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aka Studio_ Naka Toshiharu
仲 俊治 (나카 토시하루)


1976년 교토출생으로 동경대 건축학과와 동대학원 수료 이후 야마모토리켄 설계공장을 거쳐 요코하마 국립대학 디자인 스튜디오 설계 조수를 거쳤다. 현재 나카건축설계스튜디오 공동대표이며 2014년 굿디자인상을 수상한 Apartment with a restaurant와 House in Fukasawa, Villa in Hakuba 작업 그리고 2013년 하우스비젼 전시가 있다. 2016년 베니스 비엔날레 일본 작가로 전시에 참여하였으며 2018년 서울에서 한국 건축가들과 “금” 전시를 하였다.

http://www.nakastudio.com



일본건축에 대하여

박창현(박): 해외에서 일본 건축의 흐름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고 느껴졌어요. 내가 보기에는 역사적으로 봐도 일본 건축가의 토대가 넓고 다양한 작업들이 나오고 있어 그 힘을 발휘한다고 생각합니다. 나카씨가 보기에 그 이유는 무엇 때문이라고 생각하나요?


나카 토시하루(나카): 광범위한 주제이기에 한 마디로 말할 수 없지만 일본 건축에 대한 관심은 주기적으로 반복되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특히 1960~70년대 일본 건축가들의 활약과 해외 교류가 큰 역할을 했다고 생각합니다. 이에 덧붙여 근대화의 여러 문제에 대해 해외의 건축가와 재빨리 공유할 수 있었던 것이 크다고 생각합니다.

박: 그렇지만 단순하게 해외 교류만 있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일본은 건축적으로 외적인 문제보다도 내적 문제에 대한 관심이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것도 특징이라고 생각해요. 이전 전시 때도 지진이나 그것과 관련한 내용을 많이 언급했던 걸로 기억합니다.


나카: 맞습니다. 일본은 1960년대를 거치면서 심각해진 공해 문제로 로마 클럽의 “성장의 한계” (The Limits to Growth: A report for the Club of Rome’ s Project on the Predicament of Mankind, 1972년)선언에 동조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1995년 고베 대지진이나 2011년 후쿠시마 동일본 대지진은 근대 도시의 취약성을 분명하게 드러내면서 “지속 가능성”이나 “사람들끼리의 관계성”을 지지하는 건축에 집중했습니다. 이것은 그린 에너지를 요구하는 세계적인 조류와 관련되어 있고 사회적 관점에서 건축이나 건축가의 역할을 모색하는 세계적인 조류에 부합합니다. 그리고 초고령화, 가족 형태의 변화, 지방 도시의 쇠퇴, 재정 문제 등 여러 과제에 대해 일본은 ‘과제 선진국’이라 칭해지고 또 자부심을 갖고 임하고 있어 미국이나 유럽으로부터 좀 더 관심을 받고 있는 것 같습니다.

박: 그런 기류에 일본 건축가들의 작업에 나타나는 관심은 어떤 지점이고, 나카씨가 추구하는 작업 성격과 방향은 어떤가요?


나카: 동일본 대지진 등 반복되는 영향으로 사람과 사람의 교류에 대한 관점(사회적 건축)과 환경적인 관계성에 대한 관점(환경적 건축), 이 두 가지를 일체화 해가는 일이 제 작업의 특징이라 생각하고 있습니다.

박: 지금 이야기한 내용은 나카씨의 관심이 이전 세대와 연결되는 부분도 있고 다른 부분도 있는 것 같습니다. 이전 세대와의 연결점과 차이점을 듣고 싶어요.


나카: 이전 세대와의 관계를 말하기보다 저는 건축의 사회성과 환경건축에 대한 관심이 각각 분리되는 경향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저는 사회성→개방적인 건축→유리 건축 그리고 에너지 절약의 관점에서, 유리로 된 벽 건축을 전면적으로 부정하는 환경주의 건축, 양자를 통합․발전해 나가고 싶습니다. 다르게 말하면 건축의 역할이나 가능성을 넓히고 지역에서의 생활이나 도시 계획으로 이어지는 작업을 하고 싶습니다.

박: 그러면 이러한 관심을 가지게 된 특별한 계기나 시작점이 있나요?


나카: 네. 저는 도쿄대학에서 오노 히데토시(大野秀敏)교수에게, 사회에 나와서는 야마모토 리켄(山本理顕) 씨에게 사사했습니다. 두 분 모두 저명한 건축가이며 또 특이하게도 두 분 모두 건축을 도시적 관점에서 디자인하는 편입니다. 건축의 완성된 아름다움뿐만 아니라 도시의 경관, 사람이나 에너지의 흐름, 그런 것까지 디자인의 시선으로 보는 분들인데, 그게 저와 공통점이라 할 수 있습니다.

박: 그렇다면 건축과 도시의 관점으로 보는 두 분의 영향이 나카씨의 작업에서 어떻게 공간적으로 적용되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나카: 저는 ‘중간 영역(中間領域)’에 특별한 관심이 있습니다. 또는 사적인 영역 내 외부 장소에 관심이 있습니다. 이것은 일본 건축의 독자적인 특성은 아닙니다. 세계에서 보편적으로 볼 수 있는 공간이지만 각 지역의 기후, 풍토, 문화, 역사에 따라 다양한 형태로 나타납니다. 이 중간 영역은 일의 장소이며, 지역 사회와의 교환과 교류의 장소였습니다. 이러한 배경에 의해 앞서 말한 것처럼 사회적인 건축과 환경 건축의 두 개의 흐름을 통합, 발전시키기 위해 ‘중간 영역’에 관심을 두고 있습니다. ‘중간 영역’을 테마로 몇 개의 건물을 설계했는데, 그것들을 정리해 2019년 2월에 책으로 출판할 예정입니다.


건축가의 역할

박: 그러한 환경적 관점이나 사회적 관점 등 중요한 주제를 학교에서는 거의 가르쳐주지 않는 것 같습니다. 설계사무소를 운영하면서 느꼈던 건축가의 역할에 대해 듣고 싶습니다.


나카: ‘제안하는 것뿐 아니라 실현하는’ 것이 건축가의 역할이라 생각합니다. 실현이라는 것은 어려운 부분이 포함됩니다. 관계자의 다양한 의견을 바탕으로 하면서도 하나의 형태로 귀결될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또한 유일무이한 결과물이므로 실현되는 과정에서 도전이 수반됩니다. 〈어떻게 실현할 것인가? 〉 라고 하는 것은 학교에서 배울 수 없는 일입니다.

박: 건축가의 직능과 사회적 역할에 대해 좀 더 구체적으로 듣고 싶습니다.


나카: 다양한 주체와 관련되고 종종 모순되는 요구나 주장을 들으면서 하나의 형태로 이어지도록 하는 것이 건축가의 직능이자 사회적 역할이라고 생각하는데 복잡함을 조정하는 일도 있고 경우에 따라서는 그것들을 초월적 가치로 이끌기도 합니다. 일본에서는 이미 양에서 질에 대한 시대가 되었다고는 하지만 급속한 고령화나 가족 형태의 변화 등으로 ‘과제 선진국’이라고도 합니다. 결국 건축을 통해 현상 과제를 해결할 뿐만 아니라 좀 더 가까운 미래 생활을 만들어 내는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박: 한국 건축가들 역시 변화하는 사회를 어떻게 읽고 대응할지 고민이 많다고 생각합니다. 일본 건축가들이 생각하는 건축가의 역할과 그 범위는 이전 세대와 어떻게 다른 지 궁금합니다.


나카: 앞 질문에 대한 답변이기도 하지만 "앞으로의 생활을 선도하는 건축"을 위해 나는 "무엇을 만들까?" 그리고 "만든 이후에도 연결 된다"라는 것을 의식해 작업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설계 단계에서 완성 후를 생각하는 태도는 확실히 위 세대와 비교해볼 때 달라진 점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런 태도는 동시대 및 동시대 이하의 건축가에게 넓게 공유되는 추세입니다.


형태와 재료에 대하여

박: 이제 나카씨의 작업에 대해 이야기해볼까 합니다. 나카씨의 작업에서 형태는 어디에서 출발한다고 생각합니까? 만약 그런 것이 있다면 그것이 주택의 형식을 만들어내는 중요한 인자라고 생각하는지요?


나카: 인자가 무엇인지 직접적으로 설명하기 보다 작업을 설명하는 편이 좋겠군요. 〈사진가의 스튜디오가 딸린 주택(写真家のスタジオ付き住宅)〉에는 두 개의 테마가 있습니다. 하나는 숲 속의 건축이라는 것. 수령 100년이 넘는 벚꽃나무나, 높이 10m가 넘는 단풍나무의 군락지를 보고서 나무를 베지 않고 건물을 만들려고 했습니다. 다른 하나는 작업장이 포함된 주택이라는 점. 야마모토 리켄(山本理顕)씨와의 지역사회 연구 이후, 일자리를 포함한 주택이 지역사회 커뮤니티를 만들 수 있다는 걸 느끼고 있습니다. 수목을 자르지 않고 수목 사이를 건축화 하는 것을 생각해 “보로노이 다이어그램(voronoi diagram)”을 인용했습니다. 땅에 세 개의 벽을 세웠고, 거기에 ‘서다, 앉다, 눕다’라는 신체 행동에 따른 세 개의 영역을 대응시켰습니다. 신체 행동에 의한 분절은 사는 것과 일하는 것의 이분법이 아닌 다른 형식을 요구했기 때문입니다.

박: 그렇다면 클라이언트의 요구나 조건의 차이에 의해서만 형태가 드러나게 되는 걸까요?


나카: 앞서 말한 것처럼 나무를 베지 않기 위해 수목 배치 상황에 따라 건축을 한다는 의미는 주변 조건에 따라 형태를 찾으려는 것과 같습니다. 한편 작업장을 주택에 포함시키는 작업은 추상적인 것으로 내부로부터 형태를 만들어 내는 과정이라 생각하고 진행 중입니다.

박: 건축에 있어서 자신의 생각을 드러내는 방식 중 재료가 차지하는 부분이 크다고 생각 하는데 경제적인 부분도 고려해야 하고, 자신만의 생각을 포함하고, 디테일에 대한 부분도 재료와 연결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나카씨는 재료에 어떻게 접근하는지 궁금합니다.


나카: 저는 거리 풍경에 녹아 들 수 있는 재료를 선택하고 디테일을 결정합니다. 디테일이 해당 요소를 전체의 맥락에서 어떻게 자리 매김 해야 할 것인지를 생각합니다. 특히 창 주변에는 여러 내용이 있기 때문에 항상 신경을 많이 써서 디자인합니다. 그리고 공사 중에도 마지막까지 고민하는 편입니다.

박: 기후에 대한 영향도 있겠지만 일본 건축은 한국에 비해 사용되는 재료가 얇고 가벼운 이미지를 가지고 있습니다. 일본의 이전 세대 건축가들이 써왔던 재료는 무겁고 어두운 느낌이 강했습니다. 나카씨가 보기에 일본 건축에서 재료 사용과 관련해 특정한 흐름이 있나요?


나카: 일본에서도 단열과 기밀의 규제가 강화되었기 때문에 지금까지 써왔던 얇고 가벼운 것들은 바뀔지도 모릅니다. 물론 디테일에 대한 고민도 있을 것이고, 재료의 진화에 따라 흐릿하게 혹은 가볍게 보이게 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예를 들어 최근에는 목재로 만든 외부 창호를 많이 쓰고 있습니다. 알루미늄 창호에 비하면 아무래도 따뜻한 느낌을 줍니다. 그리고 이것이 좋다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투명성과 개방성을 표현하기 위해 알루미늄 창호나 스틸 창호를 사용해 온 위 세대 건축가들은 앞으로도 그렇게 하겠지만, 두꺼운 목제로 만든 외부 창호는 재료의 느낌이나 심리적 안정감이 있어서 매력적입니다. 2011년의 대지진을 거치면서 가벼움이나 개방감이라고 하는 것이 문자 그대로가 아닌 조금 개념적인 것으로 변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오히려 “건축은 확실히 하면 좋겠다” 라든지 “견고 했으면 좋겠다” 라는 경향도 있습니다.


경계에 대하여

박: 도심 프로젝트인 〈식당이 딸린 아파트(食堂付きアパート)〉와 자연 속에 있는 〈백마의 산장(白馬の山荘)〉에 나타나는 외부와 건물의 경계에 대한 미묘한 접점들이 재미있습니다. 도심 프로젝트와 자연 속에서 진행하는 프로젝트 각각 외부 공간이나 중간 영역에 대한 접근이 다를 것이라 생각합니다. 외부나 중간 영역의 공간에 대해 구체적인 생각을 듣고 싶습니다.


나카: 서로 다른 환경이지만 공통된 내용으로서 앞서 말한 ‘중간 영역’에 대한 관심과 같습니다. 〈식당이 딸린 아파트〉에서 작업공간인 스튜디오는 사적 영역인 침실, 화장실과 공적 영역인 입체 골목(나선 모양으로 전개하는 공용 복도)의 중간에도 밖에서도 안에서도 사용합니다. 일로 본다면 교환의 장소이며 지역에 있어서는 사회적인 순환 장소입니다. 〈백마의 산장〉의 지붕 외부는 열과 연결된, 환경적인 측면에서의 중간 영역입니다. 그리고 그곳은 환경적인 순환을 이해하는 곳입니다. 그곳에서는 지표면의 오르내림(겨울은 눈이 쌓여 지표면이 올라가는)을 바라보며 자연 속에 자신이 있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습니다.

박: 외부와 면하는 벽과 창에 대한 생각도 변화가 있을 것 같은데 〈식당이 딸린 아파트 〉와 〈고혼기의 집합주택(五本木の集合住宅)〉에서 맞닿아 있는 옆집과의 관계에 대한 의식으로 어떤 방향성을 생각하고 있는지요?


나카: 최근 일본에서는 외피 환경 성능이 강화되어 단열, 기밀 성능을 향상시킬 필요가 있어요. 이에 대해선 기본적으로 저도 찬성하는 입장입니다. 그렇지만 쉽게 성능만 채우려면 창문은 작아야 하고 벽은 두껍게 하는 게 좋겠지요. 그러나 그렇게 되면 일본인이 원래 소중히 해 온 자연 환경과의 친화성, 사회적인 교류가 방해됩니다. 〈식당 딸린 아파트〉와 〈고혼기의 집합주택〉에서도 중간 영역인 작업장(스튜디오)을 개입시키고 외부와 관련되는 형식을 넣었습니다. 일터가 있고 그 안쪽에 사적인 영역이 있는 형식입니다. 이 형식을 저는 '스튜디오 액세스 형식'이라고 부릅니다. 이 형식은 야마모토 리켄(山本理顕)에 의한 다이어그램을 업데이트 한 것입니다. 창문은 "허리창"(바닥에서 높이 900mm부터 시작되는 창)이라고 했습니다. 창 바로 옆에 책상을 놓아 사용하기 쉽고 창가의 활동이 밖에서 보이기 때문입니다. 위 세대의 건축가는 투명성과 개방성을 "유리 벽"으로 나타내려고 했습니다. 결과적으로는 창가에 사람이 다가가지 않았습니다. “개구부에 철학을 담는다”라는 것은 다른 스승인 오노 히데토시(大野秀敏) 교수로부터 배웠습니다.

박: 결국 관점을 어떻게 하는가에 따라 내용이 많이 달라지는군요. 주택을 설계하면서 사용자의 심리적인 부분을 세심하게 계획해야 한다고 생각되네요. 이웃과의 관계 역시 심리적으로 경계가 생길 수 있고 옆집과의 경계인 도로에 직접 접한 부분이 생길 수밖에 없습니다. 공적 영역인 도로와 사적 영역인 주택과의 경계에 대한 생각을 듣고 싶습니다.


나카: 저는 그 경계가 되는 부분에 두께를 가진 공간으로 완충 지대를 만듭니다. 〈고혼기의 집합주택〉에서는 그린 루버 (식물로 만들어진 외부 루버)와 처마를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이것이 가장 중요했는데 그것은 고측창을 계획하는 것입니다. 그것 때문에 1층 주택의 전면 도로로 접한 부분은 천장고가 3.4 m나 됩니다. 그리고 이곳은 작업장인 스튜디오입니다. 대지에 접한 층의 주택을 위해 특히 야간에는 눈높이까지 블라인드를 닫습니다. 그러나 그 위에 높은 창문이 있어 통풍을 용이하게 할 수 있어 쾌적한 환경을 제공합니다.

박: 빛과 통풍을 환경적으로 고려하여 건축적으로 풀어낸 작업이라 생각됩니다. 나카씨의 작품을 보면 주택 내부의 각 실의 영역이 평면적으로나 단면적으로 다양한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각 영역이 구분되거나 분리되어 있기 보다 전체가 하나의 공간으로 설계된 주택이 많습니다. 주택에 있어서 공간의 구분과 연결에 대한 생각을 듣고 싶습니다.


나카: 사실, 주택 내부는 미닫이문에 의해 각 공간을 구분할 수 있습니다. 건축 형태에서는 내부에 있는 각 공간이 연속하도록 한 다음 적절한 장소에 미닫이문을 마련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때와 경우에 따라 공간을 구분하거나 연결하거나 즉 개방성과 폐쇄성을 거주자가 임의로 조정할 수 있는 것입니다. 생활 그 자체의 다양성을 배려한 건축을 만들고 싶기 때문입니다.


소셜하우징 2015/06/22

박: 화제를 조금 바꿔 보겠습니다. 앞서 이야기했던 ‘중간 영역’에 대한 관심은 결국 사회적 관심과 연관이 있는 것 같습니다. 한국에서도 최근 셰어하우스, 사회적 주택, 공동체주택 등 여러 시도들이 있습니다. 일본에서 특히 도쿄와 같은 대도시에서 셰어하우스의 성향과 비슷한 사회적인 이야기들을 담은 작업들을 많이 진행하고 있나요?


나카: 대개 많다고 생각할 수 있는데 역시 클라이언트의 문제도 있어서 아직 많지 않은 것 같습니다. 최근 늘어가는 추세인데 코하우징에는 몇 종류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콜렉티브 하우징’, ‘셰어 하우스’, ‘그룹 하우스’가 있고, 노인이 모두 모여서 사는 곳으로 관리인이 있는 형태도 있습니다. 또한 일본은 토지가 비싸기 때문에 여러 명이 토지를 사서 집을 짓는 경우가 많은데, 붙어있는 형태로 ‘코퍼레이티브 하우스’라는 것이 있습니다. 일본은 이렇게 네 가지 형태―고야베 이쿠코(小谷部育子)의 분류―로 나뉘어 있으며 최근에 늘어난 셰어 하우스는 보통 젊은 세대가 거주합니다. ‘콜렉티브 하우징’은 그렇게 많지는 않습니다. 대개 단독주택에 살고 싶어 하고, 국가가 그것을 유도하기 위해 지원하는 제도가 남아 있기 때문입니다. 이런 사고는 아마 일본의 특징이라 생각하는데, 주택건설을 장려하는 것이 경제성장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지난 사고가 여전히 남아 있습니다.

박: 여기서 분류한 네 가지 정의는 서로 어떤 차이가 있고 이 분류는 어느 시기에 이루어진 것인가요?


나카: 1번의 콜렉티브 하우징은 일본에서 유명한 칸칸모리(かんかん森)라고 하는 곳인데 하나의 유닛이 굉장히 독립적입니다. 예를 들면 미니 키친, 미니 욕실, 이것도 작긴 하지만 미니 키친과 미니 욕실이 각각 하나의 집으로 독립되어 있고 여기에 별도의 공동 리빙, 공동 키친과 같이 더욱 큰 공간들이 별도로 있어서 이곳에서 생활하는 것도 가능하며 가끔 사용하는 것도 가능합니다. 한 가지 더 여기에 살고 있는 사람끼리의 관계는 평등합니다. 그룹 홈에서는 노인이 많이 있고 운영자가 있어서 그 사람의 지시에 따라 생활합니다. 이 분류는 일본의 집합주택 연구자인 고야베 이쿠코(小谷部育子)라는 분이 30년 전에 분류한 내용입니다.

박: 그러면 이런 용어들이 30년 전에도 있었다는 얘긴가요?


나카: 그렇습니다. 고야베씨는 유럽이나 미국 사례를 연구했고 특히 ‘콜렉티브 하우징’을 일본에 소개했습니다. 1960년대 즈음, 유럽이나 미국에서는 자신이 사는 장소는 자신이 만들고자 하는 사고가 유행했는데, 이걸 일본에 소개한 것이지요. 게다가 토지가 비싸고 청년 세대는 경제적으로 여유가 없는데다 사회적 상황이 바뀌어서 자신이 살 장소는 자신이 생각하자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추세라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일본은 한국과 달리 저소득층을 위한 ‘소셜 하우징’이 없습니다. 2000년을 기점으로 없어져 버렸습니다.

박: 이런 분류로 인해 어쨌든 최근에는 다 종류별로 갖춰져 있는 게 아닐까요? 그러면 그런 것들이 전부 민간에서 진행하는 것인가요?


나카: 네 가지 중 두 번째와 네 번째 것은 민간에서 진행합니다. 첫 번째와 세 번째의 경우, 운영은 민간이 하지만 공공단체가 보조하기도 합니다. 가끔 정부나 지방정부, 지방자치단체가 보조하는 경우도 있는데 굉장히 적습니다.

박: 크게 두 가지 내용을 기준으로 해서 이야기해 보도록 하지요. 하나는 나카씨가 요코하마 대학원(Y-GSA)에서 야마모토 리켄(山本理顕)씨와 함께 진행했던 책 『마음을 연결하는 집』과 관련된 내용에 대해 좀 더 구체적인 설명들을 듣고 싶습니다. 다른 하나는 그 책과 관련해 나카씨가 현재 진행하고 있는 프로젝트 중에 ‘소셜 하우징’에 대한 설명을 듣고 싶습니다.


나카: 『마음을 연결하는 집』이라는 책은 한글판으로도 나왔습니다. 여기에는 두 개의 모델이 있는데, 하나는 제가 담당했고 다른 모델은 다른 사람이 담당했습니다. 두 가지 모델을 두 지역에서 실현시켰는데, 요코하마대학원(Y-GSA)에서의 활동은 학생들과 연구회를 만들어서 그 원칙을 만들고 검토하는 작업이었습니다.

박: 두 개의 프로젝트로 나누어서 진행한 특별한 이유가 있었는지요?


나카: 한국도 마찬가지지만 일본은 인구가 줄어드는 추세고, 한 가족의 구성원 수가 과거에는 4~5명 정도였는데 지금은 1~2명 정도로 규모가 작아지고 있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1명씩 생활하는 방식은 여러 가지 곤란한 문제가 있을 것입니다. 예를 들어 가족이란 테두리 안에서 해결 가능했던 것들, 그러니까 육아나할아버지 할머니를 보살피는 간호가 어느 정도 가능했다면, 지금은 그것들이 불가능하게 되었습니다. 이렇게 인구가 줄어들고, 육아와 간호를 위한 인력이 없기 때문에 지역 사회에서 그 부분을 공급, 조달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이런 상황을 인식하고 관련 문제들을 하나씩 조사해 나가고 있습니다. 그 결과로 ‘지역 사회권 모델’의 특징은 개인 점유 부분이 줄어들고, 공유 부분이 커질 것이라는 걸 예상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 공유 부문에는 몇 가지 공간과 설비가 있는데 그 부분을 셰어하고 있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에너지나 혹은 레스토랑이나 욕조라든지 육아나 간호 같은 것들을 500명 정도 규모를 단위로 해서 셰어한다든지 하는 것인데, 이 셰어 스페이스들은 흩어져 있습니다. 한 가지 더 가장 중요한 사실은 하나의 주택은 사적 공간과 개방된 공간이 합쳐져 만들어진다는 것입니다. 그것이 특징입니다. 사적인 공간은 잠자는 공간, 수납공간이 있고 굉장히 작은 규모입니다. 개방된 공간은 간단한 작업을 할 수 있는 공간입니다. 예를 들면, 할머니들이 작은 가게를 하고 있다던가 어떤 사람은 책을 굉장히 좋아해서 책장이 많이 있는 작은 도서관을 배치한다던지 하는 것입니다. 그처럼 한 사람 한 사람의 취미라든지 특기를 고려한 공동생활을 생각하게 된 것입니다. 이것이 “작은 경제”라고 하고 닫힌 사적 공간과 열린 개방 공간이 세트가 되어 하나의 주택이 되는 것입니다.

박: 평면을 보면 사적 공간이 아주 많아 보입니다.


나카: 그렇지만 각각은 굉장히 작습니다. 그래서 밀도 있게 구성했습니다. 그것이 특징입니다. 그래서 일한다는 조건이 서점이라든지 기숙사를 하고 있다든지, 바를 하고 있다든지 그러한 서비스할 수 있는 것에 대한 작은 ‘기브 앤 테이크’를 연결해 나가면 공동생활이 가능하다는 컨셉을 가준 집합 주택입니다.

박: 결과적으로 각 개개인이 서로 공유를 할 수 있는 취미나 특성이 있어야 한다는 것과 500명의 인원이 있어야 한다는 것, 이렇게 두 가지의 전제 조건이 생기는 거군요.


나카: 취미뿐만 아니라 직업도 포함해서인데 그것은 가족이나 한 사람 한 사람을 보는 것이 아니라 500면 정도를 지역사회의 단위로 생각하면, 어느 정도 다양성을 갖출 수 있고, 그 다양성을 연결해 내자고 제안한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박: 어쨌든 저 모델은 500명 정도의 일정 규모가 되어야지만 가능한 모델이긴 하네요.


나카: 그렇습니다. 장소에 따라서는 천 명일 수도 삼백 명명일 수도 있지만, 어느 정도 인원수가 필요합니다. 지금까지 대지 안에서 건물을 어떻게 지을 것인지를 생각했다면, 이 방식은 대지를 기본으로 하되 지역 사회와 관계 맺는 것에 중점을 둔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대지에 국한된 접근은 조금 닫혀 있고 ‘지역 사회권 모델’은 개방되어 있어 그 경계는 조금 유동적입니다. 그래서 셰어와 작은 경제라는 두 가지 포인트가 지역사회의 근간을 이루는 것입니다.

박: 지금까지 건축은 토지 공급자, 그러니까 소유주의 자본가치에 중점을 두고 진행된 것이라면, 이 모델은 지역 주민들의 관계나 활동에 더 무게 중심을 둔 것이라는 점에서 확연한 차이가 있는 것 같습니다. 이 같은 경우, 무엇으로 사람들을 모을 수 있는지 궁금합니다.


나카: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습니다. 『마음을 연결하는 집』을 쓸 당시에는 거기까지 생각 못 했는데, 아파트를 해보고 생각하게 된 것은 독특함(uniqueness)이 그런 역할을 할 수 있지 않나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식당이 딸린 아파트(食堂付きアパート)〉는 작은 식당인데 위에 셰프가 살고 있는 것이 특징입니다. 셰프가 이곳 식당에서 일하고 요리합니다. 그 셰프는 자신이 사람들을 위해서 무엇인가를 만들어 주고 싶어 하기 때문에 여기서 가게를 운영하는 것입니다. 세븐일레븐과 같은 체인점을 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만의 독특한 가게를 내면서 지역사회에 특징이 생기고, 그와 같은 특징들이 하나하나 모여 사람들을 불러 모을 수 있는 계기를 형성한다고 생각합니다.

박: 그렇다면 이 집에 살고 있는 셰프가 직접 운영하는 것일 텐데 좀 더 다양한 직종들이 모여 가게를 하면 가능하겠군요.


나카: 조금 과장해서 말하자면 자본주의 상업방식을 버전업한 것이라 생각하고 있습니다.

박: 셰어하우스와 같은 제안들이 나타나게 되는 사회적 상황은 어떻게 생각 하나요? 혹은 셰어하우스와 같은 제안들이 왜 나타난다고 생각 하나요? 물론 나카씨가 요코하마 대학원(Y-GSA)에서 진행했던 것으로 많은 부분들을 대변할 수 있겠지만 그 밖에 다른 생각들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또 위에서 언급한 사회적인 상황들을 고려할 때, 건축가인 나카씨는 어떤 대안이 적합하다고 생각 하는지도 궁금합니다.


나카: 앞서 ‘작은 경제’라는 것을 말씀드렸는데, 최근 모 기업과 함께 여러 가지 조사해 본 결과 살고 있는 장소가 곧 직장인 사례가 늘고 있습니다. 토미타 레이코(富田玲子)라는 분은 이소자키 아라타 (磯崎新)와 같은 대학을 나온 건축가인데, ‘카페가 있는 주택’이나 ‘마을 집회장으로 사용되는 거실’ 혹은 ‘빵가게가 딸린 집’과 같이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습니다. 생각의 변화라면, 이처럼 삶의 공간과 일을 하나의 공간에 엮을 수 있고, 그 공간에서 자신이 좋아하는 일로 작은 돈을 벌 수 있다고 생각한다는 것입니다. 좀 전의 이야기로 돌아가서, 자신이 사는 공간은 자신이 직접 만들겠다는 사회적 분위기가 형성된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아직 일부이긴 하지만요.

박: 그러면 사회적 분위기가 그렇게 바뀌게 된 이유가 있는지요?


나카: 그 이유 중 하나는 근무방법이나 형식이 바뀌었기 때문입니다. 자본주의의 변화라고도 할 수 있겠는데, 일본은 대기업에 한번 들어가면 평생 일할 수 있다는 모델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그것이 없어졌습니다. 일본에는 비정규 고용이라는 것이 보편화되어가고 있고, 저출산과 고령화와 같은 사회적 불안요소가 있습니다. 반면에 우리 스스로의 힘으로 만들어 보자는 사람들이 있고 지금은 그 수가 늘어나는 추세에 있기 때문에 거기에서 가능성을 봤던 것입니다.

박: 한국의 경우,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동네의 개인 사업자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은 편이었습니다. 그런데 현재는 상당수의 동네 개인 사업자들이 대기업에 흡수되거나 밀려나면서 사라지고 있는 상황이지요. 예전에는 동네의 작은 채소가게 아저씨도 주인이었고, 동네 미장원 아줌마도 주인이었고, 동네 문방구 아저씨도 주인이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대형화된 기업형 마트들로 인해 그런 상점들이 줄어들고 있습니다. 그런데 위와 같은 상황들이 일본에서는 반대로 진행되는 것처럼 보이네요.


나카: 조금 다른 얘기일 수도 있지만, 일본의 회사에 근무하는 사람한테 물어보면 50세 정도가 되면 집에서 일하고 싶어진다고 하더군요. 왜냐고 물어보니까 요즘의 일본의 할아버지 할머니는 오래 살고 고령화이기 때문에, 50살이 된 그 직원은 자신의 부모들을 간호하고 싶어한다고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주 2-3일 정도는 회사에 나가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부모님 집이나 근처에서 일하고 싶어 합니다. 그것을 일본에서는 로로카이고(老老介護: 고령자가 고령자를 간호하는 것)라고 부르는데 50살의 사람이 80살의 사람을 보살펴야 하기 때문에 재택근무를 주 2-3일 정도 하고 싶다고 합니다. 이러한 이야기들도 중요하게 고려해야 할 사항들입니다. 그렇게 동네에서 생활하다 보면 간단하게 사거나 필요한 것을 멀지 않은 그 동네에서 소비하게 되고 그러다 보니 동네의 작은 가게들이 계속 유지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생각됩니다.

박: 변화되는 현실에 적용된 순순환의 구조를 가지고 있어 희망이 있어 보이는 이야기입니다. 마지막으로 야마모토 리켄(山本理顕)씨의 책에 언급된 것처럼 “우리는 어떻게 살고 싶은가”에 대한 글이 잠깐 있었거든요. 그에 대한 생각을 묻고 싶습니다.


나카: 간단하게 이야기하면 한 사람이 두 가지 역할을 하는 사회가 좋지 않을까 합니다. 방금 이야기 한 것처럼 일하는 것뿐만 아니라 자신이 즐거워하는 것을 적극적으로 한다든지 흥미가 있는 것을 잘 키워서 그것을 다른 사람들과 혹은 지역 사회와 연결되어 갔으면 합니다.

박: 그러면 지금까지 보여준 사회적 관점의 프로젝트들은 앞으로도 계속 하실 건지도 궁금하네요.


나카: 건축이나 도시의 근대적 구축방식은 주택, 주거 블럭, 공공 등으로 조닝 zonening하는 데 있다고 생각합니다. 기능적으로 마을이나 건축을 나누거나 분할한 것이죠. 예를 들어 이곳은 상업, 저곳은 주거로 나누어져 있고, 각각의 기능을 건축이나 도시 플래닝을 통해 분담해 왔는데, 저는 이것을 좀 더 느슨한 방식으로 해 나가고 싶습니다. 예를 들어 마을처럼, 하나의 건축물 안에 사는 장소도 있고 일하는 장소도 있고 먹는 장소도 있어서 여러 프로그램이 섞여 있는 것입니다. 이 에서는 여러 가지 일들이 다양하게 섞여 있기도 하고 한 사람 한 사람을 중요시하는 사회분위기가 형성될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지금까지 인간은 기계의 부품이었다고 생각됩니다. 그런 느낌을 바꿀 수 있는 일과 프로젝트를 하고 싶습니다.

박: 그렇군요. 앞으로의 작품이 사회성을 가지고 다양하게 펼쳐 나가길 기대합니다. 긴 시간 내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나카: 감사합니다.


인터뷰: 2018년 11월 2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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