있어서 주거란 ‘동굴 주거’나 ‘수상 주거’ 등의 말에 나타난 대로 보다 광범위한 "산다는 인간의 능동적인 영위"를 가리키고 있습니다. 나는 거주자에게 자신의 건물에 보다 능동적으로 발견하면서 살았으면 하는 희망이 있습니다. 주거라고 하는 말을 사용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주택의 의미인 "문화적인 관습의 축적에 의한 세련된 건축의 타입"이면서 "산다고 하는 인간의 능동적인 영위"이기를 바라고 있어 양쪽을 포함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박: 지금 설명한 "보다 능동적으로, 발견적으로 살았으면 한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이며 이것이 시마다씨가 설계한 주택에 어떤 방법으로 드러나고 있습니까?


시마다: 예를 들면 “이타미의 주거(伊丹の住居)”에서 계단이나 난간 등을 두어 가구와 같이 디자인하는 것을 시도했습니다. 이것은 내가 생각하는 ‘동적인 추상성’을 만들기 위해서 시도했는데, 그것에 의해 클라이언트가 가지고 온 가구도 일반적인 가구 용도가 아닌 발판이나 난간으로서 사용되는 것을 발견하면서 다양하게 사용 가능한 것이 가능하지 않을까라고 생각 했었습니다. “호쿠세츠의 주거(北摂の住居)”에서는 같은 크기의 방을 흩어 뿌림으로써 방의 용도가 다양하게 변경 가능하며 실제로 거실과 다다미 방, 공부방을 때때로 바꿔가며 살고 있는 것도 발견하기도 했습니다.

박: 그런 면에서는 건축물을 만든다기 보다 어떤 사용상 가능성의 지형을 만든다고 생각됩니다. 사용자가 각 공간에 대한 거리감을 가지고 용도를 다양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접근하는 것이 필요하지요. 저도 설계자가 각 공간의 사용에 대해 어느 정도까지 결정해 주어야 하는가에 대한 고민이 있습니다. 주택에서 일반적으로 사용자의 생활에 대응되는 공간(L,D,K,R)이 있고, 그것은 가구에 의해 더 구체화 된다고 생각됩니다. 그러면 각 공간에 거주하는 시간과 중요도에 따라 자연스럽게 위계가 생기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주택에 있어서 각 공간들 사이의 위계와 관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 가요?


시마다: 저는 위계라고 하는 말이 조금은 이해하기 어려운 말이라서 그것을 질서로 해석하고 이야기하겠습니다. 나는 주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쉽게 움직일 수 없는 부엌이나 욕실 등의 설비에 의해 고정된 장소라고 생각하고, 식당이나 거실은 가구에 의해 좀 더 그 질서가 구체화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당연히 주방이나 거실은 이용자에게 있어서 중요한 장소이지만 그것을 유지하는 장소가 어떻게 되어야 하는가에 대해서 생각하지만 거실과 식당, 부엌과 방 사이에 주종 같은 위계가 나타나지 않도록 하고 있습니다.

박: 좀 전에 이야기 한 것 같이 나는 주택에 있어서 각 공간의 기능이 L, D, K, R로 정해져 설계를 하는 것에 대해 의구심을 갖고 있습니다. 그것은 주택 설계의 출발점을 기능과 생활의 형식을 고정하고 출발하는 것은 아닌지 스스로에게 묻게 됩니다. 각 방의 기능의 위계는 물론 기능으로 공간을 분리해 생각하는 것에 의문을 가지고 있습니다.


시마다: 나도 그 생각에 동의합니다만 주방이나 욕실 등의 급수 배수와 관련된 부분은 기능을 정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며 그 이외의 장소는 특별히 기능을 정하지 않는 변화 가능한 것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잠자는 곳과 거실이 바뀌어도 되고 식당이면서도 서재나 거실로 사용하거나 또는 부엌으로도 충분히 사용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생활에 있어서 기능이라고 하는 것은 융통성을 가지고 바뀔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다고 각 공간의 기능을 생각하지 않고 설계할 수 있을까요?

박: 기능이나 의도가 없는 공간은 어떤 의미에서 기능주의와 정면으로 대립한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는 단순히 의도가 전혀 없는 엉성한 공간이라는 말은 아닙니다. 그 공간에 특정한(결정된) 기능이 없으나 그렇기 때문에 반대로 사용자에게 그 공간에서의 활동을 선택할 자유를 제공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평소 공간의 기능이나 쓰임새에 대해 사용자의 의지를 좀 더 반영하면서 능동적인 관점으로 건축을 접근할 수 있다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외부에 대하여

박: “카와니시의 주거(川西の住居)”에서 나타나는 외부와 건물의 경계에 대한 미묘한 접점들이 재미있게 보였습니다. 대지 외부의 바닥 마감이 대지 내로 들어와 연결되기도 하고 담장이나 물리적인 경계의 표현이 거의 없도록 완성된 부분도 있었습니다. 그리고 1층 거실 앞 큰 도어를 열면 도로 쪽 외부 공간을 거쳐 퍼블릭 영역까지 하나로 이어지는 역할을 하는 것으로 보였습니다.


시마다: 네. 그렇습니다. 저는 계획을 시작하면서부터 가능하면 부지 밖과 부지 내부를 명확하게 분리하는 설계는 하고 싶지 않습니다. 내부와 외부의 경계가 애매하게 되어 있어 어디 까지가 자신의 부지인지 알 수 없도록 하는 것이 주택을 더욱 풍부하게 한다고 생각합니다. 건축이라는 것은 주변 환경이 있기 때문에 성립되는 것이라고 생각해서 자신이 설계한 건축에 의해 주변 환경이 단절되고 주변 환경을 악화시키는 것은 피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클라이언트도 자신이 사용하는 퍼블릭 영역인 도로의 환경을 해치지 않고 가능한 한 좋은 방향으로 변모시키는 방법을 늘 찾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박: 외부와 내부, 그리고 나의 영역과 옆집의 영역의 경계에 대한 구분을 명확하게 분리하지 않는 것에 대한 관점은 저도 공감합니다. 그렇게 되면 자연스럽게 주변과의 연결도 따라오게 되겠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도심에서는 여전히 사생활과 안전에 대한 요구가 높아지고 있는 실정입니다. 또한 서로 배타적인 관계에서 오는 불안감이 물리적인 경계로 드러나기도 합니다. 그런 결과로 한국에서는 프라이버시를 위해 점점 폐쇄적인 주택이 늘어나는 것이 생기고 그런 단점들을 걱정하고 있습니다.


시마다: 저도 주거지에서 프라이버시에 대한 각각의 생각은 존중합니다만 밖에서 전혀 엿볼 수 없는 주거 환경은 강도나 도둑 등의 주택 외부에서 일어나는 범죄, 가정 내 폭력이나 학대 등의 주택 내부에서 일어나는 범죄, 고독사(孤獨死)등 여러 가지 사회 문제를 일으킬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생각합니다. 클라이언트에게도 그런 상황을 이해를 할 수 있도록 설득해 가며 설계하고 있습니다. 이미 이런 문제들은 일본에서는 사회 문제로 뉴스에서도 자주 보고 있기 때문에 공감을 얻기 어렵지 않습니다. 그런 사회 문제가 발생하는 것은 한국도 비슷하다고 들었습니다.

박: 네. 한국에서도 이미 프라이버시를 강조한 나머지 폐쇄적이고 이웃과 단절됨으로써 일어나고 있는 사회 문제가 알려지기 시작했습니다. 나도 저렇게 될 수 있다는 위기감이 결국 변화를 만들게 되겠지요. 한국에서는 여전히 프라이버시 강조에 의해 주택이 폐쇄적인 모습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시마다씨가 설계한 주택을 보면 그런 경계의 접점에 대한 유연한 감각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됩니다.


시마다: 나도 클라이언트의 요구에 따라서는 폐쇄적일 수도 있지만 전혀 밖에서 볼 수 없는 주택도 커뮤니티에 있어서 좋지 않기 때문에 할 수 있는 것이라면 적당히 개방적으로 보이면서 감추고 싶은 장소는 잘 숨게 하고 싶습니다. 나는 내가 설계한 주택인 “키타노마치의 주거 2(北野町の住居2)”에 살고 있는데 그 부분을 관찰하고 얻은 결론으로 프라이버시는 살면서 익숙해지는 것에 따라 어떻게 든 바뀔 수 있다고 느꼈습니다.

박: 살면서 얻은 결과이니 건축주에게 그 부분을 설득하기는 어렵지 않겠군요. 한국이나 일본이나 역사적으로 보면 대지 경계와 건물의 외부 사이 공간에 다양한 변화가 있어 왔습니다. 시마다씨가 생각하는 외부공간과 정원에 대한 설명도 듣고 싶습니다.


시마다: 아쉽게도 나는 지금까지 예산의 한계도 있어 제대로 된 정원을 설계하지 못하고 있었지만 환경을 만들어 내는 뜰의 효과는 훌륭하다고 생각해 머지 않아 밀도 있게 설계된 뜰과 일체화 된 주택을 설계하고 싶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아직 기회가 오지 않았습니다. 그렇지만 일본에서는 최근 더욱 외부 공간에서 정원이나 식물 공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고 생각됩니다.

박: 그렇군요. 한국에서도 정원에 대한 관심은 높아지고 있어요. 20~30년 전만 하더라도 주택에서 정원은 관망하는 조경이 주된 방향이었지만, 최근에는 직접 만들어가는 정원에 대한 관심의 변화가 있습니다. 부엌에서 바로 나와 외부에서 먹을 수 있는 고추, 가지, 허브, 야채를 기르거나 나무를 선택할 때도 열매가 열리는 나무를 선택하는 경우도 늘어나고 있습니다. 그래서 외부 공간의 쓰임새가 점점 늘어나고 그러면 건물 밖으로 나가 주변과의 관계가 자연스럽게 만들어지는 가능성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시마다: 이야기 들어보니 그런 면에서는 일본의 경우도 거의 같은 것 같습니다.


공간의 연결

박: 앞서 “히코네의 주거(彦根の住居)”를 설명하면서 외부와 면하는 벽과 창에 대한 생각을 잠깐 이야기했는데 외부 공간과 함께 창에 대한 이야기를 이어갔으면 합니다. 주택과 맞닿아 있는 옆집과의 관계에 대해 의식으로 방향성을 생각하고 있는 가요?


시마다: 건축에 있어서 창문은 주변에 대한 의지를 강하게 드러내는 요소라고 생각합니다. 당신의 집은 보고 싶지 않아, 이 풍경은 싫어, 이쪽은 바람직하지 않아... 라는 식으로. 나는 가능한 그러한 부정적인 태도가 드러나지 않는 창문을 내는 방법은 할 수 없을까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롯코의 주거(六甲の住居)”는 전망 좋은 위치에 있습니다. 눈 아래로는 마을이 펼쳐지고 북쪽에는 높은 옹벽이 있습니다. 그러나 건축가가 조망을 취사 선택하는 태도를 건축에 반영시키지 않기 위해 가능한 한 플랫 한 환경과 접하는 방식을 생각 했습니다. ”롯코의 주거(六甲の住居)”는 극단적인 예이지만, “가와니시의 주거(川西の住居)”에서도 똑같이 2층 부분을 띄우고 아래층에는 인근 블록 담을 연장하는 등 프라이버시를 지켜 근처의 정원 조명 빛만 실내에서 보이도록 하면서 그것이 외관에 드러나지 않는 방법을 생각했습니다.

박: 계획하는 주택과 접하는 이웃집과의 관계에 대한 의식으로 어떤 방향성을 생각하고 있는 가요?


시마다: 이전부터 이어진 오래된 주택지에 지어진 “이시키리의 주거(石切の住居)”에서는 오래된 콘크리트 옹벽 주위에 여러 지붕을 걸치고 박공 면이라고 하는 지붕 형식으로 주변 주택들과 연결함으로써 오래된 건물과 새 건물이 뒤섞인 동네 전체를 긍정적으로 생각했습니다. 이 예 이외에도 기본적으로 이웃이나 타자를 단절하는 것이 아니라 보다 좋은 관계가 되도록 생각하고 있습니다.

박: 주택 내부에서 각 실의 영역이 단면으로 아주 다양한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각 영역이 구분되거나 분리되어 있다기 보다 전체가 통하고 하나의 공간으로 설계된 주택이 많다고 생각됩니다. 주택에 있어서 공간의 구분과 연결에 대한 생각을 설명 들으면 좋겠습니다.


시마다: “시오야쵸의 주거(塩屋町の住居)”는 리노베이션 프로젝트입니다. 크고 하얀 계단실을 기존 주택 내에 삽입하여 내진 설계와 동시에 추상적인 공간과의 대비에 따라 기존 공간이 더 아름답게 느껴지는 것을 생각했습니다. 큰 계단실은 2층에서는 원룸을 구분하고 1, 2층을 시각적으로 연결하는 장소가 되도록 하였습니다.

박: 계단을 통해 다른 층으로 이동에서 느껴지는 변화와 경계에 대한 이야기를 했는데 좀 더 그 부분에 대한 설명과 그 내용이 주택으로 어떻게 연결되고 있는지요?


시마다: 예를 들어 “가와니시의 주거(川西の住居)”에서는 다양한 소재로 가득 찬 1층과 천장, 벽, 바닥이 모두 라왕 합판으로 마감된 2층을 오가며 두 개의 다른 공간을 몸의 상하 이동과 함께 가상의 면을 뚫어 내는 듯한 경험을 생각 했습니다. 그것에 의해서 장소의 특징을 언제나 신선하게 느낄 수 있으면 좋겠다라고 생각하였습니다.

박: 방금 언급한 “가와니시의 주거(川西の住居)”를 설명 들으니 공간의 특징을 재료와 함께 계획한 부분은 의도가 이해됩니다.



재료에 대하여

박: 건축에 있어서 자신의 생각을 드러내는 방식 중 재료가 차지하는 부분이 크다고 생각합니다. 경제적인 부분도 고려해야 하고, 자신만의 생각을 포함하면서 디테일에 대한 부분도 재료와 연결될 수밖에 없습니다. 시마다씨의 작업에서 재료는 어떻게 접근하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시마다: 재료에는 각각 어떤 종류의 의미와 미의식 그리고 가치가 있다고 느낍니다. 그것을 이용해 내부를 외부와 같이 느끼게 하거나 아직 미의식이나 가치가 있지 않다고 느끼는 재료를 사용하는 것으로부터 오픈 된 자유로움을 만들려고 하고 있습니다.

박: 저 역시 값싼 재료를 어떻게 더 낳은 가치로 변화시켜 쓸 수 있을지 관심이 많아요. 그런 의미에서 저희 생각에는 어떻게 쓰는지에 따라 조금 과장해서 ‘1kg의 돌과 1kg의 금의 가치는 같다’고 생각합니다. 많은 건축가들이 외부와 내부에 사용되는 재료에 대해 외부의 재료가 내부로 들어오기도 하고, 내부의 재료라고 느끼는 재료가 외부에 사용되기도 합니다. 재료의 쓰임에 따라 공간에 영향을 준다고 생각합니다.


시마다: 재료로 인해 내부를 외부처럼 느끼게 하거나 외부를 내부처럼 느끼게 하는 것은 오히려 쉽습니다. 하지만 그런 의도가 너무 드러나면 뻔하게 보이기 때문에 가능한 한 자연스럽게 보이도록 하려고 합니다. 또한 나는 내가 설계한 건축물에 대해 건축주가 원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면 좀 더 자유롭게 변화시킬 수 있도록 만들고 싶습니다. 그런 이유 때문에 거친 소재로 간단하게 조립된 결과로 제작하는 것이 많습니다. 가능한 한 간단하게 각각의 소재가 접하고, 재료가 겹치지 않고 그리고 교환 가능하게 만들어 나가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박: 공업화 되면서 한국에서 건축은 많은 부분 이미 제작된 것을 사용한다. 내부의 목문도 이전에는 현장에서 만들었다면 요즘은 거의 제품으로 나와 있는 기성문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가구도 그렇고 조명도 그렇고 점점 그렇게 흘러가다 보니 획일화되고 브랜드화 되는 단점이 시대의 요구로부터 점점 멀어지고 있다는 생각도 듭니다. 아틀리에 사무소에서는 가능하면 많은 부분을 직접 디자인하고 현장에서 만들어 나가려는 변화가 보입니다. 그런 것이 물론 어려운 일이지만 재료에 대한 탐구도 그 흐름의 연장이라고 생각됩니다.


시마다: 재료는 누가 써도 문제가 없는 최대공약수적으로 만들어진 제품을 모아 건축을 조립해도 자유로운 감각과 행복감은 얻어지지 않을 것 같습니다. 그래서 나도 직접 디자인하고 발주한 부품을 사용하는 일이 많습니다. 항상 기성품을 사용하는 경우 그 사용을 조금 유보하는 것을 생각하고 있습니다. 요즘은 재료도 가능하다면 스스로 만들어 내고 싶다는 욕심도 있습니다.



건축과 가구

박: 시마다씨의 프로젝트에서 흥미로운 부분은 가구입니다. 건축에서 사용자의 신체와 접점이 가구이며 공간의 스케일이나 기능이 인지되는 중요한 요소이기도 합니다. 작품에서 다양한 시도와 스터디를 진행하고 있다고 생각되는데 건축에 있어서 시마다씨가 생각하고 있는 가구의 개념을 설명해 주면 좋겠습니다.


시마다: 나는 관습적으로 익숙한 스케일, 물건이나 형식을 조작하는 것에 관심이 있어서 가구가 놓인 그 장소의 분위기 또한 조작하고 싶어 합니다. 가구는 정확하게 우리에게는 익숙한 스케일과 형식을 갖고 있기 때문에 이것을 조작하는 것은 매우 유효하다고 생각합니다. 마찬가지로 창문이나 문도 익숙한 스케일과 형식을 가지지만 이 부분은 신체 스케일에 직접적으로 접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가구와는 다른 조작의 대상이라고 생각합니다.

박: 특별히 건축과 가구를 분리해서 생각할 필요는 없지만 프로젝트에서 건축의 일부로써의 가구가 인상적이었습니다. 각각 담당하고 있는 기능의 접점이 계단에서 특히 잘 나타납니다.


시마다: 건축 중에서도 계단은 신체 스케일에 직접적으로 접하는 부분이기 때문에 그러한 점에서는 가구와 직접적으로 연결이 됩니다. 내 생각으로는 나는(재료의 사용에서도 나타나고 있지만) 계단이나 가구 등이 기본적으로는 건축의 각 부분으로 붙지 않고 각각이 분리되면서도 연결되어 있는 상태를 좋아합니다. 그래서 계단은 건축 공간에 가구와 같은 물건으로서 삽입됩니다. 건축에서 그러한 종류의 가능성에 대해서는 아직 많이 있다고는 생각하기 때문에 나에게 있어서 연속되는 주제 중 하나입니다

박: 건축도 마찬가지이지만 가구 역시 각 지역의 문화를 직접적으로 드러내는 지점이기도 합니다. 각 지역마다 가구를 사용 하는 방식도 다르고 가구를 대하는 생각도 풍부하게 변화하고 있습니다.시마다: 그렇습니다. 최근에 일본 건축가가 설계한 1950년대의 주택을 볼 기회가 있었는데 그 시기 다다미 바닥에 좌식 테이블(卓袱台)이나 쟁반에 식기가 있는 방식을 보았습니다. 비교해 생각해 보면 현재 많이 볼 수 있는 입식 식탁을 보면서 여러 변화를 읽을 수 있었습니다. 생활양식의 변화에 따라 이를 사용하는 가구는 가볍게 변화하고, 반대로 건축은 서서히 변하고 있습니다.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그 둘 간 변화의 밸런스를 맞추어 나가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그 부분에 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박: 처음 시작하면서 주택은 삶을 담는 그릇이라고 이야기했습니다만 그 삶을 구체적으로 드러나는 지점이 가구와 연결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삶을 표현하는 도구로써 가구가 더 중요한 역할을 할 수밖에 없습니다. 각 지역에서의 문화 또한 가구와 연결될 수밖에 없으니까요. 시마다씨가 생각하는 건축과 가구의 변화에 대한 밸런스를 들어내는 지점에서 앞으로 새로운 관점을 기대하겠습니다. 오랜 시간 내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시마다: 감사합니다.



인터뷰: 2019년 1월 27일




© a round architec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