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BBA_ 곽상준, 이소정

이성과 감성의 균형

곽상준은 연세대학교 건축공학과를 졸업하고, 스페이스 연(Space YEON Architects)과 매스 스터디스(Mass Studies)에서 건축과 도시 설계 및 인테리어 등 다양한 영역에서 탄탄한 실무와 현장 경험을 쌓은 후, 이소정 소장과 함께 2012년에 OBBA를 설립, 공동대표로써 활동하고 있다. 또한 홍익대학교에 출강하며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다.

이소정은 이화여자대학교 환경디자인과와 University of Pennsylvania 건축대학원을 졸업했다. 이후 네덜란드의 OMA에서 여러 지역의 다양한 건축 및 도시 계획 관련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한국으로 돌아와 매스 스터디스(Mass Studies)에서 폭넓은 경험을 쌓은 뒤, 곽상준 소장과 함께 OBBA를 설립, 공동대표로써 활동하고 있다. 또한, 서울대학교, 연세대학교, 홍익대학교 등에 출강하며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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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거에서 공용공간

박창현(박): OBBA는 사무실을 개소하고 난 이후의 작업을 시간 순서대로 열거해 보면, 주로 서울 소재의 주거 프로젝트가 많습니다. 어떤 이들은 주거 프로젝트가 굉장히 어렵다고 말하기도 합니다. 지금까지 진행해 왔던 주거 프로젝트들에서 가장 중점적으로 말하고자 했던 것은 무엇입니까?

이소정(이): 물론 모든 프로젝트들이 다 어렵겠지만, 그 중에서 주거 프로젝트가 특히 더 어렵다고 말씀하시곤 하는 것 같습니다. 그것은 아마도 주거 프로젝트가 삶의 가장 밀접한 부분을 담는 곳을 계획하는 것이기 때문일 것 같습니다. 또한 주거 프로젝트라 하더라도 특정한 거주자가 정해져 있느냐 아니냐에 따라 접근 방법이나 고민의 깊이도 다른 것 같습니다. 프레타포르테냐 오트쿠튀르냐에 비유할 수 있을 것 같네요. 저희가 진행했던 주거 프로젝트들에서 공통적으로 말하고자 했던 것 중에 하나는, 먼저 저희를 찾아오신 건축주 분들이 스스로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게 하는 것 이였습니다. 많은 분들이 내가 무엇을 하고 싶다는 것들은 가지고 오시는데, 왜 이것을 원하는지에 대해서는 대답을 못하시는 경우가 많이 있는 것 같습니다. 주거공간은 그 안에서 사는 사람의 생활과 철학을 담는 공간입니다. 즉 사용자의 철학이 반영된 공간이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건축가가 생각하는 삶의 방식과 철학만을 담는 공간을 계획하고 사용자가 거기에 맞추어 살기를 종용하기보다는, 사용자 스스로 본인의 삶의 철학이 무엇인지 듣고 이를 반영하며 여기에 건축가의 생각과 미학을 녹여 전문가로써 공간을 계획하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많은 분들께, 당신의 삶의 철학이 무엇입니까 라고 여쭤보면 당황해들 하시는 것 같습니다. 어떠한 삶을 살고 싶다에 대한 답변보다는 방 몇 개 화장실 몇 개의 답이 돌아오는 경우가 더 다반사인 것 같습니다. 그러나 저는 그렇다고 해서 그분들에게 각자의 삶의 철학이 없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단지 이제까지 본인들의 삶의 철학이 무엇인지 스스로 돌아보며 정리할 기회가 없었을 뿐이겠죠. 그래서 저희는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일련의 질문과 대화를 통해서 그들 스스로 인지하지 못했었던 내면의 욕구와 필요한 부분들을 끄집어 내고, 유추와 요약을 통해 그들의 삶의 철학을 도출해내고, 여기에 저희가 전문가로써 저희의 생각과 목소리 그리고 색을 섞어서 종합적인 결과물을 도출해 내는 것 같습니다. 결론적으로 이야기하자면, 일련의 과정들을 통해 건축주 스스로 자신을 돌아보고, 그들의 삶의 철학을 정리하여 도출해 내어 주고 이를 공간 속에 녹여서 도출해 내는 역할을 하는 것 같습니다. 첫번째 진행하였던 내발산동 프로젝트 경우는 프레타포르테적 성향이 강했던 것 같습니다. 건축주가 직접 거주하지 않고 철저히 임대를 위한, 불특정 다수의 거주자를 위한 건물 이였습니다. 이 프로젝트 같은 경우는 좀 더 저희의 생각과 목소리가 많이 반영이 된 것 같습니다. 여기서 저희가 말하고자 했던 것은 크게 두 가지인데, 그 중에 한가지가 민간자본으로 이루어지는 공동주택에 있어서, 건축주의 욕구, 사용자의 만족, 도시 미관적 차원 세 가지의 시각과 관점에 대한 이해, 그리고 이를 어떻게 절충하고 만족시켜 줄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이었고, 두 번째로는 소형 임대주택의 전형적인 프로토 타입을 벗어나 ‘작지만 풍요로운 공간’을 어떻게 하면 구축할 수 있을까에 대한 것이었습니다. 양적인 최소가 절대적으로 질적인 최소를 말하는 것은 아니나, 현실적으로 작은 규모의 주거공간의 경우 그 질적인 퀄리티가 현저히 떨어지는 경우가 일반적입니다. 거대한 주상복합 건물의 화려한 로비만큼은 아니더라도 주 현관을 지나 내 집으로 도달하기까지의 전이 공간에서 풍요로움을 느끼게 해 주고 싶었으며, 양적으로 최소화된 공간에서도 최대한의 질적 퀄리티를 낼 수 있음을 이야기하고 싶었습니다. 더불어, 양적 질적 퀄리티를 논할 때 이것이 단순히 2차원적인 것이 아니라 3차원적 공간으로 이해해야 함을 말하고 싶었습니다.

박: 지금까지 우리가 경험해 왔던 공동주택의 형식 중 특징은 공용공간을 제외한 자신만의 공간에 집중되어 왔다는 것입니다. 그러다 보니 공동주택의 내부 공용 공간은 누구의 공간도 아닌 버려진 공간이라고 생각해서 일반적으로 공용 공간의 면적을 최소한으로 해 왔습니다. 공용 공간을 최소화하고 전용 면적을 늘리자는 식으로요. 방금 말씀하신 삶의 퀄리티를 향상시키고자 한 부분을 복도 공간이라고 말씀하셨는데, 그렇다면 ‘내 방’에서의 퀄리티가 향상되지 않았는데 공용인 복도 공간만 좋아졌다고 해서 과연 사는 사람들의 만족도가 향상될 수 있을지 의문이군요.


이: 네. 저희가 앞서 일례로 말씀드린 공용공간은 말 그대로 하나의 예입니다. ‘작지만 풍요로운 공간’을 만들기 위한 시도들은 ‘작은 내방’에서도 이어집니다. 일반적인 원룸에서의 채광과 환기의 문제를 극복하기 위한 방편으로 건물을 H자 평면으로 구성하도록 하였고, 거실, 침실, 주방의 구분이 없는 작은 집에서도 불합리하게 공간을 구분하지 않으면서도 어느 정도의 시선 차단을 위하여, 주방가구를 아일랜드로 구성한다거나, 별도의 벽과 문으로 이루어진 방식이 아닌 가구를 이용하여 공간을 구획하도록 하였습니다. 단지 저희가 공용공간의 예를 비중을 두어 먼저 말씀을 드린 것은, 공용공간이라는 것이 건물에 있어서 어떠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데 이것이 나의 것도 그 누구의 것도 아닌 공간이 아닌, 나의 공간 우리의 공간이라는 인식의 변화가 필요하며 이것이 큰 변화를 일으킬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었습니다.

곽상준(곽): 단지, 저희가 진행하면서 어려웠던 점은 새로운 유형을 제시할 때 이것을 어떻게 설득하며 실현화 시킬 수 있는지에 대한 것 이였습니다. 건축주 분들께서도 저희가 분석한 기존의 문제점들에 동의하시면서도 이를 극복하기 위한 새로운 시도에 대해서 선뜻 동의하시기 어려워하시니까요. 다른 어떠한 선례를 보고 결정하시고 싶어하십니다. 그렇지만, 처음부터 처음이 아니었던 것은 뭐가 있을까요? 다양한 시도가 늘어나고 일반인들의, 건축주들의 인식이 하나 둘씩 쌓여가다 보면 저희가 살고 있는 환경은 점차 나아지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박: 그러한 새로운 유형의 것들을 일반 건축주들이 쉽게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말씀이시죠? 그렇다면 그때마다 서로 다른 건축주들의 성향을 어떻게 판단을 하나요?


이: 말씀하신 대로 건축주들마다 case by case인 것 같지만 일단은 저희가 생각하는 대로 들이 밀어보는 것 같습니다.

곽: 처음 제안 드린 대로 받아들여져서 진행되는 경우도 있고, 건축주들과의 협의를 통해서 수정 보완되어 진행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beyond the screen> 프로젝트의 경우 공용의 세탁실을 만들어서 커뮤니티의 공간으로 활용할 수 있을만한 제안을 해봤었습니다.

이: 그리고 기존의 건물이 지하층이 있는 건물이었기 때문에 건축주가 지하공간을 활용해서 뭘 해볼까? 하는 생각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저희도 지하에 1층과 연계해서 사용할 수 있는 요소가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지만, 공사비나 관리상의 이유로 지하층을 사용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비록 지하층의 사용에 대한 제안은 실현화 시킬 수는 없었으나, 나머지 주어진 상황 내에서 최대한 저희가 생각하고 제안 드리는 것을 지키고자 했습니다.

박: 그렇다면 설계 진행 과정에서 이것 만은 지켜나가야겠다고 생각하신 부분이 어떤 부분입니까?


이: 앞서의 답변에서와 중복되는 내용일 수도 있겠는데, 작은 중정과 계단이 위치하고 있는 공용 공간의 구축과 이를 통해 저희의 메시지를 전달하고 하는 부분이었습니다. 공용공간이란 것이 그 누구의 것도 아닌 것이 아닌, 나의 그리고 우리의 공간이라는 인식의 변화를 갖게 하고 싶다는 부분과, 최소한의 공간의 변화가 얼마나 큰 질적인 변화를 일으킬 수 있는지, 그리고 새로운 유형에 대한 고민과 시도가 이루어져야 한다는 생각들을 공유하고 싶었습니다.


프로세스


박: <beyond the screen>에 대해 앞서 말씀하신 것들이, 건물이 있는 그 땅, 그 위치, 그 상황과 밀접한 관련이 있을까 하는 의문도 듭니다. 다른 상황이나 조건에서도 지금과 같은 형식과 재료들이 나올 수 있다고 생각되기도 하는데 앞으로 비슷한 주거 프로젝트가 있을 때는 다른 어떤 접근을 할 수 있을까요?


이: 이런 질문을 예전에도 받은 적이 있는데요, problem solving에 있어 변수들이 굉장히 많고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비슷한 조건들을 갖고 있을 수는 있겠지만 절대 동일할 수는 없겠지요. 나아가 단일한 변수가 아니기에, 이러한 것들이 어떻게 조합되느냐에 따라서 그 결과는 천차만별의 것들이 나올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박: 이전 다른 곳에서 설명해 주실 때도 ‘요소’와 ‘변수’에 대해 말씀하셨던 것 같은데, 어쩌면 조건에 대한 것들을 찾고 정량화 시키거나 정리해서 대입하는 것 같아 보이기도 합니다. 물론 1:1 대입이라는 것은 아니겠지만, 이런 것들을 제가 듣기로는 요소와 변수로 나눠 설명하기에는 너무 단순하거나 명쾌하게 보이기도 합니다. 이런 점에서 다른 사무실의 경우와 조금 다르다는 생각이 듭니다. 물론 아까 말씀하셨듯이 프로젝트에서는 변수나 요소에는 굉장히 많은 것들이 있겠지만, 그것들을 다 잘 조절해서 해결하려는 오해도 생길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런 것들이 예전 사무실들의 영향을 받지는 않았는지 생각이 듭니다. OMA나 메스스터디스의 방식, 관심, 접근들과 연결이 되어 보이기도 합니다.


곽: 저희가 가진 여러 가지 변수들을 가지고 문제를 풀어나가는 것이 사실이긴 하지만 다른 사람이 같은 변수를 가지고 작업을 한다고 해서 같은 결과물이 나오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다들 문제를 풀어나가는 과정에서 각자의 생각이 개입이 되기도 합니다. 그래서 우리가 풀어나가는 방식에 해답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beyond the screen>의 경우에도 이것이 해답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 순간의 최선의 해결책이라고 생각하는 것이지, 그것이 다른 공간에서, 다른 사람들에게는 또 다른 접근을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 어떠한 것도 절대적인 것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저에게는 아름답다고 생각되는 것이 누군가에게는 그렇게 보이지 않을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요소’와 ‘변수’라는 부분을 말씀드리고, 이러한 것들을 어느 정도로 정량화 하여 설명하고자 하는 이유는, 주관적 견해와 시각이 존재할 수 있는 부분을 상대방이 수긍할 수 없는 자의적 해석들로 마치 그것이 유일한 정답인 듯 스스로 열린 가능성들을 제한하고 자신의 생각을 부각하여 설명하기 보다는, 객관화할 수 있는 부분에 대해서는 최대한 객관화하며 설득력을 가지며 논리적으로 이해시키고 이러한 것들을 구현해 내는 과정에서의 주관적 해석과 동의는 열어 두고자 함입니다. 합리적이고 미학적인 건축을 추구하고자 한다고나 할까요? 저희가 지향하는 건축은 단순히 건축가 개인의 감성에 의존한 자기중심적 건축을 추구하기 보다는, 또 외부 환경에 대한 영향만을 디자인적 요소로 가져오기 보다는, 이러한 외부조건을 적극적이되 제한적으로 수용하며 이성과 감성의 발란스를 유지하는 것입니다.


건축가의 개입과 그에 대한 책임


박: <Beyond the screen>에서 여러 세대들이 모여 있는 공동 주거이니까, 서울시에서 예전부터 하고 있었던 협동조합주택이나 공동체 주택과 같은 대안들이 이슈가 되고 관심을 두고 있는 상황과 연결될 수 있다고 생각됩니다. 그만큼 보편적인 생활 형식이 변화하고 있고 사회적으로 주거 형식의 대응이 늦게 뒤따라 가다 보니 사람들의 불만이 많아지고 있다고 보아집니다. 저는 집과 집과의 관계에 대해 건축가들이 좀 더 사회 변화에 대해 적극적으로 파악하고 제안하고, 개입되어야 한다고 보고 있습니다. 사회적으로 문제를 가지고 있는 주거에 대해 앞으로 OBBA가 할 수 있을 제안에 대해 궁금합니다.


이: 2014년 말 아르코에서 ‘즐거운 나의 집’ 전시의 일환으로 참여했던 라운드테이블에 이러한 주제들에 관하여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었습니다. 협동조합 주택이나 공동주택 등의 사업에 있어서 그 주체가 공공일 경우에는, 건축가의 제안이나 다양한 시도로써 개입할 수 있는 여지가 있는 반면에, 여러 결정의 단계들을 거치면서 진행되어야 하기에 기획부터 그것이 실현되기까지 많은 시간이 소요되게 됩니다. 그러나 그러는 사이에 우리 사회는 또 빠르게 변하고 또 다른 요구들이 생겨나게 되겠지요. 그러나 그 주체가 민간자본일 경우에는 기획부터 그것이 실현되기까지 비교적 그 진행이 빠르지만, 자본력의 한계와 그로 인해 사업의 규모도 제한이 있을 수밖에 없고 그로 인해 다양한 제안이 받아들여지기 어려운 부분도 있는 것 같습니다.

곽: 아파트의 경우 일정 규모가 되면 경로당 같은 공공프로그램에 대한 법적 규제도 있고 하지만, 개인으로 진행되는 프로젝트의 경우에는 법적 기반은 물론이고, 그렇게 강요할 수 있는 부분도 굉장히 작습니다.

박: 그렇다면 그러한 변화의 가능성이 없다고 생각 하시는 가요? 예를 들어 경제적인 관점에서 본다면 건축주의 요구조건은 거의 최대면적이 최대 이윤이라고 생각하고 접근하고 있습니다만 그것에는 기본적인 삶의 방식에 대한 고려나 접근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양적인 부분으로 접근하던 방식을 공간의 질이 가지고 있는 경제적 환산 가능성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지금까지의 접근이 일단 채워 놓고 진행하자이다 보니 다른 가능성의 기회조차 건축주에게 제시되지 않고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됩니다.


이: 그러한 가능성이 없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사회의 변화, 건축가가 하는 새로운 제안, 그리고 건축주가 이를 직접 느끼고 체감하는 것과의 시간차가 있는 것 같습니다. 또한 앞서 말씀드린 것과 같이 다양한 선례가 없는 것은 건축주로 하여금 새로운 제안과 시도를 수용하기로 결정하는 데에 어려움으로 작용하는 것 같습니다.

곽: 현재 진행하는 200평 정도의 방이동 다세대 주택 프로젝트가 있습니다. 처음 시작할 때 건축주의 아드님께서 오셨었는데, 그 분의 경우 저희가 생각하는 공용공간의 중요성에 대해서 공감대를 갖고 계셨었습니다. 공용공간, 커뮤니티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하셨고, 어머니의 경우에도 아드님의 의사를 존중하셨고요. 그렇게 진행을 하고 있는 프로젝트입니다.


이: 건축주는 어떠한 ‘타입’을 어떻게 ‘구성’하고 싶다에 대한 생각이 많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오히려 저희에게 제안을 해주기를 바라는 부분도 있었습니다. 그래서 저희는 나름의 시장조사를 토대로 몇 가지 제안을 드렸었습니다. 이미 다세대 다가구의 studio타입은 포화상태이기 때문에 그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공실은, 몇 개의 방을 두고 이익이 얼마가 나온다는 산술적 계산으로는 접근할 수 없는 이야기이고 그렇다면 현재 없는, 공급이 부족한 부분을 목표로 잡아서 프로젝트를 진행하자는 이야기를 했었습니다. 주변 현황과 사전 조사를 통해 주 임대 타깃을 싱글, 직장인, 신혼 부부 정도로 잡았었습니다. 어린 아이를 둔 젊은 부부들의 경우에는 공동육아를 위한 공간이나, 마음껏 뛰놀 수 있는 공간, 혹은 아이들이 노는 것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공간(예를 들어 집 앞 놀이터가 눈이 보이는 등)에 대한 선호를 하시는데, 저희가 진행하는 규모에서는 별도의 놀이터를 만들거나 하기에는 힘들었기 때문에 저희는 각각의 세대를 일종의 하나의 방으로 생각하고 계단실이나 공용공간을 하나의 거실로써 생각하고 접근하였습니다. 이러한 공간이 하나의 놀이터로 인식될 수 있도록 말이죠.

박: 각각의 방에 LDK가 있으면 공용공간으로 나오지 않아도 기본적으로 내부에서 모든 기능을 해결할 수 있는 상황이기도 하군요?


이: 그렇기는 했었어요. 하지만 최소한의 L의 기능이 있었던 것이죠. 하지만 아이의 육아부분에 대한 것들은 최대한 끌어내려고 노력했었습니다.

박: 그렇다면 beyond the screen과는 다르게 개별 실들의 면적을 줄이고 공용면적을 넓히는 방법을 쓴 것인가요?


이: 네. 이 때는 다른 방법론을 쓴 것입니다. 그래서 아까 말씀드렸던 변수에 관한 부분이고요. 직장인들은 사실 밤늦게 퇴근해서 이러한 공용공간을 쓸 시간이 별로 없지만 우리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주 임대 타깃이 이러한 공간을 활용할 수 있는 연령대 이였기에, 새로운 제안을 드린 것이었습니다. 임대세대가 시작되는 2층 공용공간을 크게 두어, 놀이공간이 접목된 공동의 거실로써 계획하여 주었고, 2개의 분리된 테라스 공간을 마련하여 최상층에는 건축주 세대와 연계하는 옥상정원을, 그리고 4층에는 입주민 만을 위한 공동 정원을 계획하여 주었습니다.

박: 건축주는 사업을 목적으로 건축을 한다는 관점으로 본다면, 기존에 없던 모델을 제안을 할 때, 제안하는 입장에서 프로젝트의 사업성에 대한 부담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곽: 결국 최종 선택은 건축주의 몫이겠지요. 물론 저희가 어떤 제안을 드릴 때에는 그것에 대한 장점과 단점을 면밀히 말씀드립니다.

이: 앞서 말씀드렸던 예에서는 단순히 양적인 부분으로만 접근하는 방식이 아닌 공간의 질적 향상이 경제적 환산으로 가능하다는 건축주의 믿음이 기본적으로 필요합니다. 더불어 저희가 제안 드린 공간이 제대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그 공간을 유지시키고자 하는 건축주의 의지와 동의가 필요합니다. 그래서 이러한 부분을 명확히 말씀드리고 설명 드리고자 합니다.


박: 예전에 다른 분들과 인터뷰를 할 때 나왔던 말 중에 ‘건축가가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제시하고 제안하는 것이 적절한가?’하는 것이었습니다. 왜냐하면 아까 말씀하셨다시피 공간을 제안해봤자 잘 활용되지 않으면 건축주 입장에서는 부담입니다. 결국 그러한 제안했던 공간들이 잘 쓰이려면 기본적으로 훌륭한, 적합한, 긴밀한 조건의 프로그램이 들어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만약 그러한 것들에 대한 적합한 제안을 건축가가 하고, 그것을 건축주가 받아들였을 때, 그리고 우리가 그에 걸 맞는 공간을 설계했다고 생각합니다. 그때는 우리가 책임져야 할 부분이 있다고 생각을 하시는지요?


이: 저희가 현재 하고 있는 포지셔닝은 그렇습니다. 건축주가 최종 결정을 하는 것이고요. 프로그램은 저희가 제안하는 경우가 많이 있습니다. 결국 거기에 대해 건축주가 수긍을 하고 결정의 몫은 건축주라고 생각합니다.

박: 그렇다면 어떤 구체적인 프로그램을 제시해서 건축주가 동의해서 진행하게 될 때, 그런 프로그램들과 다른 요소들, 방들과 주방, 나머지 실들의 구성과 내용에 대해 긴밀한 조합을 가지거나 디자인을 같이 제시하기도 하는가요?


이: 아직 저희는 그렇게 진행해보지는 못했지만 그런 기회가 있으면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박: 건물의 규모가 크면, 시행과 설계를 분리해서 할 수 있겠지만, 작은 경우는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그렇다면 그런 경우, 가능성 검토, 규모검토, 전체적인 건물의 방향 등을 설정하는데 있어 건축가가 개입을 하게 되는 것이 일반적이지 않나요?


이: 물론 그렇습니다. 기본적인 규모검토는 물론, 전체적인 건물의 방향 설정과 프로그램 등을 제안 드리기도 합니다.

박: 건물의 수익과 관련해서 폭넓게 제시하고 제안을 할 수 있다는 말씀이시네요.


곽: 판단을 건축주가 하시는데 저희가 도움을 드릴 수 있다고 생각해요. 부동산에 나가서 시장조사를 하고, 수요층이 어떻고, 어떤 방이 잘 나가고 등에 대한 것들은 어느 정도 조사를 하고 어느 타입이 걸맞겠다 하는 부분들은 현재도 진행하고 있는 것들이거든요. <Beyond the screen> 같은 경우에도 공용공간을 줄이려고 했지만 어두침침한 복도 공간을 만드는 것 보다 햇살을 받을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든, 그 퀄리티를 높이려고 했던 것들 역시 연관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건축가가 따라다니면서 이런 공간을 이렇게 사용하세요 라고 말하는 건 힘든 부분입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씨앗을 뿌리면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동네에 쓰레기통이 있는데 깨끗하게 쓰이고 있으면 모두가 그렇게 사용하지만 누구 하나가 그냥 던지기 시작하면 거기는 완전히 쓰레기 더미가 되잖아요. <Beyond the screen>의 경우 입주자 분들 중 한 분이 공용공간에 액자를 하나 걸었는데 그것이 시작이 돼서 어떤 분들은 화분을 내놓기도 하고 그랬었어요. 저희가 처음 복도공간을 밝게 해준 것에 대해 처음 계획할 때부터 그런 것들을 조금은 기대하기도 했었어요.


교류

박: 내발산동에 대해 좋은 이야기를 많이 들었을 텐데, 반대로 다른 분들로부터 비판 받았던 내용은 어떤 것이 있었나요?


이&곽: 음…글쎄요…

박: 그 질문들에 요점은, 요즘 비슷한 나이의 건축가들은 자기들끼리 듣기 좋은 이야기만 서로 하고 아닌 것들에 대해 이야기하거나 고치려고 하는 이야기들은 서로 하지 않는다 라는 선배 건축가의 의견도 있습니다. 주변 비슷한 나이의 건축가들 중에 그런 크리틱을 주고받는 사람은 없는지, 그리고 그런 세태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합니다.


곽: 일단 저희가 급작스레 독립을 하게 되어서 독립하고 나서 같이 그런 교류를 나눌 여력이 없었던 것 같습니다.

박: 제가 그런 부분에 대해 답을 들으려 했다라기 보다 그러한 것들에 대해 같이 고민해 볼 수 있지 않을까 해서 말씀드렸습니다.


이: 저희도 그럴 수 있다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해봅니다만, 아직까지는 그럴 만한 여유가 없었던 것 같습니다.


외부 상황과의 관계 맺음

박: 처음에도 말씀드린 것과 같이 네 개의 연속된 작업들을 보면 위치가 전부 서울입니다. 서울은 다른 지역에 비해 밀도도 있고요. 그렇다면 서울이라는 도시에 대한 이야기를 좀 듣고 싶은데요. 이제까지는 건물에 대한 이야기만 들었지 건물과 도시와의 관계나 도시에 대한 관심과 서울에 대한 관점에 대해 궁금합니다.


이: 음...

박: 그렇다면 옆집과의 관계, 앞집과의 관계를 포함한 동네의 지역적인 관심이라거나 그런 것들에 대해서 들을 수 있을까요?


이: 저희가 진행하였던 프로젝트 대부분이 개인이 건축주인 경우였기에, 적극적인 방법으로 공공을 배려하고 사회 환원적인 제스처를 취한다는 것이 상당히 어려웠습니다. 개인의 자본과 자산의 일부를 공공을 위해 기여하게끔 한다는 것이 일반 민간 건축주 에게는 쉽지 않은 부분입니다. 그래서 저희는 개인의 재산에 대한 활용과 그 욕구를 만족시키면서도 이것이 인접 건물 혹은 컨텍스트와의 관계 속에서 과도하게 치우치지 않도록 (건축물이라는 것이 건축주 개인의 욕망의 분출구가 되어서 이것이 공공에게 폐해를 끼치지 않도록)하는 방법에 대한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곽: 그래서 저희는 저희가 새로 계획하는 건축물들이 주변 환경과 어떻게 하면 잘 조화를 이룰 수 있는지에 대한 고민을 많이 했으며, 여러 방법이 있겠지만 그 중 하나로 건물의 재료나 색상에 있어서 특히 고민을 했습니다.

이: 저의 경우 학부 때 색채수업을 들었었는데 NCS(natural color system)이라고 환경색채에 대한 공부를 하였었습니다. 어떠한 기본 컨디션이 주어지고 여기에 주조색, 강조색, 보조색을 조합하여 전체의 조화를 이루어 내는 것에 대한 공부이기도 하였고, 이러한 것들은 같은 색에서도 그 텍스처에 따라서 다른 결과를 내는 것 등에 관한 것 이였습니다. <Beyond the screen>의 경우에도 오래된 다세대 빌라와 신축빌라가 혼재하면서 예전의 벽돌이 가진 색감들과 현재의 것까지 전부 사진을 찍어 스와치로 만들고 그 안에서 색감과 materiality에 대한 고민을 하며 선택하였었습니다.

박: 도심지의 경우에는 주변의 재료와 질감을 고려해서 잘 어울리게 했다면, 강화도 프로젝트 같은 경우, 서울에 비해 밀도도 많이 떨어지고 주변의 요소가 많이 없기도 해서 좀 다른 접근이 필요 했어야 한다고 생각됩니다. 도심지와 그 외 지역의 변화된 환경요소에 대한 대응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까?


곽: 강화도 주택의 경우 아까 말했던 변수가 별로 없었던 경우입니다. 건축주가 저희를 처음 찾아오셨을 때부터, 마감을 꼭 ‘돌’을 쓰고 싶다는 의사를 밝히셨고 이것 또한 저희는 하나의 변수로 받아들이고 반영하여 설계를 진행하였습니다. 산의 중턱에 남북으로 길게 자리잡은 사이트는 북쪽으로는 멀리 저수지가 남쪽으로는 산을 바라보고 있었고 도로가 이어지지 않아 뒷산을 전부 뒷마당으로 끌어안을 수 있는 지형적 특징을 최대한 받아들이고 기타 다른 요소들을 반영하여 설계하고자 하였습니다.

박: 이제까지 말씀하신 것들을 들어보면 비교적 건축주의 의견을 잘 반영하는 편인 것 같습니다.


곽: 그것은 프로젝트 성격에 따라 어느 정도 변화할 수 있는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앞에서도 몇 번 언급했지만, 건축주의 요구 사항도 저희가 고려해야 하는 여러가지 조건들 중의 하나라고 생각하고 접근하고 있습니다. 다만 주택 프로젝트 같은 경우에는 다른 프로그램들 보다 특히 건축주의 의견을 최대한 귀 기울여 듣고 반영해주려고 노력하는 것 같습니다. 앞에서 이소정 소장이 말했듯이 단독주택의 경우는 특히 더 오트쿠튀르적 성향이 강하기 때문에, 건축주의 의견을 최대한 받아들이고 건축주의 라이프스타일과 철학이 담긴 공간을 만들어 내는 것은 어찌 보면 주택 프로젝트가 가지고 있는 성격이라고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반면 주택 이외의 다른 프로젝트 같은 경우에는 건축주의 요구 조건 보다는 다른 조건이나 변수들이 더 크게 고려해야 할 부분으로 작용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박: 앞서 질문 드렸던 것들과 연관될 수 있을 것 같은데, 앞에 했던 작업들이 개인 클라이언트고 그 사람의 성향, 색깔, 조건, 변수 등의 구체적인 요구들이 많은데, 법규도 그렇고. 어떻게 보면 풀어가는 과정이 더 간단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런 건축가의 목소리가 아예 없는 것들을 진행하게 된다면 어떻게 접근을 할 수 있을지에 대해 궁금합니다.


이: 저는 그러한 것들이 건축가의 목소리가 아예 없는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요소와 변수를 정량화하고 단순히 대입해서 결과물이 나온다면 건축가란 직업이 필요가 없겠지요. 그러나 동일한 요소와 변수를 가지고도 천차만별의 결과물이 도출될 수 있습니다. 글쎄요. 아주 쉽게 이야기하자면 요리에 비유를 하면 어떨까요? 동일한 재료를 가지고도 소스를 어떻게 하느냐 조리 방법을 어떻게 하느냐 얼마나 더 삶고 찌느냐에 따라 음식의 맛이 달라지겠지요. 앞서 말씀드렸듯이, 단지 저희가 이런 요소와 변수를 대입하고 간결하게 논리적으로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은, 건축가와 일반인들과의 시각과 이해의 높이를 맞추고자 하기 위함입니다. 그 누구라도 고개를 끄덕이며 합리적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요. 그 이후에 이것이 좋다 아니다는 결국 선택의 몫일 테니까요. 예를 들어, 강화도 프로젝트의 경우 모형에서 보시다시피, 서측 입구 부분에서 바라보면 다섯 개의 돌로 된 벽의 레이어가 켜켜이 읽힙니다. 그리고 다섯 개의 벽 사이에는 각기 성격이 다른 4개의 프로그램이 존재하고 입구에서부터 가장 깊숙이 위치하는 프라이빗 한 공간까지 그 밴드를 관통하는 동선의 축이 존재합니다. 건축주는 일찍이 외국으로 이민을 가셔서 젊을 때 타지에서 고생을 하시면서 사업에 성공하시고 연세가 드신 후 한국으로 돌아와 노후를 준비하시려는 분들입니다. 건물은 마치 건축주의 20대, 30대, 40대, 50대의 시간의 켜와 이를 헤쳐 나가고 마침내 마음 편한 본국으로 돌아와 여생을 준비하시려는 건축주의 삶의 흔적을 닮은 공간입니다. 분명 저희가 진행하는 모든 건물들에는 이렇듯 건축주의 삶과 흔적을 담는 이야기들이 있습니다. 그러나 어찌 보면 이것은 매우 감성적이고 주관적인 이야기 일 수 있겠지요. 아무리 이런 이야기 들이 담겨 있다 하더라도 이것이 주위의 환경과 어울리지 못한다면 그것은 그 이상을 뛰어넘지 못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기에 저희는 최대한 모두가 수긍할 수 있고 이해할 수 있는 공감대를 기본으로 하고 여기에 저희의 생각과 이야기를 담고자 합니다.


주거의 원형


박: 땅의 상황과 건축주가 요구하는 것이 적었기에 OBBA에서 생각하는 주거의 원형, 혹은 프로토 타입이 결과에 많이 반영될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데, 진행하는 내용과 연결이 잘 되었나요? 후지모토 소우가 이야기했던 ‘동굴’과 ‘둥지’ 개념이 생각이 납니다. 누군가가 들어가서 사는 그 결과는 똑같지만, 그 둘의 시작점은 많이 다르다라는 내용이었는데, 동굴은 원래 존재하는 것에 들어가 사는 것이고, 둥지는 기능을 위해서 집을 만드는 거죠. 개념으로 보자면 완전히 정반대 인 것입니다. 기능에 대해 적극적으로 접근해서 만들어 내는 ‘둥지’ 같은 것들이 보통은 많은데, 후지모토 소우가 봤을 때 가능성 측면에서는 ‘동굴’이 더욱 새롭고 가능성이 많다라고 했습니다. 그러한 입장에서 보면 강화의 주택, 이전의 여러 프로젝트들은 어떤 관점에서 시작했는지 궁금하고, 나아가 생각해봤을 때, 이제까지 살아왔던 경험, 전통적인 주거와의 연관성을 가지면서 그 속에 특별한 제안이 있었는지 궁금합니다.


이: 얼마 전에 ‘집’에 대한 저희의 생각에 대해 말을 할 수 있었던 기회가 있었는데, 저희가 이야기했던 것에 대한 반응으로 ‘건축주의 조건을 많이 수용을 하시네요’ 라는 말을 들었습니다. 건축가는 때로는 good listener로써 때로는 good speaker로서의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프로젝트에 따라 listener와 speaker역할의 비중이 달라질 수 있을 텐데, 아무래도 주택의 경우 listener의 역할이 좀더 크거나 혹은 작업의 시작 기반을 만들어 주게 되는 것 같습니다.

박: 강화도 주택의 경우에는 그런 상황 때문에 speaker로서의 위치에서 건축주와 만나게 되었군요.


곽: 글쎄요. 강화도의 경우에는 명확한 몇 개의 조건들만 있었기에 초반에는 listener로써 그 이후에는 그 키워드들을 가지고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speaker로써의 역할을 취한 것 같습니다.

박: 내부에서 주택이 가지는 형식들, 예를 들어 한국의 전통적 주거, 문을 열고 마당이 있거나, 시각적으로 긴 뷰를 가지고 있고, 중심공간을 통해 나머지 개별 실들로 연결이 되는 방식은 일본 전통 주거와 반대의 구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작지만 복도를 통해 중심 공간 혹은 개별 실들로 연결이 되고 하거든요. 시각적인 거리, 시야에 대한 처리는 한국과는 많이 다릅니다. 어쨌든 강화도 주택에서 각각의 실들의 배치, 구성, 위계 등 여기에서 이야기하고 싶은 내용이 있습니까?


곽: 강화 말씀드리기 전에 <작은 집> 홍제동 프로젝트에 대해 말씀드리고 싶은데, 여기서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저희가 주택의 어떤 원형을 가지고 혹은 그것을 기반으로 작업을 하지는 않는다는 것입니다. 대지의 성격이나 건축주의 성향을 바탕으로 여러 가지를 시도하는 것 같습니다. 이전에 많이 존재해왔던 주택의 원형, 즉 1층에 주방과 거실이 있고, 2층에 개별 실들이 있고 1층에서 정원을 향유하고 이러한 전형적인 주택과는 다르게, <작은 집>의 경우 대지가 짧게 존재해서 정원을 향유할 수 있는 면적 자체가 별로 없었고, 뒤의 산 쪽 조망이나 건축주의 라이프스타일을 고려했을 때, 주방과 거실을 2층으로 올려서 잠만 자는 개별적인 방들은 1층으로 내리는 것이 어떻겠냐고 설득을 했는데 건축주는 이러한 논리에 수긍을 하셨고 결국 이런 제안이 반영되어 계획되었습니다. 그런데 이런 것들이 반영된 이유는 후면 골목길 도로가 1층과 2층 사이를 지나고 있었는데, 이를 통해 2층 주방, 거실과의 접근성이 나쁘지 않았기에 할 수 있었던 제안이었습니다.

이: 어떤 원형을 기반으로 작업을 하지 않을뿐더러, 어쩌면 시작단계에서는 그 주택의 원형을 의식적으로라도 멀리하려고도 하는 것 같습니다. 물론 이것도 프로젝트 혹은 변수(기타 상황들)에 따라 다르겠지만요. 이전에는 사람들의 라이프 스타일도 비슷하고 단일 할뿐더러, 취향도 단순하거나 혹은 그러한 기호에 대한 인식조차 부족하여서 흔히 말하는 그 유형이라는 것이 매우 한정 적이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그러나 불확정성의 시대에 예측불가능 상황 (그것이 사이트 컨디션이 되었건 혹은 그 안에 거주하는 사람의 특성이 되었던 간에)속에서 저희의 사고와 그것의 결과물들은 최대한 유연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불예측성의 시대에서 유연한 건축을 지향한다고 말해야 할까요? 예를 들자면, 어떤 이에게는 거실이란 전혀 필요 없는 공간일 수도 있고, 누군가에게는 15평 주택에서 욕실이 가장 크고 중요할 수도 있고, 또 누군가에게는 60평 주택에서 주방이란 아주 최소한으로만 필요할 수도 있습니다. 그렇기에 저희는 이러한 삶의 방식과 몸에 맞는 옷을 지어주기 위해 매 순간 다른 것들을 만들고자 합니다. 물론 어떠한 기존의 원형에서 차용할 수 있는 장점들은 분명히 있기에 이런 것들을 잘 파악하고 적용하는 것 또한 적절히 반영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최근 작품들


박: 건축주의 요구와 대지의 상황이 충돌하는 경험은 없었습니까?


이: 예를 들어 역삼동에 진행하는 단독주택의 경우 끝에서 끝으로 대지의 차이가 1m정도 나는데 건축주가 어머니의 공간과 본인(아들 내외)의 공간을 적극적으로 분리하고 싶어 하셨고, 그래서 저희는 레벨을 이용해서 자연스럽게 스킵플로우를 활용한 수직적 공간분할을 하려고 하였으나 건축주가 반 지하 주차에 대해 많은 거부반응을 가지고 계셨었습니다. 그래서 최종적으로는 다른 결과물이 나오게 되었습니다.

박: 역삼동의 경우 흥미롭게 본 것 중 하나입니다. 기능이 가운데 햄을 두고 양쪽의 빵으로 조절하는 것같이 보이는데, 2층이 1, 3층에서 어떻게 쓰일지 궁금했습니다. 중간영역에 위치한 부분이 어떻게 쓰일지 그리고 1층과 3층이 만나는 부분이 2층인데, 어떤 가교 역할들이 있었습니다. 외벽이라든지 소리라든지 빛이라든지 동선이라든지 기대가 되는 기능과 공간입니다.


곽: 저희도 궁금하기도 하고 기대하고 있습니다.

박: <따로 또 같이>의 경우에 역삼동 집과 연결이 되어 있어 보였습니다. 시간이 지나고 난 다음에 공간의 용도가 바뀌는 점에 대한 설정인데, 역삼동 주택의 경우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난 이후에 1층을 어떻게 사용할 것인지에 대한 장치가 있습니까?


곽: 네. 2층은 어찌 보면 좀더 고정적인 성격이고 추후 상황에 따라서 1층과 3층의 성격과 상황은 변화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저희는 내부 공간을 계획하는 데 있어서 최대한 구조적으로 자유로울 수 있도록 계획하였습니다. 1층의 뒤쪽 레이어를 제외한 나머지에는 구조벽이나 기둥을 세우지 않았고 가볍게 처리하여 나중에 상황에 따라 유연히 대처할 수 있도록 하였습니다.

박: <따로 또 같이>의 경우에도 이전과 마찬가지로 중간 영역이 존재했는데 이 부분은 어떻게 진행되었나요? 기존 방에서 살던 아들들이 장성해서 1, 2층의 임대주택을 집으로 주는 상황이었는데, 한 층을 올라오면 세 세대가 같이 쓸 수 있는 거실이 생기는 구조인 걸로 알고 있습니다. 이 부분은 우리가 이전에 살았던 삼대가 함께 살던 형식에서 그리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고 생각됩니다. 한집에 함께 살아왔던 기억과 삶의 형식이 지금 와서도 이어지는데 요즘은 상황상 2대 3대가 같이 사는 집이 많이 줄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 그런 가족끼리의 관계가 이전처럼 까지는 아니지만 유교 문화의 연속선 상 2대가 함께 사는 것을 원하는 사람들도 다시 관심 가지게 된다고 생각됩니다. 그런 면에서는 <따로 또 같이>는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보아집니다.


이: 네 2층의 거실을 통해 3세대가 함께 만날 수 있습니다.



독립 이전의 경험들, 그리고 교훈

박: 이전의 경험들이 이러한 작업들에 연관이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사실 이전 선배 건축가들은 자신의 출신 사무소나 스승들에 깊은 연을 맺고 끈을 가지고 활동을 하는 경향이 두드러져 보이는데 대략 1968년생 이후로는 선배들이나 스승과의 관계가 많이 느슨해지기 시작했다고 읽혀집니다. 그러면서 그 이전의 출신 사무실 작업들과의 연계성도 많이 사라진 부분들도 보입니다. 일본의 경우는 많이 다릅니다. 일본은 건축가 계보를 그리면 어느 사무실에서부터 퍼져 나왔는지 그 관계가 매우 선명하게 나타납니다. 물론 거기에 걸리지 않는 수많은 건축가들이 있겠지만, 어쨌든 이전 사무실에서 경험했던 것들이 지금 작업하는데 있어 어떻게 느껴지고 있습니까?


이: 굳이 연결하고 싶지도 않고, 생각도 안 해봤고, 한편으로는 궁금하기도 합니다. 확실하게 말씀드릴 수 있는 것은, 건축을 대하는 태도에 관한 부분은 영향을 많이 받은 것 같습니다. 제가 ‘OMA’에 있을 때 강한 인상을 받았던 것은 PM이 있고 팀장이 있고 직원이 있고 인턴이 있을 때 어떤 하향식 지시가 아니라, 각각의 파트에 있어 각각의 전문가 개인이 모인 집단이라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모두가 각자의 파트에서 그러한 자세를 보이고 공동의 목표점이 있기에 결과물이 잘 나올 수 있지 않았나 싶었습니다. 결국 개개인에게 욕심을 가지게 하는 것은 무엇이냐 라고 한다면, 결국 좋은 프로젝트인 것 같습니다.

곽: 매스스터디스에서 역시 저희가 작업에 대한 부분에서는 영향을 받았던 것이 있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어쨌든 거기에서 좋은 프로젝트들을 많이 했기 때문에 그런 것들을 많이 봤고, 주위의 열정 있는 많은 사람들과 함께 하는 것, 그리고 소장님 자체도 끝까지 중심을 잃지 않고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만족하지 않고 계속 달리시는 태도에서 많은 부분 영향을 받았다고 말씀드릴 수 있겠습니다.

이: 계획에서부터 건물이 지어지고 완성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는데, 일련의 프로세스가 진행되는 동안 매사에 같은 집중도를 가지고 임한다는 것은 참 어려운 것 같습니다. 그러나 조민석 소장님의 경우에는 매 순간순간 높은 집중도를 가지고 임하시는 것 같았습니다.



OBBA만의 CORE

박: 지금까지 진행해왔던 작업들과 앞으로 진행할 작업들을 보았는데, OBBA에서 중점적으로 지키고 싶은 가치나 핵심적인 내용들에 대해 말씀해주실 수 있나요? 혹은 화두라고 해야 하나. 왜냐하면 이러한 최근에 전반적으로 이전에 비해 건축에서도 이미지가 중심이 되는 모습들이 많이 보였었어요. 인터넷에 노출된 세대이기도 하고, 건축주들이 그런 것들을 요구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우린 그런 것들을 따라가기도 하고. 우리는 외국에 비해 훨씬 더 중심점이 약하다고 보여지고, 그러다 보니 이미지에 더욱 휘둘리고 있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거기에 대해 우리 건축가들이 어떤 생각들이 있는지 자문하게 되었습니다. 형태, 이미지, 재료에 대한 것들은 무의식적으로 아키데일리 등에 많이 노출되어 있으니 모두 경향이 비슷해지는 것 같아 보였습니다. 무서운 상황이지만 OBBA는 그러한 상황 속에서 지켜 나가고자 하는 것들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곽: 어려운 질문이네요. 저희도 저희 나름대로 작업을 하면서 정리를 해 나가야 할 부분인 것 같습니다. 머릿속에서 파편적으로 존재하는 몇 가지의 단어와 생각들이 있기는 하지만 아직 끄집어 낼 단계는 아닌 것 같습니다. 단, 앞서도 이야기하였듯이 불예측성의 시대에서 유연한 건축을 하고자 합니다.


박: 한국의 동시대 건축가들은 다들 지금 우리가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이 약한 것 같습니다. 일본 건축가들은 자기가 중점적으로 생각하는 단어들을 다들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훨씬 명확해 보이죠. 그런 것들이 계속 바뀔 수는 있겠지만 그런 것들을 생각해 볼 수 있지는 않을까요? 그런 화두나 내용이 가진 무게감이나 강점들이 확실히 존재하는 것 같습니다. 물론 강한 만큼 그림자도 강하겠지만, 그런 생각들이 뭉쳐져서 그 집단의 성격을 명확히 볼 수 있었습니다.

이: 젊은 건축가상 출판을 준비하면서 저희가 관심을 갖고 있는 것들에 관한 키워드를 20개로 추려서 달라 라는 요청을 받은 적이 있었습니다. 영역, 경계, 관점, 시각, 불예측성, 불확정성, 유연성 등등의 단어들이 있었는데, 이것은 아마 위에서 저희가 인터뷰한 내용들에 녹아 들어 있으리라 생각됩니다. 저희는 이제 막 저희의 건축 여정을 시작한 것 같습니다. 현재의 저희가 어떠한 것에 대해 가지고 있는 관심이 그 자체에 대한 것인지 혹은 아직 인지하고 있지 못하지만 그것과 정반대로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것과 근원적으로 어떤 공통분모가 있어서 그런 것인지 그렇다면 그 뿌리는 과연 무엇인가 저희는 저희 스스로 그러한 끊임없는 질문들을 해 나가고 있는 과정에 있습니다.


박: 한국에서 지금까지 인터뷰하면서 관심이나 단어를 정확히 대답한 사람은 별로 없었던 것 같습니다. 그 중 한 친구가 이야기했던 말이 작업에 어떻게 표현이 되는지, 그것을 위해 얼마나 밀어붙였는지에 대해 보는 것이 저에게 있어서는 큰 즐거움이었습니다. 2001년에 이종건 선생님이 질문했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한데 조민석씨에게 비슷한 질문을 했었는데 아무런 대답을 하지 못했었습니다. 하지만 지금 조민석씨는 그러한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것처럼 OBBA도 기대하게 됩니다. 그러기에 자신의 본질, origin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렘 쿨하스가 했던 여러 작품들을 보면, 결국 건축가는 없습니다. 데이터와 리서치라는 재료만을 가지고 건축을 하는데, 이런 재료를 가지고 어떤 요리를 하는지는 사실 건축가의 의지라고 생각됩니다. 중구난방의 재료로도 좋은 요리를 할 수 있다고 봅니다. 결국 제가 보기에는 어떤 면에서는 재료 보다는 요리사가 더 중요 하다고 생각됩니다. 2014년 베니스 비엔날레를 봐도 재료(요소)만 이야기하고 있지 건축가는 없었습니다. 네덜란드의 데이터 스케이프가 자본주의에 잘 편승해서 나가고 있는데, 저는 좀 다른 생각입니다.

이: 저는 약간 다른 의견을 가지고 있습니다. 베니스 비엔날레에 대한 의견에 대한 부분은 아니고, 앞서 인터뷰 내용 중에 저도 요리와 비유하여 이야기한 부분이 있는데, 저는 각각의 요소 즉 요리를 위한 재료들과 그 재료의 상태도 중요하지만, 결국 거기서 차이를 내는 것은 이것을 어떻게 조리하며 어떤 소스로 요리를 할 지가 중요하다 라고 말했었습니다. 즉 건축가의 역할을 요리사의 역할에 비유하여 이야기하였었지요. 그렇기에 저희의 작업을 완성된 요리로 본다면 같은 재료(요소, 변수)를 가지고도 다른 요리(결과물)을 도출해 내었고 그렇기에 저희가 요소, 건축주의 요구나 기타 변수들을 반영한다 해서 건축가의 목소리가 아예 없는 것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재료만 주었지 그것을 요리하는 것은 저희의 몫이니까요.


박: 방금 말씀하신 대로 요리를 하는 과정에서 좀더 구체적인 음식 이름과 레시피를 기대한다는 이야기였습니다. 오랜 시간 동안 인터뷰 응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인터뷰: 2014년 1월 1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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